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귀신상어 님의 서재입니다.

여장공작은 사교계의 여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귀신상어
작품등록일 :
2022.01.29 12:54
최근연재일 :
2022.03.28 18: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483
추천수 :
81
글자수 :
329,731

작성
22.02.13 14:30
조회
97
추천
1
글자
17쪽

정령과 용사와 마왕 (4)

DUMMY

후드를 뒤집어 쓴 걸로 괜찮을까?


난 가련 레시오스코프의 붉은색 장발과 다른 짧은 흑발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5년 전에는 그 두 명도 아직 애들에 불과했으니 가발 하나 뒤집어 쓴 것만으로도 나와 가련을 구분하지 못했지만 이제 멜리아와 카르트는 16살. 한국으로 따지면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나이일 텐데. 과연 가발을 벗고 화장을 지운 것만으로 그들의 통찰을 속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과연 멜리아와 카르트가 나와의 재회를 기뻐해 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내 입장에서야 사실상 유일한 또래 친구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가 갖는 특별함이 컸지만 멜리아와 카르트 입장에선 수많은 또래 친구 중 조금 특이하게 만나 고작 반년 정도 교류하다 사라진 정체 모를 놈일 뿐이지 않은가?


이제 와서 네가 뭐? 뻘쭘한 반응이 나올 여지도······.


-챱챱!


아니. 아니지. 난 내 뺨을 때리곤 머리를 털었다.


다 알고 뮤렌에게 억지를 부린 주제에 이제 와서 소심해지냐? 합류하는 것도 아니고 잠깐 이야기를 하는 것뿐인데.


걱정할 건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고 있자니 멀리서부터 서서히 금발의 소년소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고 난 가슴을 졸이며 슬쩍 일어나 손을 들었다.


“아······안녕?”


다소 어정쩡한 인사.


하지만 곧 내 얼굴을 본 카르트와 멜리아의 표정이 확 밝아지는 것이 보였고 덩달아 나도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전류 덩어리가 나를 향해 덮쳐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파지직! 츠쾅!!


번쩍! 하는 광채가 공간을 물들인 직후 무언가가 터져나가는 굉음과 함께 내가 앉아있던 나무 밑동이 그대로 탄화해버렸다.


내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여 공격 지점에서 가까스로 이탈했고 난 감속을 위해 발을 바닥에 끌었다.


-츠촤촤!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그 너머엔 새카맣게 변해 당장이라도 재가 흩날릴 것 같은 두꺼운 나무 밑동이 보였다.


-파츠츠······.


얼핏 표면에 남아있는 전류의 흔적이 미세하게 튀면서 내가 착각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건 그냥 번개······아니 그 이상인가?!


저 두꺼운 나무 밑동이 단숨에 타버린 걸 보면 방금 그 일격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 공격은 카르트의 몸에서 튀어나온 건가?


내 시선은 자연히 전격의 근원으로 옮겨갔지만 거기 있던 건 카르트가 아니었다.


-나의 유전뇌격을 피한 건가? 역시 위험한 놈이군.


““미쳤어!? 다짜고짜 이게 무슨 짓이야!?””


태연하게 감탄을 하고 앉아있는 노란색 인간을 향해 멜리아와 카르트가 동시에 소리쳤다.


그렇군······. 저게 바로 정령이란 건가? 확실히 인간의 형상을 어설프게 취한 전기 덩어리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카르트는 나를 보며 격렬하게 손을 저었다.


“유유! 오해하지 마!! 방금 그건 내가 그런 게 절대 아니니까!!”

“아 그래······? 정령이 멋대로 네 몸을 조종했다 뭐 그런건가? 용사란 게 원래 그런 건가? 그쪽이 더 소름끼치는데.”

“나도 마침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었어!! 키닛츠!! 제정신이야!?”


카르트가 내게 억울함을 호소하듯 격렬하게 소리쳤지만 키닛츠라 불린 남자는 태연자약하게 손으로 턱을 잡은 채 말했다.


