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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상어 님의 서재입니다.

여장공작은 사교계의 여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귀신상어
작품등록일 :
2022.01.29 12:54
최근연재일 :
2022.03.28 18:2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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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8
추천수 :
81
글자수 :
329,731

작성
22.02.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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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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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7쪽

마왕의 혼 (2)

DUMMY

“마······왕?”

“그래.”

“너 누구야.”


내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만약 그 아이가 내 이름만을 연호할 뿐이었다면 수많은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난 ‘엄마를 찾아줄까?’ 같은 말을 하며 상냥하게 손을 내밀었겠지.


하지만 그 아이가 입에 담은 마왕이란 단어가 내 경계심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


그건 내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일종의 스위치와도 비슷한 단어.


“······왜 내 앞에서 그딴 이름을 꺼내는 거지?”

“그딴 이름? 너 불경한 여자로구나!”


남자야.


꼬마아가씨는 내 말에 불쾌감을 느꼈는지 눈을 부릅뜨며 호통 쳤고 난 슬쩍 아이의 발밑을 확인했다.


역시. 아주 약간이지만 부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그 꼬마의 입에서 튀어나온 터무니없는 소리의 신뢰도는 상승하고 만다.


역시 나와 마왕 사이에는 무언가의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걸까······.


그리고 ‘그것’은 검지로 날 가리키며 말했다.


“가련 레시오스코프. 난 지난 열흘간 너를 지켜봤지.”

“나를······?”

“그래. 뿐만 아니라 지난 천년의 세월 간 이 탑을 거쳐 간 모든 자들을 지켜봤다. 일국의 왕자, 마녀의 후손, 마족의 후계 그리고 다크 엘프족 까지. 에렌델의 탑은 인세의 재능이 모여드는 금광과도 같은 곳이니까.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은 결국 너였다.”


제물로 삼겠다고 선포를 해놓고는 선택받았다는 말을 들어봤자 그리 기쁘지는 않은데······.


거기에 천년 이라면 마왕이란 단어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꺼림칙한 기간이다.


그래······넌 겉보기와는 다르게 1000살 넘게 먹은 할망구라는 말이지?


귀신인지 마물인지 그것도 아니면 더욱 사악한 무언가 일지는 모르겠지만.


-스아아아


난 자연스럽게 뒤로 손을 감추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마력을 모았다. 그리고···


-푸슈슈~


어, 어라?


순간 내 손에 모여들었던 마력이 너무도 허무하게 바람의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난 잠깐이나마 저 꼬마가 무슨 짓을 한 건가싶어 잠시 당황했지만 곧 그 원인은 내게 있음을 깨달았다.


젠장! 낭패다! 목에 걸고 있는 마나 디퓨저가 작동한 것이다.


당연히 아직 해제하지 않고 있었지! 설마 화장실 가는데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가련 레시오스코프. 네가 등에 업은 공작가의 세력과 네가 거느린 탑 내 추종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름다운 얼굴. 전부 내가 가져갈 테다.”

“그래 역시 목적은 내 몸. 그리고······응? 마력이 아니라?”

“그 하찮은 마력량은 알고 있다. 하지만 크게 상관 없어. 어차피 네 혼과 마력은 내 혼과 마력이 대체할 거니까 그러니 지금 당장 그 몸 내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내가 잠깐 방심한 사이. 꼬마는 높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그대로 내게 달려들었다.


“아, 안 돼! 떨어져!”


-슉!


난 손을 앞으로 뻗었지만 내 손은 그대로 그녀의 몸을 통과할 뿐.


“네 몸만 있으면 그분을 다시 뵐 수 있어! 이번에야말로 사랑받을 수 있어!”

“대체 내 몸으로 뭔 짓을 하려는 건데!? 적어도 그게 마왕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정도는 알려 줘야······!”

“이제 내 몸이다!!”


그 아이의 몸을 통과하는 순간 느껴진 감촉을 통해 난 명백히 깨달았다. 이건 육신이 아닌 마력 덩어리라고! 젠장! 혼을 다루는 분야는 완전 숙맥인데!


마침내 어린 여자아이의 혼은 그대로 내 몸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뇌리에선 번쩍번쩍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크윽!”


