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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상어 님의 서재입니다.

여장공작은 사교계의 여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귀신상어
작품등록일 :
2022.01.29 12:54
최근연재일 :
2022.03.28 18:2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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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4
추천수 :
81
글자수 :
329,731

작성
22.01.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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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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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두번째 삶 (1)

DUMMY

“새 인생을 살아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그 제안은 돌연 내게 들이밀어졌다.


인적이 드문 공원. 홀로 벤치에 앉아 소주병을 들이키고 있던 내게, 누군가가 다가와 대뜸 그렇게 물었던 것이다.


“제사 안지내고 예수도 안 믿으니까 그냥 가 보세요. 저 오늘 상당히 기분 안 좋거든요.”


안주로 새우과자 하나 살 돈도 없어 심술이 나 있던 난 내게 접근한 누군가의 얼굴도 확인하지 않은 채로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훠이훠이 저었다.


하지만.


“유유현 만 26세. 현재 무직.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던 중 취업을 빙자한 다단계 사기에 걸려들어 5억 가량의 채무를 지게 됨. 빚을 청산하기 범법적인 일에 손을 대다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까지 전부 추징당함. 그로 인해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에게서도 연락 두절인 상태. 물론 상심이 크시겠죠. 그러니 그러한 신경질적인 반응도 십분 이해하는 바입니다.”


여성은 사뭇 사무적이고도 무난한 어조로 나의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를 줄줄 읊어댔고 발끈한 난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당신 뭡니까······? 빚을 갚으라고 할 셈이라면 죄송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은 무일푼 신세라,”

“새 인생을 살아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네?”


다시금 들이밀어진 의미 불명의 제안.


내 말을 듣지 않는 건가?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고 가로등의 노란 빛 아래의 그녀를 관찰했다.


여자는 정장에 선글라스라는 누가 보더라도 수상하기 그지없는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그랬기에 그 수상한 제안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었다.


“새 인생이라는 게 대체 뭔가요? 개인 회생이나 그런······?”


난 이전의 퉁명스러웠던 태도와 상반되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었고 여자는 그런 내 질문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유유현씨. 당신의 빚을 단숨에 청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철컥!


쇠로 된 기계의 연결부위가 결합되는 소리가 들리고 누워있는 내 얼굴에 강렬한 조명이 비췄다.


“피실험자 42번. 유유현씨. 먼저 마취부터 들어갈 겁니다. 투약은 그 뒤에 진행될 거고요. 그러니 고통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앞서 서명하신 비밀유지 서약서에는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피해에 관해 저희 측에선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문장이 명시 되어있기는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겁니다. 여태껏 생명에 지장이 없었던 적은 없었어요 그러니 겁 먹지 마세요.”

“아, 알겠습니다.”


의사인지 과학자인지 모를 남자의 말에 난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나는 새하얀 환자복을 입은 채로 철제 침대 위에 누워있다. 정확히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으나 아마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의 연구동이겠지.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다. 그렇게나 멀끔하게 차려입고서 나 같은 인생 패배자에게 접근해 목돈을 쥐여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면 그건 십중팔구 세간에 알려져선 곤란한 불법적인 일에 동원될 희생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테니까.


하지만 난 그러한 진실에 분노할 만큼 내 주제를 모르지 않았다. 그들의 제안은 정말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둘도 없을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으니까.


단 한 달 간의 실험에 동참하기만 하면 빚을 10억을 일시불로 지급하겠다니! 이건 구원이다!


“그럼 마취약 투여하겠습니다.”


주사바늘이 링거에 꽂힌다. 그리고 졸졸졸 용액이 튜브를 타고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 잠깐 한숨 자고 일어나는 거야. 그리고 눈을 뜨면 다시 처음부터 장밋빛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거지.


난 빚을 모두 청산하고 오히려 보수로 두둑해진 통장 잔고를 여동생에게 보여주는 거지. 그렇게만 하면 다시······.


