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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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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120,938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9.15 08:40
조회
416
추천
7
글자
12쪽

신이 없는 세상

DUMMY

“내가 널 모른다고?”


벤자민이 류신을 보며 되물었다. 벤자민의 표정은 거만함 그 자체였다. 그것은 자신의 힘을 믿는 자신감이었다.


“너의 나약함으로 나를 막을 수 없다.”


다시 벤자민이 힘을 끌어 올렸다.

거대한 힘의 소용돌이가 류신을 덮쳤다.

기운이 토네이도를 이루고 대지를 덮친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실제 토네이도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기운이 대지를 찢고, 대기의 공간을 파헤쳤다.

공간과 시간이 뒤틀릴 정도였다. 하지만 기운이 가라앉자 류신은 그대로였다. 상처 하나 없었다.


“어, 어떻게······?”


벤자민은 어리둥절했다.

지금의 힘이라면 류신 정도는 갈기갈기 찢겨야 했다. 그런데 그가 멀쩡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이네?”


류신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 벤자민은 기분이 나빴다.


“개자식! 신에게 힘을 받은 거냐?”


벤자민이 구석에 앉아서 싸움을 관망하는 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신은 그저 멀뚱 앉아있을 뿐이다.

벤자민이 바라보자 신은 어깨를 으쓱하기까지 했다.


“몇 번 당해줬으니까 이젠 내 차례야.”


류신이 한 걸음 다가섰다.

그 순간 대지가 출렁거렸다.

벤자민이 재빠르게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대로 서 있었다면 출렁거리는 대지에 의해 꼴사납게 나뒹굴었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출렁거리는 것은 대지만이 아니었다. 공간까지 모두 출렁거렸다.

흔들리는 공간에 벤자민의 몸이 마구 흔들리더니 이내 바닥으로 처박혔다.


고통스럽냐고 하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치욕이었다.

자신의 공격에 멀쩡한 류신의 모습도 기분이 나쁜데, 류신의 공격 같지도 않은 것에 당해 바닥을 뒹굴다니.


“크윽! 이 자식! 죽여주마!”


벤자민이 기운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류신은 멈추지 않았다.


“아직 내 차례 안 끝났어.”


류신이 양손을 뻗어 손을 모으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공간이 압축되며 벤자민을 중심으로 모였다.

마치 엄청난 압력의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은 압박에 벤자민을 향했다.


“너무 힘들어하지 마. 고작 10만 기압밖에 안 돼. 조금 더 올려볼게. 100만 기압으로.”


류신이 손을 더 오므렸다. 그러자 벤자민의 몸이 더 압축되었다.

보이지 않는 작은 상자에 갇힌 벤자민의 몸이 더욱 쪼그라들었다. 뿌드득거리며 뼈가 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벤자민이 아니었다.


“으아아아-”


벤자민이 힘을 순간적으로 폭발시켰다. 그러자 벤자민을 가두고 있던 공간이 부서지며 이제야 압력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었다.


“죽어라!”


벤자민이 그대로 류신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던 류신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했다. 벤자민은 류신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분명 자신은 류신을 향해 달려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뭔가 감각이 묘하게 뒤틀리고 있었다.


“신기해?”


갑자기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고개를 돌아보니 그곳에 류신이 있었다.


“뭐, 뭐냐? 무슨 짓을 한 거야?”


벤자민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보통 신의 대리인은 시그니처 기술이 하나가 있다. 그런데 지금 류신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공간을 출렁거리게 만들거나, 공간을 압축하거나.


“이건 어떨까?”


류신이 손뼉을 딱 쳤다.

그러자 벤자민은 우뚝 멈췄다.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그의 눈에는 온통 세상이 암흑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긴장한 거 아냐?]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베자민이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런! 거기가 아닌데!]


류신의 목소리는 머리 위에서 들렸다.


[정말 거기에 있을까?]


이번엔 아래.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암흑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벤자민은 자신의 손과 팔, 다리가 눈에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은 진정한 암흑이 아니다.


“이런 얄팍한 수를 써?”


벤자민이 힘을 끌어 올려 폭발하듯 사방으로 분출시켰다.

그러자 암흑이 사라졌다. 그리고 원래의 풍경이 되돌아왔다.


