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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상어 님의 서재입니다.

여장공작은 사교계의 여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귀신상어
작품등록일 :
2022.01.29 12:54
최근연재일 :
2022.03.28 18: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458
추천수 :
81
글자수 :
329,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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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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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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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1)

DUMMY

그리고 그날 오후 탑 내 병실.


-꿀꺽


에렌델의 탑 수석 유나 비비프는 나무로 된 문패의 문자를 확인하고 침을 삼키며 긴장을 다스렸다.


이곳은 교직원 외에는 접근이 금지된 구역. 본래라면 모범생중의 모범생인 그녀가 이곳 근처에 얼씬하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어제 그 여학생의 상태는 명백히 정상이 아니었어요. 교수님께선 혼을 소모한 것뿐이니 기다리면 회복될 거라 말씀하셨지만 솔직히 아직 미심쩍어서요.’

‘그런데 셰인 교수는 괜찮다고 말을 했단 말이지······?’

‘물론 교수님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계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바보. 넌 아직 탑에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마법사란 족속들이 얼마나 지독한지 몰라. 여기서 믿어도 되는 건 자기 자신뿐이라고.’


유나는 그렇게 말했고 결국 자신이 직접 샤론의 상태를 보기로 결정했다.


가련의 말에서 미스테리와 악의 기운을 감지했다고나 할까?


······사실 가련에게 놀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금 음모론적인 생각을 품어본 적도 있었지만 이곳까지 온 이상 그녀에게 남은 길은 하나 뿐이 없었다.


“그래. 뭐. 나도 궁금하기도 하니까······.”


유나는 혼잣말로 스스로를 설득하곤 조심스레 문고리를 잡았다.


-끼익~


문이 열리자 병실 특유의 영약 냄새가 풍겨왔다.


과연 에렌델의 탑. 각양각색의 포션이 찬장에 줄지어 진열되어 있었다.


유나는 새삼스레 감탄하면서 병실을 두리번거리며 샤론을 찾았다.


6개의 침상 중 커튼이 쳐져있는 것은 두개. 아마도 둘 중 하나겠지?


-촤라라···


유나는 조심스럽게 앞에 있던 커튼을 열었고 다행히 다른 누군가를 귀찮게 하는 일 없이 샤론을 찾아낼 수 있었다.


“으음. 확실히 조금 이상하긴 하네···.”


탁 풀린 동공과 작게 벌어진 입 그리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까지. 한눈에 보아도 그녀의 상태는 정상이라고 부를만한 상태에서 동떨어진 것이 확실해 보였다


유나는 샤론의 얼굴 위로 손바닥을 흔들어 보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말 그대로 혼을 빼앗겼다는 느낌.


그러고 보면 유유도 혼에 상처를 입었었지.


설마 같은 괴물에게 당했던 건가?


그녀는 가련의 말마따나 상황이 미심쩍음을 감지하곤 여학생의 손을 맞잡은 채 눈을 감았다.


본래라면 매끈한 구의 형태였어야 할 혼은 강제로 잡아 뜯겨진 듯 거칠어져 있었고 그 심부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여학생의 기억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공포와···


-저벅저벅


“이런!?”


샤론의 심층 심리를 들여다보던 그때. 유나의 귀에 흘러들어온 불청객의 소식에 그녀는 번쩍 눈을 뜨고 보건실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벅! 저벅!


점차 가까워지는 구두굽 소리.


그건 명백히 보건실을 향해 다가오는 교직원의 발걸음이었고 유나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어어어 어떡하지?!”


혼란.


분명 유나는 수석이기에 적당한 변명을 들이민다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칙을 어기는 행위가 발각되어도 상관없다는 것 역시 아니었다. 분명 달갑지 못한 일이 될 터인데······.


‘역시 숨어야 하나? 그렇다면 어디? 다른 병실? 아니면 책상 아래? 그것도 아니면···! 아아! 머리가 안돌아가는 데······!’


그녀의 머릿속이 긴장으로 과열되면서 오늘 아침과 같은 혼란 상태에 빠지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텁!


“합!?”


고민을 하며 발을 구르다 숨을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던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부터 덮쳐와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바로 옆 방상의 커튼 안으로 빨려들어갔고 셰인 비소 교수가 보건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응? 문을 열어두었던가? 커튼도?”


그는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는 듯한 병실의 상태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바로 옆 병상의 커튼 안쪽에서 유나가 숨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한 채 말이다.


“읍! 음!!”


