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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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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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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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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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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 그 어딘가

DUMMY

그날 밤 황궁의 황제 집무실.

여느 때처럼 황제는 밤늦게까지 서류를 보고 있었다.

유달리 많아진 서류를 처리하느라 늦게까지 보는 것도 있지만 오늘은 한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왔나?”

“네. 왔습니다.”


어떤 일이든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키가 오는 날이니까.


“많이 쉬었나?”

“많이 쉬어서 평생 쉬고 싶을 정도로 쉬었네요.”

“... 변했군.”

“애들은 자주 변해요. 저도 애잖아요?”

“퍽이나.”


예전보다 많이 가벼워진 분위기를 가진 네인이 어색했지만, 황제는 일단 일 얘기를 꺼내고자 했다.


“의뢰네.”

“의뢰요? 황궁에? 황궁이 무슨 길드에요?”


모험가 길드.

통칭 길드.

이곳의 길드는 소설 특히 라노벨 쪽에서 모험가의 일인 의뢰를 사주하는 길드의 형태를 띈다.

물론 형태나 지역에 따라 길드의 위치, 역할이 다르기에 불리는 이름도 다르지만, 보통은 간단하게 길드라 부른다.


“근데 어떤 사람이길래 황궁에 의뢰해요?”


황궁은 하는 일이 많다.

나라의 중추인 황궁이 하는 일이 없는 게 아니며 지금 이 황제도 서류 보며 대화하고 있지 않는가.


“사람이 사람이다 보니... 거절할수도 없고 무엇보다 자네의 정체를 대충 눈치챈 인물이거든.”

“아. 뭐... 저도 제 정체는 숨기지 않았었으니까요. 그래도 기간이 짧고 밤에 활동해서 알려지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보수집이 대단한 분인가 봐요?”


그쪽으로 어떤 가문이 있더라?


“집안 내력이 대단한 곳이지.”

“클로니드 후작가.”

“...”


클로니드 후작가를 언급하니 황제는 잠깐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군요?”

“자네... 편지를 봤나?”

“아뇨? 뭐.. 대충 감이죠, 감.”


클로니드 후작가.

제국 내의 대부호 가문으로 제국에서 가장 큰 상단을 운영하는 가문이다.

이게 겉으로 드러난 클로니드 가문의 인상이며 속은 꽤 어두운 가문이기도 하다.

클로니드 후작가는 뒷세계 거물 가문이니까.

뒷세계에서 클로니드의 영향력은 가히 한 손에 꼽히며 그들이 쌓아온 역사는 뒷세계에서 감히 그들에게 검을 들이밀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물론 그만큼 적도 많지만, 그 수많은 적도 감히 그들을 함부로 건들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유명한 가문은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그중 특이사항이 있는 가문은 메모리가 인을 통해 알려줬다.


“감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일은 아니네.”

“뭐 그건 이번 일 끝나고 넘어가죠. 근데... 그런 곳에서 의뢰라... 내용은 뭐에요?”

“사람 찾는 일이네.”

“그런 곳에서 사람을 찾는다라... 급한일인가 보죠?”

“기한은 정하진 않았지만, 가능한 빨리라는 말을 하긴 했지.”

“잃어버린 가족이라도 있나?”

“...!”


잠깐이지만 움찔한 황제를 보며 네인은 당황해했다.


“와~ 진짜요?”

“그것도 감인가?”

“감도 감이지만 예측이죠. 이런 가문에서 사람 찾는다면 보통 이렇지 않을까? 라고요. 빚쟁이면 스스로 찾아낼 것이고 적이나 내부 첩자는 본인들이 찾아내려고 하겠죠. 내부의 일을 외부에 맡길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럼, 결국 남은 건 소중한 사람, 가족 이렇게인데 보통은 같은 의미란 말이죠? 근데 조금 놀랍네요.”


네인은 소파에 앉으면서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돈으로 대부분의 일이 가능하거든요? 근데 대부호라 불릴 곳에서 그것도 뒷세계에 연줄이 있는 곳에서 사람을 찾는다고 황궁에 의뢰한다라... 그럼, 보통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고,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면 시간이 문제겠네요.”

“... 할 말이 없군.”


네인의 말대로 편지에 적힌 의뢰 내용으로는 가능하면 아이를 찾아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신들도 찾고 있다고 하며 많은 사람들 동원하고 있는 현 상황까지 공유했다.

현재 상황을 공유할 만큼 클로니드 후작가에게 있어서 이 일은 그만큼 급한 일이라는 일이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가능하겠나?”

“가능하면 빨리 찾는 게 좋은 거죠?”

“그렇네.”