벤자민이 눈앞의 류신을 노려봤다. 이제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인상을 썼다.


“이 기술! 기억해?”


순간 공간이 갈라지며 벤자민의 몸에 상처가 생겼다. 재빨리 기운을 끌어올려 잘리는 공간을 막은 것이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그대로 몸의 일부분이 잘려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벤자민은 이 기술을 알고 있다. 게다가 이 기술은 류신의 기술도 아니다. 바로 레인의 기술이었다.


“네가 어떻게 그 기술을······ 설마?”


벤자민은 그제야 류신의 다양한 기술들이 이해가 되었다.

모두 다른 신의 대리인이 사용하던 기술이었다. 류신은 말 그대로 신의 대리인들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큭큭큭, 고작 카피한 거였나?”


벤자민이 웃었다.

마술은 모를 때나 신기하다. 그러나 알고 나면 별로 신기하지도 않고 배신감까지 들 정도다.

기술도 그렇다. 모를 때는 대단해 보이고, 위험해 보이지만 정체를 알고 나면 별 게 아니게 된다.

류신의 기술이 다른 신의 대리인 기술의 카피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벤자민은 승리를 확신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날 당황하게 만든 점은 칭찬해 주지.”


벤자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류신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야? 카피라니?”

“네가 사용하는 기술이 다른 대리인들의 기술을 카피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

“고작 그따위 기술로 나를······”


퍽!


순간 벤자민의 몸 가운데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날카롭게 잘린 것은 바로 레인의 기술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원래 레인이 사용했던 기술과는 비교도 안 될 위력이었다.

지금도 벤자민은 온몸에 기운을 두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엄청난 위력의 공간을 자르는 공격이었고, 벤자민은 큰 상처를 입고 뒤로 휘청거리며 물러났다.


“어때? 카피치고는 위력이 대단하지?”


류신이 웃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어떻게 이런 위력이······”


벤자민이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말 그대로 류신의 위력은 지금 벤자민이라고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죽은 자들의 염원이라고 할까?”

“염원?”

“그래. 네가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네.”

“그게 무슨 소리지?”

“이런! 이게 안 보여?”


류신이 주변을 가리켰다. 물론 벤자민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류신에겐 느껴졌다.

죽은 신의 대리인 모두의 기운이 류신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류신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파멸자들과 싸운 후 그들의 기운이 자신에게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이것이 누구의 의지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사실 류신은 짜증이 났다. 그래서 케테르에 쳐들어온 파멸자를 그대로 놔둔 이유이기도 했다. 신의 뜻대로 휘둘리기 싫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벤자민은 약속을 어겼다.

아무 문제 없이 결계석을 확보했다면, 그를 도왔을 것이다. 신을 죽이고, 그가 신이 된다고 해도 어쩌면 놔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레인을 죽였다. 곧 죽는다는 이유로 생명을 함부로 빼앗을 수는 없다. 그것이 신이라 해도.


“넌 신이 되면 안 돼.”


류신이 한 걸음 더 다가가며 말했다.


“큭, 지금 신을 그대로 둔다는 말인가?”


벤자민이 한 걸음 물러서며 물었다.


“아니. 내가 말했잖아. 신이 없는 세상을 만들 거라고. 그러니 넌 신이 될 수 없어.”

“진정 신이 없는 세상을 원해? 신이 없으면 세상을 유지할 수 없어.”

“너 따위가 신이 되느니······ 무너지는 게 나아.”


류신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벤자민은 그에 따라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아자토스의 힘을 흡수하고, 세계수의 기운도 흡수했다. 그런데도 왠지 류신에게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벤자민은 당황했다. 이런 식으로는 신이 될 수 없다. 어떻게든 류신을 제거해야 했다. 그리고 신을 죽인 후 새로운 신으로 재탄생해야 했다.


“나는 신이 된다. 죽지 않는 신, 영원히 사는 신이 될 거다. 너 따위에게 밀릴 수 없어.”


벤자민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류신에게 맞섰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멈췄는데 벤자민의 몸은 뒤로 끌려가고 있었다. 무언가가 그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벤자민이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검은 구체가 있었다.

류신의 기술이 블랙홀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류신이 불러내는 크기의 블랙홀이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벤자민의 눈앞에 있는 블랙홀은 전혀 달랐다.