-아직 얼간이처럼 굴 거야 카르트? 방금 네가 발한 뇌격은 아무런 하자도 없는, 완성된 정령 마법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그걸 피해냈어. 광속성 마법은 전계통을 통틀어 최속. 용사도 아니면서 너와 같은 또래가 그걸 회피해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유유의 실력은 예전부터 나와 비슷한 수준이었어! 단순히 실력이 좋다는 것만으로 그게 뭐?! 설마 악마와 계약한 증거라도 된다는 소릴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알 수 없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돌출된 실력. 경계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용사의 출현은 언제나 악에게 있어 눈엣가시 같은 법. 내가 이야기했지? 용사의 존재는 그 자체가 악을 끌어들이고 멸하게 될 것이란 사실을. 파날라를 빠져나오게 된 시점에서부터 너희들은 항상 마물들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인 거야. 그 파장은 놈들에게 아주 성가시게 느껴질 테니까.


이보세요! 누가 들으면 내가 마물인 줄 알겠네! 그건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억측. 억울할 뿐이었지만······한편으론 어쩌면 그가 감지한 것은 내가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는 달리 두 번째 삶을 시작한 환생자라는 사실은 아닐까 불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공격을 회피해낸 것 자체가 증거가 된다고? 그대로 회피하지 못했다면 그건 그거대로 즉사하고 말았을 텐데 뭘 어쩌라는 거야?!


그리고 내가 움찔움찔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는 동안 멜리아 역시 다급하게 발을 구르며 분홍색의 정령과 대화를 나눴다.


“모, 몰랑님. 정령님들이 뭔가 착각하고 계신 것 같아요. 유유는 절대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멜리아 너도 저자를 아는 거니?

“네. 카르트와 함께 놀았던 그저 옛 친구예요! 그러니까 유유가 저희를 찾아온 이유도 그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일거구요!”

-하지만 그런 것 치곤 시기가 너무 수상하지 않니? 왜 너희들이 우리와 계약한 다음에서야 나타난 걸까?

“그건······.”


멜리아의 표정이 흐려졌고 난 당황해 소리쳤다.


“멜리아! 설마 정령들 말이라고 아무 말이나 믿는 건 아니지? 내가 나쁜 놈일 리가 없잖아!?”

“무, 물론 믿고 있어! 바, 반박할 말을 생각하는 중이었던 것뿐이야!”

-멜리아. 우리들의 직감을 믿으렴. 저건 언젠가 너희가 지켜야 할 이 세계에 해가 될 악이란다.


지금 대체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야······? 정령들이 왜 오늘 처음 본 나를 마치 세계의 적이라도 된다는 마냥······.


‘가련. 네가 남자라면 언젠가 세상에 파멸과 변혁을 불러올 자가 될 거라고 그랬지.’


불현듯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몰랑님! 제, 제발 그만! 저 힘들어요!”

“키닛츠!! 네가 유유에게 해를 입힌다면 정령이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난 말했어!”


멜리아와 카르트가 몸을 뒤틀면서 힘껏 저항하고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동시에 정령계의 마력이 점차 강해지는 것이 느껴져 왔다.


-어리석구나. 아직 주변을 봐라.

-놈이 몰고 온 마물의 무리가 끝없이 밀려오고 있단다.

-아무래도 아버지께서 우리를 보내신 이유를 알 것 같군.

-이번 전쟁은 어쩌면 20년 전의 그것보다도 훨씬 커다란 혼란을 불러올 거야.


정령들의 다그침. 그 목소리는 똑똑히 내게까지 닿았고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슬금슬금 모여들고 있는 고블린과 오크, 뱀과 해골. 뭐야 이것들은!? 무슨 마물이 이렇게 잔뜩······이 녀석들을 내가 불러 모았을 리가 없잖아!


난 당장이라도 호소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더 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터였다.


카르트와 멜리아는 최대한 억누르려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직 저 막대한 힘의 덩어리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몸을 가득 채운 정령계의 마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유!! 피해!!”


멜리아가 경고하며 팔을 뻗었고 당황한 난 급하게 바닥에 발을 구르며 마어를 외웠다.


“우스트 (솟아 올라라)”


-쿠과가가가가!!


