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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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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120,943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8.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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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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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진정한 용사

DUMMY

엘은 우선 몸에 두르고 있던 흉흉한 기운을 풀었다.


“나와 무슨 이야기를 하겠는 거죠? 나는 지금 세계수를 차지하겠다고 여기에 와 있어요. 그리고 멜렉······ 당신은 나를 막겠다고 동료들을 모았고. 우리 사이에 대화가 필요할까요?”


엘은 회의적이었다. 기운은 풀었지만 대화는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을 떠보려 하거나,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꼼수가 아닐까 생각했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요.”


레인은 차분히 말했다. 흥분하지도 않았고, 도발하지도 않았다.

그런 레인을 보며 오히려 엘은 화를 내기도, 먼저 덤벼들기도 무척 애매한 상황이었다.

차라리 멜렉이 없었다면 곧바로 싸움에 돌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멜렉으로 인해 싸움이 지연되고 있었다.


“문제의 해결이라······ 내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군요.”


엘은 웃었다.

그가 가진 생각, 그가 가진 미래에 대한 희망은 아무도 모른다. 어느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았으니까.


“당신이 떠나온 이계에서 생명이 넘치는 것을 꿈꾸겠죠.”


순간 엘은 말문이 막혔다.

그가 꾸는 꿈을 멜렉이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걸 어떻게······”


엘은 당황했다.


“그래도 2년이나 얼굴 맞대고 지냈는데 그 정도 모르겠어요?”


그러고 보니 멜렉도 자신들과 같은 편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모두 모여서 함께 이야기도 참 많이 했었다.


“언젠가 나에게 세계수를 한번 보고 싶다고 했던 적이 있어요. 기억나나요?”

“기억······ 나요,”


그랬다. 그랬던 기억이 분명히 있다.

모두 모여서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멜렉의 지역에 세계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엘은 언제 한 번 초대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때 흔쾌히 그러겠다고 말했던 멜렉이었지만, 정작 기회는 없었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엘!”


레인이 엘을 불렀다.


“난 당신의 진짜 이름도 몰라요. 하지만 당신이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짜인 것을 알죠.”

“······”

“세계수는 세상의 생명을 퍼트리고, 유지하는 중요한 존재예요. 그러니 세계수는 다치거나 죽으면 안 돼요.”

“궁금한 게 있는데······”


엘이 레인의 이야기를 잘랐다.


“저 세계수는 이 세상만 풍요롭게 만드는 건가요?”


엘이 레인 등 뒤의 세계수를 보며 물었다.


“맞아요. 세계수는 분명 당신의 세상에 도움이 될 겁니다.”

“도움이 된다고? 그걸 어떻게 알죠?”

“세계수는······”


레인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점점 엘의 표정이 굳어졌다.


***


예체의 몸이 거대해졌다.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몸에 팔과 다리도 거대해졌다.

엄청난 위력으로 팔이 휘둘러졌고, 류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텅!


순간 예체의 팔이 무언가에 막혔다.

아니 막힌 것을 떠나 힘에서 밀려났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예체가 힘으로 밀린 것이다.


힘에 밀려난 예체가 류신을 봤다.

조금 전까지는 없었던 존재가 서 있었다.

아무 천 조각이나 가져다 몸에 걸친 것 같은 여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여성의 손에는 양손에 도끼가 들려 있었다.


여성의 몸을 덮고 있는 천 조각이 바람에 나부끼듯 이리저리 흩날렸다.

그러나 어딘지 이상했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천 조각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자유자재로 나부끼는 천 조각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았다.


“넌 뭐냐?”


예체가 여성을 보며 외쳤다. 그러나 여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예체를 바라볼 뿐이었다.


“타이밍 좋네. 카일?”

“생각보다 별론데?”


여성은 카일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걸친 천 조각은 사실은 최고의 방어구이기도 했다. 신의 피부라는 이름을 가진 천 조각은 말 그대로 살아있으며 스스로 방어를 해낸다.


“벼, 별로라고?”


예체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커진 그의 덩치는 조금 더 커졌다.

하지만 류신도, 카일도 그런 덩치를 키우는 모습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주변에도 워낙 덩치를 키우는 존재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르도, 펜리르도, 헬도 툭하면 덩치를 키우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덩치 하면 빠지지 않는 레비아탄, 베헤모스, 지즈까지 있으니.