크기가 결코 작지 않았다. 작은 건물 크기의 블랙홀이 베자민 등 뒤에 있었다. 이런 블랙홀이 나타나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까짓 블랙홀로 나를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생각해?”

“붙잡는 게 아냐. 착각하지 마.”

“뭐? 붙잡는 게 아니라고?”


벤자민이 물었다. 물론 여전히 블랙홀로 끌려가고 있었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였다.


“신이 그랬지? 이 우주는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고. 신 이전의 존재가 만든 거라고.”

“그래서?”

“그 블랙홀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알고 있는 신 이전의 존재가 만들었어. 그걸 네 힘으로 벗어날 수 있을까?”


류신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이 마지막이었다.

그대로 벤자민을 향해 류신이 달려들었다.

벤자민은 갑작스러운 류신의 공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그대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류신과 함께.


류신과 벤자민이 빨려 들어간 후 블랙홀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세상은 고요해졌다.

근처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은 바벨탑과 신이었다.

허무한 표정으로 신이 주저앉아 있다가 느릿하게 일어났다.


“신이 없는 세상이라······ 그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군.”


신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세상을 뒤흔들던 것이 멈췄다.

건물이 무너지고 지진이 발생하고 해일이 일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물론 이종족, 몬스터들이 다치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역시 인간이다.

이런 재난 상황을 많이 겪어본 것도 인간이고, 스스로 이겨내는 과정에 대한 경험도 많았다.

인간은 무너진 곳을 정비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지원했다.

인간은 인간들만 챙기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봐 이종족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입은 피해를 복구하려 했지만, 개별적이었고 체계적이지 못했다. 그것에 체계를 인간들이 부여해줬다.

효율적인 인간의 방법으로 이종족들의 삶의 터전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서로 섞여 살아가긴 해도 나름 경계하던 인간과 이종족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척 가까워졌다.

개인적인 차원의 친분에서 기관 사이의 친목으로, 그리고 정부와 조직간의 친목으로 확대되었다.


몬스터들의 구조에도 나섰다.

어쨌든 이제는 새로운 지구의 생태계를 채운 몬스터는 또 다른 시스템을 유지하는 일원이 되었다.

다친 몬스터들에 대한 치료나 지원이 이루어졌고, 이런 인간과 이종족들의 움직임을 받아들인 몬스터들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지구는 그렇게 다시 생명이 활발히 움직이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이 모든 것이 한 명의 희생으로 얻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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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없는 세상 +1 23.09.15 416 7 12쪽
111 신을 죽이기 위한 싸움 +1 23.09.14 384 7 12쪽
110 진정한 신은 나대지 않아 +1 23.09.13 392 9 12쪽
109 신은 죽었다 +1 23.09.12 391 7 12쪽
108 결렬 +1 23.09.11 383 7 13쪽
107 생명의 씨앗 +1 23.09.08 397 8 12쪽
106 넘을 수 없는 벽 +1 23.09.07 401 8 12쪽
105 종말의 선언 +1 23.09.06 440 8 12쪽
104 요동치는 세계 +1 23.09.05 453 7 12쪽
103 드디어 만난…… +1 23.09.04 403 9 12쪽
102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1 23.09.01 462 9 12쪽
101 최악의 상성 +1 23.08.31 399 9 12쪽
100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1 23.08.30 456 8 12쪽
99 세상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2 23.08.29 418 10 12쪽
98 진정한 용사 +1 23.08.28 421 10 12쪽
97 원하는 길로 가는 것 +1 23.08.25 441 12 12쪽
96 인원 보충 +1 23.08.24 442 10 13쪽
95 경고 +1 23.08.23 450 11 11쪽
94 연합 결성 +1 23.08.22 455 10 12쪽
93 하지 말라면 하지 마 +1 23.08.21 447 11 12쪽
92 사라져야 하는 것들 +1 23.08.18 466 10 13쪽
91 소류신의 하루 +2 23.08.17 490 9 13쪽
90 동생만 아니면 그냥 +3 23.08.16 492 8 12쪽
89 싹수가 노란 건 변하지 않는다 +1 23.08.15 486 11 12쪽
88 신이라고 하지 마라 +1 23.08.14 471 8 13쪽
87 방해되거든 +2 23.08.11 47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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