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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385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9.29 12:00
조회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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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60화_히스는 이미 아는 사람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60화>


히스는 이미 아는 사람


* * * * *




히스는 경하의 뒤를 바짝 따랐다. 마치 경하의 보호자 같았다. 거꾸로 있을 때는 히스가 괴상해 보이기만 해서 모두들 히스의 수려한 외모를 잘 알지 못했었다. 히스의 외모는 아름다웠다. 다만 계속 물구나무를 서는 바람에 손이 나무뿌리처럼 거칠어져 있을 뿐이었다.


“경하 씨, 내가 왜 경하 씨를 따라온 줄 알아요?”


경하도 히스가 왜 자신들을 따라온 것인지 궁금했다. 의심스럽기도 했다. 다만 제3세계를 빠져나가야 했기 때문에 같이 왔던 것이었다.


“난 자작나무 숲에 가보려고 해. 그곳에 가면 풀리지 않는 어떤 한 가지 일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자작나무 숲을 알아요?”

“어려서부터 알았던 숲이야. 잠시 잊고 있었어. 과거의 다른 곳만 살피느라 정작 살펴야 할 그 순간은 외면했던 것 같아. 사람들에게 회피란 순간이 필요하기도 하니까. 나의 뇌가 필요에 의해 잠시 회피를 선택했을 거야.”

“회피를 해야 할 만한 사연이 있었어요?”

“그건..”


히스가 말을 하려 할 때 지동일이 둘의 사이에 쑥 들어왔다.


“너무 하잖아. 갑자기 왜 히스 따위와 딱 붙어 가는데?”

“히스 따위라니요? 무레하잖아요.”


경하는 지동일이 갑자기 거친 말을 해서 놀랐다.


“하하, 괜찮아요. 지금 동물적인 감각으로 느끼건데 질투라는 건가요?”

“질투라니? 그럴 리라.”

“그럼 시샘인가요?”

“우릴 뭘로 보고 질투니 시샘이니 하는 저급한 감정을 논하는 겁니까?”


안지훈까지 나섰다.


“지금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모든 것들이 파라의 계획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잊지 마셔야죠. 지금 이 시간도 파라는 모든 시스템을 동원해서 우리들 위치를 파악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위성은 언제나 우리 위에서 돌고 있을 테니까요.”

“아, 위성.”


지동일도 그때서야 위성이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지훈은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들이 제3세계에 머무는 동안은 아니었지만 이제 이들은 파라에게 노출되고 있을 것이었다.


“서둘러서 가요.”


히스가 오히려 서두르자 지동일과 안지훈은 머쓱해졌다. 하지만 그냥 있을 지동일이 아니었다.


“내가 앞에 갈게. 경하를 앞세울 수는 없어. 든든한 내가 앞장서야지. 내 뒤로 와.”

“길을 알아?”

“몰라도 내가 위험한 것이 낫지. 어떻게 경하 씨를 앞세워?”

“그건 맞아. 그럼 내가 앞장설게. 내가 길을 알아. 바짝 붙어서 와. 곧 경찰국 사람들이 어떻게든 나타날 거야.”

“그럼 내가 히스의 뒤를 갈게요. 지동일 씨와 안지훈 씨는 내 뒤를 따라오세요.”


별빛이 있었지만 어두웠다. 어둠 속에서 길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었다. 모두 히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히스의 목소리는 저음으로 힘이 있었다.


히스는 가면서 위험할 만한 곳을 만나면 뒤돌아서 조심하라고 일러주고 손을 내밀어 경하를 도왔다.


“저거, 뭐야? 경하가 얼마나 길을 잘 가는데 저렇게 손을 잡지?”

“경하 씨가 자립심이 보통인가? 내가 보기에도 과잉보호의 느낌이야.”


히스를 보는 지동일과 안지훈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쩔 수 없이 히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데 제3세계의 사람인 히스를 믿어도 되는 거야? 의심스럽잖아.”

“만약 우리를 위험한 곳으로 끌고 가거나 하면 어떻게 하지?”

“봤지? 아까 우리가 제3세계 동굴을 나올 때 아무도 만나지 않았어. 그게 가능하기나 해. 우리가 그곳에 들어갈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냐고. 그런데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어. 갑자기 그 사람들이 모두 함께 잠이 들었어? 아니면 갑자기 우리들이 지나가라고 잠시 피한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들이 아무런 장애물 없이 나왔다는 것이 먼저 의심스러워. 그리고 히스는 1219가 끔찍하다고 했어. 그런데 이미 뭔가를 다 알고 있다고 했어. 그 이야기를 꺼냈다고 거꾸로를 갑자기 포기하다니, 말이 돼?”

