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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상어 님의 서재입니다.

여장공작은 사교계의 여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귀신상어
작품등록일 :
2022.01.29 12:54
최근연재일 :
2022.03.28 18:2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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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9
추천수 :
81
글자수 :
329,731

작성
22.03.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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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3)

DUMMY

-부스럭 부스럭


이곳은 여자 기숙사 정상층. 귀족에게만 제공되는 최고급 1인실이자 동시에 내가 머무는 숙소이기도 한 그곳에서 난 본가에서 전달된 짐 안을 뒤지고 있었다.


내가 아버지께 요구했던 영약의 소재는 전부 한 곳에 합쳐놓더라도 기껏해야 보따리 정도의 크기. 즉 그 외의 짐꾸러미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위해 보내주신 물품들이란 이야기가 된다.


아마 사건 재발을 막겠다던 학장의 호들갑 떠는 공문 때문인 거겠지.


난 정말 괜찮다고 했는데······. 대체 뭘 보내신 걸까?


“이건 드레스고······구두에 가방? 필요 없고. 커튼하고 천 이불? 음······,”


안쪽에서 만져지는 물품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며 확인하니 그 대부분은 고가의 여성 의류들이었고 예외를 찾아도 분홍색 프릴이 잔뜩 달린 침구 같이 나를 꾸미기 위한 물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보나마나 어머니가 억지를 부리며 집어넣으셨겠지.


딱히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맘때의 여자 아이는 한창 이런 물품으로 꾸미길 좋아한다는 게 상식적이니까. 위장을 위해서 보내주신 거겠지.


그래 절대 개인의 욕심은 아닐 거야······.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 신변을 개인적인 돌봐주는 사용인이 없다는 것이다. 나 혼자 이것들을 전부 관리하고 설치해야 할 걸 생각하면 조금 머리가 아프다.


그냥 여기 메이드들에게 시킬까? 강제로 하라고 하면 거절 못할 것 같긴 한데······아니, 그래도 역시 양심아···


-철컥


“응···?”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며 나머지 짐을 뒤지던 나는 딱딱한 철의 질감을 느끼고는 손을 깊숙이 집어넣어 그 물건을 꺼냈다.


-철그럭


“이건······검?”


그건 붉은 검집에 담긴 철제검. 난 이것도 장식용인가 생각했지만 그 묵직한 무게가 자신에게 뒤집어 씌워진 오명을 부정하고 있었다.


귀족들이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화려한 보석검이 아닌, 절묘한 곡선을 가진 실용적 디자인의 롱소드.


특이할만한 점이라면 손잡이 위의 크로스가드 부분이 동양의 검과 같은 라운드 가드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는 익숙한 형태였다.


-칭~


난 손잡이를 잡고 검을 살짝 뽑았고 그 안쪽, 검은 칼날이 반사한 빛이 내 눈에 비쳤다.


보통의 검과는 다르게 새까만 표면을 가진 날카롭게 잘 관리된 칼날.


“역시 이건 흑철검 ‘강가르다’.”


어머니가 애지중지하시는 8명검 콜렉션 중 하나이자 전 세계에 단 세 개밖에 없다는 흑철검 중 하나.


유명한 검사이셨던 나의 어머니 유리앙 이그넨은 결혼과 함께 은퇴를 해야 했고 검을 항한 그 욕구를 도검을 구매해 수집하는 것으로 대신하셨다.


마침 대륙 최고의 자산가 중 하나인 아버지도 계셨겠다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고가의 검을 마구 사들이신 어머니가 저택에 보유하게 된 도검만 해도 100여 자루가 되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고가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 바로 8명검 콜렉션이었다.


그 정성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나조차도 어릴 적 어머니의 기분이 정말 무진장 좋을 때만 은근슬쩍 혼날 것을 각오하고 가끔 몰래 수집방에 들어가 볼 수 있었을 정도였다.


지난 십수년간 단 한 번도 실전에 사용된 적이 없었던 검이 이렇게나 날카롭고 반짝이게 관리되고 있었단 것이 그 증거다.


어머니는 상심할 만한 일이 있으면 검을 손질하는 걸로 마음을 달랬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가?


