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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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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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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145

작성
23.08.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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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원하는 길로 가는 것

DUMMY

엘은 잔뜩 긴장했다. 갑자기 테트라가 그를 찾아온 것이다.

그가 찾아올 만한 이유 같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그가 왔다는 것은 예체, 기보르와 함께했던 모의가 이미 테트라의 귀에 들어갔다는 의미일 것이다.


“언제 봐도 이곳은 생명이 넘쳐나는 군요.”


엘의 방은 크고 넓었다.

심지어 예호바의 방보다도 더 크고 넓었다.

그렇다고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엘의 방에는 수많은 생명의 샘플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샘플은 이계의 샘플에서부터 그가 점령했던 헤세드의 생명, 그리고 지구의 생명들도 포함이었다.

수많은 생명체의 샘플들이 진열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공간이 비어 있었다. 더 채워 넣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여긴 올 때마다 놀라는 것 같아요. 샘플이 더 늘었군요.”


새롭게 생긴 샘플을 보며 테트라가 말했다.

테트라가 공학적, 마력적 실험과 연구를 중심으로 한다면 엘은 생물학적 실험을 주로 한다.

물론 체바오트 역시 생물학적 실험을 하긴 했다. 그러나 그는 오로지 쇼고스에만 매달렸었고, 그에 비해 엘은 모든 생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생명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발전하며 어디로 가는지, 각 세계마다 생명은 왜 전혀 다른 형태로 발전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했다.


“가지고 있던 궁금증은 조금 풀렸습니까?”


테트라가 물었다. 하지만 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더 모르겠습니다. 지구의 생명은 정말 신비합니다. 다른 세상과는 전혀 달라요.”

“어떻게 다르죠?”

“세상 자체가 멸망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위기를 여러번 겪었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더욱 생명체가 진화했어요. 이건 이상합니다. 우리 이계에서는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렇군요.”


테트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저는 그 이유를 세계수에서 찾고 있습니다.”

“세계수요? 하지만 지구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세계수가 나타난 것 아닌가요?”


테트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자 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그게 착각입니다. 지구에는 원래부터 세계수가 있었습니다. 그게 하나의 거대한 형태로 지금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에 나눠서 깃들어져 있었죠,”

“호! 그래요?”

“네. 그게 제가 지금까지 찾아낸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세계수는 뭐죠?”

“그건······ 어쩌면 세상의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세계수 스스로의 의지일지도 모릅니다.”


침묵이 이어졌다.

엘의 말은 지금이 세상의 위기고, 그 위기를 초래한 존재가 자신들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발언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를······”


엘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테트라는 예호바의 측근이다.

예체도, 기보르도, 그리고 이미 죽어버린 그 모두도 테트라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이유는 하나, 그가 바로 예호바의 측근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엘의 물음에 테트라가 빙긋 웃었다.


“내가 찾아온 이유요?”

“네. 무슨 일로······”

“이미 내가 왜 왔는지 알고 있지 않나요?”


오히려 테트라가 물었다.

엘의 추측이 맞다면 테트라는 알고 있는 것이다. 셋이 연합을 해 에흐예를 공격하기로 했다는 것을.

그리고 테트라고 알고 있다면 예호바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후-”


엘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다 알고 있군요.”

“그럼요.”

“예호바 님도 알고 있습니까?”

“당연한 이야기를.”

“나를······ 말리려 온 겁니까?”


엘이 테트라를 보며 물었다.


“말려요? 하하하! 아하하하!”


갑자기 테트라가 크게 웃었다. 오히려 그 웃음에 엘이 당황했다.


“왜, 왜 웃는 겁니까?”

“하하하. 전에 예호바 님이 말했죠? 자신은 간섭하지 않겠다고. 그러니 마음대로 하라고.”

“아! 그, 그렇게 말하긴 했죠.”

“그 분의 의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엘 당신을 말리려 온 게 아니에요.”


의외였다.

엘은 테트라가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는 당연히 자신을 말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라니. 그렇다면 여긴 왜 온 걸까?