“빨리 찾으면 빨리 찾을수록 황궁에 들어오는 이익도 커질거고요.”

“...”

“저는 비싼 편이라는 거 알죠?”

“비싸더라도 합리적이지. 자네만큼 일을 해결하는 능력만큼은 돈이 많은 자라면 억만금을 주고 의뢰하고 싶을 정도로.”

“하하.. 칭찬은 됐고요. 저는 늘 폐하께 거는 한가지 대가밖에 없어요.”


선불, 그것도 네인이 원하는 소원에 대한 대가로 네인은 선불로 황제를 도와 일을 하는 것.

그걸 위해 가뭄이 들이닥친 땅에 비를 내리고 가끔 황궁에서 서류 업무도 한다.


“도대체 어떤 소원을 비는 거지?”

“적어도 제국에는 해가 되지 않는 소원이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만?”

“그걸 듣고 신경을 끄는 이는 없을 거네.”

“그렇겠죠. 인.”


허공에 눈이 나타나니 황제는 슬며시 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벨 수는 있겠나? 나는 물질이 아니네만.”


인의 말에 황제는 움직임을 멈췄다.


“인. 메모리좀 데려와 줘.”

“직접 찾는 것도 방법일 텐데?”

“귀찮아.”

“알겠다.”


인은 눈을 감아 사라졌다.

인이 사라지니 황제가 네인에게 물었다.


“저건 뭐냐?”

“분신... 일까요? 일단 도구로 쓰려고 만들긴 했는데.”

“도구? 자아를 갖고 있는 것 같아 보이던데.”

“뭐.. 혼자면 심심하니까요. 참고로 쟤 같은 게 9개... 아! 10개 더 있어요. 능력도 뭐... 도구치고 뛰어나죠. 하나하나가 마스터보다는 강할 테니까.”


마스터보다 강하다는 소리는 이곳에서는 일종의 전략 병기급 될거다.


“미쳤군.”

“신경 쓰지 마세요. 쟤네들도 딱히 뭘 하려고 하는 애들은 아니라서.”

“... 자네가 내 입장이라면 신경 안 쓰겠나?”

“쓰겠죠. 근데 어쩔 수 없어요. 이미 만들어버렸는데.”

“내가 도대체 뭔 죄가 있어서...”

“하하하하.”


잠깐의 대화가 끝난 이후 네인의 등 뒤의 풍경이 달라졌다.


“드디어 혼자 다니나 했는데... 왜 불렀어? 네인.”


바닷가의 풍경에서 수인의 모습을 한 메모리가 등장했다.


“왠 수인?”

“그날 이후 1번이랑 떨어지기로 했거든. 그러다가 수인들의 영역에 닿아서 이런 모습을 한 거고.”

“아하!”

“그나저나 너는 괜찮아 보이네. 큰일이 있었는데.”

“그럭저럭 지나갔지. 그것보다 사람 찾는 일 좀 도와주라.”

“말 안 해도 그러긴 할건데...”


메모리는 황제에게 말을 걸었다.


“찾는 사람을 특정할 만한 정보는 안 주시나요?”

“많은 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필요한가?”

“황궁 내부 사정까지 털어버리기 전에 알려주시죠?”

“... 그게 가능한가?”

“불가능하지는 않아서요. 정 뭣하면 전 황제의 치부까지...”

“그만!”


메모리의 황제는 큰소리를 쳤고 메모리는 그에 화답하듯 싱긋 웃었다.


“뭐야? 치부?”

“있어, 그런 거. 알면 다쳐.”

“근데 왜 너는 알고 있어?”

“적인지 아닌지 모호한 존재는 약점 하나, 둘 정도는 알아두는 편이 좋으니까.”

“네인 레비탄.”

“전 그 치부라는 거 몰라요. 애초에 기억 자체는 공유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관심도 없고요.”


물론 이걸 말한다고 해도 믿어줄지 말지는 상대 나름.


“... 내가 어쩌다가 이런 녀석과 손을 잡은 건지.”

“그래도 잘 써먹고 계시잖아요?”

“수상쩍은 구석이 좀 많으니 문제다.”


황제도 네인이 어떤 자인지는 그동안의 행색과 조사로 알고는 있다. 하지만 저기 싱긋 웃는 메모리를 보며 생각했다.


‘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건가?’


네인의 태도는 늘 되면 좋고 안되면 상관없다는 듯 늘 가벼운 태도를 고집했다. 그리고 오늘은 특히 더 가벼운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늘 저자세였다.

이상할 정도로.

