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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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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120,949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5.10 11:46
조회
4,896
추천
53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주변에 온전한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 존재는 하나도 남지 않은 세상, 눈앞의 풍경은 생명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곳에 한 생명체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누워있었다.

이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온 이계(異界)의 파멸자.

파멸자는 원래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의 엉망인 몰골로 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생긴 것은 인간 형태였지만 도무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

허리 아래로는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았으며, 한쪽 어깨와 팔은 떨어져 나가 하나만 남아있었다. 그 팔의 끝에 달린 긴 손가락이 촉수처럼 꿈틀거렸다.

이계의 파멸자는 마지막 생명을 겨우 붙잡은 채 허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흐흐흐······ 나는 죽지만······ 나는 이겼다. 너의 세상도······ 이렇게 끝을 맞이했으니······]


죽어가는 이계의 파멸자가 바라보는 시선 끝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반쯤 깨져버린 독특한 문양의 가면 사이로 보이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인간 남성의 얼굴이었다.

망토처럼 두른 천은 갈기갈기 찢겨 원래의 형태를 유추하기 힘들 정도였다.

찢어진 천 틈 사이로 남자의 살갗이 그대로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누워서 웃고 있는 이계의 파멸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하하! 어떠냐. 너의······ 세상이 멸망해버린······ 기분이.]


남자가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는 무표정하게 툭 던지듯 말했다.


“뭐······ 깔끔해서 좋네!”

[커헉! 뭐, 뭐라고?]


이계의 파멸자가 꿈틀거렸다.

남자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지키지 못한 세상에 대한 한탄이나 저주를 원했다. 그런데 깔끔하다니, 깔끔해서 좋다니.

하지만 파멸자는 이내 다시 웃었다. 남자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커헉! 흐흐흐······ 너의 신이 만든 열 개의 세상 모두······ 종말을 고했다. 이제 마지막 하나 남았다. 지구······. 우리의 신께서······ 아자토스(Azathoth) 님께서 지구에 도래하시면······ 모든 것이 끝이 날 것이다. 네 놈의 신도 멸하고 세상도······ 멸해버릴 것이다.]


파멸자는 비장하게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자는 심드렁했다. 파멸자가 하는 말 중 유독 하나에만 약간의 관심을 보였다.


“아자토스라······ 그놈이 너보다 강하냐?”

[무, 무슨 망언을······ 그분은 위대하신 이계의 신이시다. 우리의 주인이시며······ 쿨럭. 그분은 온 우주를······]

“됐어. 됐어. 알았어. 강하다는 말이네. 그러면 좀 해볼 만하겠네.”


표정 없던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처음으로 보인 감정의 변화였다. 파멸자와 싸울 때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던 남자였다.


“뭐······ 너도 나름 재미있긴 했어. 특히 시간을 다루는 능력은 꽤 좋았어. 그냥 나에게 그 기술이 통하지 않았을 뿐이야.”


파멸자는 할 말이 없었다. 말 그대로 완패다.

시공간을 지배하고 조종할 수 있는 자신은 눈앞의 남자에게 보기 좋게 패배했다. 남자에게는 아무런 능력도 통하지 않았고,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한 채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


“이름이 뭐냐? 기억해 주지.”

[큭! 동정이냐?]

“이름 따위 기억하는 데 무슨 동정씩이나. 싫으면 말고.”

[쿠, 쿠아칠 우터스(Quachil Utaus)다. 너의 세상을 멸망시킨 자.]

“이름이 특이하네. 기억해 보도록 노력하지.”


남자가 뒤로 돌아섰다.


[그, 그대의 이름은······ 뭔가?]

“아! 내 이름?”

[그래. 케테르(Kether)의 에흐예(Ehyeh)······ 그것이 네 이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진짜······ 이름이 뭐냐? 나도······ 기억해 주겠다.]

“신! 신이야.”

[뭐? 시······ 신? 그대가 신이라고?]


이제껏 쿠아칠 우터스가 가장 놀란 얼굴로 남자를 봤다.


“성은 류. 이름이 신. 그래서 류신. 내 이름이지.”


