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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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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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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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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DUMMY

우보 사틀라는 류신의 손에 맺힌 새하얀 불꽃에 시선이 갔다. 이제껏 그렇게 하얀 불꽃을 그는 본 적이 없었다.


“그, 그게 뭐지?”


우보 사틀라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류신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무엇보다 류신은 우보 사틀라의 더러운 공격에 화가 무척 나 있었다.

입 안으로 우보 사틀라의 세포 일부가 들어가기라도 한 듯 연신 침을 뱉어내고 있었다.


“알아서 뭐 하게. 곧 뒤질 놈이. 에이! 더러워! 퉤!”


류신이 말을 마치면서 침을 거칠게 내뱉었다.

그리고 하얀 불꽃의 덩어리를 우보 사틀라에게 날렸다.

우보 사틀라는 이번에도 자신의 몸 일부를 꺼내 앞을 막았다.

커다란 세포막이 마치 방패처럼 펼쳐졌다.


하얀 불꽃이 우보 사틀라가 펼쳐 놓은 세포막에 닿았다.

갑자기 세포막이 하얀 불꽃을 그대로 감쌌다. 하얀 불꽃이 세포막 안에 감싸인 채 이리저리 움직였다.

사방이 막혀버린 하얀 불꽃은 갈 길을 잃은 듯 보였다.


“하하하! 보기와는 다르게 별거 아니었구나.”


우보 사틀라가 웃었다.

하얀 불꽃이 세포막 안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신은 태연했다. 아직 채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그리고 세포막 안에 갇혀있던 작은 하얀 불꽃이 드디어 점점 몸집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치지직-


하얀 불꽃이 점점 우보 사틀라의 세포막을 태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태우는 태초의 불꽃이 말 그대로 이계의 것마저 태우고 있었다.


“커헉! 어째서 내 몸이······”


우보 사틀라는 고통에 인상을 썼다.

최고의 방패이고,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는 그의 몸이었다.

몸 안으로 끌어들이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무기가 바로 자신의 몸 자체였다.

그러나 류신을 삼켰음에도 실패했고, 류신이 날려보낸 하얀 불꽃을 가뒀음에도 실패했다.

류신은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뛰어넘는 괴물이었다.


드디어 하얀 불꽃이 모든 것을 태우고 밖으로 벗어났다.

불꽃의 크기는 그대로였다.

더 자라지도 않고, 더 작아지지도 않았다.

우보 사틀라의 세포로 만들어진 방패를 먹어 치웠음에도 그저 보잘 것 없는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작은 불꽃이 우보 사틀라의 몸을 먹어 치우다니.

그 말은 우보 사틀라 본인도 먹어 치울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아, 안 돼. 차투구아. 나를 돔 도와······”


우보 사틀라가 도움을 요청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순간 우보 사틀라는 봤다.

카일의 검에 목이 잘려 나가는 차투구아를.

이계의 파멸자이자 아자토스의 선택을 받은 존재를 그저 인간이 몸으로 베어낸 것이다.


“왜? 너희가 이길 줄 알았어?”


류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우보 사틀라의 등 뒤에서 어떤 감각이 느껴졌다.

하얀 불꽃이 드디어 우보 사틀라의 몸을 태우기 시작했다.


뜨거운 느낌은 아니다. 처음에는 무언가 간질거리는 감각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세상의 모든 고통을 한 곳에 모아놓은 듯한 감각을 강제로 밀어 넣었다.


“끄아아아아-”


우보 사틀라의 비명이 이어졌다.

그의 몸을 하얀 붗꽃이 점점 잠식해 들어갔다.

불꽃이 커져갈수록 우보 사틀라의 몸은 작아져갔고, 끔찍한 비명 소리도 잦아들었다.

생명이 꺼져버린 우보 사틀라는 그렇게 하얀 볼꽃에 삼켜지고 말았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던 류신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뻗어 불꽃을 거둬들였다.

불꽃이 사라지자 그곳에 약간 그을린 무언가가 남았다. 바로 결계석이었다.

말 그대로 태초의 불꽃이 결계석마저 태우고 있었다.


“큰일날 뻔했네.”


류신이 결계석을 집어 들었다. 그때 그의 앞에 카일이 다가왔다.

그녀도 손에 들고 있던 결계석을 류신에게 내밀었다.


“오! 너도 챙겨온 거야? 안 시켜도 잘 하네.”

“이거······ 저 탑의 결계를 여는 거 맞지?”

“그래. 맞아.”


카일의 시선이 탑을 향했다.

탑은 이집트에서도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며 서 있었다.


“저 탑에 신이 있는 거야?”

“맞아. 왜 전할 말이라도 있어?”