“그러면 절 찾아온 이유가······?”

“조언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조언이요?”

“네. 당신을 위한, 그리고 당신의 꿈을 위한 조언이죠.”

“꿈을 위한 조언?”


테트라가 빙긋 웃었다.


“엘! 나는 당신을 압니다. 나와 같이 연구에 매달리는 자들이 가지는 꿈을 알아요. 난 그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온 겁니다.”


테트라의 말에 엘은 반신반의했다.

그가 이렇게 자신을 돕겠다고 나서는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했다. 하지만 도움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좋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죠.”


엘이 테트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요. 란 테고스(Rhan Tegoth). 당신의 길을 알려주는 나에게 감사해야 할 겁니다.”


테트라가 웃으며 엘의 본명을 말했다.


***


이집트 쿠푸왕의 대 피라미드 위에 예체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기보르도 함께였다. 하지만 엘이 보이지 않았다.

예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금쯤 나타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예체가 기보르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기보르라고 엘이 왜 나타나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아직 약속한 시간은 되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약속 시간이 되라면 1분 정도 더 있어야 했다.

예체와 기보르는 약속 장소에 미리 왔지만 엘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정확하게 시간이 약속 시간을 가리키는 순간 포털이 열리며 엘이 나타났다.

예체와 기보르가 엘이 나타나자 그에게 다가갔다.


“왜 이제야 나타난 거죠?”


다짜고짜 예체가 엘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엘은 멍한 표정으로 예체를 봤다.


“나는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늦지도 않았고.”

“우리는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게 내 문제인가요?”


엘의 날선 반응에 오히려 기보르가 듣고 있다가 놀랐다. 평소에 엘이 보여주는 모습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만 하죠. 늦지 않게 도착했으니 이제 우리의 목적을 위해 이동합시다.”


기보르의 말에 예체가 짧은 신음을 흘리더니 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럽시다. 부디 에흐예 앞에서는 늦게 행동하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예체는 여전히 날선 반응을 보였다.


“왜 시작도 전에 같은 편끼리 싸움질이야?”


그때 그들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예체와 기보르가 놀라 위를 봤다.

허공에 누군가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에흐예, 류신이었다.


“여, 여길 어떻게······”


예체가 놀라며 물었다.

확실히 놀랐다. 은밀하게 움직였다고 생각한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모이는 장소에 떡하니 류신이 나타났으니 놀랄 수밖에.


정작 자신들이 찾아가 공격할 대상이 제 발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니 좋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직접 나타난 것은 결국 무언가 대비가 되어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잘 됐군. 여기서 저 놈을 없애버리면 되니까.”


예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기보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엘은 잠자코 있었다.

류신을 보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예체가 이 자리에서 류신을 처리하자고 할 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예체와 기보르는 뭔가 엘에게서 이상한 것을 느꼈다. 평소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엘에게 따져 물을 수는 없었다.

눈앞에 에흐예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 여기서 한바탕 하는 것도 좋겠지. 그런데 나도 솔직히 셋은 무리야.”


류신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런 류신의 말에 예체와 기보르가 빙긋 웃었다.

자신들 셋이면 에흐예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셋은 무리고······ 둘은 어떻게 상대해볼 만하겠어.”

“뭐? 둘을 혼자서?”


물론 예체는 이런 류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 혼자서 둘을 상대한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자토스에게 엄선된 존재인 자신들이다.


“네가 우리 동료들 셋을 죽인 건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 둘을 동시에 상대한다고? 그게 가능할 것 같나?”

“시험해 볼래?”


류신이 빙긋 웃었다.

예체와 기보르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것은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면 둘이 상대하면 되겠군요.”


갑작스러운 엘의 말에 예체와 기보르가 놀란며 고개를 돌렸다.


“난 세계수로 가죠.”


엘은 태연하게 예체와 기보르를 놔두고 뒤로 돌았다.

갑작스러운 엘의 행동이었다.


“잠깐! 엘 당신!”


그때 다시 류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날 앞에 두고 한눈 파는 거야? 대단한 용긴데?”