난 아찔한 정신을 붙잡기 위해 머리를 부여잡았지만 그 이질감은 계속해서 커져갔다.


접촉 시간이 오래 될수록 꼬마의 혼이 내 혼에 섞여 들어가면서 마력 거부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웬만한 마력이라면 동화시킬 수 있었겠지만······.


이 녀석은 대체 뭐지?! 단순히 천 년 전에 죽은 꼬맹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저항해도 소용없어! 난 천 년 간 마도의 핵이라 불려도 무방한 이 공간에서 살아남은 마혼!

“고작 인간 내게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머릿속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내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장 그대로 몸을 빼앗겨간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한다. 정맥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그 이질적인 감각의 마력이 나를 침범한다는 느낌.


이런 무력감은 정말 처음이었다. 진짜로 몸을 빼앗긴다고······? 그런 게 가능한 일이라고? 그렇다면 내 혼은 어떻게 되는 거지? 설마 이대로 죽는······?


-두근!


그때였다.


-두근!


거부반응인지 혹은 공포에 따른 생리현상인지.


-두근!


내 심장이 빠르게 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쿵! 쿵! 쿵! 쿠!


마치 가슴팍을 때려대는 듯한 강렬한 고동이 빠르게 피를 전신에 내보냈고 머지않아······.


“허억···!?”


숨이 멎었던 것처럼 공기를 빠르게 들이킴과 동시에 내 몸 안으로 스며들었던 꼬마의 영체가 단숨에 튕겨나갔다.


-츠팍!!


강렬한 파열음.


꼬마의 영체는 바닥을 굴렀고 난 마구 헛구역질을 쏟아냈다.


“콜록! 쿨록! 케헥!!”


실을 늘이며 바닥으로 몇 방울 흘렀다.


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소녀의 상태를 보고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아무래도 생각처럼은 안 된 모양이네.”


그녀가 내 몸을 차지하는 데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걸.


그리고 소녀는 험악한 목소리로 내게 소리쳤다.


“너어······정체가 뭐야! 몸 안에 뭘 숨기고 있는 거야!”

“뭐?”

“이······괴물!”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소녀가 획 고개를 들어 날 노려보았다.


그러자 내가 보게 된 것은 끔찍한 모습.


소녀의 귀여웠던 얼굴은 망치에 맞은 도자기 인형처럼 깨져서 텅 빈 안쪽이 훤히 들어나 보였고 그녀는 작은 손으로 사라져버린 왼쪽 눈 부근을 고통스럽게 부여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광경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누가 봐도 괴물 같은 모습을 한 저 녀석이 나를 괴물이라 일갈했다는 사실.


내 안에 무언가 있다고······?


설마!


“너! 방금 내 안에 들어왔던 거지? 거기서 뭘 본거야!?”

“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 몸에 대해선 네가 더 잘 알 것 아냐!”

“나도 몰라! 그걸 알아내기 위해 이곳에 온 거라고! 어쩌면 네가 그 단서를···”


-꺄아아악!!!


“윽!?”


다급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 소리가 내 귓전을 때렸다.


젠장. 메이드가 왔나?! 너무 안 보인다 싶긴 했는데. 하필이면 지금이냐!


“거기! 누구시죠!? 괘, 괜찮으신 것 맞죠!?”

“네, 네! 전 괜찮아요!”

“이 목소리는 가련 아가씨?! 제, 제가 잘못 본 것 아니죠? 방금 아가씨 앞에서 끔찍한 모습을 한 꼬마 아이가 있었는데!”

“어······그건. 잠시만요!”


메이드가 점점 가까워진다. 늦기 전에 한마디라도 더 물어봐야 해!


나는 다급하게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지만.


······이미 늦었네.


내가 잠시 시선을 돌려 메이드에게 변명을 하고 있던 사이 유령인지 괴물인지 뭔지 모를 존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메이드는 헐레벌떡 달려와 내 용태를 살폈다.


“가, 가련 아가씨! 괜찮으신 거죠?! 어딘가 다치신 곳은······!”

“아뇨. 놀라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이 늦은 시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잠시 환상······아니.”


난 상황을 얼버무리려다 말고 생각을 바꿔 메이드에게 물었다.


