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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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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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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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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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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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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요동치는 세계

DUMMY

류신과 예호바는 모두 놀란 표정으로 바벨탑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희미해진 결계 너머로 내부가 보였고, 그 안에 그가 서 있었다. 무척 수척해진 얼굴로.

바로 신이었다.


신이 얼굴은 뺨이 홀쭉해 보일 정도로 야위었지만 눈빛 만큼은 형형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역시도 결계 밖의 류신과 예호바를 보고 있는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신이 무언가 입을 벙긋거렸다.

결계 너머로 들리지 않는 그의 목소리였다. 신의 대리인조차 통과시키지 않는 결계는 신이 목소리마저 통과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류신도, 예호바도 알 수 있었다.


‘미안하다.’


그 한마디였다.

신이 하는 말이라는 것이 미안하다라니.

어이가 없는 류신이었다.

결국 류신이 인상을 쓰며 결계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결계 자체가 부르르 떨렸다. 그 떨림은 세상 전체로 퍼져나갔다.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고작 하는 이야기가 그거뿐이라고?”


류신이 소리를 질렀다.

물론 그의 목소리 역시 결계 너머로 들리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흥분한 류신의 어깨를 예호바가 잡았다. 류신이 예호바를 돌아봤다. 예호바조차도 섬뜩함을 느낄 정도의 표정이었다.


“아무리 흥분해도 지금은 방법이 없어.”

“빌어먹을!”


류신이 소리를 다시 질렀다.

지금이라도 당장 결계석을 모두 빼앗이 결계를 열고 싶을 정도였다.


“그 분노는 아자토스에게 쏟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예호바의 말에 류신이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


“벌써?”

“파멸자들이 죽었잖아. 그들이 가진 생명력이 게이트로 향한 거지. 더욱 거대해졌어. 이제 곧이야. 내 예상엔 일주일도 안 남은 것 같아.”

“흐흐흐. 그렇단 말이지.”


류신이 웃었다.

그것은 화풀이를 할 대상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일주일이라······ 그 안에 나타나야 해. 아니면 내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거든.”


류신이 씩씩거렸다.

예호바는 그런 류신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 분노······ 잘 유지하고 있으라고. 곧 한바탕 할 수 있을 테니까.”


예호바의 말에 류신이 바벨탑을 봤다.

어느새 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자토스가 먼저다. 놈을 먼저 처리하고 다음이 신이다.

거기까지가 예호바와 합의한 내용이다.

그렇게 둘은 바벨탑 앞을 떠났다.


***


세상은 조용했다.

마치 종말을 기다리는 것처럼 고요했다.

의외로 세상이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다.

어쩌면 아직 강력한 존재가 세상에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류신은 돌아가자마자 다시 세계수를 이용해 세상에 매시지를 보냈다.

지배자 넷이 처리되었다고. 이제 남은 것은 자신과 멜렉, 예호바가 전부라고.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끝난 줄 알고 날뛰지 말라고,


물론 류신의 경고도 있었지만 사람들도 어렴풋하게 눈치채고 있었다.

세상의 분위기가 자신들도 모르게 무거워지고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몬스터들도 평소와 달리 날뛰지 않고 쥐 죽은 듯이 지낼 정도였으니까.


관리국도 고요했고, 류테크도 조용했다.

늘 시끌시끌하고 술판을 벌이던 드래곤의 마을도 조용했다.

레지스탕스 본부에 모인 용사들도 곧 닥칠 위기를 몸소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암시장까지 장사를 닫는 상인들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세계수 주변은 침묵이 가득했다.

아무도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다.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요르와 펜리르, 헬도 조금은 가깝게 모여 앉아 있었다.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도 이제 곧 닥칠 세상의 위기를 그들 역시 깨닫고 있었다.


류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세계수 나뭇가지 위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식사 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다시 누워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세계수의 나뭇가지가 하나 스르륵 류신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류신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류신은 말없이 세계수의 가지가 건넨 것을 받아 주머니에 챙겼다. 아마 싸움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 분명했다. 가장 결정적인 위기에.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마치 누군가 신호를 주기라도 한 듯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그것을 신호로 세계수 나뭇가지에 누워있던 류신이 눈을 떴다.


그가 아래로 내려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류신 앞에 모였다.


“다들 기다려. 다녀올 테니까.”


