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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상어 님의 서재입니다.

여장공작은 사교계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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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상어
작품등록일 :
2022.01.29 12:54
최근연재일 :
2022.03.28 18: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463
추천수 :
81
글자수 :
329,731

작성
22.03.0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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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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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21쪽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4)

DUMMY

여관의 어느 방.


그곳에서는 멜리아가 야파를 설득하고 있었다.


“전······조금 걱정이 됩니다. 과연 도움도 되지 않는 제가 여러분들과 함께 숲으로 가는 것이 맞을지······.”

“걱정하지 마세요. 야파씨! 저희가 반드시 지켜드릴 게요. 분명 이번에는 닿을 수 있어요. 그러니 함께 가요!”

“아부지! 가야죠! 저희가 가야죠!”

“이놈아! 넌 좀 끼어들지 말어!”


-끼익~


“구했어.”


그때 카르트가 문을 열며 들어 왔고 동료들에게 대수롭지 않게 툭 말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모험가 모네가 나타나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멜리아는 밝게 화답했고 그녀에 이어 방 안에 모여 있던 다른 파티원들도 모네에게 인사를 건넸다.


“준비를 끝내는 대로 떠나자. 자칫 잘못하면 때를 놓치게 될 지도 몰라.”


카르트의 선언.


이미 이야기가 끝난 듯 그들으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모험을 떠나기 위한 준비를 착착 시작했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모네는 고개를 휙휙 돌려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지, 지금 바로 출발하는 건가요?”

“그렇다고 했잖아? 즉전감을 구한다고.”

“물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정말 지금 당장 출발인 건가요?”

“아무래도 시간 사정이 빠듯해서 말이야. 적어도 해가 지기 전에는 도착하고 싶거든”

“네······?”


이 인간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모네는 그들의 선언에 당황해 반문하고 말았다.


탐색 의뢰를 떠나는데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생각이라니. 본디 탐색이란 3일 이상을 야영하며 후보군을 지워나가는 작업인데?


전혀 납득하지 못한 그녀의 반응에 신은 적당히 커다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팔락


“이건······지도인가요?”

“확인해둬. 우리 천재 대장님께서 추려놓은 후보군 목록이니까.”


뮤스턴 인근 숲의 지형을 나타낸 지도는 정사각형의 점선들로 잘게 구역을 나눠져 있었고 그중 세 개의 구역이 빨간 색으로 색칠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 세 곳이 그들이 추정하는 라마트라의 근거지일 터.


그리고 놀랍게도······그중 한 곳은 며칠 전 모네가 동료인 알트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장소 앞이었다.


대체 어떻게······?


모네는 당혹스런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카르트를 보았고 그는 그 의문에 답해주었다.


“뮤스턴의 침엽수림이 지나치게 험하고 복잡하다 한들 결국 물리적 면적은 한정되어 있어. 금화에 미쳐서 우르르 달려드는 모험가들이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당해낼 수가 없지.”

“하지만 여태 찾아냈다는 성과가 보고됐다는 말은 없었는데···”

“아니. 분명 모험가들은 놈들의 아지트를 찾아냈어. 그 이후 보고되지 못한 것뿐이지. 지난 열흘간 실종되거나 전멸된 모험가의 비율을 추정했을 때. 그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곳을 추린 거야.”

“그, 그렇군요. 대단하네요······.”


설마 그런 속셈이 있었을 줄은. 완전히 당했군.


“그래. 그러니까 네 역할은 그곳까지 우리를 온전히 안내해주기만 하면 거야.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탐색 임무보다 쉽지? 길잡이나 다름없는 역할이니까.”

“······혹시 다른 모험가들도 이 장소를 알고 있는 건가요?”

“그럴 리가 없잖아? 금화는 전부 우리가 챙겨갈 거라고~”

“그, 그렇죠?”


카르트의 욕심 가득한 미소를 보고 모네는 마음이 놓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그녀는 지도를 챙겨 넣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카르트는 야파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야파 씨.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바꿔주세요. 함께 가시죠. 이곳에서 기다리고만 있다간 또 언제 기회가 닿을지 모릅니다.”