“여러 가지가 의심스러워. 지금 우리들은 파라에게 쫓기다 이곳까지 온 거잖아. 갑자기 파라의 위험이 사라졌어. 파라가 얼마나 전지전능한 능력이 있는지 모두가 알고 있어. 파라가 우리를 놓쳤을 리가 없는데 이상해.”

“히스를 과연 믿어도 되는 걸까?”


지동일과 안지훈은 히스의 뒤를 따르면서도 자신들이 지금 처해 있는 상황에서 히스를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히스가 사랑에 빠져 경하를 따라 엑스트라에 간다고 했어. 사랑이 과연 사람을 움직이게 할 만한 의미일까? 의심스러워.”

“예전 시대는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꽤나 낭만적인 시대가 있었다고 해. 아니, 쓸데없이 감정에 인생을 걸던 시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과연 지금의 시대에 그런 사랑이 남아 있다고? 아니지. 절대 그건 아닐 걸.”


둘이 이야기를 하며 뒤를 따라올 때 히스는 말이 없이 앞서고 있었다. 간간히 걸음을 멈춰 경하의 걸음을 도왔다. 경하는 히스가 자신을 돌보는 것이 부담되지 않았다.


“잠깐. 잠시만. 쉬잇.”


히스가 걸음을 멈췄다. 모두들 조용히 숨을 죽이고 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앞으로 무언가 지나갔다. 장혁 일행이었다. 경하 일행이 있는데 알아보지 못하고 서둘러 앞을 지나고 있었다. 장혁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 눈빛은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되어 있었다. 자신을 좇는 장혁이 바로 앞에서 지나가자 이들은 긴장되었다. 오금이 저려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은 길지 않았다. 이들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 가요. 서둘러 가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장혁이 바로 앞을 지나갔는데 우리를 못 알아봤어요.”

“사실 우리는 지금 시간을 30분 정도 빨리 앞서고 있어요.”

“시간을 먼저 앞서다니, 어떻게요?”

“내가 말했잖아요. 난 이미 모든 걸 아는 사람이라고. 그건 내가 이미 일어날 일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래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를 만나지 않고 가는 길을 알고 있는 거예요.”

“시간을 앞서는 능력이 있다고요?”

“그럼 우리가 제3세계에서 누구도 안 만났던 것이 그런 이유였어요?”

“내가 현재의 시간을 살지 않고 너무 오랫동안 거꾸로의 세상에서 과거에 살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 시간을 앞서 지내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한 것이 아닌가요?”

“.......... 하지만 일어나야 할 일을 바꿀 수는 없어요. 미래도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는 일이에요.”

“논리로는 맞지 않는데 지금 이 순간만은 믿겠어요.”

“장혁이 이곳을 지날 예정이라는 것은 파라가 이곳을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겠죠?”


히스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경하는 멀리 하늘의 별을 보다가 다시 자작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봤다. 자작나무 숲의 빛은 가까웠다. 경하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빛이었다. 경하의 눈길은 자작나무의 빛에게서 히스에게로 옮겨갔다. 앞서 걸었기에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히스에게서 자작나무와 비슷한 빛이 얼핏 스쳤기 때문이었다. 히스를 둘러싸고 자작나무의 빛이 있었던 것은 잠깐이었지만 찬란했던 하나의 장면은 착각이 아니었다.


“히스 씨, 자작나무를 알아요? 어떻게 알아요?”

“원래부터 알아요. 자작나무를 좋아해요.”

“자작나무를 원래부터 알아요? 특별한 사연이 있어요?”

“특별하다고 하면 특별할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과는 다른 인연이 있어요.”


경하는 히스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자작나무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자작자작에 대해 물어볼까?’


“뭔가 많이 묻고 싶죠? 그러나 다 말할 수는 없어요. 지금은 잠시 그냥 길을 가는 것으로 만족할까요? 곧 자작나무 숲에 도착해요. 그곳에 가면 새로운 많은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내가 잠시 안 보여도 걱정하지 말아요. 난 경하 씨 곁에 꼭 가까이 있을 거고 곧 돌아올 테니까요.”

“어디를 가세요? 가려면 어딜 갈 거라고 말씀을 하셔야죠.”


경하의 말에 히스는 답을 하지 않았다. 경하는 더 묻고 싶었지만 다시 묻지는 않았다. 발을 옮기면서 언뜻언뜻 스치는 히스의 자작나무 숲의 빛들이 경하의 눈에 들어왔다.


