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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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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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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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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9.0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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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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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DUMMY

펜리르의 몸에서 자라난 흉측한 촉수들이 류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촉수는 류신의 몸에 닿지 못했다.

하얀 불꽃이 류신의 몸 주변을 채웠고, 날아드는 촉수들을 태워버렸다.


끼이이이익-


끔찍한 소리와 함께 촉수들이 하얀 불꽃에 휩싸였다. 그리고 하얀 불꽃은 그대로 펜리르의 몸으로 옮겨붙었다.

불꽃이 펜리르의 몸을 덮었다.

펜리르 역시 고통을 느끼는 듯 이리저리 마구 몸을 비틀어댔다.


“이게 무슨 짓이지? 우리를 죽이려는 거냐?”


요르가 발끈하며 외쳤다.


“언제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더니······ 갑자기 형제애가 막 치솟아?”


류신이 요르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요르의 거대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그 기운은 류신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옆에서 레인이 그런 요르를 말렸다.


“저길 봐요.”


레인의 말에 요르가 시선을 돌렸다. 그것은 하얀 불꽃에 불타고 있는 펜리르였다.

하지만 펜리르는 멀쩡했다. 하얀 불꽃 속에서도 그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우뚝 서 있었다.

불꽃이 점점 사그라들었고, 펜리르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류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의 몸을 흉측하게 뒤덮었던 촉수들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고맙다.”


펜리르가 감사를 전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촉수에 몸이 지배당했을 때의 기분을 펜리르는 잊을 수 없었다. 그 불길하고 음습한 기분을.

이건 확실히 감사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었다.


“괜찮아. 어차피 놈들은 내가 상대해야 했어. 시간을 좀 벌어주길 바랐을 뿐인데······ 나름 잘 버텼네.”


류신이 엘을 향해 다가갔다.

엘이 흉측한 촉수들을 곤두세우며 류신을 노려봤다.


“나의 두 동료는?”


엘이 물었다.


“물론 죽었어. 하나는 내 손에······ 그리고 하나는 쟤 손에.”


류신이 카일을 가리켰다. 넝마를 걸치고 검을 들고 있는 카일이 무덤덤한 얼굴로 엘을 봤다.


“고작 저 인간 여자에게 내 동료가 죽었단 말인가?”

“고작이라니. 저래 보여도 세상의 선택을 받은 용사야.”

“세상의 선택?”


그때 카일이 류신의 옆으로 다가왔다.


“베어 버릴까?”


카일이 물었다. 하지만 류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저 녀석마저 베면 넌 더 크게 후회할 거야.”

“하나 더 죽인다고 큰 차이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안 돼. 널 위해서야.”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그녀의 옆에 유리엘이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보고 싶었어. 카일.”

“유리엘.”


카일은 유리엘을 보며 조금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나랑 대련해줘. 류신에게 대련해 달라고 해도 상대도 안 해줘.”

“당연하잖아. 그리고 나도 너랑 대련 안 해.”

“왜? 왜?”


유리엘이 불쌍한 얼굴을 한 채 카일을 봤다.


“넌 약하니까.”


카일이 말했다. 그녀의 말에 유리엘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물론 그런 유리엘과 카일을 바라보던 아홉 용사들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리엘을 약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

왕린도 유리엘과 싸워 이겼지만 그것은 꽤 호각세였다. 그러나 카일은 태연하게 말했다. 세상의 선택을 받은 용사이기 때문에.


그러는 사이 류신과 엘이 마주 섰다.

엘의 촉수들이 류신을 향해 스멀스멀 다가갔다. 그러다가 하얀 불꽃이 화르륵 타오르자 촉수들은 다시 엘의 몸으로 되돌아갔다.


“재미있는 불꽃이군.”

“당하면 재미없을 거야.”

“그 불꽃으로 내 동료를 죽였나?”

“맞아.”

“그런데 저 늑대는 죽지 않는군.”

“이게 또 내 말은 잘 듣거든. 착해요.”

“역시 재미있군.”


엘이 웃었다.


“난 너에게 기회를 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류신이 질문을 던졌다.


“기회?”

“그래. 기회. 세계수를 접할 수 있는 기회, 생명의 씨앗을 얻을 수 있는 기회, 네가 떠나온 이계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기회.”

“······”

“어째설까? 그 기회를 발로 걷어찬 이유가?”


류신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엘을 봤다.

하지만 엘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자토스를 대신해 이계로 돌아가 그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안 그래? 란 테고스?”


엘이 화들짝 놀랐다. 아직 류신에게 자신의 진명을 말하지 않은 그였다. 그런데 류신은 이미 엘의 진명인 란 테고스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내 이름은 누가 알려줬지?”