그는 멜리아에 이어 부자가 탐색에 동행하길 원했고 카르트의 말에 조금 고민하던 야파는 하숨을 쉬며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피할 수 없을 것 같군요. 지난 탐색들과는 달리 정말 목적지 목전에 있는 느낌이고요. 후회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렇게나 몸을 사리던 야파가 동행을 수락하다니······.


카르트가 합류하기 전 야파의 의뢰를 해결중이던 모험가 멤버들은 그 결과에 몸을 숙이고 속닥였다.


“······뭔가 우리는 못 미더웠다는 것 같은 태도라 찔리네.”

“돈빨이야. 돈빨. 저렇게 사람 써서 하면 모험가로서 의뢰를 해결하는 게 아니지. 수지타산이 안 맞잖아.”

“그것보다도 본인들의 전투력에 대한 자신감 덕이겠지.”


어느새 들러리 역할로 전락해버린 그들은 신세 한탄을 했지만 결국 그들이 모험가로서 내릴 결론은 간단했다.


“용사님들 덕 좀 보고 금화나 잔뜩 얻어내자고.”


*


그리하여 자그마치 8인에 달하는 인원이 숲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들의 길라잡이를 맡은 것은 모네.


그녀는 앞장을 서며 어제 있었던 제사장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잘 해주었습니다. 모네 신도.”

“아뇨. 세계의 변혁을 위해 사사로운 감정에 이끌릴 수는 없으니까요.”

“훌륭합니다. 그분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곧이어 다음 임무를 맡겨야만 하겠군요. 괜찮겠죠?”

“물론입니다. 제사장님. 이제 제게 거리낄 것은 없습니다.”


사랑하는 이 조차 대의를 위해 잘라낸 모네의 표정은 결연했고 제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그림 한 장을 넘겼다.


카르트의 얼굴이 그려진 양피지


“최근 모험가들에 의한 우리에게로의 공세가 심해지는 원인이 되는 남자입니다. 행적으로 판단 컨데 상당한 실력자. 그리고 그가 내일 탐색 임무를 함께할 레인저를 구인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했다면 모네도 알 수 있겠죠?”

“제가 합류해 그들을 혼란에 빠트리면 되는 거군요.”

“맞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 처리하도록 하세요.”


모네는 제사장의 명령에 고개를 숙였고 그 그림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


“이쪽이야.”


모네가 어두운 수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손짓했다


그녀는 레인저답게 어둡고 방향성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울창한 숲을 막힘없이 가로질렀고 다른 파티원들은 그녀를 따랐다.


“거침없네. 실력이 뛰어난 레인저인 것 같아.”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네. 급조된 것 치고는”


신과 카르트는 감탄했다.


실제로 모네는 뮤스턴 숲의 복잡한 지리를 꿰고 있는 베테랑중의 베테랑이었다.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해가 지기는커녕 중천을 떠나기도 전에 그들이 원하는 목적지로 이끌 수도 있을 만큼.


하지만 당연히 그렇게는 할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완전히 잘못된 루트로 이끌었다간 의심을 받을 것 역시 뻔한 일. 따라서 그녀는 목적지로 향하기 위한 길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들만을 골라 파티를 이끌었다.


알트에게 그랬던 것처럼 물리적으로 습격하는 것은 사실 그녀의 방식이 아니었다. 보통 마물이 모여드는 특정 위험 지역으로 파티를 유도해 손을 빌려 전멸 시키는 것이 정석이니까.


어쩌면 알트가 라마트라의 근거지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것조차도 그녀에게 한줌 남은 미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것조차 잘라내었으니 그녀의 양심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실력이 상당하다곤 해도 실질적 전투원은 다섯. 거기에 두 명을 보호하며 전투를 수행해야 하는 입장이니 전력은 더욱 급감하게 될 거야. 계속해서 마구잡이로 소모시키다 보면 언젠간 무너지겠지.’


모네는 힐끗 뒤를 돌아보았고 무언가를 기다리는가 싶더니.


-꾸에에에엑!!


숲의 어둠을 울리는 흉악한 메아리가 들려왔다.


그건 멧돼지의 얼굴을 가진 근육질의 털복숭이 마물. 보어맨이 울부짖는 소리였다.