.

.

.


“바이탈 사인 계속 확인해!!”

“교수님! 이미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계속해서 하락합니다!”

“우선 아드레날린 투약하고! 이어서 제세동기 준비를!”

“알겠습니다!”

“클리어!”


-쾅!


*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난 천천히 트이는 시야를 통해 들어오는 번쩍이는 빛을 보고 눈가를 팍 찌푸렸다.


“조산이기에 걱정했지만 아주 건강한 아드님이십니다!”

“저, 정말인가?! 이런······부인.”

“저는······저는 괜찮아요. 그것보다 아이를···”


무슨 말소리가 들리는데 알아듣기는 힘들었다. 외국어 같은데······의학 용어인가? 연구실 안에는 서양인들도 꽤 보였으니까.


그것보다 이 사람들 표정이 그리 좋지가 않다. 설마 실험이 잘못된 건 아니겠지? 아니, 아무리 돈 주고 산 실험체라지만 실험이 끝났으면 우선 상태를 알려줘야지 뭘 하고 있는 거야?


난 약간의 짜증을 느끼며 몸을 일으키려 팔을 침대에 짚었는데······뭐야 이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도련님이 움직이십니다!”

“오, 옳지! 우선 아버지라고 불러보렴!”

“갓 태어난 아이에게 그건 아니죠.”

“아하하! 그런가?”


기쁜 듯 웃는 남자와 기진맥진한 채로 미소를 짓는 여자. 그리고 둘을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는 노파.


서서히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봐도 그들은 의사와 간호사로 보이진 않았고, 지금 내가 있는 장소도 무균의 실험실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대체······.


나는 혼란에 빠져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다가.


“우선 도련님의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찰싹!


“흐에에에에엥!!!”


울어 버렸다.


*


<5년 후>


“어머! 도련님이 또 어디를 가신 거지?!”

“바보! 빨리 찾아! 내가 그래서 눈을 떼지 말라고 했는데! 가련 도련님은 혼자 두면 자꾸 사라지신단 말이야!”


문 뒤쪽에서 메이드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린다.


난 숨을 죽인 채 조용히 그들의 목소리가 멀리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문을 열고 재빨리 메이드들이 달려간 쪽과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히히힛!”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건 절대 내가 좋아서 웃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내 몸이 몰래 도망친다는 일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멋대로 웃어버리기 때문임 미리 밝혀둔다.


대체 그게 무슨 의미냐 묻는다면······간단하다. 현재 나는 대한민국의 건아 유유현이 아닌 5살의 꼬맹이 가련 레시온스코프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난 어딘가 다른 시대, 다른 나라의 인간으로 환생해버리고 만 것 같다.


설마 정말 인체 실험 도중에 죽어버릴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새 삶을 시작하고 싶다곤 했지만 이런 형태로 시작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었단 말이다!


난 세련되게 장식된 저택의 복도를 내달리면서 내 신세를 한탄했다.


거기에 시대는 대충 유추해봐도 산업혁명 이전의 유럽. 모든 것이 1차원적이 노동으로 이루어지는 끔찍한 암흑의 시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긍정적으로 생각해볼만한 사항이 있다면 내가 태어난 가문은 엄청나게 큰 대저택을 가지고 있으며 수십에 달하는 사용인을 부릴 만큼 부유하다는 것. 그리고 전생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정도일까?


과학적으로 그게 말이 되나? 싶기도 했지만 태클을 걸기엔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하려면 다시 태어난 것부터 시작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지금 난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고? 보다시피다!


“하아! 하아!”


난 어느새 저택 바깥으로 빠져나왔고 차가운 공기가 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힐끔힐끔 뒤를 돌아봤다. 메이드들은 내가 이미 저택 밖으로 빠져나온 것도 모르고 아직 저택 안을 뛰어다니고 있구나!


“흐하하!”


