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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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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120,944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8.1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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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
추천
8
글자
12쪽

동생만 아니면 그냥

DUMMY

류신이 전화를 끊고는 류민에게 돌려줬다.

류민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전화기를 받았다.


“무,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긴. 연구실을 없애버리려는 거지.”

“폐쇄한다고 했잖아.”

“폐쇄한 후에 언제 다시 열지 모르잖아. 내가 너를 좀 알거든. 네가 약속을 지킨 적이 그다지 없다는 것도.”

“빌어먹을! 왜 나한테 지랄이야. 너 성격 이상하게 만든 건 부모라는 작자들이 한 짓이야. 나한테 떠넘기지 마.”


결국 화를 못참은 류민이 류신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런 말이 있지?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빌어먹을!”

“그리고 비밀 연구실 문제는 과거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억울해?”


류신의 물음에 류민이 씩씩거리며 노려봤다.


“억울하면 너도 너네 회사에서 인체실험으로 만들어낸 약물 먹고 덤벼보던가.”


류신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류민에게 쏠렸다.

누구보다 이영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인체실험? 그건 불법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류테크라는 회사가 그런 불법으로 성장했다는 건가?”

“그건 과거에······”

“하지만 들리는 말은 지금도 그렇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쓸데없이 정의감이 투철한 이영철이 다가오자 류민은 당황했다.

그런 류민을 옆에서 류신이 붙잡았다.


“분위기 봤냐? 넌 지금 회사 모델이나 정할 때가 아냐. 내 동생이 아니었으면 진즉에 세상에서 지워졌을 신세야. 그러니까 나한테 고맙다고 해.”

“고, 고마워 하라고?”

“당연하지. 회사를 정상으로 돌려놔주는 거잖아. 관리국과 새로운 계약도 할 수 있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인체실험으로 얻어냈던 수많은 데이터와 약물은 꽤 큰 이익이었다.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억울했다.

폐쇄에 일주일이 걸린다는 것도 결국은 생산한 약물을 창고로 옮기는 시간이었다. 류신은 그런 시간도 주지 않은 것이고.


“네가 부릴 꼼수는 없어. 가자.”


류신이 류민의 허리춤을 붙잡고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아악! 뭐야? 왜 날아? 포털 있잖아. 편하게 가자고.”


순식간에 하늘로 솟은 류신과 류민은 빠르게 날았다.

류민이 얼굴로 날아드는 바람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외쳤다. 그러나 류신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날아 도착한 곳은 대구였다.


산속에 깊숙히 틀어박힌 연구소.

사람들이 대피를 하는 것인지, 퇴근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느긋하게 연구소 건물을 나오고 있었다.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었다.


류신이 허공에서 거대한 불덩어리를 만들었다.

그제야 뜨거운 빛과 열기에 하늘을 올려다본 연구원들.

연구소 바로 위에 거대한 불덩어리가 보이자 혼비백산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 인간은 좀 위기의식이 있어야 재대로 움직이더라고.”

“미친놈아. 아직 사람 있어.”

“걱정 마. 23분 남았어.”


류신이 빙긋 웃었다.

그는 불덩어리에 타이머를 걸어놨다. 아래에서 보면 모두 볼 수 있게끔 숫자가 줄어드는 타이머가 불덩어리 옆에 보였다.

그 숫자가 끝나면 그대로 떨어지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 외이도 류신은 네 군데의 연구소를 더 찾아갔다.

강원도 태백, 제주도 한라산, 전남 지리산에 충청도 논산까지.

총 다섯 군데를 다니며 30분의 타이머를 걸어 놓고 불덩어리를 연구소 위에 설치했다.


모든 것이 끝나자 류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연구소는 이렇게 박살이 날 운명이었다.


“젠장. 왜 아직 여기 있는 거야. 이제 가자고.”


류민이 류신의 손에 붙들려 허공에 뜬 채 짜증을 냈다.

하지만 류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네가 저지른 일을 내가 수습해 주는 거야. 그러니까 잘 봐둬.”


류신의 말에 류민은 경악했다. 자신이 공들여 만든 연구소가 터져버리는 것을 두 눈으로 보라는 것이다.

드디어 타이머가 끝났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불덩어리가 그대로 아래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다행이 연구소에 있던 사람들은 대피를 마친 후였다.

불덩어리가 연구소에 떨어지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었다.


쾅! 콰쾅!


폭발은 파편과 함께 뜨거운 열기를 사방으로 내뿜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주변은 안전했다.

마치 무언가에 갇힌 듯 폭발의 열기와 충격은 불덩어리 주변으로만 뭉쳤다.


류민은 신기한 듯 폭발하는 장면을 봤다.

불덩어리를 둘러싼 막 안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연구소가 파괴되고 있었다.