강력한 저돌성과 폭력성을 가져 마주친 순간 격렬한 전투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성가신 마물.


방금 시점에서 그들은 보어맨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모네는 웃음지었고 신은 다급한 목소리로 검을 뽑아들었다.


“이런 역시 오는군! 전투태세! 적은 보어맨! 초전에 결판을 내지 않으면 성가셔진다!”


‘하하! 어림없어! 이곳은 놈들의 영역이 겹치고 또 겹치는 중심지. 소란을 감지한 다른 보어맨들이 도미노처럼 끝도 없이 몰려들어 그 체력을 한계까지 갉아먹을 거다.’


대부분의 파티는 이곳을 지나친 시점에서 전멸. 가까스로 벗어나더라도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재기 불능에 빠진다.


신 역시 그 위험성을 알고 있기에 주춤거리며 당장이라도 칼을 휘두를 준비를 했지만 카르트가 팔을 내밀어 신의 앞을 막았다.


“기다려.”

“카르트?”

“출발하기 전에 이야기했잖아. 위험에 끌어들이는 만큼 우리가 선두를 맡겠다고. 너희들은 야파씨와 네스 씨를 보호해줘.”

“아니, 하지만······.”

“뭐, 보고만 있으라고.”


신은 날카로운 검을 한 바퀴 돌려 손에 쥐고 앞으로 나아갔고 멜리아는 그의 뒤를 따라 나서며 싱긋 웃었다.


“빨리 끝낼게요!”


‘무슨 생각이지······?’


레인저로서 가장 먼저 나무 위에 올라서 안전을 확보한 모네가 물음표를 띄웠다.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단 둘이서 저 무리를 상대하기엔···’


“하아아압!!”


-쾅!!


멜리아가 기합을 넣으며 땅에 주먹을 내리쳤고 그대로 땅이 무너졌다.


-쿠과가가가가가!!


“아아아아아······?!”


모네는 흔들리는 나무를 부여잡고 당황해 소리를 질렀다.


멜리아가의 무지막지한 괴력이 대지를 이루고 있는 심층의 암반까지 모조리 붕괴시킨 것이다.


-크컹!?

-꾸익!?


마치 대규모 지진이라도 발생한 듯한 그 흔들림에 미친 듯 달려오던 보어맨들은 균형을 잃었고 땅이 무너져 생긴 균열 사이로 떨어져 비명을 질러댔다.


한명의 소녀가···아니, 인간이 발휘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무지막지한 괴력. 그것만으로도 모네의 계획은 대폭 수정되어야 했겠지만 그들의 묘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광신뢰(電光迅雷)···”


카르트가 짧게 기술의 이름을 중얼거린 순간, 그의 몸이 노란색의 스파크로 둘러싸이더니 전광신뢰란 그 이름처럼 빛과 같은 속도로 엉망진창이 된 대지를 달리기 시작했다.


-스칵! 스칵 스칵!


보어맨과 보어맨 사이에 이어진 노란 스파크는 마치 한줄기의 빛처럼 보였고 그 빛이 지나간 자리에는 보어맨의 목이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단숨에 모든 적을 베어낸 카르트는 검을 바닥에 내리찍으며 가까스로 그 움직임을 멈췄다.


-카가가가!


대지에 생겨난 일직선의 검흔에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여기까지가 정확히 5초.


두 명이 앞으로 나서고 단 5초 만에 마물 보어맨의 무리는 쌍둥이의 손에 전멸해 싸늘한 시체 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그 압도적인 힘이 만들어낸 허무한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던 모네는 뒤늦게 입을 벌리고 소리쳤다.


“에에에에에에!?”


*


모내는 그들이 자아낸 압도적인 파괴력을 목격한 뒤 상당한 조급함을 느꼈고 계속해서 그들 파티를 마물에게 습격 받도록 유도했다.


‘제, 젠장. 전투력이 내 상정 외였나? 그렇다면 이번엔 엘더 리자드들의 소규모 주둔지가 있는 곳으로 끌어들여···’


.

.

.


“카르트! 여기 리자드들 무기는 약간 푸른 색을 띄는데?”

“그래? 한 마리는 살려둘까?”

