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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상어 님의 서재입니다.

여장공작은 사교계의 여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귀신상어
작품등록일 :
2022.01.29 12:54
최근연재일 :
2022.03.28 18:2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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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글자수 :
329,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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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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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4)

DUMMY

‘뭐지? 누구든 내 시선을 피할 이유는 없을 텐데? 내가 용사라는 걸 눈치 채기라도 한 건가? 아니, 마법으로 머리색조차 숨긴 시점에서 그럴 리는 없다. 그렇다면 그 누구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될 상황?’


시선이 마주치자 다급하게 얼굴을 가리고 인파 속으로 몸을 숨긴다는 건 그 어떤 이유를 붙여놓더라도 수상하기 그지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따라서 카르트는 방향 없이 배회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곧장 그들을 쫓아 걸었다.


덩치 큰 장발 전사를 기준점 삼아 돌더니 슬쩍 몸을 숙이고 테이블을 지고는 여자 종업원과 마주친 시점에서 다시 뒤로 돌아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간다.


그 움직임은 명백히 카르트의 눈을 피해 도망치려는 것이었고 그는 잰걸음으로 그의 뒤를 좆다가 마침내 거리를 좁혀 그들을 따라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사라졌다?”


그곳에 그들은 없었다···


“고 착각하겠냐!”


-획!


카르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뒤를 향해 손을 뻗었고 슬금슬금 그를 따돌린 채 바깥으로 나가려 했던 두 남자는 얼빠진 신음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졌다.


“아고고고!”

“으억!”


아무런 운동신경도 느껴지지 않는 꼴사나운 버둥거림,


그들이 뒤집어쓰고 있던 헝겊이 벗겨졌고 얼굴이 드러났다.


얼굴에 광대를 연상시키는 페인팅을 칠한 한 30대 중후반의 남성과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쓰러진 카르트와 비슷해 보이는 또래의 소년,


그리고 그 면면들은 오래간 씻지 못한 듯 여간 추례한 꼴이 아니었다.


“왜 도망가지?”

“아, 아니 그게······.”

“라마트라와 관계가 있는 건가?”

“허억···!”


카르트의 질문에 정곡을 찔렸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숨을 들이키는 소년.


‘설마 이렇게 쉽게 정답을 찾아내다니.’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우연에 감탄하며 두 남자의 멱살을 잡아들어 올리려고 했는데.


“잠깐잠깐잠깐! 지금 뭐하는 거야!?”


어느새 접수를 마치고 돌아온 신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이 두 명이 도망치려고 했어.”

“검을 찬 녀석이 쫓아가면 당연히 그렇겠지! 거기에 이분들에겐 그럴만한 사정이 있단 말이야!”

“이분들?”


카르트는 다급하게 큰 소리로 변명을 늘어놓아 주는 신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했고 신은 넘어져 있던 중년의 남자를 부축해 일으켜 주었다.


“괜찮으세요? 야파 씨?”

“아이고. 네. 이거······죄송하게 됐습니다.”


신은 골병이 든 것처럼 행동하는 야파의 엉덩이를 털어주었고 그를 카르트에게 소개했다.


“우리의 의뢰인인 야파 씨랑 그 아들인 네스야. 숲의 탐색을 부탁하신 분이 바로 이 두분이란 말이야.”

“의뢰인이라고······?”


이런 행색을 하고?


카르트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눈을 하고 있었고 신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는지 잠깐 야파와 눈을 마주치고는 무언의 동의를 구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이 두 사람은 이웃 국가 유조프 왕국에서 온 외부인들이야.”

“뭐?! 그렇다면 역시···!”

“아아! 하지만. 네가 의심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님을 내가 보증할게!”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맞습니다. 믿을 수 없을 겁니다. 저도 이해합니다.”

“뭐?”


야파의 수긍에 카르트는 황당해 그에게 시선을 향했고 거친 물감 자국을 얼굴에 묻힌 사내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 근거를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라마트라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라마트라의 방식······?”

“말했잖아. 근거지의 탐색을 의뢰한 분이라고. 이 두 사람은 너와 마찬가지로 라마트라를 쫒아 국경선을 넘어 온 거야, 아니 너보다도 훨씬 그 수상한 종교집단을 증오하는 사람들일 걸? 왜냐하면 하나뿐인 딸을 빼앗아간 장본인들이니까.”