몇몇은 따라오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세로가 특히 그랬다.

하지만 류신은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데리고 갈 수 없다. 이제부터 류신이 상대할 아자토스는 세로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얼마나 강한지도 알 수 없다. 게이트의 기운이 무시무시하다는 것만 알 뿐.


“이따 보자고.”


사지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류신은 돌아오지 못한다는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 수도 있었다.

물론 류신은 아자토스에게 죽임을 당할 생각따위는 전혀 하고 있지 않았지만.


류신이 뒤 돌아서서 포털을 열었다.

그때 옆에 레인이 와서 섰다.


“넌 왜?”


류신이 물었다.


“힘도 별로 없는게 뭐하러 따라와?”

“너랑 예호바가 당해버리면 어차피 나도, 여기도 끝나잖아. 그러니까 나도 갈 거야. 가서 비벼라도 봐야지.”


류신이 인상을 썼다.

생각보다 레인의 고집은 대단했다.

한 번 결정하면 류신이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너희 실패하면 내 생명 연장한 것도 아무 의미 없어. 그러니까 나도 가서 싸울 거야. 명색이 신의 대리인인데. 내 생명을 다해서라도 싸워야지.”


레인은 단호했다.

그리고 그런 레인을 바라보는 이영철의 표정은 어두웠다.


“카이엔이 알아?”


레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몰라. 알면 따라오겠다고 할 걸.”

“알리지 않은 건 잘했다. 괜히 어중이떠중이 많아지면 귀찮아.”


류신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함께 결국 포털 안으로 들어갔다.


***


포털을 통해 나오자 그곳엔 이미 예호바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소류신까지.

녀석까지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습니다.”


소류신이 류신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먼저 대답했다.

그리고 한 명이 더 나타났다.

카일이었다.

그는 여전히 넝마같은 옷을 걸치고 검을 든 모습이었다.


“넌 또 왜 왔어?”


류신이 카일을 보며 물었다.


“그때 싸움이 손에 남아서.”

“손에 남아? 그럴 땐 보통 기억에 남는다고 하지 않냐?”

“기억으로 싸우지 않잖아. 싸움은 손으로 하는 거니까 손에 남아야지.”


카일의 말에 류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포기한다는 듯이.

카일이 예호바를 봤다. 예호바도 카일을 봤다.


“그대가 케테르의 선택받은 용사 카일?”

“당신이 예호바겠군.”


카일 역시 예호바를 보면서도 그다지 쫄지 않았다.

하지만 솔직히 카일이 여기에 온 것은 다른 의도 때문이다. 어쩌면 죽을 자리를 보러 온 건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존재가 세상에 그리 많지 않기에.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가 가지는 숙제와도 같은 소망을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 류신은 그런 카일에게 더 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다섯이 허공에 뜬 채 아래를 내려다봤다.

바닥의 검붉은 게이트는 맨 처음 류신이 봤을 때보다 두 배는 커져 있었다.

두 배라는 것은 지름이기에 면적은 훨씬 더 커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파크가 게이트 주변을 휘몰아치면서 무척 불안해 보였다.


게이트 옆을 지키던 몬스터들은 평소에 적의를 드러내곤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얌전히 게이트만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긴장되네.”


레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카일이 대답했다.

갑자기 게이트 주변의 스파크가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스팟! 스팟! 파지직!


스파크는 가차 없이 주변을 때렸고, 주변의 몬스터들이 휘말렸다.

하지만 몬스터는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바로 옆의 몬스터가 터져나가도 상관없었다. 오로지 놈들이 원하는 것만 기다렸다.


세상이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태양을 가리고 있었다.

류신을 비롯해 모두 위를 올려다봤다. 그곳에 게이트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땅에 있는 게이트는 그저 그림자에 불과했다. 물에 비친 형체없는 물그림자와 같은.

진짜 게이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레인이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손에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까지 쇼고스와 맞서고, 다른 파멸자들과 맞섰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긴장과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이 중에 류신과 예호바는 태연히 위를 올려다봤다.

거대한 검붉은 게이트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


전 세계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거대한 게이트가 보이지 않는 곳은 없었다.

바벨탑처럼 공간을 왜곡한 게이트는 모든 곳을 가리고, 모든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뒤덮은 게이트의 위용에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오히려 패닉에 빠지는 사람들은 없었다.