예체가 고개를 돌려 류신을 봤다.

그러는 사이에 엘은 포털을 만들었다.

포털 너머로 세계수가 보였다.


“엘! 당신 무슨 꿍꿍이지?”


예체가 류신을 경계하며 엘에게 물었다.


“꿍꿍이같은 건 없어. 마지막에 날 배제하려 했던 꿍꿍이를 가진 건 당신들 아니었나?”


순간 예체와 기보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냐. 그런 적 없어.”


기보르가 외쳤다. 그러나 엘은 단호했다.


“그런 말을 둘이 한 적이 없다고?”


엘의 물음에 예체와 기보르는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둘은 나약한 느낌의 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테트라와 예호바는 자신들의 일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엘을 합류시킨 것.

에흐예를 처리하고 엘도 처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둘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걸 엘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예체는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 그걸 물을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하! 내 상대가 정해졌네.”


류신이 다시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엘은 포털 안으로 사라졌다.

예체와 기보르는 황당했다. 여차하면 세계수를 차지하는 것은 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둘이 빨리 에흐예를 처리하고 세계수로 갑시다.”


기보르가 흥분해 씩씩거리는 예체를 보며 말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예체는 씩씩거리면서도 류신을 노려봤다.


“네 놈을 여기서 찢어 죽여주마.”


예체가 외치며 류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류신이 빙긋 웃었다.


***


엘은 포털을 나섰다.

거대한 세계수가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다가가 세계수를 살펴보고 싶었다. 어떻게 세상에 생명을 퍼트리는지 연구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엘의 앞을 막아서는 자가 있었다. 바로 레인이었다.

엘은 레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은 모습이 익숙하지 않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멜렉?”


한참을 바라보던 엘이 드디어 레인이 멜렉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그래요. 멜렉이에요.”

“하하하! 진짜 얼굴은 처음 보는군요.”

“그래요. 오랜만이에요.”

“살갑게 인사를 주고받을 분위기는 아니네요.”


엘이 주변을 돌아봤다.

다들 몸을 숨기고 있었다. 유리엘도, 세로도, 이영철도, 그리고 각 세상의 영웅들도.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는 것은 요르와 펜리르, 헬이 유일했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다들 걱정이 많아서요. 그리고 저들은 제 말도 안 듣는답니다. 원래 세계수를 지키는 것이 저들의 본분이니까요,”


레인이 요르와 펜리르, 헬을 가리켰다.

엘은 단박에 요르와 펜리르, 헬이 강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각각 하나씩 상대한다면 자신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셋이 한꺼번에 덤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영웅들과 멜렉까지 있는 자리다. 절대적으로 엘이 불리했다.


“우선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레인이 엘을 보며 말했다.


“이야기?”

“네. 이야기.”


래인이 웃었다. 엘은 레인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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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신은 죽었다 +1 23.09.12 391 7 12쪽
108 결렬 +1 23.09.11 383 7 13쪽
107 생명의 씨앗 +1 23.09.08 397 8 12쪽
106 넘을 수 없는 벽 +1 23.09.07 401 8 12쪽
105 종말의 선언 +1 23.09.06 440 8 12쪽
104 요동치는 세계 +1 23.09.05 453 7 12쪽
103 드디어 만난…… +1 23.09.04 403 9 12쪽
102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1 23.09.01 462 9 12쪽
101 최악의 상성 +1 23.08.31 399 9 12쪽
100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1 23.08.30 456 8 12쪽
99 세상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2 23.08.29 418 10 12쪽
98 진정한 용사 +1 23.08.28 421 10 12쪽
» 원하는 길로 가는 것 +1 23.08.25 441 12 12쪽
96 인원 보충 +1 23.08.24 442 10 13쪽
95 경고 +1 23.08.23 450 11 11쪽
94 연합 결성 +1 23.08.22 455 10 12쪽
93 하지 말라면 하지 마 +1 23.08.21 447 11 12쪽
92 사라져야 하는 것들 +1 23.08.18 46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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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신이라고 하지 마라 +1 23.08.14 471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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