“딸을 빼앗기다니······.”


카르트의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 머뭇대자 야파는 자신의 사정을 상세히 털어놓았다.


“라마트라는 제국뿐만 아니라 유조프에서 역시 그 세력을 확대하고 있으니까요.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에게 있어 라마트라의 가르침은 한줄기 희망처럼 느껴지나 봅니다. 제 딸 역시 그놈들의 감언이설에 홀랑 넘어간 건지 어느 날 편지 한 장만 남긴 채로 떠나고 말았죠. 백방수소문한 끝에 그 아이가 이곳 뮤스턴으로 향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타국인 이곳에서는 워낙 물정에 어두웠던 터라···”

“브로커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도 야파씨의 자금 사정이 완전히 동나버린 터라 다른 모험가들은 돈이 없는 아저씨의 의뢰를 받아주지 않았고 그렇게 길거리를 전전하던 도중 우리와 연이 닿았다. 라는 거지.”

“거기에 라마트라를 신봉하는 신자들은 보통 그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있으니까요. 가족인 저희조차도 그 아이가 라마트라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잃고 나서야 깨달았으니······. 그러니 만약 당신도 라마트라를 좆고 있다면 그 누구도 믿지 마세요. 옳은 방식의 추적방법입니다.”

“광대 분장 같은 특이한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볼 수단이었다는 건가······.”


뒤늦게 자신의 섣부른 추측이 죄 없는 이를 상처 입힐 뻔 했다는 것을 깨달은 카르트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런데 그때.


“크하하하하하!! 야파! 당신 또 얼간이 같이 굴고 있구만! 그렇게 음울해서야 돈푼깨나 만지기야 하겠어!? 광대라면 좀 더 우스꽝스럽게 굴란 말이야!!”


모험가 의뢰소 한 구석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있는 것은 각자 한 병 씩 술을 든 채로 벌컥벌컥 마셔대고 있던 인상 험악한 삼인조의 모험가.


그들은 이미 야파의 사정에 대해서 알고있는 듯하면서도 전력으로 웃어대며 그를 조롱하고 있었다.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아버지인 주제에 딸 하나 스스로 구할 힘이 없어 도움을 구걸하고 다니다니 말이야. 나 같으면 쪽팔려서 죽었다!”

“그런 애송이한테 벌벌 떨기나 하고! 크큭. 하긴. 그렇게 얼간이니까 그런 이류 모험가들한테 찰싹 달라붙어서 구걸하고 있는 거겠지!”

“크하하하하! 그럴 시간에 돈을 벌라고 돈을! 말했잖아! 금화 세 닢만 가져온다면 우리가 뮤스턴의 숲을 모조리 털어서라도 찾아 주겠다니까? 물론 무리겠지만!!”

“그래도 형님 그때 그 묘기 하나는 볼만하지 않았습니까? 칼을 삼키는 거!”

“아! 그렇지! 어이 야파 아재! 그거 보여줘 봐 그럼 은화 몇 닢이라도 던져줄 테니까!”

“예?! 저, 정말입니까? 그럼 지금 당장······!”

“우하하하! 저 얼간이 좀 봐라!”


세 모험가의 노골적인 조롱에 다른 모험가들 역시 우렁차게 그를 비웃었지만 야파는 그들이 거지 적선하듯 던져주겠다는 은화에 집중했고, 화색이 되어 그들 앞으로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전진을 카르트의 손이 막아섰다.


“야파씨. 저자들에게도 의뢰를 하셨던 겁니까?”

“그, 그게 처음에는 의뢰소에 서류를 재출했지만 워낙 수주가 되지 않아서요. 나중가선 발품을 팔아가며 있었지요. 물론 그조차도 터무니없이 시시하고 싼 의뢰라고 번번히 거절당했지만.”

“분하지는 않습니까······?”

“당연히 분하죠!! 하지만 제겐 그보다도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딸을 찾아서 고향으로······!”


어떻게 보면 자존심을 긁어내는 듯한 카르트의 발언에 야파는 발끈했지만 곧 말을 멈췄다.


왜냐하면 카르트는 한없이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섣부르게 넘겨짚은 탓에 큰 실례를 했어요.”