발바닥을 통해 흘려 넣은 마력이 녹색의 마법진을 그렸고 그것이 땅을 융기시켜 내 주변을 지키는 거대한 벽을 만들어냈다.


-파직!

-츄확!


동시에 나를 향해 날아오던 번개와 질척거리는 점액이 흙에 막혀 무력화 되는 소리가 들렸다.


-치이이익~!


“큭, 지독하네.”


난 손으로 코를 막았다.


카르트의 정령 마법이 번개속성인 건 알았지만 멜리아의 정령은 부식성 점액질이었던 모양이다. 그 용액에 의해 흙이 녹아내리면서 지독한 유독물질을 발생시키는 것 같았다.


난 표정을 찌푸린 채로 허공에 손을 저어 솟아오른 흙벽을 흩었고 다시 카르트와 멜리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유!! 대단해!! 역시!!”

“순간 식겁했잖아.”


멜리아가 환호했고 카르트가 피식 웃었다.


지금 그럴 때냐?! 방금 죽을 뻔 했거든요!?


용사가 두려운 이유는 자연계 마법과 동시에 정령계 특주 마법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확실히 정령이 멋대로 쏘아댔던 그 마법은 내가 아는 한 범용 계통의 마법에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마법들이었다.


겨우 막아내긴 했지만······.


하지만 그게 바로 문제였던 듯했다. 정령들은 그런 나를 향해 험악한 말을 쏟아냈다.


-이 자식······그 마법 대체 어디서 익혔어!

“마, 마법? 그냥 평범한 토성 구축 식이잖아······? 이 정도는 어린 아이도···”

-아뇨. 그건 언령을 사용한 응축 영창······, 거기에 즉흥적으로 짜 올린 구축식이군요. 그건 세상의 본질을 건드리는 위험한 금술입니다. 역시 당신은 지나치리 만큼 수상하군요.

“······하하.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네.”

-뭐라고?


가능한 오해를 풀어보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보려 했지만 방금 그 발언으로 확신했다. 놈들의 생각은 억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내 마법을 모욕하지 마라.”


마찬가지로 억눌러 놓았던 마력을 해방하며 쏘아붙였다.


이건 나와 아버지가 10년의 시간 동안 끝없이 노력하며 쌓아올린 자랑스런 결과물이다. 만약 내 마법이 문제가 되는 물건이었다면 누구보다 먼저 아버지께서 날 말리셨을 거다.


-쿠화아아아······.


내 살기에 반응한 마력이 멋대로 회오리치며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 악한이여. 하지만 명심해라. 네가 대체 어떤 사악한 음모를 꾸미든 용사가 그것을 막을 것임을.

“그러니까. 아니라고 이야기하잖아······!”

“유, 유유.”


멜리아가 내 이름을 불렀다.


순간 우리의 눈이 마주쳤고 난 그들을 향해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시기를 잘못 선택한 것 같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너희를 만났어야 했는데······. 이 이상 고집을 부렸다간 너희 입장도 곤란할 것 같고.”

“아, 아니야! 유유!”

“기다려!”


카르트와 멜리아가 내 의중을 눈치 채고 날 붙잡으려 했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저 두 명은 세계의 사랑을 받아야 할 용사고, 난 세계에게 배척받는 불순분자였으니까.


“죽지 마.”

“뭐?”

“나도 안 죽을 테니까. 그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잖아?”

“그게······무슨 소리야?”

“마지막 선물이야.”


멜리아가 불길함을 느낀 듯 재촉하며 물었지만 난 그 이상 대답하지 않고 손을 뻗어 주창했다.


“아하트(깨어나라)”


-츠팍! 츠팍! 츠팍!


내 손 앞에 붉은 색의 마법진 세 개가 차례로 나타났고 각각의 마법진은 각자 다른 크기와 문양 그리고 방향을 가지고 회전하기 시작했다.


“미르 다 티히 노 에르! (불꽃을 삼켜낸 거대한 뱀이여!)”


이건 현재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최대규모의 자가 증식형 범위 마법.


