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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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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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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5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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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5,145

작성
23.09.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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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진정한 신은 나대지 않아

DUMMY

예호바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류신이 올 거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회복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분명 나름 꽤 강한 데미지를 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이! 아까는 꽤 아팠어.”


류신이 비릿하게 웃으며 예호바를 봤다.


“후- 좋아. 뭐 여기까지 왔으니까······ 아직 우리의 동맹은 유효하지 않나?”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우리의 동맹은 신을 죽일 때까지야. 잊지 않았겠지?”


류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신을 봤다.


처음 그를 봤을 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많이 약해졌다. 볼이 패이고 팔과 다리도 말라 있었다.

신도 다이어트를 하나 싶을 정도로 말라버린 몸은 바람만 조금 불어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


“뭐야? 당신 신 맞아?”


류신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을 정도였다.

신이 미소를 지었다.

저 미소를 류신은 잊지 않았다. 가끔 보여주는 저 미소는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똑같은 미소인데 어느 때는 인자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느 때는 야비해 보이기도 하니까.


“젠장. 신 맞네. 먹을 게 없었나? 왜 이렇게 말랐데?”

“반갑구나. 에흐예.”


신이 드디어 입을 열고 류신에게 말을 걸었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신의 목소리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뭐······ 나한테 할 말 없소?”


류신이 물었다. 신이 그런 류신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전부 죽었구나.”

“전부 뒈졌지. 당신이 만든 지옥도에.”


예호바가 끼어들었다. 하지만 신은 예호바의 말은 무시했다. 오히려 류신만 바라봤다.


“맞아. 모두 죽었어. 레인도. 나머진 아자토스 부하들에게 죽었고.”

“아자토스······”

“그래. 아자토스. 당신 형이라고 하던데.”

“맞아. 내 형이지. 함께 세상을 만들었어.”

“그리고 내쫓았고.”

“그래도 용케 내 형을 이겼구나.”


신은 이번에도 류신을 보며 말했다. 예호바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내가 이겼어. 내가 잡았어. 내가 아자토스를 죽였어. 그리고 그 힘이 내 안에 있어.”


예호바의 외침에 신이 잠깐 시선을 줬다가 다시 류신으로 향했다. 신은 철저히 예호바를 외면하고 있었다.


“애썼다. 세상을 지키느라.”


신이 류신의 팔을 어루만졌다.

따뜻함이 느껴졌다. 몸은 마르고 약해 보였지만 여전히 신의 몸 안에는 거대한 힘이 남아있었다.


“속지 마! 저놈의 말에 속지 말라고. 자신을 죽이려는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거야.”


예호바가 외쳤다.

류신은 잠시 예호바를 바라봤다.


“잠깐의 대화일 뿐이야. 넌 천만년을 넘게 기다렸다며. 그런데 몇 분을 더 못 기다려?”


류신의 말에 예호바의 말문이 막혔다.

류신은 신에게 시선을 던졌다.

신은 류신을 인자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마치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표정이었다.


“모든 게 다 당신이 만든 그림인가? 파멸자도······ 아자토스도?”


궁금했다. 각 세상에 아자토스의 부하들이 쳐들어올 것을 예상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가 지구로 쳐들어오는 것도 예상했던 것일까?


“언젠가는 온다고 생각했지. 허나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속지 말라고.”


예호바는 여전히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류신은 그런 예호바를 외면하고 다시 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만든 열 개의 세상은 뭐지? 그렇게 망해서 사라질 운명이었나? 지구와는 뭐가 다른 거지?”

“그 세상들은 지구를 만들고 나서 찾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만든 세상이란다. 그러나 실패했지. 오히려 세상에 살아남은 건 지구야.”


열 개의 세상이 지구를 토대로 문제를 보완한 세상이었다니. 그런 것 치고는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세상이었다.

신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허술했다.


“우린······ 신의 대리인은 파멸자를 상대하기 위한 소모품인 거야?”


드디어 묻고 싶던 것을 물었다.

갑자기 끌려와 신의 대리인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을 지키라는 임무를 받고도 모두 실패했다. 살아남은 자들도 있지만 세상은 전부 멸망했다.

아자토스가 보낸 파멸자들에 의해서.