“아, 아니······결국 불법 입국자인 것은 맞으니 의심당해도 어쩔 수 없겠지요.”

“아뇨. 그것과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당황해 손을 내젓는 야파를 보며 카르트는 굳은 얼굴로 생각했다.


‘만약 라마트라의 신자들이 그런 식으로 정체를 숨긴 채 움직여왔다면 여태껏 놈들과 단 한 번도 맞닥뜨리지 못한 것이 이해가 가······. 아니. 어쩌면 이미 만난 거겠지. 내가 눈치를 채지 못했을 뿐.’


그렇다면 어설프게 탐문수사를 하느니 차라리 거대한 미끼를 던져 압박한 뒤 놈들의 용태를 살피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꾼다.


그렇게 판단한 카르트는 야파를 뒤로 한 채로 앞으로 나섰다.


“오해에 대한 보답으로 두 분의 의뢰를 제가 대신 받아들이는 걸로 하죠.”

“예······?”


-쿵!


로비를 가득 울리는 묵직한 소리. 그런 카르트가 허리춤에서 꺼낸 정령석이 바닥을 찍어 내는 소란이었다.


그리고 험악하고 거친 모험가들 사이에서 그 미남의 존재는 그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또한 괜한 심술 가득한 적의를 사기에 역시 충분했다.


“이, 이봐! 지금 뭐하는 거야!?”


카르트의 돌발행동에 신이 그를 만류하고 나섰지만 그는 히죽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는 우렁차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어이! 여기 있는 얼간이 전원에게 선언하고 싶은 게 있다.”

“아앙?”

“내가 미쳐······.”


노아와 신은 동시에 손을 얼굴에 짚고 한숨을 쉬었고 로비의 모험가들의 시선은 서서히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꼬맹아.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방금 들은 그대로야. 여기 있는 돈벌레 놈들에게 미리 선언해 둘 게 있다고.”

“이 새끼가······.”


야파를 조롱하던 모험가는 자신보다 머리 세 개는 작은 소년의 앞에 험상궂은 얼굴을 들이밀고 으르렁 거렸지만 카르트는 깨끗한 얼굴로 싱긋 웃으며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오늘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모험가 협회에 의뢰가 내려올 거야. 라마트라인지 뭔지 하는 종교단체가 제국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뮤스턴 인근에 위치한 놈들의 아지트를 찾아내거나 놈들을 밀고한 자들에게 금화를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하셨지.”

“뭐?! 정말이야?!”

“그래. 그건 우리 모험가들에게 있어 한몫 잡기 좋은 기회일 거야. 하지만 너희들 같은 버러지들에게 그 귀한 금화를 넘기기엔 너무 아깝거든.”


카르트의 입가가 비열하게 비틀렸고 그는 노골적으로 모험가들을 비웃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미리 선언해두마. 괜히 나서서 그 보상금을 받아갈 생각일랑 하지 말라고. 그 금화는 전부 내 거야. 혹시라도 탐내는 녀석은 전부 쳐죽여버린다”


그가 꺼내놓은 말은 모험가들 사이에서의 불문율인 자유 경쟁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발언이었고 동시에 이곳의 모든 베테랑을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따라서 녹색 등급을 가진 모험가 게일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처음 보는 얼굴에 모험가도 아닌 것 같은데. 이곳의 법도를 모르는 모양이군. 그런 식으로 주제도 모른 채 나대는 녀석이 가장 먼저 죽는 법이지.”

“죽어? 내가? 글쎄······. 네 미래를 잘못 본 게 아닐까?”

“이 새끼가······!”


카르트의 말은 마지막 한 가닥 남아있던 게일의 이성의 끈을 끊어냈고 그는 커다란 손을 소년의 목을 조르기 위해 뻗었다. 하지만.


-빡!!


“크······하악!?”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카르트가 휘두른 돌덩이는 게일의 턱을 후려쳤고 그의 몸은 휘꺽 뒤틀리면서 바닥을 굴렀다.


-쿠당탕!!


“혀, 형님!?”

“노, 농담이죠!?”


낡은 나무 바닥 위로 쓰러진 거구의 사내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꼴사나운 자세를 취했고 그런 그의 굴욕에 다른 두 명의 동료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달려와 그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카르트는 태연하게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밀어 올리며 말했다.