“내가 좀 정보망이 다양하게 많아.”


류신은 둘러댔다. 물론 예호바가 알려줬다고 말하진 않았다.


“네 이름만 아는 건 아냐. 네가 아자토스와 아주 각별한 사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


엘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졌다.

류신의 이 말에는 레인도 놀랐다.

그녀도 전혀 모르는 정보였다.


란 테고스도 놀랐다.

이 정보는 동료들도 전혀 모르는 정보였다.

물론 이 정보 역시 예호바에게 들었다. 그는 이미 란 테고스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류신도 궁금해 어떻게 알아낸 정보냐고 물었지만, 예호바 역시 알려주지 않았다.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그,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다.”

“비밀치고는 허술하게 관리했나 봐. 많이들 알고 있던데?”


물론 거짓말이다. 란 테고스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 지금으로선 본인을 제외한 예호바뿐이다.

물론 이 사실을 란 테고스가 알 리 없지만.


“그럴 리 없다. 그럴 리 없어.”


란 테고스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레인은 궁금했다. 도대체 류신이 알고 있는 비밀이 무엇이길래 란 테고스가, 엘이 이렇게 흥분하는지.


란 테고스의 촉수들이 곤두섰다. 그야말로 가장 분노했을 때의 모습이었다.

촉수들이 그대로 류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엔 하얀 불꽃을 이겨내기라도 하려는 듯 끊임없이 불꽃의 벽에 몸을 부딪치는 촉수들이었다.


그 모습을 류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바라봤다.

충분히 불꽃은 촉수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란 테고스의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촉수들도 끝을 알 수 없었다.


“후- 그냥 이계로 얌전히 돌아갈 생각은 없다는 걸로 알겠어. 그러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류신의 최후통첩이었다.

동시에 류신의 몸을 지키던 하얀 불꽃이 거대해지면서 그대로 란 테고스의 몸을 덮쳤다.


“으아아악!”


란 테고스가 불꽃에 타들어 가며 비명을 질러댔다.

끔찍한 고통에 란 테고스가 바닥을 데골데굴 굴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류신이 손을 한 번 저었다. 그러나 불꽃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란 테고스의 온몸은 불꽃에 입은 상처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촉수들은 여전히 생명을 유지한 채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전과 같이 공격적이지 못했다.

간신히 생명을 지키고 있는 듯했다.


류신이 천천히 다가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란 테고스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숨을 몰아쉬며 란 테고스가 류신을 노려봤다. 여전히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인내심으로 버티는 란 테고스였다.

물론 류신은 그가 버티든 비명을 지르든 관심이 없었고, 자신의 할 말 만 이어갔다.


“아자토스도 그렇고······ 너희도 그렇고······ 이계에서 자꾸 이쪽 우주로 넘어오는 이유가······ 결국 쫓겨난 이계라는 곳이 영 살 곳이 못 되기 때문이잖아. 안 그래?”

“······”

“그러니까 틈을 봐서 돌아오려고 그러는 거겠지.”

“······”

“아니면······ 풍요로웠던 이계를 아자토스가 박살을 내놨거나.”

“아, 아니다.”


힘겹게 란 테고스가 입을 열었다.


“아냐?”

“이계는······ 생명이 살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그런 곳이다.”

“오호! 그래?”

“그런 곳에서······ 아자토스 님은 생명을······ 키워냈다.”

“······”

“이 세상에 오는 이유는······ 복수다. 아자토스 님을 배신한······ 이 세상에 대한. 헉! 헉!”


이야기를 마친 란 테고스는 힘겨워 보였다.

태초의 불꽃 한 방에 쓰러진 나약한 파멸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건 모르는 거지. 이계를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나서 원래 그랬다고 하는지 어떻게 알아?”

“아니다. 절대로.”

“어떻게 확신하지?”

“나는······ 알고 있다.”

“그래? 네가 아자토스의 동생이라서?”


란 테고스가 류신을 노려봤다.

물론 이 말은 무척 작은 소리로 했기에 류신과 란 테고스만이 들었을 뿐이다.

그래도 란 테고스는 무척 조심스러웠다.


“넌 곧 죽어. 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죽을 때까지 꽤 고통스러울 거야.”


류신이 란 테고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빨리······ 죽여라.”

“아자토스에 대해서 말해주면.”

“뭘······ 말하라는 거지?”


란 테고스가 류신을 다시 노려봤다.


“아자토스 녀석······ 이지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 따위는 모두 알고 있는 거 아냐?”


순간 란 테고스의 표정이 흔들렸다.

확실했다. 아자토스는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다.


“예호바가 어떤 목적인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 거지?”