탑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만나면 대신 그거나 물어봐 줘. 난 언제 죽을 수 있냐고.”


카일의 표정은 지쳐 있었다.

그런 표정을 류신이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 챙긴 건 몇 년이야?”


류신이 물었다.

카일은 자신의 검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2만 년.”

“역대급이네. 그럼 얼마나 남은 거야?”

“덕분에 남은 게 7만 4천 년이 넘어.”


그랬다.

누군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카일에게는 저주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싸워 죽인 상대의 남은 수명을 흡수했다.


카일이 케테르에서 살아온 세월은 도합 3만 년이 넘었다. 그녀가 죽인 생명의 수명을 가져와 살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선택을 받은 용사가 그 시간 동안 살아오며 세상을 누벼왔던 것이다.

하지만 오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는 류신으로서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480만 년의 고통을 알기에, 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의 한계라는 것을 알기에.


“이번 일을 도와준 대가로······ 내가 꼭 신을 만나면 물어봐 줄게.”

“뭘?”

“네 생명을 다른 자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방법을.”


류신의 말에 카일의 표정이 드디어 변했다.

무표정하고 지루한 얼굴에서 희망이 드러난 얼굴로.

이제껏 카일이 보였던 가장 극적인 얼굴이라고 할까.


“반드시 알아봐 줄게.”


류신은 다시 한번 약속했다.


“당신은 모르는 거야? 신의 대리인이잖아.”


카일이 물었다. 약간의 희망을 간직한 얼굴로.

하지만 류신은 고개를 지었다.


“신이 나에게 준 건 파괴의 능력뿐이야. 난 널 도울 수가 없어.”

“당신이 날 죽여줄 수도 있잖아.”


카일의 표정은 점점 애원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런 카일을 보며 류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480만 년을 참았어. 너도 참을 수 있을 거야. 그래도 넌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신을 만날 수 있으니까.”

“······”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실망한 표정은 분명했다.


“이제 돌아가자.”


류신이 포털을 열었다.

지배자 둘이 세상에서 또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예호바와 테트라, 그리고 세계수로 향한 엘 뿐이다.


***


“세계수는 씨앗을 가지고 있어요.”


레인의 말에 엘이 관심을 보였다.


“씨앗?”

“네. 세계수의 씨앗. 그 씨앗에서 세계수가 자라나죠. 그리고 세상에 생명을 퍼트리는 겁니다.”


엘에게는 무척 호기심이 생기는 이야기였다.

씨앗을 얻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씨앗을 이계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이계에도 생명이 넘쳐날 것이다.


“그 씨앗을······ 날 줄 수 있다는 건가요?”


엘이 물었고 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르는 불만이 많았다. 세계수의 씨앗은 귀하다. 세상에 생명을 퍼트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생명이 살아갈 세상을 찾는 것부터 시작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계수가 그런 세상을 찾는 것은 아주 잘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땅에도 생명을 줄 수 있는 겁니까?”

“이 세상도 원래는 척박했어요.”


엘의 물음에 레인이 대답했다.

드디어 엘의 표정이 밝아졌다.

자신이 원하던 것이 이루어졌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


“하,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지금 이 세계수는 얼마나 오래 지구에서 자란 거죠?”


엘이 이제는 300미터까지 자란 세계수를 보며 물었다.


“이 세계수는 고작 3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에요. 물론 지구 시간으로.”

“3년? 3년 만에 이런 크기로?”

“그러니 시간은 걱정하지 말아요.”


레인의 설명에 엘이 다시 웃었다.


그가 꿈꾸던 세상을 볼 수 있었다. 희망이 생긴 것이다.

세계수를 차지해 연구하면 이계에도 생명이 넘치는 세계수를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세계수의 씨앗이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좋아요. 그 씨앗은 어디있죠?”


엘이 물었다.


“앞으로 1년.”

“1년?”

“네. 1년 후면 씨앗을 얻을 수 있어요. 얼마 전 첫 씨앗을 만들었지만 그건 이미 사라졌어요. 대신 다음에 나올 씨앗을 줄 수 있어요.”


레인이 말했다. 1년 후면 세계수의 씨앗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엘의 표정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조금 전에 희망에 부풀었던 얼굴은 사라졌다.


“1년······ 1년······ 그 1년 후엔 다시 뭐라고 할 건가요? 또 다시 1년을 가다리면 된다고 말할 건가요? 아니······ 그것보다 당신들은 1년을 버티지 못해.”

“그게 무슨 말이죠?”


갑자기 변한 엘의 표정과 말투에 레인이 물었다.


“곧 아자토스 님이 오시니까.”