며칠 전 아버지와 실험했던 마법의 활용형이지만 그 규모는 작은 사과 크기에 불과했던 그때와 달리 내 신체의 수십 배에 달하는 거대한 구체가 되어 이곳에 현현한다.


-쉬익!


태양을 닮은 그 구형의 불꽃은 서서히 몸을 풀어헤쳤고 뱀이 혀를 낼름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과격한 마력의 격류와 압도적인 고열이 서서히 공간을 지배해나간다.


“이, 이건······.”

“뭐야······?”

-본색을 드러냈나!! 괴물같은 놈!

-아이들을 지켜!! 놈을 소년이라 생각하지 마! 저 마법에 휩쓸리면 뼛조각도 남지 않을 거야!!


정령들이 소리쳤고 멜리아와 카르트의 몸에 강력한 오오라가 흘러들어 그들의 몸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내가 공격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그래. 너희들은 앞으로 그렇게 그 녀석들을 지켜라.


난 카르트와 멜리아를 보며 히죽 웃었다.


“다음에 만났을 땐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


-슈확!


그 순간 거대한 불꽃의 벽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았다.


그리고 수십 미터에 달하는 불꽃의 뱀은 수풀을 내달리며 그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불태워 나갔다.


*


-슈와아아아······.


한바탕 불꽃의 뱀이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 뒤, 멜리아와 카르트는 재와 연기만이 남은 황량한 땅에 서게 되었다.


그들은 아직 잔뜩 남아있는 화끈거리는 열기로부터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두 팔을 내리고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렇게나 울창했던 숲이 이렇게 변하다니······.


“정령님들은······.”

“유유의 마법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느라 힘을 모두 소진한 것 같아. 당분간 대화를 나눌 수도 없을 거야. 그 녀석······설마 이정도로 강력한 마법을 쓰게 됐다니. 용사로 선택받고 나서 이젠 대등하게 되었거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했는데. 후후······, 아직 속단하긴 일렀던 모양이야.”

“카르트! 설마 키닛츠 님의 말대로 유유가 우리를 습격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당연하지!”


멜리아의 우려에 카르트가 발끈하며 대답했다.


“애초에 이렇게나 거대하고 강력한 마법이 모든 것을 휩쓰는 와중에 우리만 멀끔히 무사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분명 그 뱀은 우리를 피해 움직였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여파만으로도 정령들이 힘을 다한 것뿐이야. 참내, 마지막까지. 모질지 못한 녀석이라니까······.”

“여, 역시 유유는 굉장해! 용사보다 굉장해!!”


멜리아는 유유를 신봉이라도 하듯 호들갑을 떨었지만 카르트는 호승심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부정했다.


“글쎄. 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 우리는 이제 정령과 계약하게 된 것일 뿐이니까. 어쩌면 유유보다도 더 방대한 발전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할 수도 있어. 언제까지고 뒤쳐져 있을 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데.”

“나는······다므넬이랑 유진 그리고 자경단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유유가 떠난 뒤로 우리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또 마을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뭘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그건······. 그래 아쉽다.”


멜리아의 울먹임에 카르트 역시 미소를 지우고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방금 그 재회로 인해 유유가 가진 본질 가까워졌는지도 몰라. 왜 우리를 떠나야 했는지. 왜 우리가 파날라를 떠나게 되고 나서야 겨우 만날 수 있게 되었는지.”


-툭!


불꽃의 뱀이 모든 것을 불태우며 만들어놓은 잿길 위에 삐져나와 있던 기괴하게 생긴 뼈가 카르트의 발에 차여 튀어올랐다.


8할이 불꽃에 탄화되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건 명백히 거대한 마물의 뼈.


유유의 마법은 숲을 이루고 있던 모든 것을 불태워 없애버렸다. 나무도 풀도 바위도 그리고······그들을 습격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마물의 군세까지도 전부.


“아무리 정령이라고 해도 깨어나게 된다면 한마디 정돈 해야겠어.”


카르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황궁을 향한 여정에 발을 내딛었다.


*


-다그닥 다그닥


풍성한 숲길을 걷는 마차의 안.


말고삐를 잡은 마부는 호들갑을 떨며 손님의 말에 호응했다.