그녀는 발버둥을 치며 신음을 뱉으려 했지만 입을 막은 손이 어찌나 강하게 그녀의 입과 코를 눌렀는지 조금의 소음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몸부림이 계속되다간 언젠가 발각의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누군가는 그녀의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얼굴을 보이고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쉿!”

“읏?!”


그는 그 직후 유나의 입을 막았던 손을 떼었지만 유나는 그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익숙한 얼굴이었으니까.


‘유, 유유?! 왜 여기에?’


유나가 작은 목소리로 사정을 물었지만 유유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설명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의 말마따나 셰인 교수의 압박은 시시각각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누워 있는 건 한 명뿐일 텐데. 왜 천막이 두개 쳐져 있는 거지?”


그의 혼잣말에 바로 그 천막 안쪽에 숨어 있던 두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빛을 교환했다.


이대로라면···


-잘그락


때마침 천막이 약하게 흔들리는 것이 셰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고 샤론의 병상을 지나쳐 하나 남은 병상 쪽으로 다가갔다가······뒤로 돌았다.


“아니. 내 착각인······가!”


-촥!!


그건 방심시키기 위한 연막. 교수는 숨어있을 것이 분명한 누군가를 안심시킨 뒤 곧장 뒤돌아 커튼을 걷어낸 것이다.


하지만.


“아니. 정말 착각이라고?”


그 안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교수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지만 마치 그에게 변명이라도 하듯 창문 밖에서 불어온 바람이 커튼을 흔들어댔다.


“이거야 원. 바람 하나에 내가 착각을 했다는 건가?”


셰인은 정말로 감이 둔해지고 만 건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리고 유나와 유유는······.


*


“아, 안 돼. 안돼안돼! 떨어질 거야!”

“진정해! 움직이지 마! 진짜 떨어진다!”

“아, 안된다고!!”


-휘적휘적!


유나 비비프가 내 팔에 안긴 채로 마구 다리를 저어댔다.


현재 우리는 교수의 시선을 피해 보건실의 바깥 그러니까 탑의 바깥 창틀에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두 명 분의 무게를 한손으로 버티는 건 내게 있어 문제될 만큼 버거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녀 입장에선 전혀 그렇지 못한 모양이라.


“미, 미친 거야!? 여긴 에렌델의 탑이라고! 자그마치 32층이야 아, 안돼! 이대로 떨어지면 진짜 죽어! 수석이라도 죽어! 나라도 죽는 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 죽잖아!?”

“고, 고고 고소할 거야?”


죽으면 고소를 못해요. 천재님.


내가 유도하긴 했지만 진짜 이렇게나 빨리 올 줄이야. 나도 모르게 숨어버렸잖아. 하지만 뭐 덕분에 셰인 교수에게는 들키지 않았으니 덕분인 셈 칠까?


“차라리 눈을 감고 있어. 셰인 교수님이 나갈 때까지만 버티면 되니까.”

“누, 눈? 그렇지. 알겠어. 그러니까······.”


유나는 어지간히도 겁이 났는지 벌벌떨면서 내 제안을 곧잘 받아들였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난 풀업을 하듯 몸을 위로 당겨 슬쩍 보건실 안쪽을 보았다.


“흐익!? 떨어지는 거 아니지?”


-찰싹!

유나의 팔과 다리가 내 등에 강하게 휘감겼다.


그래······차라리 이게 낫다.


그리고 보건실 안쪽.


셰인 교수는 손에 들린 양피지 서류를 보며 약품을 제조 하고 있었다.


녹색의 약품을 베이스로 분홍색 약품과 노란색의 약품을 첨가한 뒤 몇 가지 가루를 꺼내 몇 스푼씩 넣고는 빙글빙글 휘젓는다.


혼을 회복시키는 종류의 영약인 건가? 분명 크게 신경 써줄 수는 없다고 했는데?


“흠······잘 됐는지 모르겠군.”


그는 천재라는 평판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중얼거리곤 그 약물을 샤론의 입에 조금씩 흘려 넣었다.


그리곤 또다시 양피지를 확인하며 꺼내놓았던 시료들을 정리한 뒤 등을 돌려 보건실을 나섰다.


“뭐야. 생각 이상으로 싱겁잖아. 저럴 거면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 없었던 것 아닌가? 뭐 그리 매정한 사람인 철을 하면서······.”

“무, 무슨 말이야?”

“아니. 교수님 갔어. 일단 올라갈게.”

“으, 응!”


