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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400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9.04 10:20
조회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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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3쪽

41화_약점의 이점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41화>


약점의 이점


* * * * *





하모니카 소리가 흘러나왔다. 푸른 바람이 불고 있는 듯 하모니카 소리가 상큼한 바람을 몰고 오는 것 같았다.


<경하 씨, 일어나도 될까요? 보건국에 갈 시간이 가까워요.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요?>


바비의 소리였다. 하모니카 소리도 바비의 다정한 목소리도 얼마나 다정한지, 경하는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이 아침의 느긋함을 오래도록 즐기고 싶었다. 아직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길게 늘이고 싶었다.


<경하 씨, 깬 거 다 알아요. 심박소리가 지금 깨어 있어요, 라고 말하고 있어요.>


경하는 눈을 떴다. 바비가 앞에 있었다.


“바비.”


경하가 일어나서 바비를 껴안았다.


<경하 씨, 다정한 경하 씨의 포옹이 좋아요. 하지만 더 느긋하게 한다면 잠옷 차림으로 지동일 씨와 장혁 씨를 맞게 될 거예요.>


“그렇구나. 난 보건국에 가는 날이지?”


<경하 씨, 잊지 마세요. 지금 시각은 오전 8시. 9시 정각에 장혁 씨가 올 거예요. 그리고 시스템 변경의 시간은 14시 10분입니다.>


‘아, 그렇지. 14시 10분. 그 시간 전에 모든 작전이 완료되어야 할 텐데, 난 그 시간까지 파라다이스를 떠날 수 있을까?’


경하는 간밤에 잠을 깊이 잤다. 생각이 많아 잠은 얼씬도 못할 것 같았다. 어인 일인지 생각은 잠깐 비껴갔고 의외로 깊은 잠이 찾아왔다. 경하는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다른 때는 단순한 출근이었지만 지금은 먼 길을 떠나는 외출이었다. 그동안 여행을 위해 짐을 싸본 적이 없었다. 파라다이스의 여행은 굳이 짐을 싸지 않아도 되었다. 언택트였거나 혹은 여행지에 모든 준비가 이미 다 마쳐져 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ABT는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경하는 서둘러 자신이 지내온 곳을 둘러보았다. 과연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할 것인지 둘러보는데 가지고 가야 할 물건이 없다는 사실이 의외의 놀라운 일이었다. 경하는 자신의 백팩에 빨강목도리를 챙겼다. 일단 엑스트라는 추운 계절이었다. 겨울옷을 챙기려고 생각하니 그것 자체가 의심 받을 일이었다. 백팩도 의심을 받을 만했다. 평소의 외출에 백팩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백팩은 필요했다.


‘왜 백팩이냐고 물어보면 자료 정리 때문에 노트북을 챙겼어. 이렇게 말할까?’


경하는 백팩을 들었다 놨다 몇 번을 하다가 결국은 백팩을 챙겼다. 빨강목도리는 챙겨야 했다.


<경하 씨, 노트북을 챙겼나요? 잘 했어요. 꼭 필요한 것이에요. 그리고 스마트 워치는 팔목에 있죠? 검진 때문에 풀어 놓아야 한다면 꼭 노트북 가까이에 두세요.>


“스마트 워치가 중요한 것이지? 잘 챙길게.”


경하는 왼쪽 손목에 있는 스마트워치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바비, 사랑해. 알지? 날 잊지 마. 날 꼭 찾아와야 해. 응? 난 바비만 믿어.”


<걱정하지 마세요. 전 경하 씨를 꼭 찾아갈 거예요. 하지만 기억하세요. 14시 10분에 시스템 변경이 있다는 것을. 그 시간이 되면 여러 가지가 바뀔 거예요.>


“알아. 14시 10분. 이제 곧 나갈 시간이야. 바비,


경하는 한참동안 바비를 껴안았다. 바비도 경하의 숨결을 느끼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둘만의 교감은 충분했다.


“딩동!”


<장혁 형사과 지동일 형사가 함께 왔습니다.>


“바비, 잘 다녀올게. 걱정하지 마.”


<경하 씨,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것이 잘될 거예요. 경하 씨는 강한 사람이에요.>


경하는 바비를 한 번 더 안아주고 장혁, 지동일과 함께 집을 나섰다. 어쩐 일인지 장혁이나 지동일 모두 말이 적었다. 처음 인사를 마친 후 말이 없이 보건국으로 이동했다.


‘지동일은 내가 복잡한 줄 알아서 그렇다 쳐. 그런데 장혁은 왜 저런 표정? 냉혈한에도 표정이 있었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냉혈한 장혁의 표정이 조금 더 어두웠다. 경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 되었다. 장혁은 경하에게 왜 백팩을 멨냐는 질문도 하지 않았다.


보건국에 도착했다. 보건국에는 안지훈이 나와 있었다.


“안지훈 팀장님 나와 계시니 전 임무 완료이므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경하 씨, 검진 잘 받으시기 바랍니다. 전 검진이 끝나는 14시에 오겠습니다.”


‘검진이 14시에 끝나는 거였어? 바비, 바비의 시스템은 어떻게 하는 거지? 어쨌든 난 여기를 빠져나가야 하니까.’


경하는 너무 긴장되어서 몸이 다 아픈 것 같았다.


“장혁 형사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검진 완료 후 뵙겠습니다.”


안지훈이 건조하게 인사했다. 안지훈의 표정도 어두웠다. 다들 어두운 표정이었다.