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 사라지는 것이지만 분명 보는 맛은 있는 장면이었다.


“이제 됐다.”


류신은 다시 류민을 데리고 하늘을 날아 세계수로 돌아왔다.

류신은 착지하면서 바닥에 내던져버리듯 류민을 놓았고, 류민은 데굴데굴 굴렀다.

그래도 레인이 류민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줬다. 그러면서 류신을 흘겨봤다.


“그래도 동생인데.”

“됐어. 동생만 아니면 저놈을 제일 먼저 죽였을 거야.”


류신의 말에 모두들 흠칫했다. 류신의 분노는 진짜였으니까.


“한번만 더 불법 생체실험 같은 걸 하면 내 얼굴부터 봐야 할 거야. 그리고 그때 보는 내 얼굴은······ 네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거다.”


류신이 차갑게 말했다.

류민은 더러워진 옷도 털지 않은 채 류신을 바라봤다.


“칫. 웃기네. 너도 깨끗한 척 하지 마. 힘 좀 있다고 여기 와서 수없이 죽이고 다녔지? 네 맘대로 할 수 있으니까. 모두 네 발 아래 있으니까.”


류민도 화가 나 소리를 쳤다.


“부모도 결국 네 손으로 죽인 거니까.”


모두의 시선은 둘이 대화를 주고 받을 때마다 류민과 류신 사이를 오갔다.


“부모? 그것들이 부모라고 한다면 그래. 내가 죽였어. 하지만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어.”

“그래도 부모야.”

“그래. 맞아. 부모지. 고의 부도로 4000명을 길거리에 나앉게 만든 부모지. 심지어 수십 명의 생계를 잃어버린 가장들이 자살까지 하게 만든 부모고, 내가 사랑하는 여인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부모야.”

“그래도······ 네가 죽인 건 변하지 않아.”

“잊었냐? 위치를 알려준 건 너야. 그리고 이미 흡혈귀가 되어 있었지. 인간이 아닌 존재. 영생을 추구해 충분히 인간들을 공격했을 존재.”

“······”

“명심해. 난 지구에 와서 내 손으로 직접 죽인 인물은 하나 뿐이야.”


류신의 말에 모두들 놀랐다.

여기저기 사고치고 다니는 류신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류신의 손에 직접 죽은 사람은 없었다.

부상을 입고 다치기는 해도 죽이지는 않았다.


“세로를 구하러 갔을 때 내 앞을 막던 화검을 쓰던 놈. 최초의 불에 타죽었지. 자신의 검을 버렸으면 그놈도 살았어. 검을 버리지 못한 아둔함의 결과일 뿐.”

“거짓말. 한 명밖에 안 죽였다고?”

“그래. 내 손에 죽은 것들은 모두 나에게 덤볐던 이종족, 이계의 존재들, 몬스터들뿐이야. 그러니 네가 두 번째 내 손에 죽는 인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류신의 차가운 경고였다.

동생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죽이고도 남았을 거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다섯 개의 비밀 연구소가 파괴되었다.

이제 류민에게는 약물도 남지 않았다. 수입이 줄어들 것이다. 어쩌면 류테크라는 회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


류신은 우울했다. 시무룩했다.

부모의 그늘을 떠나 혼자서 키운 회사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 다른 회사들이 휘청일 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 기반이 무너졌다. 비밀 실험실이.


“정직하게 살려고 한다면 지켜봐 주겠어. 베끼지 말고 기술을 사들여. 베낀 기술이 좋아봤자 얼마나 좋다고.”


류신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류민도 안다.

기술을 베끼는 것 보다는 원래 기술을 가져오는 게 훨씬 편하다는 걸.

문제는 이종족들은 인간에게 자신의 기술을 쉽게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 문득 류민은 생각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안 되면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형을 팔 수도 있지 않을까.


“좋아. 다시 재기해 주지. 대신 나도 네 이름을 팔고 다닐 거야.”


류신이 인상을 썼다.


“내 이름?”

“그래. 네 이름. 에흐예라는 이름. 로열티는 챙겨주지. 그러니까 기대해.”


류민도 지지않고 맞섰다. 둘의 싸움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때 헬이 천천히 류민에게 다가가 옆에 섰다.


“재밌네. 둘의 싸움. 그 모델이라는 거 어려운 건가?”


헬이 잡자기 끼어들었다.

모델일을 하겠다고 직접 나선 것이다.

류민도 놀랐지만 요르와 팬리르도 놀랐다. 무엇보다 류신이 놀랐다.


“헬. 모델이 된다는 건 너의 모습을 세상에 공개한다는 거야”

“내 모습을?”


헬은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반은 인간, 반은 괴물.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태어났고, 이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


“어차피 이게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늘 까칠하고, 운명을 거부하고, 불만 덩어리인 게 헬이었다. 그런 그녀가 변했다. 운명을 받아들인다면서.