“혹시 여자 기숙사에 어린 꼬마 아이 귀신이 나온다는 말이 있나요?”

“네?! 서, 설마······.”


메이드는 기겁을 하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괴, 괴담 중에 그런 게 있긴 한데요. 시험 기간 밤에 홀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 있으면 놀아달라고 접근하는 어린 아이의 유령이 있다고······.”

“그런가요.”


괴담이라······.


*


<다음날>


“안녕하세요! 아가···어?”


멀리서부터 내 모습을 인식한 채로 다가오던 여학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웬 안대세요?! 혹시 다치셨나요!?”


그녀는 내 왼쪽 눈을 가리켰고 실제로 난 지금 왼쪽 눈에 의료용 안대를 하고 있었다.


“외상은 아니고요. 피로 탓인지 잠시 눈에 붓기가 있어서. 오는 길에 의료실에 들려 부탁드렸답니다. 걱정하실 일은 전혀 아니에요.”

“이럴 수가 어제 정말로 많이 피곤하셨군요. 저희가 더 신경을 써 드렸어야 했는데······.”


시무룩하게 눈을 내리며 자책하는 그녀. 고마움을 느낀 난 웃으며 괜찮다 대답하려 했지만.


“하지만 그것도 또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역시 아가씨의 미모는 어떤 아이템이라도 패션 아이템으로서 소화해내시는 군요! 탑에서 안대가 유행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가요······고마워요.”


이제 슬슬 놀리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가기 시작하는데.


*


그리고.


-쿵!


“샤론! 가입하겠습니다!”

“네, 네?!”


강의실에 도착한 내가 책상에 손바닥을 내려찍자 곱슬 단발을 가진 소녀가 화들짝 놀라며 내 눈치를 봤다.


이보세요. 화내는 거 아니거든요······.


난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용건을 밝혔다.


“학습 외 활동. 어제 당신이 말했던 것 말이에요. 분며 그 이름이······괴담 동아리라고 했나요?”

“아! 아뇨! 정확히는 에렌델 탑의 미해석 전승 탐색입니다!”

“복잡하네요. 그래서 기억 못했나봐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지난 밤 생각해 봤는데 역시 흥미가 돋는 것 같아서요. 제 참여 의사를 부장에게 알려주시겠어요?”

“저, 정말인가요!?”

“물론.”


내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샤론이 가슴 앞에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어, 엄청난 열의!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죠?”

“아뇨. 귀신이라니. 저희 나이대의 여자아이들에겐 최고의 소재잖아요? 당연히 참여 해야죠!”

“그렇죠! 가련 아가씨도 알아주셨군요!”

“그렇다니까요~”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아가씨의 합류 의사를 헤일리 부장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분명 부장도 기뻐할 거예요! 사실 최근 셰인 교수님으로부터 활동 중단을 권고 받았었거든요. 만약 아가씨께서 참여해주신다면···”

“뭐,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교수든 학장이든 권위로 전부 찍어 눌러 드릴 테니까.”

“네!! 믿음직하네요! 지금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우당탕!


샤론은 내가 확답을 주자마자 일어나 그대로 강의실을 뛰쳐나가고 말았다.


······아니. 강의 안 들어?


“무슨 바람이 불었데?”


샤론이 나가고 수업이 시작할 때가 다가오자 그간 말없이 책만을 응시하던 유나가 처음으로 시큰둥하게 말을 걸어왔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시치미 떼긴. 어제까지만 해도 명백히 관심 없는 눈치였잖아.”

“이제 관심이 생겼어요.”

“칫. 예쁘게 웃지 말아줄래? 속은 시커먼 주제에. 안대를 한 건 또 뭐야. 유령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코스튬이라도 입은 거야?”


내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기울이자 유나는 기분 나쁜 티를 팍 내며 내게 일갈했다.


그냥 웃은 거거등······.


“유나 양도 관심이 있으면 함께 찾아보는 건 어때요? 유령.”

“뭐?! 나, 나는 됐어.”

“네? 재미있을 텐데요?”

“그런데 시간 낭비하느니 공부를 하겠어. 너도 하는 게 좋을 걸? 일주일동안 지켜보니까 집중하는 시간이 10분도 안 되는 것 같던데.”