“어떻게 할까? 저 녀석은 네가 맡을래?”


류신이 예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카일이 도끼를 설렁설렁 흔들며 예체에게 다가갔다.

예체는 어이가 없었다. 에흐예도 아니라 고작 인간 한 명이 자신을 막기 위해 나섰다는 것 자체가.


“너희 둘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 버리겠다.”


예체가 이를 뿌드득 갈며 외쳤다. 그러나 예체의 외침은 이내 공허해졌다.

순식간에 카일의 모습이 바로 예체의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눈 팔지 마.”


카일이 도끼를 휘둘렀다.


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다시 예체가 날려졌다. 그리고 카일이 빠르게 뒤쫓았다.

둘의 싸움을 바라보던 류신이 이번엔 혼자 남은 기보르를 봤다.


기보르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지배자 셋을 죽인 존재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 있었다. 둘이나 셋이 상대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혼자 상대해야 하는 에흐예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컸다.


“왜? 정작 나와 맞서니까 이길 자신이 없어?”


류신이 물었다.

기보르는 속으로 뜨끔했다. 생각을 들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계에서 자신은 그래도 지역의 신들에게 숭배받는 존재였다.

함께 온 다른 지배자들과 비교해도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고 믿고 있었다.

신들의 신이 자신이라고.

물론 아자토스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초라한 존재였지만.


“저기는 신경쓰지 말고······ 넌 이름이 뭐냐?”

“내 이름?”

“그래. 이름.”

“우보 사틀라(Ubbo Shatla). 그게 내 이름이다.”

“우보 사틀라? 이번엔 이름이 좀 쉽네.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은 왜 묻는 거지?”


기보르, 아니 우보 사틀라가 물었다.


“그거야······ 내 손으로 죽일 놈인데 이름 정도는 알아야지.”


류신이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강한 충격파가 우보 사틀라를 덮쳤다.

덕분에 그가 쓰고 있던 가면이 날아갔다.

우보 사틀라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곳에 얼굴이라고 할만한 형태는 보이지 않았다.


류신이 우보 사틀라의 모습을 보며 인상을 썼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았다.

물론 우보 사틀라를 봤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드러난 그의 모습이 꽤 익숙했다.


“분명 어디서 봤는데.”

“나를 봤다는 말인가?”


류신의 공격에도 우보 사틀라는 의외로 담담했다.

가면이 날아가고 망토가 찢겨 모습이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아니, 오히려 우보 사틀라는 자신감이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방름 류신의 공격을 받아냈다.

속도는 물론 공격 방향도 알 수 없었다.

만약 류신의 공격이 치명적이었다면 우보 사틀라는 반항할 의지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멀쩡했다. 충격은 있었지만, 그것이 데미지로 이어지지 않았다.

가면이 날아가고 망토가 찢긴 것이 전부였다.

그는 이 정도의 공격이라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것이 류신의 힘의 전부라면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아! 기억났다!”


우보 사틀라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을 때 류신이 외쳤다.


“뭘 닮았는지 떠올랐어.”

“무슨 소리냐. 내가 누굴 닮아.”

“집신벌레.”

“뭐?”

“짚신벌레라고 있어. 너처럼 생긴 거.”


우보 사틀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실제 얼굴이 일그러진 것이 아니라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우보 사틀라의 몸은 반투명해 보였다. 몸 안에 다양한 것들이 비쳐 보였으니까.

그러나 비쳐 보이는 것은 심장이나 위와 같은 장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단세포 생물의 몸 안에 들어 있는 새포핵이나 염색체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류신은 우보 사틀라의 모습을 보며 짚신벌레를 떠올린 것이다.


“고작 나를 벌레레 비유했단 말인가? 너무 기고만장하구나.”


우보 사틀라가 드디어 화가 난 듯 몸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이놈이자 저놈이나 다 몸이나 부풀리고······ 풍선이야? 뭐야? 크다고 강한 게 아닌데.”


류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멀리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쾅!


소리에 류신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우보 사틀라의 몸에서 세포 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류신으 향해 날아갔다.


***


예체의 긴 팔이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졌다.

카일은 날아오는 팔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카일의 몸이 그대로 피라미드를 향해 내리꽂혔다.


쾅! 콰릉!


