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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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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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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145

작성
23.08.3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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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최악의 상성

DUMMY

파바바박!


엘의 털이 박혔다. 그러나 그것은 펜리르가 아니었다.

어느새 펜리르의 앞을 헬의 팔이 막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괴물의 팔, 그런데 그렇게 무지막지한 괴물의 팔에 박힌 엘의 털들이 꿈틀거리며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헬은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의 팔을 파고드는 털을 바라봤다.


“얘들 봐! 재밌네.”


헬은 뭐가 재밌는지 웃기까지 했다.


“괜찮은 거야?”


펜리르가 헬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헬은 배시시 웃었다. 별거 아니라는 듯이. 그 순간이었다.

헬의 팔 자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의지가 달린 것처럼. 그러더니 그대로 펜리르를 향해 휘둘러졌다.


“뭐 하는 짓이야?”


펜리르가 헬의 팔을 피하며 외쳤다.

헬도 지금의 이 상황은 확실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내가 한 게 아냐. 지금 팔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어.”


헬이 인상을 쓰며 멋대로 움직이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팔은 이번엔 헬 자신을 노렸다.

물론 그것을 그대로 둘 펜리르가 아니었다.

펜리르가 달려들어 그대로 헬의 멋대로 움직이는 팔을 물어뜯어 버렸다.


뜯긴 헬의 괴물 팔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런데도 팔은 여전히 혼자서 꿈틀거렸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큭큭큭. 고작 그 정도로 나와 맞서겠다는 건가?”


엘이 잔인하게 미소를 띠었다.

몸에 붙어 있는 수많은 털들이 곤두섰다. 마치 헬과 펜리르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 같았다.


“아! 뭐? 이거?”


헬은 잘려진 팔을 슬쩍 내려다봤다. 하지만 이내 잘린 팔은 몸에서 재생하기 시작했다.

원래의 모습 그대로 돌아온 헬이 새로 생긴 팔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뭐 괜찮은데?”


헬이 웃었다.

그때 펜리르와 헬을 헤치고 요르가 나섰다.

헬은 그런 요르의 뒷모습을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봤다. 마치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는 듯한 표정이었다.


요르가 엘 앞에 섰다.

엘의 곤두선 털들이 일제히 요르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 털들······ 그게 너의 본체구나.”


요르가 엘을 보며 말했다.


“흐흐. 그걸 알아보다니······ 너도 그냥 나이만 먹은 괴물은 아닌 모양이야.”


엘이 비아냥을 담아 대꾸했다.


“그런 개체들이 모여 거대한 하나의 자아를 이루다니······ 놀랍군. 그런데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치고는 너무 추하구나.”


요르의 말에 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곤두선 털들도 일제히 분노를 드러내는 듯이 출렁거렸다.


“추해? 자신의 세상을 아끼지 않는 지구의 생명들이 나는 더 추하다.”

“그건 동의해. 인간들 추하지.”


요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늘 전쟁이나 하고, 쾌락을 위해서 살육을 즐기고, 보존이라는 걸 할 줄 모르고, 소비와 파괴만 할 줄 아는 종족이 인간이다.”

“그대도 인정하는군. 그런 인간을 위해 왜 나서는 거지?”

“이해를 못 하고 있군. 세상은 원래 그렇다.”

“그게 무슨 소리냐? 세상이 원래 그렇다니?”


요르가 싸늘하게 웃었다.


“세상은 늘 파괴하고 파괴되어왔다. 사라지고 새로 만들어지는 거지. 인간도 그거 그들 삶에 충실한 것뿐이다. 그들이 멸망해서 사라지는 것도 그들의 선택이라는 거지. 그것을 타인이 선택할 수는 없다.”


요르의 말에 엘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흥. 인간이 멸절시킨 수많은 생명들은?”

“그것은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생명끼리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인간이 없어도 세상에는 수많은 멸망과 멸종이 있었다.”

“궤변이야.”

“궤변이라도 상관없다. 너희 이계의 존재들에게는 이럴 권리가 없다.”


요르가 기운을 뿜어냈다.

거대한 기운이 치솟았다. 기운이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뱀이다.

요르의 본체 모습을 본딴 기운이 그대로 우뚝 서서 엘을 내려다봤다.


“그것이 너의 본모습인가?”


엘이 물었다.


“경험해 보면 알 일.”


요르의 기운이 그대로 엘을 덮쳤다.

엘의 털들이 곤두서며 달려드는 요르의 기운을 향해 쏘아졌다.