내 신호에 유나가 눈을 꽉 감았고 난 그대로 유나의 몸을 창문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유나는 몸이 바닥에 닿는 것이 느껴지자마자 풀썩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심장이 너무 떨려.”

“미안하게 됐다.”

“아. 아니. 너를 탓하는 건 아닌데······.”


자신감 없는 목소리.


유나는 소리를 질러댄 탓인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들고 나를 올려다봤다.


“너 그······근육이 좀 있나봐?”

“어? 그렇지. 검술 훈련을 했었으니까.”

“그, 그렇구나. 검술. 그냥 샌님은 아니었구나······,”


유나는 시선을 돌리고는 꼼지락대며 볼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때내며 정리했다.


그리고 평정도 함께 되찾았는지 자신감 넘치는 평소의 유나 비비프로 돌아왔다.


“조, 좋아! 그래서! 왜 여기에 있었던 거야?”

“아마 너랑 같은 이유일 거야.”

“나랑?”

“샤론이 당했다는 말을 듣고 도움이 되고 싶었거든. 친구니까.”

“그래? 샤론도 네 친······구.”


무덤덤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유나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네, 네 친구라고?! 샤론 아나위니가?!”


그녀는 절대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호들갑을 떨면서 소리쳤다.


내, 내가 뭔가 말을 잘못했나?


“그런데······?”

“난 너한테 나 말고 다른 친구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심지어 샤론은 남작가 귀족 영애잖아?!”

“아니. 저기요.”


내가 친구가 없다고 확정짓는 이유는 뭔데?! 물론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서도······.


“딱히 이상할 건 없잖아. 같은 학교인데.”

“그냥 아는 사이인 것 치고는 너무 위험한 행동까지 했잖아!”

“너도 왔잖아? 같은 거지.”

“난 책임이 있었으니까 그런 거고. 만약 네게도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면······. 서, 설마 어제 동행하던 같은 조였던 거야? 그럼 둘은 이미······.”


유나는 점점 멀리 넘겨짚기 시작하더니 끝내 울먹이기 직전의 상태가 되어서 시선을 바닥으로 향했다.


아······. 뭘까 이 상황.


창밖에서 바람이 흘러들어와 내 머리를 매만졌다. 이건 청춘?


은 무슨. 친구 없는 입장에서 서운했던 거겠지.


난 서운함이 가득해 보이는 눈빛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며칠 전에 내게 일어났던 사건과 연관이 있을까 의심이 돼서 겸사겸사 와 본 거야.”

“사건? ······아!”


그녀는 뒤늦게 내게 상담을 해 주었던 것이 생각이 났는지 흥분을 가라앉혔고 난 싱긋 미소지으며 설명을 이었다.


“그때 당시 상황은 당사자에게 묻는 게 가장 빠르겠지만 보시다시피 이 꼴이라.”

“하긴······.”

“가능하면 건강하게 회복했으면 하는데 말이야. 이대로 방치한다는 건 너무 위험하게 느껴져. 뭔가 방법이 없을까? 방금 전에 셰인 교수가 무슨 약을 먹인 것 같기는 했는데.”

“잠시만.”


유나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학생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잠시 눈을 감은 채 내게 했던 것처럼 마력을 읽어 들인 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약을 먹기 전과 별반 차이 없어. 이대로라면 계속 이 상태일 거야.”

“그럼 약이 아무런 효능이 없었다는 거야?”

“글쎄. 그 셰인 교수님의 약이니까. 효과가 없을 리는 만무하지만······적어도 내가 아는 한 손상된 혼을 회복시키는 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야.”


그녀의 설명에 난 입술을 이빨로 눌렀다.


역시 그 교수는 수상하다.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알게 모르게 느껴온 사실이지만. 적어도 교수란 직함을 믿고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도 괜찮을만한 대상은 아니었다.


“그럼 우리가 혼을 회복시킬 수는 없나?”

“괜찮을까? 이미 셰인 교수님이 조치를 취했는데 우리가 방해하는 꼴이 될지도 몰라.”

“슬리우데르 교수님의 자문을 받는다면? 분명 관심을 가지고 계실거야.”

“그건······.”


적어도 내 판단 하에선 그가 훨씬 믿음직하게 느껴졌으니까.


그리고 유나 역시 그런 판단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슬리데우르 교수님의 보장이 있다면 괜찮겠지. 하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혼마학에 쓰이는 재료는 귀하고 또 무엇보다 다루기 어려우니까.”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구해줄 테니까.”

