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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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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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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51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9.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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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신은 죽었다

DUMMY

대지가 진동할 정도의 충격과 함께 예호바가 바벨탑 앞에 내려섰다.

여전히 바벨탑 앞에는 결계가 드리워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 바닥에 누군가 주저앉아 있었다. 바로 신이다.


예호바를 알아본 신이 천천히 일어났다.

결계 안으로 비치는 신의 모습은 연약해 보였다. 눈앞에 있다면 한 손에 목을 비틀어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당신이 원하는 죽음을 안겨줄게.”


예호바가 두 개의 결계석을 꺼냈다.

하나는 자신의 몸에서 꺼낸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레인의 몸에서 꺼낸 것이다.

이 두 개만 있으면 바벨탑의 결계는 모두 사라진다. 그리고 드디어 신과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예호바가 천천히 바벨탑 앞으로 다가갔다.

결계로 가까이 다가가자 더욱 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예호바는 피식 웃었다.


“그래. 그 안에서 답답했겠지. 이제 곧 끝날 거야.”


예호바가 결계석 하나를 바벨탑에 가져갔다. 결계석을 흡수한 결계의 경계가 흐려졌다. 그리고 조금 더 내부를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제 결계석은 하나 남았다.

이 하나로 드디어 바벨탑의 경계가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예호바는 기분이 나빴다.

결계 안의 신은 웃고 있었다. 은은하게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자신과 파멸자들이 찾아와 결계를 쳤을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신이 이제 나타나 웃고 있었다.

아마 자신을 풀어주려고 온 것이라 착각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도 웃을 수 있나 보자고.”


드디어 예호바가 마지막 결계석을 사용했다.

결계석이 결게에 흡수되면서 드디어 커다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계가 서서히 소멸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한 바벨탑과 세상을 분리했던 결계가 사라졌다.

드디어 자유로워진 신이 서 있었다.

깡마른 몸, 덥수룩한 수염과 낡고 오래된 거적 같은 옷.

신의 모습을 보는 예호바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힘이 넘쳐났다.

자신은 이미 신의 형인 아자토스도, 그리고 아자토스의 몸을 차지했던 세계수의 힘도 흡수했다.

지금 눈앞의 신은 그가 가진 기운에 비하면 너무 작고 초라했다. 그저 하찮아 보였다.


“오랜만이구나.”


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힘겨워 보이고,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부서질 것 같은 신이었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거대한 힘을 가진 에호바를 보면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인 것인가.


“그러게요. 오랜만입니다. 몇 년 만인지 기억은 합니까?”

“너무 오래 살아서 모르겠군. 얼마 만이지?”

“무려 천만년이 넘습니다. 나를 기억은 합니까?”

“물론 기억하지. 시간의 흐름은 나에게 의미가 없으니까 내가 모르는 거고. 상처가 많았나 보구나. 벤자민.”


예호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호크마에 떨구고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무려 천만년 동안.


“그렇게 날 기억하면서······ 어떻게 무관심할 수 있는 걸까? 당신이 만든 세상인데. 그리고 당신이 만든 생명인데.”

“내가 만들었으니까. 내가 만들었으니까 무심할 수 있는 거란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자신이 만들었으니까 무심할 수 있다니.

예호바로서는 어이없는 대답이었다. 이해할 수도 없었다.


“큭큭큭.”


예호바가 웃기 시작했다. 어깨가 들썩였다.

그 모습을 신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당신은 모를 거야. 나와 에흐예가 무슨 약속을 했는지.”

“나를 죽이겠다는 거?”


신의 대답에 오히려 예호바가 조금 놀랐다.


“뭐야? 알고 있었어?”

“후후. 나는 신이란다. 신이 모르는 것도 있을까?”

“멍청한 소리. 모르는 게 없다면 내가 이렇게 될 것도 알았다는 건가? 내가 당신을 죽이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지른다는 것도 전부 알고서도 나를 신의 대리인을 시켰다는 거야? 이런 미래를 모두 알고?”


예호바가 소리를 질렀다. 어찌 보면 절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자 신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어째서지? 어째서 그렇게 태연한 거지?”

“태연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

“이제 내 손에 죽을 당신이잖아. 그런데도 왜 그렇게 태연한 거지?”


예호바가 무시무시한 얼굴로 신을 보며 물었다.


“세상일은 어차피 일어난단다. 그런데 그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을까.”

“뜬구름 잡는 얘기 하지 말고.”


갑자기 예호바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뻗쳤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신의 몸을 덮쳤고, 신도 기운에 휩쓸려 저만치 밀려날 정도였다.