란 테고스가 고개를 숙이며 류신의 시선을 피했다.


“그렇겠지. 모를 리가 없지. 그걸 모르고 있는 건 예호바 그 녀석뿐이고.”

“나, 나는 모른다.”

“불꽃이 네 속을 먼저 태울 거야. 그 고통은 꽤 끔찍할 거고. 대신 한 방에 보내줄 수 있어. 최대한 짧게.”


란 테고스가 류신을 다시 노려봤다. 류신은 웃고 있었다.


“다시 질문이야. 아자토스는 예호바가 하는 짓을 알고 있어. 그렇지?”

“······”

“무언의 긍정이라.”

“나, 나는 모른다.”

“몰라도 돼. 놈이 뭘 하려는 건지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아자토스는 예호바를 막는 대안이 있다는 건데······ 그게 뭔지는 궁금하네.”


류신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란 테고스는 눈을 감고 있었다.

더 이상 그에게서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류신은 한숨을 쉬었다. 뭔가 감추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영 걸렸다.


“그거 알아?”


류신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눈을 감고 있던 란 테고스가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류신을 봤다.


“때로는 무언이 아주 훌륭한 대답이 된다는 것.”

“······”

“너의 무언이 아주 좋은 대답이 됐다.”


류신이 손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태초의 불꽃에 그대로 란 테고스의 몸이 타들어 갔다.

하얗게 타들어 가고 흔적도 없이 란 테고스는 사라졌다. 그가 남긴 것은 작은 결계석뿐.


류신이 결계석을 집어 들자 레인이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둘이서?”


레인도 듣지 못했다. 류신이 란 테고스와의 대화를 의도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아자토스에 대한 이야기.”

“아자토스?”

“응. 이놈이 아자토스의 동생이거든.”


레인은 깜짝 놀랐다.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설마 아자토스의 동생이 있었다니.

물론 친동생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아자토스가 란 테고스를 친동생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은 확실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


레인이 류신이 손에 든 결계석을 보며 말했다.


“그래. 얼마 안 남았어. 아자토스가 오는 날도, 그리고 신을 다시 만날 날도. 그리고 진짜 싸움이 일어날 날도.”


류신의 목소리에 묘하게 힘이 들어갔다.


***


거대한 바질리스크가 바닥으로 쿵 쓰러졌다.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소류신이었다.

그는 바질리스크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촉수가 뻗어 나와 바질리스크의 몸에 박혔다.

바질리스크의 몸에서 코어가 빠져나왔다.

그렇게 코어를 챙긴 소류신의 눈빛이 갑자기 검게 변했다.

그의 고개가 빠르게 돌았다. 멀리 하늘이 검불게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오는 군.”


소류신이 빙긋 웃으며 소용돌이치는 검붉은 구름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바질리스크의 사체만 놔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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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이 없는 세상 +1 23.09.15 416 7 12쪽
111 신을 죽이기 위한 싸움 +1 23.09.14 384 7 12쪽
110 진정한 신은 나대지 않아 +1 23.09.13 392 9 12쪽
109 신은 죽었다 +1 23.09.12 391 7 12쪽
108 결렬 +1 23.09.11 383 7 13쪽
107 생명의 씨앗 +1 23.09.08 397 8 12쪽
106 넘을 수 없는 벽 +1 23.09.07 401 8 12쪽
105 종말의 선언 +1 23.09.06 440 8 12쪽
104 요동치는 세계 +1 23.09.05 453 7 12쪽
103 드디어 만난…… +1 23.09.04 403 9 12쪽
»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1 23.09.01 462 9 12쪽
101 최악의 상성 +1 23.08.31 399 9 12쪽
100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1 23.08.30 456 8 12쪽
99 세상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2 23.08.29 418 10 12쪽
98 진정한 용사 +1 23.08.28 421 10 12쪽
97 원하는 길로 가는 것 +1 23.08.25 440 12 12쪽
96 인원 보충 +1 23.08.24 442 10 13쪽
95 경고 +1 23.08.23 450 11 11쪽
94 연합 결성 +1 23.08.22 454 10 12쪽
93 하지 말라면 하지 마 +1 23.08.21 446 11 12쪽
92 사라져야 하는 것들 +1 23.08.18 466 10 13쪽
91 소류신의 하루 +2 23.08.17 490 9 13쪽
90 동생만 아니면 그냥 +3 23.08.16 492 8 12쪽
89 싹수가 노란 건 변하지 않는다 +1 23.08.15 485 11 12쪽
88 신이라고 하지 마라 +1 23.08.14 470 8 13쪽
87 방해되거든 +2 23.08.11 47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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