“아니. 비싸다니까?! 그리고······. 내가 시, 실패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잖아······.”


그녀는 혹시라도 기대를 저버리게 되면 어쩌나 하는 눈치로 날 힐끔 쳐다봤다.


천재라고 해도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것과 남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게 느껴지는 거겠지.


“하지만 할 수밖에 없어. 난 천재인 네가 해낼 거라고 믿어.”


어찌 들으면 상당히 무책임한 격려. 그녀는 내 말을 듣고는 볼에 바람을 넣으며 칭얼거렸다.


“넌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이자 에렌델의 탑 최고의 천재.”

“치, 친구? 처, 천재? 그······렇게까지?”

“그리고 까칠하게 굴지만 사실은 책임감이 강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투를 뿐이지. 심성은···”

“그, 그만해!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아!”


유나는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이 볼을 붉히며 팔을 휘젓고 말을 더듬었다.


그리곤 눈을 꽉 감고는 박치기라도 하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래! 알았어! 알겠다고! 해, 해볼게! 혼의 회복이라. 그래. 나쁘지 않은 논문 주제지.”


*


모험가의 도시 뮤스턴.


-짤락


“총 5명으로 동화 8개면되지?”


모험가 신이 여관의 주인에게 돈을 내밀며 말하자 주인은 조심스레 그 돈을 받아들면서도 그에게 반문했다.


“그래. 문제는 없는데. 괜찮 겠어······? 무슨 파손 문제가 발생하든 전부 너희들한테 청구할 거야? 보험 없어.”

“뭐 본인이 알아서 하겠지.”


신은 어깨를 으쓱했고 주인은 여전히 걱정인 표정으로 그 너머 여관의 로비를 쳐다보았다.


“흐아아아아압!”


-퍽!


“꾸헭!?”


단검을 양손에 든 모험가가 금발의 소년을 발견하자마자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한 합 만에 얼굴을 얻어맞고는 그대로 여관 바닥에 쓸면서 신의 앞까지 밀려왔다.


-츠즈즈······.


“아프것다······.”

“하암.”


신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정작 모험가를 일격에 날려버린 소년은 그런 불의의 습격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태평하게 하품을 하며 다가와 신의 손에 들린 열쇠를 가지고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카르트의 동료가 된 모험가들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진짜 무시무시하네 저 자식.”

“벌써 몇 명째지?”

“아홉······.”


노아의 대답에 신은 이제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험가 협회에서 있었던 도발 이후 모험가들의 미움을 사게 된 카르트는 계속해서 그들의 도전을 받았고 그가 태연하게 그들을 물리칠 때마다 모험가들의 호승심은 더욱더 커져만 가는 것 같았다.


이래선 라마트라를 찾아내기는커녕 무의미한 공격을 부추기는 꼴이 아닌가?


하지만 신과 동료들의 만류에도 카르트는 생각이 있다며 문제없다는 말을 할뿐.


“에휴. 저 잘난 용사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결국 자포자기 상태가 된 그들은 부디 그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기만을 바라며 마찬가지로 위층의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


그리고 그들이 머무는 여관의 맞은편 건물의 옥상 위.


“저 소년인가. 황제가 우리들을 향한 수색 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알려온 게?”

“예. 그리고 실제로 그 선언 이후 거금의 의뢰가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회색 머리칼을 한 사내의 질문에 적발의 여성이 깍듯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들은 완벽하게 기척을 지운 채로 어둠 속에서 여관의 창문 안쪽 계단을 오르는 카르트를 관찰하고 있었다.


복면으로 입을 가린 복장과 그 특유의 날카로운 분위기 탓인지 두 명은 뮤스턴에 즐비한 여느 모험가들과는 사뭇 다른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돌덩이를 휘둘러 녹색 등급의 모험가를 때려 눕힐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남자가 황제를 들먹이며 우리 라마트라에게 적의를 드러낸다라······. 혹시 그곳에 얼굴이 같은 또래의 여자는 없었나?”

“아뇨. 그렇다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아직 확실하진 않군. 하지만 어쩌면 그분의 상정 이상으로 이 사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어.”


윗사람으로 보이는 남자기 턱을 만지자 여자는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처리할까요?”

“아니······. 만약 내 추측이 맞았다고 해도 섣불리 나설 수는 없다. 용사라는 존재는 다른 모험가놈들과 다르게 세계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어 자칫 손을 댔다간 일이 뒤틀릴 염려가 있어. 그분의 명령 없이 생을 빼앗는 건 잠시 보류야.”