패닉도 적당해야 빠지는 것이다. 압도적인 모습이라면 어떠한 의욕도 사라지고 만다.


뉴스에서 게이트의 등장을 알렸다.

어떤 존재가 나타날 것인지 궁금하다는 듯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하늘로 향했다.

관리국 국장실 안에서도 창밖을 남태현과 황미연이 나란히 서서 보고 있었다.


“세상이 이렇게 끝나나 보네요.”


황미연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몰라.”

“뭔지 몰라도 저기서 나오는 놈은······ 상상이 안 되네요.”

“그래도 몰라.”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결혼이나 할 걸 그랬나 봐요.”


갑작스러운 황미연의 말에 남태연의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더럽게 에쁘긴 하네.”


황미연이 게이트를 보며 말했다.

확실히 하늘을 뒤덮은 검붉은 게이트는 아름다웠다.

검붉은 물결이 하늘을 뒤덮고 소용돌이쳤다.

공포의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할까.


남태현이 황미연의 얼굴을 봤다. 황미연도 남태현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둘은 서로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


레지스탕스의 용사들과 유리엘은 자금성 지붕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들 역시 하늘의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얼추 체념한 표정이었다.


“언제까지 내 집 지붕 위에 있을 거지?”


노스페라투가 나타나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자 유리엘이 웃으며 노스페라투의 옆구리를 툭 쳤다.


“뭐 어때? 세상이 멸망하냐, 살아남냐 기로에 선 마당에.”

“내 머리 위에 누가 올라가 있는 기분은 별로다.”

“그러면 저것도 별로겠네.”


노스페라투가 하늘을 봤다.

한 낮이었지만 태양을 가진 게이트로 인해 어두웠다.


“저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존재다. 어쩌면 하나의 세상인지도 모르겠군.”


노스페라투의 말에 유리엘을 비롯해 용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가가 게이트를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


“누군가 우리를 기억해 주길.”


올가가 잔의 와인을 홀짝 마셨다.


“걱정 마. 우리 모두 기억될 거니까. 아니, 앞으로도 기억될 일이 많을 거야.”


유리엘은 자신만만했다.


“류신 님이 이길 수 있을까요?”


자심이 옆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당연히 이기지. 당연히.”


유리엘은 확신했다. 류신의 승리를.

하지만 그녀 역시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리는 몸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유리엘을 올가가 다가가 어깨를 감싸주었다.

서로의 떨림이 느껴졌다. 세상이 종말을 향해가는 떨림이.


***


류신과 예호바, 레인, 소류신과 카일까지 허공을 봤다.

드디어 스파크가 잦아들며 게이트 밖으로 무언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전 세계가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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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신은 죽었다 +1 23.09.12 391 7 12쪽
108 결렬 +1 23.09.11 383 7 13쪽
107 생명의 씨앗 +1 23.09.08 397 8 12쪽
106 넘을 수 없는 벽 +1 23.09.07 401 8 12쪽
105 종말의 선언 +1 23.09.06 440 8 12쪽
» 요동치는 세계 +1 23.09.05 454 7 12쪽
103 드디어 만난…… +1 23.09.04 404 9 12쪽
102 이 세상에 올 그 존재는 +1 23.09.01 462 9 12쪽
101 최악의 상성 +1 23.08.31 399 9 12쪽
100 두 개의 승리와 하나의 실패 +1 23.08.30 456 8 12쪽
99 세상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2 23.08.29 418 10 12쪽
98 진정한 용사 +1 23.08.28 421 10 12쪽
97 원하는 길로 가는 것 +1 23.08.25 441 12 12쪽
96 인원 보충 +1 23.08.24 442 10 13쪽
95 경고 +1 23.08.23 450 11 11쪽
94 연합 결성 +1 23.08.22 455 10 12쪽
93 하지 말라면 하지 마 +1 23.08.21 447 11 12쪽
92 사라져야 하는 것들 +1 23.08.18 466 10 13쪽
91 소류신의 하루 +2 23.08.17 491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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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싹수가 노란 건 변하지 않는다 +1 23.08.15 486 11 12쪽
88 신이라고 하지 마라 +1 23.08.14 471 8 13쪽
87 방해되거든 +2 23.08.11 47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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