“잘도 보셨네요. 아마 유나 양도 집중 안 하셨나봐요~”

“나는 안 들어도 상관없는 입장이라 그런 거고.”

“우연이네요. 저도 그렇거든요.”

“흥······. 주변 녀석들이 네 뒤를 닦아줄 거라고 믿고만 있다간 언젠가 피를 보게 될 거다.”


그녀는 내가 정말 다른 학생들의 답안을 배낄 거라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건지 비아냥대면서 펜을 집어 들었다.


“······유나씨 오늘도 가상구현화실에 가시나요?”

“뭐? 그걸 네가 어떻게······.”

“친구한테 들었어요. 유나씨가 논문 작성에 열성적이라고.”

“친구······?”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날 쳐다봤지만 곧 교수가 강의실에 입장함으로서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 나를 제외하고 유나와 그녀의 친구 루토 사이에서 몇 마디가 더 이어지기는 했다.


“너 진짜 간도 크다. 그렇게 깝죽대다가 가련 아가씨가 정말 핀트가 나가시면 어쩌려고 그래?”

“흥. 여기는 대학이고 난 수석이야. 누가 누구한테?”

“손이 떨리고 있거든.”

“이, 이건 추워서 그래!”


유나는 휙 펜을 잡은 손을 책상 아래로 숨기며 나를 힐끔 보았다.


물론 심기를 건드렸다고 권력을 써서 보복을 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시비를 걸어대는 이유도 딱히 납득이 되진 않는데······.


거리낌 없이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말이야······.


*


그리고 그날 오후.


유나 비비프는 가련 레시오스코프가 말했던 것처럼 늘 그렇듯 가상구현화실에 앉아 논문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산처럼 높이 쌓인 책 더미가 그녀의 바로 옆에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쿵!


“으갹!?”


유나는 화들짝 놀라며 순간 펜을 떨어뜨렸고 곧장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렸다.


“어떤 자식이야?!”


이 매너 없는 불청객에게 예의에 대해 마디 해줄 생각이었다.


설마 아까 넌지시 오늘 스케쥴에 대해 이야기했던 가련 레시오스코프인가 싶어서.


하지만 거기 있는 건 지난 열흘간 그녀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다녔던 흑발의 소년이었다.


“욥.”

“유, 유유! 어떻게······아니. 언제······아니! 너! 어디에 있었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하나만 해.”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그렇게 툭 던져놓고 사라지면 안됐지!!”


그간 맘고생이 심했는지 유나는 거의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따지고 들었지만 씰룩씰룩 저절로 올라가는 입 꼬리 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다.


‘진짜 귀신인 줄 알았잖아!’


그녀는 아주 잠깐 유유를 힐책한 뒤 흠흠! 부끄러운 듯 본심을 꺼내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가, 갑자기 무슨 일이야? 이 책들은 뭐고?”

“음. 사실 오늘은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나, 나한테? 너 정도 수준에서도 모르는 문제라면 나도 자신은 없는데······아니! 괜찮아! 난 학년 수석이니까! 물어봐!”


순간 소심한 유나의 자아가 나올 뻔 했지만 이대로 미련 없이 유유가 다시 떠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던 그녀는 곧장 가슴을 펴고 허세를 부렸다.


그리고 유유는 그런 그녀의 태도를 보고 엷게 웃으며 의자를 빼 그녀 옆에 앉았다.


“그때 내가 널 도울 수 있었던 건 우연히 내가 잘 아는 분야였기에 그랬던 거고. 아마 광범위한 걸친 마법학의 이해는 유나 네 쪽이 훨씬 훌륭할 거야.”

“흠! 엣헴! 뭐,뭐, 잘 알고 있네! 좋아. 그래서 궁금한 게 뭔데? 이렇게나 잔뜩 책을 싸들고 와서는.”

“응. 너 학교에 돌고 있는 괴담에 대한 이야기 들어봤어?”

“괴담······?”


유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리 생소한 소재는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찜찜했다. 벌써 괴담에 관해 이야기를 듣는 게 3번째.


그것도 가련과 전혀 관계없는 유유의 입에서 괴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다니.


그녀는 유유가 가져온 책의 등을 보면서 그 제목들을 훑었다.