“그럼 다시 한 번 보고 드려야 할까요?”

“흠······. 그분께선 현재 성지를 해방하는데 집중하고 계시니까. 조금 더 지켜본 뒤에 결정을 하도록 하지.”


회발의 남자는 조곤조곤 신중론을 설파했지만 그들의 발아래 펼쳐진 광경은 그의 말과는 정반대로 충동적이며 잔혹했다.


“크······윽!”


다 죽어가는 신음소리가 옥상에 들렸다.


십여명에 달하는 모험가 그룹이 핏빛 웅덩이위에 널브러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중 가까스로 정신을 잃지 않은 한명의 피에 젖은 손이 위로 올라왔다.


“젠장······. 라마트···라. 기분 나쁜 사이비 녀석들. 설마 진짜로···”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녀석이 있었나?”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샤각!


붉은 머리의 여자가 다시금 꾸벅 정중하게 사죄의 뜻을 전하곤 그 태도와는 정반대로 무자비하게 검을 휘둘러 모험가의 숨통을 끊었다.


“저 녀석이 일으킨 소란 때문에 자연스레 우리의 존재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 거친 방식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리한 녀석이야. 성지의 해방을 서둘러야할지도 모르겠군.”

“우선 이곳을 떠나도록 하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발각되었다간 변명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군······.”


남자는 부하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고 두 남녀는 진득한 피 냄새를 두른 채 옥상의 난간에서 한걸음 더 발을 내딛어 그 아래로 떨어졌다.


-척


그리고 그들이 내려선 것은 바로 옆 폐건물 3층 난간.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면 완전범죄가 성립하게 된다.


그것이 그들의 계획이었으나.


-끼이익~


“!?”

“누구냐!!”


뒤쪽에서 들려온 나무판자가 삐걱이는 소리에 두 명은 곧장 경계태세를 최대로 높이며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발각된 건가? 제국의 병사? 혹은 다른 모험가가 있었던 건가? 어째서 여기에 사람이 있었던 거지? 아니. 어느 쪽이든 여기서 처리한다는 결론은 같아!’


그들은 각자 허리춤과 등 뒤에 매달린 날붙이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건 적이 아닌 순진해 보이는 소녀였다.


“아, 안녕하세요? 아하하···”


멜리아 루드레일은 멋쩍은 듯 볼을 긁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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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공작은 사교계의 여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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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3) 22.03.28 44 0 15쪽
42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4) 22.03.08 31 2 21쪽
41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3) 22.03.07 32 1 18쪽
40 혼의 수복 (3) 22.03.06 35 1 21쪽
39 혼의 수복 (2) 22.03.05 45 2 19쪽
38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2) 22.03.04 40 2 17쪽
»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1) 22.03.03 42 1 19쪽
36 혼의 수복 (1) 22.03.02 41 2 20쪽
35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4) 22.03.01 45 2 18쪽
34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2) 22.02.27 46 2 16쪽
3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1) 22.02.26 55 2 17쪽
32 마왕의 혼 (5) 22.02.25 57 2 14쪽
31 마왕의 혼 (4) 22.02.24 54 2 15쪽
30 마왕의 혼 (3) 22.02.23 55 2 14쪽
29 마왕의 혼 (2) 22.02.22 62 2 17쪽
28 마왕의 혼 (1) +1 22.02.21 100 1 18쪽
27 황제의 명령 (2) 22.02.20 62 2 14쪽
26 황제의 명령 (1) 22.02.19 67 2 16쪽
25 에렌델의 탑 (3) 22.02.18 67 2 19쪽
24 에렌델의 탑 (2) 22.02.17 70 2 18쪽
23 에렌델의 탑 (1) 22.02.16 73 2 21쪽
22 정령과 용사와 마왕 (6) 22.02.15 78 2 19쪽
21 정령과 용사와 마왕 (5) 22.02.14 75 1 16쪽
20 정령과 용사와 마왕 (4) 22.02.13 97 1 17쪽
19 정령과 용사와 마왕 (3) 22.02.12 93 2 19쪽
18 정령과 용사와 마왕 (2) 22.02.11 98 1 18쪽
17 정령과 용사와 마왕 (1) 22.02.10 113 2 15쪽
16 세계 제일의 미녀 (5) 22.02.09 127 2 14쪽
15 세계 제일의 미녀 (4) 22.02.08 122 2 14쪽
14 세계 제일의 미녀 (3) 22.02.07 11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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