‘히스는 자작나무 숲과 무슨 연관이지? 도착하면 알게 될 거라고?’


어느 순간 경하의 눈에 자작나무의 빛들이 한꺼번에 눈부셨다. 별빛보다 더 밝은 빛들이 나무의 은빛 비늘에서 반짝였다. 그리고 작은 바람이 일었다. 경하를 반기는 몸짓이었다.


‘아, 자작나무.“


경하는 달려가서 자신의 자작나무룰 껴안았다. 자작자작의 호흡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뭇잎이 져버린 겨울이었다. 경하가 자작나무를 껴안자 갑자기 푸르른 이파리가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 은빛 비늘은 얇게 벗겨지는 것 같더니 하얀 나비가 되어 주변을 날아다녔다.


“자작자작, 너무 아름다워.”


경하는 자작나무가 자신을 위해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주자 감동스러웠다.


“히스가 사라졌어.”


자작나무에게서 돋아났던 푸른 나뭇잎들이 일시에 사라지고 흩날리던 하얀 나비들이 희미해지며 사라지고 있었다. 경하는 날아가려는 나비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으나 나비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히스가 사라졌어.”


지동일의 소리가 나비를 잡으려고 손을 뻗는 경하에게 말했다. 경하는 지동일의 말을 듣고 몇 번 눈을 깜박이고 손을 거두었다.


히스가 보이지 않았다.


“히스가 어딜 갔어요? 금방까지 옆에...”


경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하 씨가 자작나무에게 뛰어가길래 우리도 경하 씨 뒤를 따라왔어요. 경하 씨가 나무에게 이야기라도 하는지 뭐라뭐라 하는 것도 같아서 보고 있었는데 히스가 보이질 않았어.”

“금방 있었는데 어디로 사라졌지?”


안지훈도 의아한 표정이었다.


‘자작나무에게 갔나?’


경하의 자작나무가 있는 것처럼 히스의 자작나무도 있을 것만 같았다. 히스를 데려갔냐고 자작나무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지동일 씨, 이젠 엑스트라에 갈 수 있죠?”

“당연하지. 이곳은 이제 나의 영역이야. 이제 리아를 만나러 가볼까?”

“리아를 만나도 괜찮은 거야? 엑스트라 구역에서 병이라도 옮으면 어떡해?”


안지훈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파라다이스 사람에게 엑스트라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병에 걸려 겨우 살아가고 있는 곳을 가야 하다니. 어쩌다 내가 이렇게.”


안지훈이 한탄을 쏟았다.


“걱정하지 마. 사람 사는 곳이야. 그리고 우리의 조상들은 다 그렇게 살았어. 사랑이 있고 인간미가 있는 곳이야.”

“그 인간미라는 것이 비위생적이고 비논리적인 건 어떻게 해?”

“마음을 열라고. 그러면 모든 걸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안지훈은 따뜻한 남자니까.”


따뜻한 남자라고 지동일이 말하자 안지훈은 머쓱해 어깨를 으쓱했다. 안지훈이 착한 남자인 것은 맞는 것 같았다.


“드디어 엑스트라인가요? 가보죠. 무슨 일이 일어날지. 파라다이스에서 사육 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예요. 난 마음의 준비가 되었어요. 가요.”


경하는 자작나무를 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엑스트라 그곳에서 답을 찾아보자. 자, 갑시다.”


지동일이 움직이려 할 때였다.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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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_나무의 아이 +1 21.10.02 64 9 8쪽
61 61화_히스는 어디로 갔을까 +2 21.10.01 52 9 7쪽
» 60화_히스는 이미 아는 사람 +1 21.09.29 54 9 12쪽
59 59화_히스와 함께 21.09.28 63 10 9쪽
58 58화_레드 존에 붙들리다 21.09.28 66 10 9쪽
57 57화_제3세계의 함정(3) 21.09.25 76 10 10쪽
56 56화_제3세계의 함정(2) +1 21.09.24 77 9 10쪽
55 55화_제3세계의 함정(1) +1 21.09.23 80 9 10쪽
54 54화_맞닥뜨린 블랙레벨 +1 21.09.20 99 9 8쪽
53 53화_제3세계라니 +1 21.09.18 128 9 10쪽
52 52화_경하의 각성(3) +2 21.09.17 125 9 11쪽
51 51화_경하의 각성(2) 21.09.16 140 9 9쪽
50 50화_경하의 각성(1) +1 21.09.15 158 9 16쪽
49 49화_나무의 생각 +1 21.09.14 172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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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_비밀통로(3) +1 21.09.08 238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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