엘의 눈빛이 변했다.

조금 전, 생명을 이야기하고, 세상의 풍요로움을 이야기하며 희망에 부풀었던 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광기에 젖어버린 모습이었다.


“아자토스 님이 오시면 이 세상의 생명은 모두 죽는다. 이 세계수도. 그리고 너희들도.”


엘이 레인을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짙은 광기, 그리고 엘에게서 악의가 뿜어져 나왔다.


레인이 인상을 썼다.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했던 엘이었다.

생명을 이야기하며 흥분하던 엘이었다.

그런데 그가 왜 이렇게 갑자기 변했는지는 의문이었다.


“어째서죠? 왜 이러는 거죠? 당신은 생명을 존중하는 존재 아니었나요?”


레인이 물었다.


“생명은 소중하다. 나는 생명의 숭배를 받아야 하니까.”


엘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엘이었다.

이제껏 싸우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봤어도, 이렇게 시작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어쩌면 엘에게는 이미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중적이고, 감춰진 모습이.

실패다. 엘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레인의 실패였다.


어느새 레인의 옆으로 요르와 펜리르, 헬이 다가와 섰다.


“그대는 비켜라. 이 녀석은 우리가 맡는다.”


요르가 레인을 뒤로 밀어냈다.

요르의 거대한 기운이 주변을 채웠다. 동시에 펜리르와 헬까지 기운을 끌어 올렸다.


거대한 세 개의 기운은 서로 충돌하거나 싸우지 않았다.

오히려 세 개의 기운이 합쳐져 하나의 더욱 거대한 기운이 되었다.

레인도 전성기라 해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기운이었다.


이미 엘은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흉측한 형태로 변해 있었다.

다리가 여섯 개가 달려있고, 몸에 긴 털이 자라나 있었다.

덩치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몸의 털이 마치 하나하나가 생명을 가진 듯 움직이는 것이 불길해 보였다.


“물러나라.”


펜리르가 엘에게 말했다.


“고작 너희들이 날 막겠다고?”


엘의 눈빛이 이상했다. 붉게 충혈된 눈빛에서 이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금 전 마주 서서 대화를 나누던 존재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앞을 막아선 요르와 펜리르, 엘을 보고서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

그 셋의 힘이면 능히 파멸자와 맞서 싸울 수 있는데도 말이다.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저 응징뿐이다.”


펜리르가 먼저 달려들었다. 용맹한 행동이다. 물론 그런 행동에 요르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펜리르가 그대로 엘의 몸을 물려는 듯 입을 크게 벌리고 달려들었다. 달려들면서 몸집을 키운 펜리르였다.

순간 엘의 몸에 달려 있던 털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펜리르를 향해 뻗어갔다.

털은 몸에서 자라나는 듯 길어졌고, 맹렬한 기세로 펜리르를 향했다.


키이이익-


펜리르는 당황했다.

엘의 몸에서 뻗어나온 털들이 일제히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게다가 털들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치 각자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그렇다고 물러설 펜리르가 아니다.

펜리르는 자신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상대의 목을 물어뜯을 수 있다면 만족하는 존재다.

그대로 엘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고, 엘의 털들이 펜리르를 노리고 뻗어왔다. 드디어 둘이 충돌하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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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이 없는 세상 +1 23.09.15 416 7 12쪽
111 신을 죽이기 위한 싸움 +1 23.09.14 384 7 12쪽
110 진정한 신은 나대지 않아 +1 23.09.13 392 9 12쪽
109 신은 죽었다 +1 23.09.12 391 7 12쪽
108 결렬 +1 23.09.11 383 7 13쪽
107 생명의 씨앗 +1 23.09.08 397 8 12쪽
106 넘을 수 없는 벽 +1 23.09.07 401 8 12쪽
105 종말의 선언 +1 23.09.06 440 8 12쪽
104 요동치는 세계 +1 23.09.05 453 7 12쪽
103 드디어 만난…… +1 23.09.04 403 9 12쪽
102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1 23.09.01 461 9 12쪽
101 최악의 상성 +1 23.08.31 399 9 12쪽
»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1 23.08.30 456 8 12쪽
99 세상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2 23.08.29 418 10 12쪽
98 진정한 용사 +1 23.08.28 421 10 12쪽
97 원하는 길로 가는 것 +1 23.08.25 440 12 12쪽
96 인원 보충 +1 23.08.24 442 10 13쪽
95 경고 +1 23.08.23 450 11 11쪽
94 연합 결성 +1 23.08.22 454 10 12쪽
93 하지 말라면 하지 마 +1 23.08.21 446 11 12쪽
92 사라져야 하는 것들 +1 23.08.18 46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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