태도 자체는 불경하다고 하나 거래 자체에서는 늘 저자세였기에 황제는 거래에 늘 무언가를 추가했었다. 네인도 불평하지 않고 이를 들어주었기에 황제는 네인을 써먹기 좋은 패라고 생각했다.


“정보는 주지. 빨리 찾으면 찾을수록 이득인 건 맞으니까.”


그리고 받은 정보는 별로 없었다.

8살, 여자아이, 노예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음, 갈색 머리카락, 갈색 눈동자.


“... 이거 찾으라고 준 정보 아니죠?”

“그 이상은 나도 받은 게 없다.”

“이것만으로 특정하기에는... 메모리 가능할 것 같아?”

“가능은 하겠지. 불편할 뿐이지.”


확실히 메모리의 능력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찾는 건 문제가 없을 테니까.


“네인. 네가 아는 건?”

“이 의뢰가 클로니드 후작가에서 의뢰한 일이라는 것과 자료 보면 빼박 딸인 것 같은데.”

“클로니드 후작은 늙었으니 그 아들의 딸인건가? ... 어머니 쪽도 노예 생활을 좀 했나 보군.”

“오?”


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메모리를 바라봤다.

메모리의 눈빛이 푸른빛으로 빛이 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빚쟁이... 뭐. 빚이 있는 혼외자식이 있는 평민의 말로는 늘 이런 식이지. 그나저나 어머니 쪽은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였군. 뭐... 이 시대에서 여자가 뭘 알기는 쉽지 않지만 말이야.”

“딸은?”

“6살 이후로 어머니 쪽과 헤어진 듯한데 딸을 사간 인간의 정보를 생각하면 그닥 좋은 취급은 받지 않았을 거다.”

“노예의 취급이 늘 그렇지. 그래서? 현재 위치는?”

“이제 찾아봐야지. 인.”


메모리가 인의 눈동자에 손을 댔다.


“꼭 그래야만 하나?”

“그편이 더 확실하고 편해.”


사람 얼굴만 한 인의 눈동자가 메모리의 손에서 점점 작아져 구슬만 해졌다.


“시작하지.”


메모리는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


[그것은 인간]


기계음과 사람의 목소리의 중간에 걸친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여자]

[그것은 8살]

[그것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자]

[그것은 갈색 눈동자를 가진 자]

[그것은 어머니를 알며 아버지를 모르는 자]

[그것은 고통받는 자]


메모리가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검색, 그것은 노예]


구슬 크기로 줄어든 인의 눈동자에서 한줄기 붉은빛이 나타나고 곧바로 사라졌다.


“찾았어?”

“찾았어. 인도 이제 알 거야.”

“그래? 인. 가자.”

“... 그래.”

“인. 가기 전에 이 게이트는 그냥 내버려 둬라? 난 황제님과 대화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대로 해라.”


네인은 인이 열어준 게이트를 타고 황궁을 빠져나갔으며 메모리는 황제와 독대했다.


“빨리도 가네.. 뭐 나야 좋지만. 그것보다 그쪽은 궁금한 게 많으시죠? 황제, 벨칸 ... 카르네온.”





한편 인이 열은 게이트를 타고 넘어간 곳은 어느 커다란 저택이었다.


“흠.. 처음 보는 곳이네. 뭐. 내가 아는 곳이 몇 있겠냐마는. 그것보다 메모리는 왜 황제와 대화하려고 하는 걸까?”

“나도 모르지. 그것보다 네인. 모습을 숨기는 게 좋지 않을까?”

“그건 그렇네.”


똑딱!


스위치가 눌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네인의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된 건가?”


네인은 벽에 손을 갖다 대니 아무런 저항감 없이 벽이 뚫렸다.


“됐네.”


네인이 자신에게 건 것은 투명화와 통과.

물체를 통과하고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조치했다.


“인. 너는 보여?”

“보이긴 하는데.. 목소리도 조치를 해놨군.”

“그렇지.”

“능력은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도 되지 않겠나?”

“아직은 좀 꺼려지네. 평범하게 사용할 만한 능력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그것보다 이 복도의 끝에 있어? 이번 의뢰의 목표.”

“그래.”


쉬울 건 알고 있긴 해도 이렇게 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보다는 일단 도대체 그만한 거물 가문이 왜 사람 하나 못 찾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뭔 함정이라도 있으려나?”

“없다.”

“경계병도?”

“없지.”


그렇다면 그만큼 이번 목표물에 대해 철저한 정보통제가 이루어졌다는 건데... 어린 노예에게 이만한 수고를 들이는 정신 나간 인물은 없을 것이다. 가능성이 있다면 클로니드 후작가와 적대적인 세력 정도? 근데 이 저택에 경계병도 함정도 없다.