요르의 기운에 날아간 털들은 그러나 그대로 허공을 지나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수많은 엘의 털들이 무기력하게 바닥에 떨어져 버둥거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색이 변하며 먼지로 흩어져 버렸다.


“재밌구나.”


오히려 이번엔 요르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엘이 당황했다. 자신의 공격이 요르에게 통하지 않았다.

아니 요르의 기운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체가 없는 것에게 엘의 몸에서 뻗어 나온 털은 어떤 위력도 발휘할 수 없었다.


“너의 죽음을 받아들여라.”


요르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거대한 기운을 엘을 향해 쏟아부었다.

순간 엘의 몸이 무너지듯 바닥으로 흩어져 사자려 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요르의 기운은 엘이 사라져 버린 허무하게 텅 빈 바닥을 때릴 뿐이었다.


요르는 물론 펜리르와 헬도 놀랐다.

뒤쪽에 있던 레인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레인이 느끼기에 엘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온 사방에 그가 퍼져 있어.”

“그럴 수가 있는 건가?”


요르가 레인을 보며 물었다.

순간 땅속에서 무언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정확하게 레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수많은 털들, 아니 이제는 촉수라고 불러도 좋을 것들이 그대로 레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당황한 레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신의 대리인이다. 이런 일로 당할 그녀가 아니었다.

오히려 세로와 이영철이 당황한 상태. 그들 앞을 막아서며 레인은 허공을 갈랐다.

허공에 틈새가 벌어지고 어둠이 드러났다. 엘의 촉수들이 그대로 허공에 벌어진 틈새로 빨려 들어갔다.


레인은 틈새로 빨려 들어가려는 마지막 촉수를 손으로 잡았다.

촉수는 레인의 손에서 꿈틀거렸다.


“위험합니다.”


이영철이 레인을 말렸다. 하지만 레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촉수 하나 정도로는 자신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레인은 촉수를 유심히 봤다.

그것은 확실히 하나의 생명체였다.

긴 몸을 가지고 끝에 날카로운 입이 달려있다.

눈은 없지만 온 몸에 감각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호전적인 적의를 드러내던 촉수는 점점 레인의 손에서 기운을 잃더니 먼지로 부서져 버렸다.


드디어 땅속에서 다시 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엘의 모습은 확실히 달랐다.

식물과 여러 동물들을 이미 융합해 나타난 엘이었다. 게다가 하나가 아닌 여럿이었다.

요르와 펜리르, 헬이 처음에는 엘을 포위하고 있었지만 이젠 오히려 엘의 개체들이 그들을 포위한 셈이 되었다.


“놈들은 여럿이 하나를 이루고 있어요. 본체는 없어요. 모든 것을 없애야 해요.”


집단 의지라고 할까. 엘은 그런 존재였다.

여러 생명체가 하나의 군집을 이루고 살아가는 생명체. 지구에도 그런 생명체가 있다. 바닷속에 사는 산호가 대표적이다.

개별적인 개체들이 하나로 모여 커다란 군집을 이루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살아가는 산호처럼 엘은 그런 존재였다.

본체를 물리치면 모두 끝나는 그런 존재가 아닌, 오히려 지금의 상황과는 상성이 전혀 맞지 않는 존재였다. 최악의 상성이라고 할까.


엘들이 요르와 펜리르, 헬을 둘러싸고 몸을 이어붙이기 시작했다.

촉수들이 서로 늘어나며 거대한 울타리처럼 변했다.


셋은 위로 뛰어 오르려 했다.

그러나 이미 위도 촉수들이 막고 있었다.

말 그대로 커다란 촉수로 만들어진 감옥을 만든 셈이다.

점점 요르와 펜리르 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요르가 기운을 크게 일으켰다. 거대한 뱀의 기운이 다시 요르의 몸에서 뻗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엔 엘도 당하지만은 않았다. 엘이 만드는 감옥이 요르의 기운을 버텨냈다.

몇몇 촉수는 부서져 흩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촉스들이 나타나 빈자리를 메우고 견고하게 만들어갔다. 요르는 실패했다.


크르르-


결국 참지 못하고 펜리르가 자신의 몸을 키우기 시작했다.


“안 돼!”


요르가 외쳤다. 하지만 펜리르는 개의치 않았다.

거대한 몸을 더욱 거대하게 만들어 자신들을 가두려는 엘의 감옥을 몸으로 부숴버렸다,


콰직!


엘의 감옥은 부서졌다.

다시 흩어져 버린 엘의 촉수들이 스멀거리며 한 군데로 모였다.