류신이라고 남자가 이름을 밝힌 순간 게이트가 나타났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류신을 이곳으로 보낸 자가 약속한 바로 그 시간이다.


“너무 실망하지 마. 네가 원하는 거 이뤄질 거야.”

“그······ 그게 무······ 무슨 말이냐?”

“지구의 신······ 내가 없애 버릴 거니까.”

“뭐?”

“물론 아자토스인지 뭔지도 없애고······ 나는 이번엔 신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볼까 하거든.”


류신의 말에 쿠아칠 우터스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신이 없는 세상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두려웠다. 그 세상이 어찌 될지.


“잘 있으라고. 우라질 쿠퍼스.”


류신은 그대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480만 년 동안의 지겨운 일상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컥! 내, 내 이름은······ 쿠아칠 우터스다.]


하지만 이미 게이트 안으로 류신은 사라진 후였다.

게이트가 닫혔다. 혼자 남은 쿠아칠 우터스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의 끈질긴 생명보다 세상이 먼저 끝나려 하고 있었다.

내부에서부터 붕괴하던 세상이 그대로 소멸하는 시간이었다. 쿠아칠 우터스는 그 붕괴에 몸을 맡겼다.


[놈과 아자토스 님의 싸움이······ 보고 싶군. 부디 조심하셔야······ 할 텐데······]


언뜻 쿠아칠 우터스의 얼굴에 걱정이 비쳤다. 하지만 이내 소멸하는 세상과 함께 그의 모습도 사라졌다.


***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지구에 도착했다.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 원래 떠났던 지구로 돌아왔다. 처음에 신은 약속했다. 떠났던 시대와 공간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그 약속을 류신은 믿었다. 최소한 그것만큼은 지켰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이트를 나와 자신의 집이, 보금자리가 기다리고 있을 장소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황폐한 풍경이었다.

온갖 건물의 잔해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왠지 금방 자신이 건너온 멸망한 세상과 그다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뭐야? 내 집은?”


당혹스러웠다. 장소가 틀렸나? 시간이 틀렸나? 뭐가 다른 거지? 왜 집은 보이지 않고 폐허가 있는 거지?

순간 류신이 고개를 들어 위를 봤다. 거대한 나무 기둥이 류신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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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에필로그 23.09.15 429 7 2쪽
112 신이 없는 세상 +1 23.09.15 417 7 12쪽
111 신을 죽이기 위한 싸움 +1 23.09.14 384 7 12쪽
110 진정한 신은 나대지 않아 +1 23.09.13 392 9 12쪽
109 신은 죽었다 +1 23.09.12 391 7 12쪽
108 결렬 +1 23.09.11 383 7 13쪽
107 생명의 씨앗 +1 23.09.08 398 8 12쪽
106 넘을 수 없는 벽 +1 23.09.07 401 8 12쪽
105 종말의 선언 +1 23.09.06 441 8 12쪽
104 요동치는 세계 +1 23.09.05 454 7 12쪽
103 드디어 만난…… +1 23.09.04 404 9 12쪽
102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1 23.09.01 462 9 12쪽
101 최악의 상성 +1 23.08.31 400 9 12쪽
100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1 23.08.30 456 8 12쪽
99 세상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2 23.08.29 418 10 12쪽
98 진정한 용사 +1 23.08.28 422 10 12쪽
97 원하는 길로 가는 것 +1 23.08.25 441 12 12쪽
96 인원 보충 +1 23.08.24 443 10 13쪽
95 경고 +1 23.08.23 451 11 11쪽
94 연합 결성 +1 23.08.22 455 10 12쪽
93 하지 말라면 하지 마 +1 23.08.21 447 11 12쪽
92 사라져야 하는 것들 +1 23.08.18 466 10 13쪽
91 소류신의 하루 +2 23.08.17 491 9 13쪽
90 동생만 아니면 그냥 +3 23.08.16 493 8 12쪽
89 싹수가 노란 건 변하지 않는다 +1 23.08.15 486 11 12쪽
88 신이라고 하지 마라 +1 23.08.14 471 8 13쪽
87 방해되거든 +2 23.08.11 47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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