피라미드에 정통으로 박은 카일이 안으로 뚫고 들어갈 정도였다.


“크하하. 고작 그 정도로 이 예체 님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예체는 의기양양했다.

털복숭이처럼 길어진 팔과 뚱뚱한 몸, 그리고 납작한 머리는 흉측한 짐승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예체가 바라보는 류신과 기보르도 싸우고 있었다. 빨리 합류해 기보를 도우면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 피라미드 잔해를 헤치며 카일이 다시 나타났다.

차벅햤던 충격에 비하면 카일은 평온해 보였다. 소리와는 달리 별다른 충격을 받은 느낌도 아니었다.


“그대로 있었다면 목숨을 구했을 것이다.”


예체가 카일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카일은 오히려 피라미드를 바라봤다.


“안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이제 알았네. 늘 궁금했는데.”


카일은 오히려 피라미드 내부 구조를 알게 된 것을 신기해했다.

다시 예체가 카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예체를 카일이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너도 피라미드 안이 궁금해? 그러면 들어가서 봐.”


카일이 예체를 보며 말했다.

그 순간 예체가 카일의 몸을 한 손으로 덥석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피라미드에 처박으려 했다.

카일이 붙잡힌 상태에서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오히려 예체의 팔이 꺾였다.


우두득!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예체의 몸이 허공에서 크게 휘청거렸다.

순식간에 상황이 반대가 되었다.

카일에 의해 예체가 그대로 피라미드에 처박힌 셈이 되었다.


쾅! 콰직!


예체의 덩치가 더 크다 보니 피라미드도 더 크게 파괴되었다.


“크흑!”


예체의 몸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자신을 이렇게 가볍게 처리하는 인간의 존재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네, 네놈의 정체가 뭐냐?”


예체가 물었다.


“나? 나는 그냥 인간이야. 남들보다 조금 강한?”

“조, 조금 강하다니. 네가 조금 강한 정도라는 거냐?”

“솔직히 말하면 많이 강하긴 해. 겸손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네.”

“빌어먹을!”


피라미드 파편을 헤치며 예체가 다시 뛰어 올랐다.

다시 카일을 향해 손을 뻗은 예체였다. 그러나 예체는 손쉽게 피하고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발로 예체의 머리를 차버렸다.


빡!


예체의 몸은 이번엔 중력의 영향까지 받아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크흑!”


예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곧바로 카일이 예체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예체는 몸을 재빨리 빼내 피했고, 카일의 주먹은 바닥을 때렸다.

카일의 주먹에 바닥이 박살이 났다.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같았다.


“네 놈! 진정한 지배자, 진정한 파멸자의 힘을 보여주마!”


예체가 소리쳤다.


“그래. 좀 보여줘뫄. 나도 세상이 선택한 진정한 용사의 힘을 좀 보여주게.”


카일도 지지않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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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진정한 신은 나대지 않아 +1 23.09.13 392 9 12쪽
109 신은 죽었다 +1 23.09.12 391 7 12쪽
108 결렬 +1 23.09.11 383 7 13쪽
107 생명의 씨앗 +1 23.09.08 397 8 12쪽
106 넘을 수 없는 벽 +1 23.09.07 401 8 12쪽
105 종말의 선언 +1 23.09.06 440 8 12쪽
104 요동치는 세계 +1 23.09.05 454 7 12쪽
103 드디어 만난…… +1 23.09.04 404 9 12쪽
102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1 23.09.01 462 9 12쪽
101 최악의 상성 +1 23.08.31 399 9 12쪽
100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1 23.08.30 456 8 12쪽
99 세상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2 23.08.29 418 10 12쪽
» 진정한 용사 +1 23.08.28 422 10 12쪽
97 원하는 길로 가는 것 +1 23.08.25 441 12 12쪽
96 인원 보충 +1 23.08.24 443 10 13쪽
95 경고 +1 23.08.23 450 11 11쪽
94 연합 결성 +1 23.08.22 455 10 12쪽
93 하지 말라면 하지 마 +1 23.08.21 447 11 12쪽
92 사라져야 하는 것들 +1 23.08.18 466 10 13쪽
91 소류신의 하루 +2 23.08.17 491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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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싹수가 노란 건 변하지 않는다 +1 23.08.15 486 11 12쪽
88 신이라고 하지 마라 +1 23.08.14 471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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