그것은 류신의 세상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막으려면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막는다고 해서 세상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미 류신이 다스리던 케테르는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인간들의 분쟁은 극에 달했고, 자연은 점점 가혹해져갔다. 연일 신의 대리인을 찾아 호소하는 자들만 들끓었다. 그런 세상에서 과연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란다. 말 그대로 세상을 잘 다스리고 유지하기를 바랐지. 나는 과거 지구에 수많은 상처를 줬단다.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지. 그런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어.”


신은 과거를 회상하는 아련한 표정이었다.


“속지 마.”


예호바는 여전히 류신에게 외쳤다. 신의 감언이설에 속지 말라고.


“나에게 준 이 힘은 뭐지?”


류신이 다시 신에게 물었다.


“세상을 지키기 위한 힘이란다. 이제 나는 얼마 남지 않았거든. 그래서 너를 선택한 거지.”


신의 말에 예호바가 발끈했다.


“에흐예를? 어째서지? 젠장! 왜 에흐예야. 내가 더 많이 고생했잖아. 난 무려 천만 년이나 고생했잖아. 부려 먹을 만큼 부려 먹고 버리는 거야?”


예호바가 당장이라도 신을 향해 달려들 것만 같았다.

신이 그런 예호바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벤자민. 너를 챙기지 못해 미안하구나. 너를 고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자만했었어. 너의 마음의 병은 너무 깊구나.”

“마음의 병? 웃기네. 그 병을 누가 줬는데? 누구 때문에 생긴 병인데?”

“너를 선택할 때부터 너는 병들어 있었단다.”


신의 말을 듣자 예호바, 아니 벤자민은 갑자기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늘 학대받던 모습이, 늘 외면받던 노력이, 늘 버림받던 삶이.

신의 대리인이 되었을 떼 기뻤다. 이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목도 받았다. 하지만 이내 예호바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가끔 필요할 때만 찾는 인간들의 모습에 예호바는 분노했고, 예호바는 그런 인간들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너의 선택을 원망하지 않는단다. 그것 또한 내가 만들어낸 나의 죄니까.”


신이 벤자민을 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나의 선택이라니?”


벤자민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류신은 순간 깨달았다. 신과 벤자민 사이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더 못 들어 주겠어. 당신은 죽어야 해.”


벤자민이 손에 기운을 끌어올리며 다가왔다. 하지만 류신이 다시 앞을 막아섰다.


“네가 날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벤자민이 류신을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넌 나를 아직 잘 몰라.”


류신 역시 싸늘한 말투로 벤자민을 보며 말했다. 둘이 부딪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때 류신의 팔을 다시 신이 어루만졌다.


“괜찮다. 어차피 내 운명인 것을.”


신의 말에 류신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비켰다. 그렇게 벤자민과 신이 마주섰다.

어째서 자신이 비켜섰는지 류신은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다. 어쩌면 신이 그의 의지를 류신에게 보내 실현하게 한 것인지도 몰랐다.


이제 신과 벤자민이 마주 보고 있었다. 오히려 류신이 한 걸음 떨어져 둘을 바라봤다.


“한때는 너를 생각했었다.”

“거짓말.”

“한때는 네가 내 뒤를 이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거짓말이야.”


신의 말에 벤자민은 거짓말이라며 응수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신의 승리였다. 흥분하는 것은 벤자민뿐이었다.


“넌 정말로 한때 잘 해주었다.”

“그런데 왜지? 왜 나를 외면했지?”


신이 물끄러미 벤자민을 바라봤다. 그 시선은 측은함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신의 감정 모두가 류신에게 흘러들어왔다. 무척 자연스럽게.


“세상을 그대로 놔둘 필요도 있었단다.”

“······”


신의 말에 벤자민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상을 그대로 돌아가게 놔두는 것도 필요했어. 허나 너는 모든 것을 너의 기준으로 고치려 했지.”

“바로잡으려는 거였어.”

“세상에는 정답이 없단다.”

“당신도 그랬잖아. 그래서 열 개의 세상이나 만들었잖아.”

“그래서 후회하고 있지. 내가 한 짓을.”


신의 후회라니.

벤자민은 물론 류신도 할 말이 없었다.


“왜? 왜 알려주지 않았지? 난 배울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벤자민의 목소리는 이제 애원에 가까웠다. 호소와 다름없었다.


“그건······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란다. 깨닫는 것이지.”


그리고 신은 류신을 봤다.


“에흐예는 잘해주었지.”


류신은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귀찮아서 손대는 것을 그만둔 그였다. 그런데 그것이 잘 된 것이라니.