차례대로 강령술, 마물 도감, 마력-혼-육체 상호작용, 그리고 마왕에 관한 기록 등을 주제로 한 책들이었다.


“괴담과 크게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그게 또 꼭 그렇지만도 않거든. 내가 궁금한 건 영체인 상태에서 오랜 기간을 살아온 무언가가 인간에게 신체강탈을 시도할 수 있느냐? 하는 거야.”

“그, 그게 뭐야? 괴담 중에 그런 것도 있었나? 엄청 무서운데······.”

“그러니까.”


유나는 이게 무슨 질 나쁜 농담인가 싶어 어색하게 웃었고 유유역시 덩달아 피식 미소 지었다.


하지만 유나는 곧 그의 눈이 한없이 진지하다는 것을 깨닫고 불길한 예감에 조심스레 물었다.


“······그거 괴담 이야기 맞아?”

“그렇다고 했잖아.”

“괴담인 것 치고는 지나치게 구체적이잖아. 그리고 본격적이고. 실체도 없는 뜬소문에 이렇게까지 네가 집착할 리가 없어.”

“우리는 열흘 전에 한번 만났는데.”

“그, 그래도 그 정돈 알아!”


서운함 때문인지, 짜증 때문인지 혹은 둘 다 때문인지 유나는 정색하며 언성을 높였고 유유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몸을 수그리며 쓰게 웃었다.


“알겠어. 솔직하게 말할게. 학년 수석답네. 못 당하겠어.”

“뭐야. 비꼬는 거야?”

“조금?”


유유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으로 웃었고 유나의 입가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그럼 이제 사실대로 말하겠지.


-꿀꺽


유나는 진실을 들을 준비를 했지만 유유의 다음 행동은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슥


녹색 눈동자를 가진 소년의 손이 슬며시 유나의 손을 잡은 다음 그녀의 몸을 확 잡아당긴 것이다.


“자, 잠깐! 뭐하는 거야?!”


유나는 갑작스런 힘에 그대로 끌려가고 말았고 불과 10cm 거리에서 소년과 마주보게 되었다.


소녀의 볼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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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3) 22.03.28 45 0 15쪽
42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4) 22.03.08 32 2 21쪽
41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3) 22.03.07 33 1 18쪽
40 혼의 수복 (3) 22.03.06 35 1 21쪽
39 혼의 수복 (2) 22.03.05 45 2 19쪽
38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2) 22.03.04 40 2 17쪽
37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1) 22.03.03 42 1 19쪽
36 혼의 수복 (1) 22.03.02 41 2 20쪽
35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4) 22.03.01 45 2 18쪽
34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2) 22.02.27 46 2 16쪽
3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1) 22.02.26 55 2 17쪽
32 마왕의 혼 (5) 22.02.25 58 2 14쪽
31 마왕의 혼 (4) 22.02.24 54 2 15쪽
30 마왕의 혼 (3) 22.02.23 55 2 14쪽
» 마왕의 혼 (2) 22.02.22 63 2 17쪽
28 마왕의 혼 (1) +1 22.02.21 100 1 18쪽
27 황제의 명령 (2) 22.02.20 62 2 14쪽
26 황제의 명령 (1) 22.02.19 67 2 16쪽
25 에렌델의 탑 (3) 22.02.18 68 2 19쪽
24 에렌델의 탑 (2) 22.02.17 70 2 18쪽
23 에렌델의 탑 (1) 22.02.16 73 2 21쪽
22 정령과 용사와 마왕 (6) 22.02.15 79 2 19쪽
21 정령과 용사와 마왕 (5) 22.02.14 75 1 16쪽
20 정령과 용사와 마왕 (4) 22.02.13 97 1 17쪽
19 정령과 용사와 마왕 (3) 22.02.12 93 2 19쪽
18 정령과 용사와 마왕 (2) 22.02.11 98 1 18쪽
17 정령과 용사와 마왕 (1) 22.02.10 114 2 15쪽
16 세계 제일의 미녀 (5) 22.02.09 128 2 14쪽
15 세계 제일의 미녀 (4) 22.02.08 123 2 14쪽
14 세계 제일의 미녀 (3) 22.02.07 11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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