하지만 설마 이렇게 귀한 물건이 보내져 올 줄이야. 난 두근거리는 마음에 들떴지만 동시에 괜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내가 검을 잡는 것을 그리도 반대해 오셨던 어머니가 진검을? 갑자기 왜······?


난 검을 옆에 조심히 내려놓고 그대로 집을 헤집기 시작했지만 종이라곤 서류 봉투 안에 담긴 영문 모를 양피지 다발만이 있을 뿐 그 외에는······아. 여기 있네?


혹시나 싶어 짐의 포장 아랫부분을 확인해 보니 끈으로 묶여있던 편지 한 장이 바닥에 깔려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긴 편지가 있다면 짐 안쪽에 있을 리가 없지.


난 편지봉투를 열었고 아버지의 자필로 쓰인 편지를 꺼냈다


[내 아들 가련에게.


본래라면 네 어머니의 편지를 함께 붙여 보낼 생각이었지만 자필로 편지를 써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말과 고집에 이기지 못해 이렇게 내가 함께 가필해 적어 넣는다.


아무리 학업에 성실하지 않았기로서니 필기체가 익숙하지 않으리라곤 생각지 못했구나. 연애할 적에 주고받은 편지조차 사용인에게 대필을 맡겼었다니. 오랜만에 충격을 받았단다. 뭐 그 투박한 성격에 비해 지나치게 글씨가 반듯해 이상하다 생각하긴 했지만. 이런, 이렇게 말하면 유리앙이 화를 내겠구나.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마.


네가 이야기한 혼령계역 회복 영약에 쓰일법한 소재를 전부 구해 동봉했다. 대체 이렇게 비싼 소재들이 어디에 쓰일지는 나도 예측할 수 없다만 네 부탁이니만큼 절대 허투루 쓰이진 않겠지 이상 묻지 않으마. 마력을 숨긴 채로 하는 힘든 학교생활임에도 나름 얻어가는 것이 있는 것 같아 안심했다.


반 강제적인 일이긴 했다만 그렇다 해도 에렌델의 탑은 여전히 마법계의 최정상을 차지하는 석학들이 즐비한 명문중의 명문이다. 이 아비도 어렸을 적엔 그곳에서의 학업을 꿈꿨을 만큼 방대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지.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부디 그곳에서 많은 것을 얻어오길 바란다.


네가 떠나길 꺼려하며 걱정했던 문제 중 하나인 영지의 치안 역시 아직까진 아무런 지장 없으니 안심하길 바라고.


아버지는 잘 지내고 있다. 다가올 학회에 발표해야 할 논문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학문의 즐거움 아니겠느냐? 그런 의미에서 논문의 초안을 소포에 동봉했단다. 시간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도록 하려무나. 뭔가 첨언할만한 충고가 있다면 거리낌 없이 의견을 보내주고. 물론 유출은 금물이다. 하하.


이후부턴 네 어머니의 전언이다.


가련 너도 이제는 성인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는데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입학을 결정한 것에 대해선 상당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하지만 어머니 된 내 입장에서도 힘들 결정이었다는 것을 이해해 주렴.


설마 네가 그 에른을 상대로 그렇게까지 선전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상당히 놀랐단다.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나조차도 지금의 에른을 상대로는 그렇게 까지 선방할 자신이 없구나. 그러니 패배에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그런 네가 탑에서 상처를 입다니 믿기 힘들지만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는 의미겠지.


함께 동봉한 강가르다는 그에 대한 사과의 의미이자 네게 보내는 나의 메세지란다.


흑철은 마력을 흡수하고 해석해 스스로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재미있는 특질을 가지고 있지. 네가 가진 방대한 마력과 잘 어울리는 성질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 너라면 눈치 챘겠지? 사용자와 함께 발전하고 진화하는 흑철을 네게 준 이유. 네가 가진 폭력적인 재능과 의지를 온전히 도려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물론 그게 제멋대로 살라는 이야기가 될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았으면 하지만 말이야.


너무 어려웠나?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네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우리는 너를 사랑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사실이란다. 부디 부모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염치없지만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부디 행복한 선택을 하기를 바라마.