지금은 조용히 해야 하는데 장난이 성공한 데에 대한 기쁨이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드디어 귀찮은 짐덩이들을 따돌렸다.


그럼 이대로 밖으로 나가서 마을의 조사를······!


“요놈!”

“우앗?!”


내가 가문의 영역 밖으로 내달리려는 순간 부유감과 함께 몸이 공중에 떴고 난 발을 허공에 저었다.


누군가 나를 들어 올린 것이다.


“그렇게 속을 썩이지 말라고 이야기 했는데! 남자아이는 너무 활발해서 탈이라니까!”


한탄을 하는 것 같았지만 날 귀여워하는 듯한 웃음이 묻어나는 목소리. 그 주인을 알고 있던 난 반성하는 척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마마······.”

“그래! 가련! 다신 도망치지 않겠다고 일주일 전에 마마랑 손가락 걸고 약속했잖니! 그런데 또 이런 돌발행동을 벌여? 그럼 메이드 누나들이 고생하게 된단 말이야!”

“하지만 집에서 노는 건 재미없는데······.”

“재미없어도 어쩔 수 없어요!”


긴 흑발을 뒤로 묶은 어머니, 유리앙 레시오스코프는 다정한 척 이야기하면서도 매우 단호했고 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지난 5년간 난 저택 안에서 나를 떠받들어 주는 메이드들과 도형 맞추기 놀이만을 하며 버텨왔다.


“난 밖에서 놀고 싶은데!”


하고 반박해봤자


“네네~ 알겠어요~ 나중에 가련이 조금 더 자라고 나면~”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


그러니 내가 설득을 포기하고 몰래 행동할 수밖에.


“이제 내려조······.”

“가련이 얌전히 메이드 누나들하고 놀겠다고 약속하면 놓아줄게~”

“약속 할게요.”

“훌륭합니다~”


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만족한 유리앙은 날 다시 내려놓았다.


젠장. 분하다. 정신 연령은 내가 더 연상일 텐데. 행동과 감정은 몸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지 난 어린아이와 다름없게 행동하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정원사도, 수위도 없는 완벽한 타이밍을 선택했다고 여겼거늘.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있었던 걸까?


궁금증이 들었던 난 그녀를 올려다보며 차림새를 관찰하다가 이질적인 물건. 허리춤에 매달린 검을 보았다.


귀족 부인이 검? 펜싱 류인가? 아니 두께를 보면 그래도 나름 무게가 있어 보이는 레이피어에 가까워 보이는데······.


“그런데 여기서 뭘 하고 계셨어요?”

“응?”


내가 묻자 유리앙은 흠칫 당황하는가 싶더니 눈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잠깐 운동을 하고 있었단다.”

“그럼! 나도!”

“이것도 조금 더 자란 다음에!”

“히잉······.”


그녀는 다시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고 난 볼을 부풀렸다.


검······만져보고 싶었는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택에서 메이드 둘이 달려 나와 푹 고개를 숙였다.


“유리앙님!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이 워낙 재빠르셔서 그만······.”

“아니 괜찮아. 그것보다 빨리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렴. 옷이 얇구나.”

“알겠습니다!”


-부웅~


“어엇!?”


갈발을 가진 메이드가 우렁차게 대답하곤 그대로 내 몸을 들어 품속에 안았다.


“자. 들어가요 도련님.”


이렇게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거 굴욕감 드니까 안하면 안 되나······.


*


“정말······. 마나님께 혼나야 하는 저희 생각 입장도 생각해주세요.”


결국 메이드들에게 붙잡혀 다시 저택 안으로 돌아온 난 몸에 비해 과하게 커나란 의자에 앉은 채로 그녀들의 불평을 청취해야 했다.


“대체 왜 그렇게 나가고 싶어 하시는 거예요? 안에서도 충분히 재미있잖아요? 저희랑 노는 거 재미없어요?”

“원래 남자애들은 밖에서 뛰어 노는 거란 말이야!”