그렇게 엘은 다시 짐승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대신 미소를 띠고 있었다.


거대해진 펜리르의 몸에 촉수들이 매달려 있다가 점점 몸 안으로 파고들어가기 시작했다.


펜리르가 고통에 휘청거렸다.

어떻게든 펜리르는 버텨내려 했다. 하지만 점점 몸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자신의 의지가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도, 도망쳐.”


펜리르가 요르와 헬을 보며 말했다.

모두 경악했다.

펜리르의 매끈하던 늑대의 몸에서 이젠 촉수들이 뻗어나오고 있었다. 엘과 마찬가지로.


***


“예호바 님! 뭐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테트라가 예호바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래. 뭐가 궁금하지?”

“엘을 왜 세계수로 보낸 겁니까?”


테트라의 질문에 예호바가 빙긋 웃었다.


“너는 내가 왜 엘을 세계수로 보냈을 거라고 생각하지?”

“저는 예호바 님이 모든 지배자들을 처리하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엘은 세계수로 보내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째서?”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금 세계수를 지키고 있는 존재는 요르문간드, 펜리르, 헬입니다.”

“알고 있다.”

“그들도 분명 강합니다. 셋이 힘을 합치면 분명 우리 지배자들과 동등히 싸울 수 있죠.”

“그래서?”

“그런데 엘은······ 상성이 있습니다.”


테트라의 말을 들은 예호바가 빙긋 웃었다.

그 얼굴을 테트라가 봤다.


“일부러 그러신 겁니까?”

“내가 그걸 몰랐을 것 같나?”

“하지만 엘이 세계수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원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테트라는 진짜 궁금했다.

하지만 예호바는 웃기만 했다.


“자네만 알고 있어.”

“네.”

“걸러내야 하는 것들은 이계의 존재만이 아냐.”

“아!”


예호바의 말에 테트라는 이제 이해가 되었다.

역시 예호바의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


“나는 할만큼 한 거야. 셋 중 가장 약한 개체는 확실히 엘이야. 그의 힘은 이계에선 통하지 않아. 그리고 몇몇에게는 무용지물이기도 하지. 하지만 상성만 제대로 맞으면 무적이기도 해.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까? 어떤 결론이 나와도 나에게는 나쁠 게 없어.”


예호바의 설명에 테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멀리 앞을 바라보시는 분이시군요.”


테트라가 예호바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거대한 펜리르의 앞발이 허공을 갈랐다.


쾅!


요르가 펼친 거대한 뱀의 기운과 충돌해 큰 충격이 가해졌다.

대지가 흔들리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문제는 펜리르의 공격을 직접 막아낼 수 없다는 점이다.

신체적 접촉을 통한 공격이 장점인 헬이 나설 수 없는 아쉬운 상황이었다.

펜리르에 잘못 접촉했다간 헬 역시 엘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펜리르의 기운은 엄청나다. 세상을 지키는 요르문간드의 힘도 점점 밀리고 있었다.

게다가 펜리르의 기운을 끝없이 뽑아내도록 엘의 촉수가 밀어붙이고 있었기에 위력은 더더욱 대단했다.


모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레인도 나서지 못했다. 차원을 잘라 펜리르를 가둘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요르나 헬은 형제를 잃는 셈이다.

그야말로 위기.

그리고 늘 이런 위기에는 그가 나타난다.


“제일 약한 놈을 보내줬더니 왜 이렇게 쩔쩔매?”


포털이 열리고 류신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옆에 카일이 보였다.

세로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 순간 고개를 돌린 펜리르가 촉수를 온 몸에서 늘어트린 채 류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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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신은 죽었다 +1 23.09.12 391 7 12쪽
108 결렬 +1 23.09.11 383 7 13쪽
107 생명의 씨앗 +1 23.09.08 39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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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종말의 선언 +1 23.09.06 441 8 12쪽
104 요동치는 세계 +1 23.09.05 454 7 12쪽
103 드디어 만난…… +1 23.09.04 404 9 12쪽
102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1 23.09.01 462 9 12쪽
» 최악의 상성 +1 23.08.31 400 9 12쪽
100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1 23.08.30 456 8 12쪽
99 세상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2 23.08.29 41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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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경고 +1 23.08.23 450 11 11쪽
94 연합 결성 +1 23.08.22 455 10 12쪽
93 하지 말라면 하지 마 +1 23.08.21 447 11 12쪽
92 사라져야 하는 것들 +1 23.08.18 46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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