“이 돼지새끼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이번 의뢰에서는 순순히 손을 떼는 게 좋을 거야. 뭐, 불만이 있다면 내게 덤벼들어도 좋고. 나야 경쟁자를 줄여서 좋지.”

“큭······! 저 새끼가······.”

“그 게일이 단번에······.”

“녹색이라고! 얼마 전에는 미궁 탐색에서도 무사히 돌아온 녀석인데!”

“이, 일단 섣불리 달려들지 마!”


모험가들 중에서 전투력으로 따지자면 열손가락 안에 드는 게일이 단숨에 작은 소년의 손에 때려눕혀지자 다른 모험가들은 이를 갈면서도 선뜻 나서는 이 없이 전전긍긍할 뿐이었고 카르트는 그런 모험가들을 한번 훑어보고는 뒤로 돌아 야파에게 묵직한 돈주머니를 건넸다.


“이 금화를 가지고 황제의 이름으로 모험가 협회에 의뢰를···.”

“예에···?! 그,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절대 존엄의 사칭은 분명 중죄가 될 텐데.”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딱히 사칭도 아니고요.”

“······?”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던 카르트는 당혹스러워 하는 야파에게 히죽 웃으며 윙크를 했고 그런 카르트의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베어는 작게 미소지었다.


*


카르트가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있는 한편 에렌델의 탑에서는.


“정말이에요!? 야간 활동 허가!? 거기에 셰인 교수님이 지도 교수로!? 미해석 전승 탐색부가 부활했다!”

“옳지~ 옳지!”


가련에게 처음 괴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던 여학생 샤론이 두 팔을 위로 번쩍 들면서 환호했고 헤일리 샤나스 부장은 강아지라도 다루듯 그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가련은 자신에게 향하는 부원들의 시선에 화답하듯 윙크를 하며 브이를 그려보였다.


“오오~ 그대는 어째서 가련인가요?”

“공작 영애님은 신이다!!”

“언니! 언니! 언니!”

“가련! 가련! 가련!”


헤일리의 선창을 시작으로 부원들은 부족사회의 추장을 추대하듯 주먹을 높이 들고 그녀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리고! 야간 활동 허가의 영향인지 남성 신입부원의 수가 급증!”

“이럴 수가! 설마 우리 학교의 고지식한 남성 마법사들이 이리도 미확인 현상에 관심이 많으리라곤 난 상상하지도 못했네!”


경사 났네. 호들갑을 떨어대는 부장과 부부장.


하지만 그런 요란스러운 텐션에 익숙하지 못한 유나 비비프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이곳에 온 것을 곧장 후회했다.


“젠장. 이런 바보들 밖에 없을 줄 알았으면 안 오는 건데.”


그녀는 에렌델 탑 미확인 전승 탐색부가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유유가 오지는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슬쩍 활동에 활동 장소에 모습을 비춘 거였지만, 역시나 라고나 할까.


“남자 부원이라곤 전부 저 여자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모여든 파리떼들 뿐이잖아.”


유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가련을 보았다가 그만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녀에게 똑같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젠장! 저런 얼굴로 웃으면서 인사를 하면 거절하는 내가 나쁜 년이 되는 거잖아. 아주 치사해 죽겠어!’


눈을 마주치고 인사까지 해버렸으니 이제 와서 발을 빼는 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카트린느가 부딪쳐오는 거대한 악의에는 몇 번이고 버텨낼 수 있었던 그녀였지만, 반대로 자신에게 저런 순수한 호의를 보여 오는 상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약했던 유나였다.


*


그리고 드디어 첫 활동이 있는 날의 밤.


-탐색은 부원들이 2인 1조를 이뤄 탑을 순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거고. 만약 이상 징후를 감지하게 된다면 마도구에 이야기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부장의 전언이 마도구를 통해 들려왔고 나와 유나 비비프가 거기에 응답했다.


1시간 뒤면 에테르가 가장 충만해지는 새벽 2시. 우리는 깊은 밤의 탑을 탐색하며 유령을 찾을 것이다. 나와 유나가 지원한 장소는 여자 기숙사.


-저벅 저벅


아무런 소음이 없기 때문인지 유독 발소리가 크게 울리며 밤의 으스스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

“······.”


탐색을 시작하긴 했지만 유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고 나 역시 그렇게 했다. 뭐, 딱히 이유가 있던 건 아니고. 그냥 분위기 상.