“네에? 누가 그런 소리를 해요?”

“그리고 화장도 안하고! 드레스도 안 입어!”


난 소리를 지르며 마구 발을 저었다.


화장? 드레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말 그대로다. 지금 난 메이드 다섯에게 붙잡혀 의자에 앉혀진 채로 드레스를 입혀지고 분칠을 당하고 있었다. 오늘이 특별한 날이어서가 아니다. 내가 온전히 말할 수 있게 된 이후부턴 매일 그래왔다.


“에에~ 잘 어울리시는데~”

“싫은 건 그냥 싫은 거야!!”

“하지만 이건 주인님의 명령이라 저희도 어쩔 수 없답니다.”


5명중 가장 고참인 메이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 했고 아버지의 이름을 들먹이니 어리광을 부리던 나 역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서양쪽에 어린 남자애를 여장해서 키운는 문화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설마 그 대상이 내가 될 줄이야.


심지어 잘 어울려서 더 열 받는다. 이따금 거울 속을 들여다보면 인스타그램에서나 보이던 어여쁜 적발의 꼬마 아가씨를 만나볼 수가 있었으니까.


대체 건장한 성인 남성이었던 내게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에휴······.”


난 착잡함에 인상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었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본 고참 메이드는 차마 못 말리겠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가련 도련님이 원하는 놀이를 해 볼까요? 뭐가 좋으세요?”

“정말?”

“그럼요?”

“음······. 그럼 숨바꼭질!”

“네에?! 도련님 또 밖으로 도망가려고 그러시죠!”

“아냐! 그 대신 본당에서 하고 싶어!”

“아. 그건······.”


내 요구에 자신 만만하던 메이드의 표정이 흐려졌지만 난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또 도형 쌓기 시키면 전부 집어 던져 버릴 거야!”

“그건 제가 곤란한데요!?”

“그러니까!”


심술이 난 5살의 무서움을 내 친히 너희들 앞에 선보이리라. 그런 의미나 다름 없는 으름장에 갈발의 담당 메이드는 곤란하다는 듯 삐질 땀을 흘리며 힐끔 고참을 보았고, 고참 메이드는 천천히 고개를 까딱했다.


“······뭐. 상관없겠죠. 오늘은 주인님께서도 외출중이시니.”

“야호!”


난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입은 채로 벌떡 일어나 주먹을 들었다.


*


“열 세엣~ 열 네엣~”


멀리서 들려오는 메이드의 들으며 난 다다다 뛰어 커다란 문을 열고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쿵!


“내가 나이가 몇 개인데 숨바꼭질을 하고 좋아라하겠습니까~?”


난 콧노래를 흥얼거리곤 끙끙대며 사다리 계단을 끌어 옮겼다.


내가 숨바꼭질을 제안한 이유는 바로 저택의 본당에 위치한 서재에 혼자 숨어들기 위해서, 그리고 서재에 숨어들길 원했던 이유는 바로 책을 챙겨가기 위해서였다.


이미 완성된 지능과 틈틈이 교육을 받은 덕에 읽기와 쓰기 실력은 거의 완성이 됐지만 이곳에 관한 지식은 부족한 탓에 대체 여기가 어느 대륙의 몇 세기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들었으니까.


대강 중세쯤의 서구권인 것 같기는 한데. 자세한 건 역시 책을 들여다 봐야······.


“도련님~ 서재에 계시는 것 같은데요~?”

“아잇!”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찾았잖아! 난 그 책의 내용을 들여다 볼 새도 없이 다급히 가장 눈에 띄는 화려한 표지의 책 한 권을 품속에 숨긴 채 서재 밖으로 빠져나가야 했다.


*


“그렇게 해서. 용사님은 세계수의 충고를 받아들여 정령님과 힘을 합쳐 마왕을 쓰러뜨렸다고 합니다~”

“웅······.”

“도련님?”