너를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추신) 불순 이성 교제 절대 금지. 이 말만큼 부디 적어달라고 내게 부탁하더구나. 뭐, 동의하는 바다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추추신) 마음대로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 금지. 한눈 팔 생각은 하지도 말 것. 어머니로서의 절대 명령.]


“후후······.”


편지를 모두 읽은 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는 것을 느끼며 기분 좋은 한숨을 쉬었다.


벌써 저택에서 떠난 지가 1달이 넘었나. 어머니의 말대로 썩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었지만 그랬기 때문인가 이 편지에선 더욱 더 미안함과 온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철그럭


흑철검을 손에 넣었으니 싸게 친 값으로 여기지 뭐······.


편지도 그렇지만 그렇게나 애지중지하던 강가르다를 내게 보내주신 것만 봐도 어머니의 심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이곳에 와서 얻어가는 것도 꽤 있었고 말이다.


물론 본가가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에른 삼촌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주제넘은 참견일 것이다.


“흑철인가······.”


난 작게 중얼거리며 이 타이밍에 절묘한 운명을 느꼈다.


-팔락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또 다른 편지 한 장을 들어 그 내용을 다시금 확인한다.


[가련 레시오스코프에게


2주일 전에 있었던 습격 사건과 관련해서 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오늘 밤 통금 시간이 지난 후 새벽 1시까지 기숙사 공동 정원 1층의 분수 앞으로 와주시길.]


발신인조차 적혀있지 않은 그 짧은 편지는 장난인가 의심이 들 만큼 엉성한 구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글씨체는 교육받은 귀족이 써 내린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단정하고 유려했다.


이건 혹시······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부끄러워하는 러브레터?!


는 개뿔이고.


2주 전 내가 습격당했던 일에 관해 언급하는 것으로 봐선. 상당히 의뭉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수상한 편지였다.


이름도 쓰여 있지 않고 내용도 수상한 편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 그렇기에 너무도 명확히 그 발신인을 알 수 있었다.


“카트린느 트리나드. 드디어 결단을 내렸나.”


난 침대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던 드레스 중 강가르다의 긴 검신을 전부 숨길 수 있을 만큼 품이 넓은 고급 드레스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바닥에 놓여있는 롱소드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어쩌면 오늘이 바로 네 첫 데뷔전일지도 모르겠다.”


-뚜둑


난 흥분을 숨기지 못하고 손가락을 꺾어 소리를 냈다.


*


<그날 새벽>


-끼익~


기숙사의 문을 연 나는 휙휙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널널하···


-저벅 저벅


···지는 않군.


저 멀리 등불을 든 메이드 하나가 천천히 복도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2주 전에 습격이 있었기 때문인가······라지만 그래봤자 결국 메이드들이 위험한 것은 똑같은 거 아닌가?


“으으······.”


그리고 그런 생각은 그녀들 역시 똑같았는지 메이드는 몸을 움츠린 채 주변을 휙휙 둘러보고 있었다.


겁에 질려 시야가 좁아진 상태인 데다 달빛만이 드문드문 복도를 비추는 상황. 그 와중에 어둠에 숨어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샤샥!


난 슬쩍 기둥 틈 사이에 바짝 등을 붙이고 숨을 죽인 채 메이드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층계를 벗어나자 조심스럽게 움직여 계단을 내려갔다.


-탁탁탁!


그리고 창문 밖을 내려다보니 분수 앞에 누군가가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웨이브진 청발 위에 검은 머리띠를 착용하고 새하얀 레이스 잠옷을 입고 있는 귀족 여성.


예상 그대로의 등장인물.


내 발걸음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

.

.


성큼성큼 두 칸씩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1층은 금세였고 난 건물 바깥 돌바닥에 발을 디뎠다.


저 멀리 나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해졌는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까딱까딱 움직이고 있는 카트린느 양이 보였다.


“후······. 좋아,”


한걸음에 달려오느라 살짝 벅차오른 숨을 정리한 뒤. 그대로 달빛 아래를 향해 한걸음 내딛었던 그때.


-덥썩!


“웁?!”


뒤쪽에서부터 갑작스레 튀어나온 커다란 손이 내 입을 막고 몸을 다시 어둠 속으로 끌어 당겼다.