“뭐가 이리 의문투성이냐.”

“세상일이 늘 그렇지.”


네인이 걷고 있는 복도의 끝에는 굳게 잠긴 철문이 있었다.


“와~ 자물쇠 되게 많네. 그것보다 철문 두께가.. 아니. 방 전체가 쇠로 된 상자인 건가? 미쳤네.”


네인의 앞에 굳게 닫힌 철문은 그저 방문이 아닌 이음새부터 시작해 문 너머의 방까지 이어진 상자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고작 노예 하나에 이런 수고라니... 여기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잠깐, 네인.”

“왜~”

“각오하고 들어가는 게 좋을 거다.”

“각오? ... 내가 각오 같은걸 한 적이 있던가?”

“없지.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곳이다.”

“위험?”


위험할 만한 게 있을까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그렇다고 인이 없는 말을 지어내지는 않으니까 철문 너머가 위험하다는 건데 이쯤 되면 생각의 방향을 다르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의미로 위험하단 의미일까?

안타깝게도 짐작 가는 게 있었다.

네인은 무표정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위험하다.

현 상황에서 위험하다고 할 표현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내부가 잔혹하다 혹은 역겹다. 이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었다.

이번 건 다행히 전자도 아니다.

후자도 아니었다.

다행이었다.

전부다.


“.... 진짜로 궁금하네. 이 방을 이렇게 꾸민 인간의 생각이.”


방 내부는 박물관처럼 되어있었다.

진열장 방 안을 가득 채웠으며 그 진열장 안에는 인간의 신체 부위가 여기저기 나열되어 있었다.

어린아이의 것들이.

왜 둘 다 해당되는 것이 다행인지는 간단했다. 사람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면 갑자기 냉정해지는 경우가 있다. 네인도 전생에 그런 경험이 있었고 지금도 그걸 경험하고 있었다.

덕분에 상황을 차분히 볼 수 있었다.


“아이는... 상자 안에 자고 있나.”


네인의 눈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네인은 자신의 눈이 빛나는 걸 모르지만 인은 네인의 눈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네인. 아이만 데리고 갈 거냐?”

“그래야겠지. 의뢰는 거기까지야. 이 안에 아이가 몇 더 있지만 거기까지 챙길 생각은 없어.”


방 안에 의뢰자가 찾는 아이 외에 몇 명이 더 있는건 파악했지만 네인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거기까지 챙길 이유는 하나도 없으니까.


“정말로?”


인이 반문했다.

이유가 없다.

그건 사실이다. 나는 저 아이들을 구할 이유가 없다.


“인, 나는 영웅이 아니야.”


사람을 구하는 일은 나의 일이 아니다.

사람을 지키는 일은 나의 일이 아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나의 일이 아니다.

사람을 구원하는 일은 나의 일이 아니다.

나는 그래야만 한다.

근데... 왜 나는 가만히 있지?

눈앞에, 상자에 갇혀있는 아이를 구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여기서 빠져나가면 된다.

근데 나는 뭘 보고 있는 걸까?

왜 나는 주변을 돌아보는 걸까?


“네인.”


인은 네인을 부를 뿐 말을 더 이어가지 않았다.

진열장에 진열되어있는 어린아이의 신체 부위.

덜그럭거리거나 숨소리만 들리는 상자 안.

그리고 빈 진열장.

누구나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아는 상황.


“... 진짜, 짜증 나.”


똑딱!


네인은 투명화를 풀었다.

투명화를 푸니 방안에 비릿한 피비린내와 썩은 내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네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인 채였다.


“정말로 이래서 나는 인간이 싫단 말이지?”


네인은 다시 인간 혐오를 느꼈다.

하지만 이 혐오감은 인간 전체로 퍼질 수 없었다.


철컹!


네인은 상자의 자물쇠를 열면서 상자 안의 어린아이를 보았다.

자고 있는 아이도 있고 자는척하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네인은 한가지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들에게 상자 밖의 세상은 죽음이었다.

방 안은 깨끗했지만 왜일까?

여기저기 핏자국과 육편과 골편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방 안의 정중앙 테이블.

아무것도 아닌 테이블이지만 이 위에서 뭔가가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지...”


철컥!


둔탁한 기계음과 동시에 방안의 아이들이 사라졌다.

네인은 생각했다.

신은 이성적이며 인간은 감성적인 존재다.

신은 많은걸 할 수 있으며 인간은 많은 걸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신과 인간은 구분되어있겠지. 그리고 신과 인간을 구분 짓는 가장 큰 분류는 방관자와 행동하는 자의 차이점이다.

그리고 나는 어느 쪽이든 될 수 있다.

곤란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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