“······.”

“오늘 그렇게 뛰어 노시더니 피곤하셨나 보네.”


이른 저녁. 날 침대에 눕혀놓고 동화책을 읽어주던 메이드는 내가 눈을 감고 입을 다물자 잠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잠시간 날 쳐다보다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곤 촛불을 후~ 불어 껐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끼익~


웃음기 섞인 다정한 인사 이후 조심스럽게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더 기다려 메이드가 내 방의 소음을 듣지 못하게 되었을 때 쯤.


-펄럭!


난 덮고 있던 이불을 곧장 발로 차 날려버린 뒤, 냉큼 일어나 침대 아래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오늘 갓 챙겨온 따끈따끈한 책을 꺼내 창가로 가져갔다.


흘러드는 푸른 달빛을 책에 비추니 촛불에 비할 바는 못 되더라도 충분히 읽을 만한 밝기가 되었다.


가슴이 콩닥거린다. 대체 여기는 어디일까? 어느 나라의 어느 시대인 걸까? 내가 아는 전쟁의 역사와 관계없는 곳이었으면 좋겠는데.


난 마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더듬더듬 표지를 읽었다.


“······개론.”


어라? 내가 아직 제대로 이곳 말을 익히지 못한 건가? 이게 제대로 읽은 게 맞는 건가?


순간 눈을 의심하게 되는 단어가 눈에 보인 것 같은데. 나는 다시 차근차근 글자를 복기해봤지만 처음 읽었던 것과 다를 바 없는 글자가 읽힐 뿐이었다.


“슈왈츠화인의 마법학개론······?”


이쯤에서 떠올려 봐야 할 또 하나의 가능성.


이곳이 과거는커녕 지구조차 아닐 가능성.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귀신 상어입니다.


네. 설정이 정신 나가 있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이상한 소설 아니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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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3) 22.03.28 45 0 15쪽
42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4) 22.03.08 32 2 21쪽
41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3) 22.03.07 33 1 18쪽
40 혼의 수복 (3) 22.03.06 36 1 21쪽
39 혼의 수복 (2) 22.03.05 46 2 19쪽
38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2) 22.03.04 40 2 17쪽
37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1) 22.03.03 42 1 19쪽
36 혼의 수복 (1) 22.03.02 41 2 20쪽
35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4) 22.03.01 46 2 18쪽
34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2) 22.02.27 47 2 16쪽
3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1) 22.02.26 56 2 17쪽
32 마왕의 혼 (5) 22.02.25 58 2 14쪽
31 마왕의 혼 (4) 22.02.24 55 2 15쪽
30 마왕의 혼 (3) 22.02.23 56 2 14쪽
29 마왕의 혼 (2) 22.02.22 63 2 17쪽
28 마왕의 혼 (1) +1 22.02.21 100 1 18쪽
27 황제의 명령 (2) 22.02.20 63 2 14쪽
26 황제의 명령 (1) 22.02.19 68 2 16쪽
25 에렌델의 탑 (3) 22.02.18 68 2 19쪽
24 에렌델의 탑 (2) 22.02.17 71 2 18쪽
23 에렌델의 탑 (1) 22.02.16 73 2 21쪽
22 정령과 용사와 마왕 (6) 22.02.15 79 2 19쪽
21 정령과 용사와 마왕 (5) 22.02.14 76 1 16쪽
20 정령과 용사와 마왕 (4) 22.02.13 98 1 17쪽
19 정령과 용사와 마왕 (3) 22.02.12 94 2 19쪽
18 정령과 용사와 마왕 (2) 22.02.11 99 1 18쪽
17 정령과 용사와 마왕 (1) 22.02.10 114 2 15쪽
16 세계 제일의 미녀 (5) 22.02.09 128 2 14쪽
15 세계 제일의 미녀 (4) 22.02.08 123 2 14쪽
14 세계 제일의 미녀 (3) 22.02.07 114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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