“벤자민. 내가 배운 게 뭔지 아니? 신은 나대지 않는 거란다.”


신이 드디어 최후 통첩을 내렸다. 벤자민은 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오히려 류신이 통과였다.

하지만 류신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 다음의 신에 어울리는 것은 에흐예란다.”

“누구 마음대로?”


류신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벤자민이 적의를 가득 담은 시선을 보냈다.


“누가 내 미래를 마음대로 정하래?”


류신이 신을 향해 다가갔다.

신은 우두커니 선 채 류신을 바라봤다.


“내가 당신을 죽이기로 결심한 이유가 뭔지 알아?”

“······”

“신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야. 신이라는 게 하등 세상에 도움이 안 되거든.”

“그래. 맞는 말이야. 신의 존재는 세상에 별 도움이 안 되지.”

“그래서 없애버리는 거야. 신이 없는 세상. 좋잖아.”

“허나 믿음까지 없어져서는 안 돼.”

“그렇게 사람들에게 숭배받고 싶은 거야?”

“아니란다. 그것은 오로지 인간들을 위한 것이야. 의지할 데가 사라진 인간의 절망은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법이야. 최소한의 의지할 곳을 남겨두는 게 필요해.”

“······”

“그것을 네가 해줬으면 좋겠구나.”


신이 공식적으로 류신에게 다음 신을 제안했다.


“웃기지 마!”


벤자민이 푹발했다. 자신이 하고자 했던 신의 자리를 류신에게 빼앗긴 셈이니 말이다.


“당신 죽여버리고 내가 하면 돼. 여차하면 저 에흐예도 죽여버리면 돼.”


벤자민이 류신을 노려봤다. 그 순간 류신이 한마디 했다.


“이봐! 신은 나대지 않는 거라잖아. 그런데 넌 지금 너무 나대는데?”


류신이 한마디 했다.


“이걸 받아 내고도 계속 그 얘기를 하나 보자.”


거대한 무형의 기운이 갑자기 류신을 덮쳤다. 류신의 몸이 그대로 바벨탑으로 날려졌다. 벽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간 류신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 멈췄다.

눈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제껏 이런 기운은 본적 없었다. 아자토스를 흡수하고 생긴 세로운 기술일 것이다.


“이제 당신 차례야. 내 힘을······”


벤자민은 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신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신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무너진 바벨탑 벽 구멍 사이로 신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신은 류신의 바로 옆에 가 있었다.


신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류신은 그런 신의 손을 툭 쳐냈다.


“됐어. 필요없어. 저 새끼는 내가 죽여.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류신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거대한 기운이 몸에 맺혔다.


“레인은 그렇게 죽으면 안 됐어. 그 녀석만큼은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거였어.”


류신이 바벨탑 밖으로 걸어나갔다.

드디어 두 거대한 기운이 마주섰다.

류신과 벤자민, 에흐예와 예호바의 대립이었다.

다시 지구 전체가 부르르 떨렸다.

둘의 싸움을 두려워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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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신은 나대지 않아 +1 23.09.13 393 9 12쪽
109 신은 죽었다 +1 23.09.12 392 7 12쪽
108 결렬 +1 23.09.11 384 7 13쪽
107 생명의 씨앗 +1 23.09.08 398 8 12쪽
106 넘을 수 없는 벽 +1 23.09.07 402 8 12쪽
105 종말의 선언 +1 23.09.06 441 8 12쪽
104 요동치는 세계 +1 23.09.05 454 7 12쪽
103 드디어 만난…… +1 23.09.04 404 9 12쪽
102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1 23.09.01 462 9 12쪽
101 최악의 상성 +1 23.08.31 400 9 12쪽
100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1 23.08.30 456 8 12쪽
99 세상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2 23.08.29 419 10 12쪽
98 진정한 용사 +1 23.08.28 422 10 12쪽
97 원하는 길로 가는 것 +1 23.08.25 441 12 12쪽
96 인원 보충 +1 23.08.24 443 10 13쪽
95 경고 +1 23.08.23 451 11 11쪽
94 연합 결성 +1 23.08.22 455 10 12쪽
93 하지 말라면 하지 마 +1 23.08.21 447 11 12쪽
92 사라져야 하는 것들 +1 23.08.18 467 10 13쪽
91 소류신의 하루 +2 23.08.17 491 9 13쪽
90 동생만 아니면 그냥 +3 23.08.16 49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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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신이라고 하지 마라 +1 23.08.14 471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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