“당신은 내 손에 죽어. 필연적으로 죽을 거야.”

“그래. 난 죽는다네. 필연적으로. 신은 죽는 거지.”

“그런데도 왜 그렇게 태평하냐고. 당신이 죽는데. 아. 새로운 신이 있기 때문에 안심하는 건가?”

“······”


신은 대답하지 않은 채 예호바를 다시 물끄러미 바라봤다.

하지만 그 시선을 예호바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마치 신의 눈빛은 자신을 동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나도 약해 보이는 신이 강대한 힘을 가진 자신을 동정하다니.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 눈빛······ 마음에 들지 않아. 날 내려다보는 그 눈빛.”

“내려다보는 게 아니란다.”


예호바의 짜증에 신이 대답했다.


“웃기는군. 늘 세상을 그렇게 봐왔으면서. 자신의 발 아래 두고 깔봤으면서 아니라고? 신의 대리인들도 그렇게 발 아래 두고 있던 거잖아.”

“그렇지 않아. 그건 오해야.”

“오해?”

“맞아. 오해.”


신은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만들었던 세상이 파괴될 것도 알았다는 건가? 그걸 알면서도 신의 대리인을 보낸 거야?”

“세상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당신이 뽑은 대리인이었어.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미리 알려주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알 수 있었을 거다. 진짜 내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뭐?”

“나는 내 힘을 줬어. 그것은 그저 무력을 나눠준 게 아냐. 나의 몸의 일부를 나눠준 거지. 그러니 나와 같았다. 너 또한 그랬어. 허나······ 너는······ 지금은 아니구나.”


신의 말에 예호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 몸이 왜 이렇게 됐는데. 파멸자와 싸우느라······ 빌어먹을 아자토스 부하와 싸우느라 이 지경이 된 건데······ 잘난 당신 형의 부하와 싸우느라 말이야.”

“그대의 몸은 그대의 선택이야. 남의 탓을 할 건 아니지.”

“빌어먹을! 이래서 당신은 죽어야 해. 세상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존재니까. 남 탓? 남 탓? 내가 왜 놈과 싸우다 이 지경이 됐는데? 내가 왜 당신 세상을 지키다가 이렇게 돼야 했는데?”

“그것은 나의 세상이지만 너의 세상이기도 했다. 네가 오랜 세월을 다스린 너의 세상.”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말이 안 되다니. 나는 오히려 이해가 안 된단다. 고작 몇십 년간 왕을 하고서도 그 세상의 주인이라고 외치는 게 인간이잖아. 그런데 수십만 년을, 수백만 년을 세상의 주인으로 있으면서도 자신의 세상이 아니라니. 그것은 책임 회피야. 세상이 멸망했어도, 파괴되었어도 그것은 너의 세상이다.”


예호바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신을 봤다.

자신의 세상이었다니.

천만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예호바는 호크마를 다스렸다.


끔찍한 일도 있었다. 파멸자의 침입과 전투. 그리고 그 여파로 변해버린 몸. 신의 외면과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던 것에 대한 불만.

하지만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즐거운 일, 보람이 있는 일도 많았다.

그 아름답던 모든 것이 무너지고 파괴되었고, 그로 인한 슬픔과 충격이 컸지만.


예호바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애써 지워버렸다.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가? 그대의 세상은 아름다웠는가?”


신이 흐뭇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예호바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시끄러워. 그 세상은 이제 없어. 내 기억 속에도 없어. 차라리 당신을 죽이고 내가 신이 되어 완벽한 세상을 만들겠어.”

“허허허. 완벽한 세상이라.”

“그래. 완벽한 세상. 고통도 슬픔도 없는 세상. 모두가 평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


늘 꿈꾸던 세상이다. 예호바가 무너져가는 호크마를 보며 떠올렸던 세상이다.

그리고 새롭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세상이다.

그런 말을 들으며 신은 웃었다.


“빌어먹을 마음껏 웃어둬. 당신을 죽이고 나면 내가 진짜 신이 되는 거야. 아자토스도 내 몸 속에서 내 일부가 되었으니까 당신도 내 일부가 되는 거야.”

“완벽한 세상이라. 하하하. 아 미안하네. 웃어서. 그런데 이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네.”

“······”


의외다. 신에게서 완벽은 없다는 말이 나오다니.


“나조차도 그런 세상을 한때 꿈꿨지. 그래서 만든 세상들이었으니까. 수많은 세상을 만들고, 수많은 세상이 무너졌지. 하지만 완벽한 세상 따위는 없었다네.”