“정말입니까?! 조카분이 그 유명한 가련 레시오스코프 아가씨라고요?”

“알고 계십니까?”

“알다마다요! 그분의 빼어난 미모에 관한 소문은 이미 대륙 전역으로 퍼져 있지 않습니까? 한눈에 반한 백작가의 아드님이 상사병에 고열에 시달리기까지 했다던가, 그 외모가 요정을 홀리게 될 것을 우려한 공작 각하께서 10살이 되기 이전까진 저택에서 내보내지도 않으려 했다던가, 그리고 보면 암살자가 아가씨의 목숨을 노리고 방을 습격했다가 그 어여쁜 얼굴을 보곤 차마 죄책감이 들어 도로 물러갔다는 그 소문도 있었죠. 사실입니까?”

“하하.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도 그간 공사가 다망하여 조카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방문을 기대하고 있고요.”

“오호~”


마부는 아부가 아닌 진심으로 가련의 얼굴을 궁금해 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들의 마차는 황궁이 있는 수도를 떠나 공작령인 파날라에 근접해가고 있었고 이제 마지막 경유지인 작은 마을을 지나 성과 맞닿은 숲을 통과하던 도중.


“······응?!”


-드르륵!


생각에 싱글싱글 웃고만 있던 에른이 눈을 번쩍 뜨더니 순식간에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마부는 설마 자신이 심기를 건드린 것은 아닌가 우려되어 조심히 물었지만 에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금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좋지 못한 것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듯하니.”

“예에······?”


마부는 당황해 괜히 몸을 움츠렸고 에른의 정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겨운 기운이야. 그리고 아주 위험해.

“그래. 나를 노린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재액을 몰고 들어왔다고 조카에게 미움 받고 싶지는 않거든.”


용사 에른 이그넨은 본인의 정령검에 슬쩍 손을 올리며 파날라 근처 숲에서 느껴지는 정체불명의 악한 기운을 경계했다.


작가의말

용사는 필요한 만큼 만들면 되는 데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장공작은 사교계의 여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3) 22.03.28 45 0 15쪽
42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4) 22.03.08 32 2 21쪽
41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3) 22.03.07 33 1 18쪽
40 혼의 수복 (3) 22.03.06 36 1 21쪽
39 혼의 수복 (2) 22.03.05 46 2 19쪽
38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2) 22.03.04 40 2 17쪽
37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1) 22.03.03 42 1 19쪽
36 혼의 수복 (1) 22.03.02 41 2 20쪽
35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4) 22.03.01 46 2 18쪽
34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2) 22.02.27 47 2 16쪽
3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1) 22.02.26 56 2 17쪽
32 마왕의 혼 (5) 22.02.25 58 2 14쪽
31 마왕의 혼 (4) 22.02.24 55 2 15쪽
30 마왕의 혼 (3) 22.02.23 56 2 14쪽
29 마왕의 혼 (2) 22.02.22 63 2 17쪽
28 마왕의 혼 (1) +1 22.02.21 100 1 18쪽
27 황제의 명령 (2) 22.02.20 63 2 14쪽
26 황제의 명령 (1) 22.02.19 68 2 16쪽
25 에렌델의 탑 (3) 22.02.18 68 2 19쪽
24 에렌델의 탑 (2) 22.02.17 71 2 18쪽
23 에렌델의 탑 (1) 22.02.16 73 2 21쪽
22 정령과 용사와 마왕 (6) 22.02.15 79 2 19쪽
21 정령과 용사와 마왕 (5) 22.02.14 76 1 16쪽
» 정령과 용사와 마왕 (4) 22.02.13 98 1 17쪽
19 정령과 용사와 마왕 (3) 22.02.12 94 2 19쪽
18 정령과 용사와 마왕 (2) 22.02.11 99 1 18쪽
17 정령과 용사와 마왕 (1) 22.02.10 114 2 15쪽
16 세계 제일의 미녀 (5) 22.02.09 128 2 14쪽
15 세계 제일의 미녀 (4) 22.02.08 123 2 14쪽
14 세계 제일의 미녀 (3) 22.02.07 114 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