“아니!”

“그럼.”


-콰직!


멜리아가 리자드의 골통을 깨부수는 것으로 엘더 리자드의 군락은 전멸했다.


*


‘이렇게 된 이상 조금 의심을 받더라도 검치 살모사 무리가 우글거리는 굴 안에 집어넣어서······!’


.

.

.


“으엑 얘네들 독이 너무 많아. 가능한 상처 없이 졸라 죽이려 했는데 옷이 다 더러워지겠어.”

“좋아하는 거 아냐? 너도 독 쓰잖아.”

“야! 몰랑님이 들으면 화내신다! 그건 부식액이야!”

“뭐가 다른 거야?”

“그럼 카르트도 번개가 아니라 정전기 쓰는 거지?”

“그게 그거랑······아. 그래 미안하다.”

“성의 있게 사과해!”


멜리아와 카르트는 굴 안에 있던 뱀을 모조리 도륙한 후 그 체액에 범벅이 된 채로 말다툼을 했고 모네는 그 잡담을 들으며 세상이 무너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


그리고 시간이지나 모네는 결국 이틀 전 알트를 잃었던 그 장소 목전까지 오고야 말았다.


“이야~ 모네씨 덕에 해가 지기 전에 도착했어 대단하네!”

“아, 아뇨. 전부 카르트 씨랑 멜리아 씨가 마물들을 빠르게 해치워 주신 덕이겠죠······.”


모네는 이제 쌍둥이 남매의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후보지 세 곳 중 남은 두 곳은 이미 수 시간 전에 거쳐 왔다. 그것도 마물의 주둔지란 주둔지는 모조리 거쳐 가면서 최악의 루트만을 선택해왔는데. 아직 해가 저물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아 있었다.


사실상 뮤스턴 숲에 존재하는 마물의 대부분은 오늘 두 쌍둥이의 손에 사멸되었다고 무방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그들이 상대한 마물의 수는 지난 한 달간 쌍둥이가 상대해온 데스 퍼레이드에 비하면 무난한 정도에 불과했다.


“······진짜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미친 괴물들이잖아. 저 정도면 필드에서 활동하는 모험가들 중엔 적수가 없잖아. 미궁으로 가야지 그나마···”

“당연히 용사니까 그렇겠지. 그나저나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그럴지도 모르지. 아직 선정 된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어린 애들이니까. 성장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아직 한참 남았을지도.”


모험가들은 그들이 용사인 이상 애초부터 승산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모네는 초조하게 이를 갈았다.


‘젠장! 나, 남은 방법이라곤 된 이상 숲의 주인이라 불리는 오우거가 출현하는 요행을 바라는 수밖엔······!’


“아아. 그때 제대로 쓰러뜨리지 못한 오우거라도 나오진 않을까 기대했는데. 결판을 내고 싶어.”

“바보 카르트야. 목이 반 이상이 잘렸는데 당연히 죽었겠지.”

“아니 오우거는 회복력이 강하다고들 하잖아? 그리고 바보라니. 너 요즘 말이 너무 험해.”


그들의 별 것 아닌 잡담. 하지만 그 내용이 모네의 귀에 흘러들어가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두 쌍둥이에 묻고 말았다.


“지금 뭐라고······?”


오우거를 숲의 왕이라고 불리는 그 괴물을······. 너희들이 퇴패시켰다고?


그녀는 이제 자신의 정체를 숨길 생각도 없는 듯 노골적으로 경악의 빛을 띠었지만 멜리아는 해맑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아. 모네씨한테는 말을 안 드렸구나. 저희가 용사거든요!”

“용ㅅ······.”


그녀의 선언에 모네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속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렇구나! 그래서······! 그렇다면 내가 이 녀석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


“그러니까 이제 그만 앞장서실까?”

“······네?”

“너희들 놀음에는 질리도록 맞장구 쳐 줬잖아?”

“그게 무슨······.”


카르트의 차가워진 목소리와 눈빛에 모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이런 수상한 타이밍에 우리 파티에 합류해 오는 녀석의 목적이야 뻔하지. 알고도 받아준 거야. 아마도 그 비스타란 녀석과 합을 맞춘 거겠지.”