“음! 웁!”


누구냐!?


손의 크기와 질감으로 봤을때 적어도 같은 기숙사의 여학생이나 메이드는 아닌 게 확실.


난 몸을 들썩이면서 허리춤의 강가르다를 향해 손을 향했지만 그 순간.


-슈팍!


조금 전까지 내가 서 있던 장소에 날카로운 곤충의 발이 내리쳐졌다.


그리고 이어서 내 몸을 잡고 있던 손이 앞으로 뻗어지고 익숙한 마어가 들려왔다.


“아달 토 에네 캄트로! (네가 온 심연으로 돌아가라)”


-키, 키하악······!


날 덮쳤던 흡혼충은 그대로 저번처럼 검은 색의 입자로 부셔져 흩날렸고 난 고개를 돌려 셰인 교수와 눈을 마추졌다.


그는 상당히 진지하고도 급한 눈으로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대며 내게 조용히 하기를 강요한 후 작게 속삭였다.


“조용히 날 따라와라. 지금 바깥은 너무 위험해. 흡혼충으로 가득하다.”


*


-까악! 까악!


-푸드득!


뮤스턴 인근 숲 속 깊은 곳.


높게 치솟은 침엽수가 태양의 빛을 거의 가려 근처에서만 가까스로 서로의 모습을 인지할 수 있는 어둠 속에서.


“하아······. 하아······.”


남자는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한 숨을 겨우겨우 집어 삼키며 여자를 부축하고 있었다.


-탁 탁!


그들의 몸에는 이미 거멓게 산화된 굳은 핏자국이 즐비했고 그들의 몸 상태 역시 온전해 보이지는 않았다.


“젠장······. 죽지 마라? 너까지 죽으면 난 도저히 제 정신으로 모험가 생활을 이어나갈 자신이 없으니까.”

“으윽! 미안. 하아······조금만 천천히 가자.”

“바보야! 이대로 속도를 늦췄다간 추적당해 전멸이야!”

“하지만 체력이···.”

“조금만 더 참아. 이쪽 방향이 분명하니까. 아니, 여기밖에 없어! 적어도 내 두눈으로 확인해여겠어. 이대로 돌아간다면 그건 죽은 녀석들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어버리는 결과가 되고 말잖아!”

“알트······.”

“모네.”


-꽈악!


여성 모험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그 역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깍지를 깊게 끼웠고 그대대로 손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들은 힘겹게 절룩거리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계속해서 속도를 냈고 마침내 어떠한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 이건······그렇구나!! 그랬어!!”


모험가 알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목도하고는 놓쳤었던 어떤 사실을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뜨고 경악했다.


그리고 흥분한 상태에서 힘든 것도 잊은 채 소리쳤다.


“모네! 이정도 성과라면 그 금화는 전부 우리 몫이야!”


그는 들떠 부축하고 있던 여성의 몸을 흔들었지만 어째서인지 모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모, 모네···?”


알트는 순간 닥쳐온 불안감에 당황하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다행히 모네는 작은 목소리로 어떤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바랐는데.”

“다, 다행이다. 나는 네가 잘못된 줄로만 알고···!”

“네가 찾지 못하기를 바랐는데.”

“뭐?”


그건 상당히 뜬금없는 발언이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침착하고 차분해 한기가 서려있는 듯 느껴지기까지 했다.


“대체 그게 무슨······흐어억!?”


-푸욱!


알트가 연인에게 되물으려던 순간 그의 배에서 칼날이 머리를 들이밀면서 빠져나와 피를 쏟아냈다.


그건 분명 알트의 검집에 꽂혀있던 그의 검. 그리고 그 검을 쥔 이는 당연히······.


“모네. 왜······?”


동료에게······아니, 연인에게 배신당한 남자는 적어도 그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그의 목에서 바람이 새는 소리만이 날 뿐.


그의 눈앞은 서서히 흐릿하게 변했고 꿈틀대던 몸은 온기를 잃은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


그리고 다음 날.


뮤스턴의 모험가 협회 로비.


그곳에선 카르트와 신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납득이 가지를 않는데.”