신이 무언가를 회상하듯 몽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많은 세상?”

“그대가 첫 번째 신의 대리인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지금까지 수많은 신의 대리인이 있었네. 그러나 모두 실패했지.”

“이 우주는······ 완벽하잖아. 완벽한 시스템으로 돌아가잖아. 당신이 만든 것 아니었나?”


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우주는 원래 있었지. 나 또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라네. 아자토스 또한 마찬가지지. 그리고 이 우주 역시 완벽하지 않네. 불완전한 수축과 팽창, 중력 이상, 생명이 부재 등······ 여기저기 구멍투성이지.”

“우주를 만든 존재가 따로 있다는 거야?”

“내가 만들지 않았으니까 누군가 있겠지.”

“우주를 만든 존재를 몰라?”

“모른다네. 만난 적 없어. 한때 찾아봤지만 못 찾겠더군. 흔적도 없었어. 모르지. 이 우주 자체가 그런 존재인지. 자신의 몸속에 이런 세상을 만들어 놓은 것인지.”


신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 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마치 신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멍하니 신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던 예호바가 다시 큭큭거리며 웃었다.


“큭큭큭, 이런, 이런, 속을 뻔했어. 또 당신에게 속을 뻔했어. 당신을 말빨로는 당할 수 없다는 것을 또 잊다니.”

“거짓을 말하진 않는다네.”

“맞아. 당신은 거짓을 말하진 않아. 대신 진실을 말하지도 않지. 늘 중간의 어딘가에서 끊어. 그게 당신이야. 세상을 창조한 다른 신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게 당신이 아닐 수도 있을 거야.”

“······”

“그게 완벽한 세상이 없다는 근거는 되지 않아.”

“오! 그런가?”

“그래. 그 완벽한 세상은 내가 만들 거야. 당신의 힘을 흡수해서.”

“그 세상이 어찌 될지 기대되는 군. 진정 완벽한 세상일지. 아니면 다시 꿈만 꾸던 헛된 희망일지.”


신이 웃었다. 그 미소가 예호바는 꼴보기 싫었다.

드디어 예호바가 기운을 끌어 올렸다.

거대한 기운이 예호바의 몸에 깃들었다. 그에 비해 신은 아무런 힘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맨몸으로 예호바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예호바에게서 흘러나온 거대한 기운이 신을 덮쳤다.


쾅!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힘을 썼던 예호바 조차 휘청일 정도였다.

예호바는 자신이 힘을 쓴 결과를 보기 위해 앞을 봤다.

먼지가 가라앉고 나자 자신이 힘을 쓴 결과가 보였다.

앞에는 아직 신이 건재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류신이 신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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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이 없는 세상 +1 23.09.15 417 7 12쪽
111 신을 죽이기 위한 싸움 +1 23.09.14 385 7 12쪽
110 진정한 신은 나대지 않아 +1 23.09.13 392 9 12쪽
» 신은 죽었다 +1 23.09.12 392 7 12쪽
108 결렬 +1 23.09.11 383 7 13쪽
107 생명의 씨앗 +1 23.09.08 398 8 12쪽
106 넘을 수 없는 벽 +1 23.09.07 401 8 12쪽
105 종말의 선언 +1 23.09.06 441 8 12쪽
104 요동치는 세계 +1 23.09.05 454 7 12쪽
103 드디어 만난…… +1 23.09.04 404 9 12쪽
102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1 23.09.01 462 9 12쪽
101 최악의 상성 +1 23.08.31 400 9 12쪽
100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1 23.08.30 456 8 12쪽
99 세상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2 23.08.29 418 10 12쪽
98 진정한 용사 +1 23.08.28 422 10 12쪽
97 원하는 길로 가는 것 +1 23.08.25 441 12 12쪽
96 인원 보충 +1 23.08.24 443 10 13쪽
95 경고 +1 23.08.23 451 11 11쪽
94 연합 결성 +1 23.08.22 455 10 12쪽
93 하지 말라면 하지 마 +1 23.08.21 447 11 12쪽
92 사라져야 하는 것들 +1 23.08.18 466 10 13쪽
91 소류신의 하루 +2 23.08.17 491 9 13쪽
90 동생만 아니면 그냥 +3 23.08.16 493 8 12쪽
89 싹수가 노란 건 변하지 않는다 +1 23.08.15 486 11 12쪽
88 신이라고 하지 마라 +1 23.08.14 471 8 13쪽
87 방해되거든 +2 23.08.11 47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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