카르트가 다 알고 있다는 듯 이야기 하자 신이 끼어들어 동료를 위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야야! 비스타는 그런 녀석이 아니란 말이야!”

“뭐? 정황상 첩자일 가능성이 있는 건 그 녀석 밖에 없다는 건 오히려 너희들이 먼저 꺼낸 말이잖아? 난 그냥 말을 옮긴 것뿐인데?”

“그,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확정적으로 말할 것 까진······.”


뭐야.


카르트는 어이없다는 듯 힐끔 눈을 흘기곤 말을 본론으로 돌렸다.


“어쨌든. 애초부터 라마트라의 근거지는 마법적 위장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거든, 아무리 교묘하게 숨겨놓아도 이렇게까지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은 모양이군.”


카르트는 손에 들린 검으로 허공을 그었고 그곳의 풍경이 투명한 막에 투영되어 있는 듯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반응에 멜리아의 정령 몰랑이 나타나 첨언했다.


-이건 고대의 기술인 시간 동결식 봉인에 사용되던 결계야. 코드를 가지지 못한 자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인식 저해 마법이 걸려 있지. 설마 아직까지 남아 있는 곳이 있을 줄이야······.


“큭!”


-휘리릭!


모네는 뒤늦게 나뭇가지를 향해 와이어를 던졌지만 멜리아가 한발 더 빨랐다.


-콱!


그녀는 모네의 팔을 꺾어 누르곤 천천히 그녀의 몸을 투명한 막 속으로 밀어 넣었다.


“끄윽!”

“죄, 죄송합니다. 가능한 아프지 않게 할게요.”


-즈와아앙~


모네의 몸이 접촉하자 막이 서서히 걷혀가면서 그 너머의 광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설마 숲 속에 이런 장소가 있으리라곤······.”


신을 비롯한 모험가들은 그 너머의 광경을 보곤 입을 벌렸다.


그곳엔 인간의 키 3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강철 비석과 신을 모시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신전이 드넓은 평야 위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주변은 침엽수림이 우거진 숲이었는데 어째서 이곳만 이렇게······.


그 광경을 눈앞에 두고도 납득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정령 키닛츠가 설명을 대신했다.


-몰랑의 말대로 시간 동결식 결계라고 한다면 이곳은 시간이 멈춘 채로 천년이란 시간을 지나왔다는 의미가 되지. 즉 이거 침엽수림이 들어서기 전 평야였던 뮤스턴의 광경이란 거다.


그리고 그들이 평야 안으로 들어가자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 챈 신도들은 당황해 소리를 질러댔다.


“모, 모네!”

“돌파 당한 건가!?”

“인질로 잡혀 있어!!”

“하필이면 성지가 해방되기 직전인 시점에!!”

“목적이 뭐냐!!”


팔이 꺾인 모네의 목에는 카르트의 검이 겨눠져 있었고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말했다.


“사악한 종교의 신도들이라고 해서 어떨까 했더니. 평범하게들 생겼잖아? 생각보다 인정도 있고. 같은 신도끼리는 그래도 서로를 아낀다는 건가?”

“크윽···! 여러분 저는 괜찮으니···”

“닥쳐. 요구사항은 간단해. 대장을 만나야겠어. 그리고 한명 너희들이 잡아두고 있는 여자아이 하나를 데려가야겠다.”

“서, 성녀님을 데려오라고 말하는 건가?”

“어떻게 감히······!”

“하지만 이대로라면 모네가······.”


다른 신도들은 그 요구에 당황하며 전전긍긍했지만 붙잡힌 모네는 신음하며 소리쳤다.


“우리들은 모두 순수한 믿음에 의해 모인 신도들이다. 마치 협박당해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듯한 말을 하다니.”

“순수? 너희들 라마트라는 고작 이런 장소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동료를 죽이는 걸 순수라 일컫는 모양이지?”

“뭐?! 그, 그걸 어떻게······.”


모네의 표정이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졌다는 듯 일그러졌다.