“내가 말했지? 제멋대로인 녀석이라고. 애초에 그 자식한테 기대를 거는 게 아니었어. 실력이 확실하면 뭐하냐고? 필요할 때 있지를 않은데.”

“하지만 분명 함께 가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나보지. 위험할 것 같다고. 그런 쪽으론 아주 촉이 살아있는 약은 놈이거든!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해. 배신자 아냐?”


하루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해 하며 비스타를 향한 신뢰를 보증하기까지 하던 신은 입장을 180도 바꿔 비스타를 마구 욕하고 손에 들린 [레인저 급구] 라는 간판을 흔들었다.


하지만 다른 모험가들은 그 본체만체 하며 스쳐지나갈 뿐.


“하······. 카르트 네가 벌인 일을 보도고 우리한테 합류할 모험가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럴 경우에는 그냥 우리끼리라도···”

“절~대 싫거든!”

“저기요?”

“나는 레인저 없이는 다시는···응!?”


팔을 교차시켜 X를 만들고 격렬한 거부 의사를 비치던 신은 갑작스레 말을 걸어온 나긋나긋한 여성의 목소리에 당황해 고개를 들었다.


“저, 저요?”

“네. 두 분.”


신이 입을 벌리자 여성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고를 보고 왔어요. 합류하고 싶은데요,”

“저, 정말? 우리한테?”

“네. 분명 레인저 직종을 구하신다고 써있는게······. 아니라면···”

“아아! 아니! 물론이지! 구하고 있고말고!”


신은 반색하며 간판을 집어던지곤 쌍수 들고 그녀를 환영했지만 카르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가 무슨 임무를 수행할지도 알고 있어?”

“네. 물론입니다.”

“그게 위험하단 것 역시 알고 있고?”

“네.”

“야! 왜 자꾸 겁을 주고 그래! 난 신이라고 해. 잘 부탁!”

“나는 카르트.”


신은 다급하게 끼어들어 카르트를 진정시킨 뒤 인사를 건넸고 카르트도 그렇게 했다.


그러자 여성 모험가는 손을 모은 채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모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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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공작은 사교계의 여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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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3) 22.03.28 44 0 15쪽
42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4) 22.03.08 31 2 21쪽
»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3) 22.03.07 33 1 18쪽
40 혼의 수복 (3) 22.03.06 35 1 21쪽
39 혼의 수복 (2) 22.03.05 45 2 19쪽
38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2) 22.03.04 40 2 17쪽
37 사이비 종교 라마트라 (1) 22.03.03 42 1 19쪽
36 혼의 수복 (1) 22.03.02 41 2 20쪽
35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4) 22.03.01 45 2 18쪽
34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2) 22.02.27 46 2 16쪽
33 모험가들의 도시 뮤스턴 (1) 22.02.26 55 2 17쪽
32 마왕의 혼 (5) 22.02.25 57 2 14쪽
31 마왕의 혼 (4) 22.02.24 54 2 15쪽
30 마왕의 혼 (3) 22.02.23 55 2 14쪽
29 마왕의 혼 (2) 22.02.22 62 2 17쪽
28 마왕의 혼 (1) +1 22.02.21 100 1 18쪽
27 황제의 명령 (2) 22.02.20 62 2 14쪽
26 황제의 명령 (1) 22.02.19 67 2 16쪽
25 에렌델의 탑 (3) 22.02.18 67 2 19쪽
24 에렌델의 탑 (2) 22.02.17 70 2 18쪽
23 에렌델의 탑 (1) 22.02.16 73 2 21쪽
22 정령과 용사와 마왕 (6) 22.02.15 78 2 19쪽
21 정령과 용사와 마왕 (5) 22.02.14 75 1 16쪽
20 정령과 용사와 마왕 (4) 22.02.13 97 1 17쪽
19 정령과 용사와 마왕 (3) 22.02.12 93 2 19쪽
18 정령과 용사와 마왕 (2) 22.02.11 98 1 18쪽
17 정령과 용사와 마왕 (1) 22.02.10 113 2 15쪽
16 세계 제일의 미녀 (5) 22.02.09 127 2 14쪽
15 세계 제일의 미녀 (4) 22.02.08 122 2 14쪽
14 세계 제일의 미녀 (3) 22.02.07 11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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