하지만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조금 떨어진 채로 걷기만 하던 도중 결국 먼저 입을 조심스럽게 연 것은 유나가 되었다.


“······야.”

“네?”

“왜 하필 나랑 같은 조를 한 거야? 너라면 다른 인기 많고 재미있는 녀석들을 골라잡아서 한 조를 할 수도 있을 텐데.”

“네? 혹시 마음에 안 드셨나요? 그럼 말씀을 하시지······. 저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아,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고! 그냥······. 난 딱히 인기 없단 말이야.”


고심 끝에 내뱉은 말인 건지 유나는 시무룩하게 시선을 내렸다.


인기가 없는 거랑 같은 조를 하는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이지······? 혹시 내가 본인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하나?


“전혀 그렇지 않은 데요? 전 비비프양이 인기 없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그리고 비비프 양은 천재니까. 믿음직하잖아요?”

“흐, 흐응~”


유나는 별 생각 없다는 듯 적당히 수긍했지만 사실 입가가 씰룩거리는 게 다 보였다.


다행히 이 대답이 맞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칭찬을 기점으로 그녀의 입이 풀린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여자 기숙사야?”

“가장 최근에 목격 소식이 들려온 게 여기거든요.”

“아아······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이야기했었지. 직접 유령을 봤다고.”

“네.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어, 어떻게 생겼어? 역시 두 눈이 뻥 뚫려 있고 거기서 막 피가 흐르고 내장도 다 드러나 있고 그런 흉측한 모습인가?!”

“네······?”


그, 그건 너무 무서운데?


상상력 한 번 살벌하네. 그런 귀신 만나면 나도 제정신을 유지할 자신이 없는데······.


난 식겁하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어린 꼬마 여자애에 가까운···”


-삐이~~~~~~~~~


“큭!?”

“무, 뭐야!?”


이야기 도중 마도구에서 터져 나오는 기묘한 비프음. 나와 유나는 동시에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숙였고 곧이어···


-꺄아아아아악!!!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여자의 비명소리가 마도구를 가득 울렸다.


그건 명백한 이상징후.


나와 유나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왔나!?


작가의말

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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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3) 22.03.28 45 0 15쪽
42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4) 22.03.08 32 2 21쪽
41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3) 22.03.07 33 1 18쪽
40 혼의 수복 (3) 22.03.06 35 1 21쪽
39 혼의 수복 (2) 22.03.05 45 2 19쪽
38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2) 22.03.04 40 2 17쪽
37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1) 22.03.03 42 1 19쪽
36 혼의 수복 (1) 22.03.02 41 2 20쪽
»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4) 22.03.01 46 2 18쪽
34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2) 22.02.27 46 2 16쪽
3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1) 22.02.26 55 2 17쪽
32 마왕의 혼 (5) 22.02.25 58 2 14쪽
31 마왕의 혼 (4) 22.02.24 54 2 15쪽
30 마왕의 혼 (3) 22.02.23 55 2 14쪽
29 마왕의 혼 (2) 22.02.22 63 2 17쪽
28 마왕의 혼 (1) +1 22.02.21 100 1 18쪽
27 황제의 명령 (2) 22.02.20 63 2 14쪽
26 황제의 명령 (1) 22.02.19 67 2 16쪽
25 에렌델의 탑 (3) 22.02.18 68 2 19쪽
24 에렌델의 탑 (2) 22.02.17 70 2 18쪽
23 에렌델의 탑 (1) 22.02.16 73 2 21쪽
22 정령과 용사와 마왕 (6) 22.02.15 79 2 19쪽
21 정령과 용사와 마왕 (5) 22.02.14 75 1 16쪽
20 정령과 용사와 마왕 (4) 22.02.13 97 1 17쪽
19 정령과 용사와 마왕 (3) 22.02.12 93 2 19쪽
18 정령과 용사와 마왕 (2) 22.02.11 99 1 18쪽
17 정령과 용사와 마왕 (1) 22.02.10 114 2 15쪽
16 세계 제일의 미녀 (5) 22.02.09 128 2 14쪽
15 세계 제일의 미녀 (4) 22.02.08 123 2 14쪽
14 세계 제일의 미녀 (3) 22.02.07 11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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