***


헬이 찍은 류테크 광고는 파격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헬의 아름다운 옆얼굴이 나온다.

그리고 천천히 카메라가 돌아가면 나머지 반쪽의 끔찍한 괴물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시선은 아름다운 사람의 얼굴 쪽으로 향한다.

끔찍한 괴물의 모습보다 아름다운 얼굴이 더 주목받는 것이다.

헬이 화면을 향해 손을 뻗는다. 도도한 미소를 띤 채.

그리고 말한다.


“정해진 운명대로 살 거야? 그러면 난 이미 괴물이야. 류테크로 와. 정해진 운명은 개나 줘 버리고. 다른 운명을 줄 수 있으니까.”


대형 전광판을 통해 공개된 류테크의 광고는 파격을 넘어 전율을 선사했다.

여기저기 류테크로 연락이 쇄도했다. 도대체 광고를 촬영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게다가 반쪽은 어떤 특수효과를 사용했냐며 너무 리얼하다는 반응이었다.

류민은 입이 귀에 걸렸다.

바닥으로 내려가던 회사의 주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광고 효과가 컸다.


그리고 남태현이 찾아왔다.

사실 류신이 슬쩍 언질을 주긴 했다. 비밀 연구소는 모두 파괴되었다고. 그러니 이제 생체실험 같은 것은 못 한다고.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군요.”


류민이 남태현을 맞이하며 말했다.

회장실에서 류민을 만난 남태현과 황미연은 내심 놀랐다. 회장실 소파에 헬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고급 커피를 마시며.


“역시 인간들의 문화는 확실히 배울만 해.”


헬은 남태현이 와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커피만 즐겼다.

이 모두 모델에 대한 배려라고 류민은 설명했다.


“걱정 마. 문제 생기면 곧바로 연락이 올 거야. 멜렉이 포털을 열어줄 거니까 아무 문제 없어.”


헬은 남태현의 물음에 여유만만이었다. 어쩌면 조금씩 인간 세상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류테크와의 계약에 패널티가 적용될 겁니다.”


다시 계약이 성사됐다.

물론 이제까지 비밀 연구소의 운영과 인체실험 등을 행한 것에 대한 패널티가 부여됐다. 즉, 그것은 공급 단가의 하락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리국과의 거래에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관리국과의 거래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류테크의 위상은 올라간다. 류민은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좋습니다. 원가 아래로만 후려치지 않으면.”


결국 계약은 체결되었고 이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되었다.


류테크도 정상화 되었고, 헬도 세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세계수 주변은 조용했다. 모처럼 평화로운 날이었다.

릴리스는 루시퍼에게 돌아갔고, 아담은 다시 방랑을 떠났다.

레인은 카이엔과 데이트를 한다고 가버렸고, 이영철은 주군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시무룩해져 있었다.


오목이라는 게임을 배운 요르과 팬리르는 사활을 걸고 서로를 이기기 위해 매달렸다.

그리고 류신은 이 모든 것을 평화롭게 바라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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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진정한 신은 나대지 않아 +1 23.09.13 392 9 12쪽
109 신은 죽었다 +1 23.09.12 391 7 12쪽
108 결렬 +1 23.09.11 383 7 13쪽
107 생명의 씨앗 +1 23.09.08 397 8 12쪽
106 넘을 수 없는 벽 +1 23.09.07 401 8 12쪽
105 종말의 선언 +1 23.09.06 440 8 12쪽
104 요동치는 세계 +1 23.09.05 454 7 12쪽
103 드디어 만난…… +1 23.09.04 404 9 12쪽
102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1 23.09.01 462 9 12쪽
101 최악의 상성 +1 23.08.31 399 9 12쪽
100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1 23.08.30 456 8 12쪽
99 세상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2 23.08.29 418 10 12쪽
98 진정한 용사 +1 23.08.28 422 10 12쪽
97 원하는 길로 가는 것 +1 23.08.25 441 12 12쪽
96 인원 보충 +1 23.08.24 443 10 13쪽
95 경고 +1 23.08.23 450 11 11쪽
94 연합 결성 +1 23.08.22 455 10 12쪽
93 하지 말라면 하지 마 +1 23.08.21 447 11 12쪽
92 사라져야 하는 것들 +1 23.08.18 466 10 13쪽
91 소류신의 하루 +2 23.08.17 491 9 13쪽
» 동생만 아니면 그냥 +3 23.08.16 493 8 12쪽
89 싹수가 노란 건 변하지 않는다 +1 23.08.15 486 11 12쪽
88 신이라고 하지 마라 +1 23.08.14 471 8 13쪽
87 방해되거든 +2 23.08.11 47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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