“말했잖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어제 파티가 전멸한 주제에 당장 다음날에 다른 파티에 합류할 생각을 하다니. 그 녀석들이 무슨 짓을 당해 전멸했는지는 뻔한 일이지. 정말이지 질린다니까······. 추악한 짓을 저질러 놓고도 그걸 선의로 포장해 죄책감조차 지워버리지. 동료를 배신한 너도. 같은 신도들을 죽여 입막음을 할 생각을 한 그 비스타란 자식도 역겨워.”

“난 비스타란 이름은 들어본 적도···”

“그래. 이번에도 그렇겠지.”


-꽈악!


“윽!”


그녀의 발언에 화가 난 멜리아가 팔을 눌렀고 모네는 신음을 토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웅성대고 있는 신도들의 소란을 감지한 어떤 여성이 나타났다.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지?”

“서, 성녀님!”


그녀의 등장에 신도들은 쩔쩔매며 허리를 숙였고 성녀라 불리운 여자는 당당하게 신도들 사이를 가로질러 카르트 쪽을 향해 다가왔다.


그와 같은 또래. 혹은 조금 위로 보이는 소녀. 성녀는 은발을 두껍게 땋아 묶은 미녀였다.


은색의 자수가 화려하게 수놓인 수도복을 입고 눈 아래에 반짝이는 보석을 붙인 그녀는 그야말로 이들의 숭배를 받는 종교의 지도자라는 인상이 강했다.


“너희들은 침입자인가?”


그녀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어 위엄을 과시하려는 듯했지만 카르트는 그 의도를 읽고는 당당하게 목적을 이야기했다.


“이분들의 가족을 찾으러 왔다.”

“가족······?”

“그래! 야파 씨의 딸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 드려! 생이별이 얼마나 슬픈 일인데! 그렇게 한다면 인질을 해방하겠다!”


성녀의 질문에 멜리아가 주먹을 꽉 쥐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요구에 답하는 대신 그들 뒤에 있는 누군가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파타 스승님······? 네스트······?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건 방금까지 보이고 있던 근엄한 태도를 버린, 또래다운 가벼운 반응.


그리고 그 말의 의미를 잠깐 생각한 카르트는 눈을 크게 떴다.


“용사님. 내가 충고했었지?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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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3) 22.03.28 44 0 15쪽
»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4) 22.03.08 32 2 21쪽
41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3) 22.03.07 33 1 18쪽
40 혼의 수복 (3) 22.03.06 35 1 21쪽
39 혼의 수복 (2) 22.03.05 45 2 19쪽
38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2) 22.03.04 40 2 17쪽
37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1) 22.03.03 42 1 19쪽
36 혼의 수복 (1) 22.03.02 41 2 20쪽
35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4) 22.03.01 45 2 18쪽
34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2) 22.02.27 46 2 16쪽
3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1) 22.02.26 55 2 17쪽
32 마왕의 혼 (5) 22.02.25 57 2 14쪽
31 마왕의 혼 (4) 22.02.24 54 2 15쪽
30 마왕의 혼 (3) 22.02.23 55 2 14쪽
29 마왕의 혼 (2) 22.02.22 62 2 17쪽
28 마왕의 혼 (1) +1 22.02.21 100 1 18쪽
27 황제의 명령 (2) 22.02.20 62 2 14쪽
26 황제의 명령 (1) 22.02.19 67 2 16쪽
25 에렌델의 탑 (3) 22.02.18 68 2 19쪽
24 에렌델의 탑 (2) 22.02.17 70 2 18쪽
23 에렌델의 탑 (1) 22.02.16 73 2 21쪽
22 정령과 용사와 마왕 (6) 22.02.15 78 2 19쪽
21 정령과 용사와 마왕 (5) 22.02.14 75 1 16쪽
20 정령과 용사와 마왕 (4) 22.02.13 97 1 17쪽
19 정령과 용사와 마왕 (3) 22.02.12 93 2 19쪽
18 정령과 용사와 마왕 (2) 22.02.11 98 1 18쪽
17 정령과 용사와 마왕 (1) 22.02.10 114 2 15쪽
16 세계 제일의 미녀 (5) 22.02.09 127 2 14쪽
15 세계 제일의 미녀 (4) 22.02.08 123 2 14쪽
14 세계 제일의 미녀 (3) 22.02.07 11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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