“들어가시죠.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하는 안지훈의 안내를 받고 검진실로 향했다. 지동일도 말없이 뒤를 따랐다. 어느 순간이었다. 지동일이 윙크를 했다. 지동일이 손을 쑥 내밀었다. 작은 알약이 하나 있었다. 먹으라는 눈짓을 했다. 안지훈은 앞에 걸어가고 있었다. “왜?” 라며 소리는 내지 않고 지동일에게 물었다. 지동일이 “그냥 먹어.” 입모양을 했다. “빨리.” 지동일이 재촉했다. 경하는 무섭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서 얼결에 알약을 입에 넣었다. 지동일이 엄지척을 했다. “좋아.” 입모양으로 또 말을 했다. 긴장된 경하는 앞에 걸어가는 안지훈을 바라봤지만 안지훈은 앞을 보고 걸어갈 뿐이었다.


‘안지훈의 약점은 이런 순간 확실한 이점인 건가?’


안지훈의 약점은 무엇인지 몰랐지만 자신의 위기에서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다행인 일이었다.


안지훈은 절차대로 검진캡슐로 안내했다. 평소에는 친절이 과한 안지훈이었는데 오늘은 말을 아끼고 있었다. 안지훈은 표정관리가 안 되는 부류였다. 긴장된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안 팀장, 컨디션이 안 좋아? 왜? 평소 안 팀장답지 않아. 오늘 일을 할 수 있겠어? 다른 의사 투입해줘?”


보건국장이 검진실에 들어와 안지훈을 보더니 한 마디 했다. 경하는 보건국장을 처음 만났다. 지동일은 잘 아는지 웃으며 다정하게 목례를 건넸다. 경하도 지동일을 따라 목례를 건넸다.


“아, 아닙니다. 지난 번 검진오류가 나와서 꼼꼼하게 점검하다 보니 긴장했나 봅니다. 옆에 지동일 형사가 안전을 위해 지키고 있으니 조금 더 긴장되는 것 같기도 하고.”


보건국장이 지동일 형사를 바라봤다.


“지동일 형사, 검진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바깥에서 대기하도록 하세요. 이곳 검진실은 알파선의 방출이 많은 곳이라 우리 의사들도 바깥에서 대기하는 상태입니다.”


“이번에 행정국장님의 특별요청이 있었습니다. 보건국장님에게 이미 말씀을 드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검진이 끝난 후에 검진실로 들어오는 것으로 합시다. 검진시간에는 우리도 퇴실입니다. 대신 모니터를 함께 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결국 경하 혼자 검진실에 두고 모두 나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경하는 지동일도 믿을 수 없긴 했지만 지금 상황은 지동일만이 자신을 구출해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기에 지동일의 눈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동일은 경하의 눈빛을 보고 안심하라며 윙크를 던졌다. 이 순간의 윙크라는 유머는 경하를 그나마 안심하게 했다. 윙크의 의미는 무언가 준비되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었다.


“경하 씨, 힘내요. 강해져야 해. 할 수 있어.”


지동일이 힘내라고 했다. 강해져야 한다는 말이나 할 수 있다는 말은 뜬금없었지만 워낙 엉뚱한 사람이니 그 말에 대해선 다들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경하는 검진캡슐에 누웠다. 경하는 지난 번 검진 때 몸은 마취가 되어 있는데 정신이 너무 또렸했던 순간의 두려움이 확, 몰려왔다. 무서웠다.


“힘내. 괜찮아. 강해져야 해.”


지동일이 다시 말했다. 지동일의 말은 검진의 순간에 두려움이 일어도 강해져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지동일은 검진의 순간에 두려운 순간이 오는 것을 알까?’


지동일은 의외로 아닌 것이 많았다.


“경하 씨, 그럼 검진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안지훈이 다소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경하는 검진을 위해 스마트 워치를 풀어 백팩에 넣어두었다. 백팩은 지동일에게 맡겨 두었다. 이제 경하는 무방비의 상태가 된 것이었다.


검진 캡슐이 닫혔다. 모든 사람들이 검진실에서 나갔다. 이 상태로 자신은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직전인 것이었다. 경하는 너무 긴장되었지만 살아남아야 했다. 지동일이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파도소리가 들리고 숫자가 들리고 경하는 숫자를 따라했다. 그리고 순간 자신의 온몸의 신경이 마비됨을 느꼈다. 경하의 몸은 점점 굳어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과 같이 자신의 의식은 여전히 또렷한 상태였다. 기계음 소리가 작게 들렸다.


‘난 또 몸은 마비가 되어 있고 정신이 깨어있는 거구나. 이런 상태를 어떻게 해야 하지? 강해져야 해. 난 할 수 있어. 괜찮아.’


경하는 마비된 몸이었지만 정신을 잃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수술의 과정에 의식이 깨어있다면 끔찍할 일이겠지만 지금은 수술의 과정이 아니었다. 긴 시간은 아닐 것이었다. 경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지동일과 안지훈은 어떤 이야기를 건넸을까? 과연 보건국에 비밀통로는 있을까? 엑스트라는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은 끝이 없었다.


“삐이...”


다시 경고음이 울렸다. 분명 지동일이 준 알약 때문일 것이었다. 행정국장이 자신에게 건넨 알약이 검진오류를 일으킨 것처럼 이번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경하의 의식은 명료했지만 몸은 마취로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들은 경하의 의식이 깨어있음을 모를 것이었다. 경하는 강해져야 했다. 의식을 꼭 붙잡고 있어야 했다. 두려움이 아닌 용기를 가져야 할 시간이었다.


보건국장과 안지훈, 지동일이 경하의 곁으로 뛰어 들어왔다.


“안 팀장, 무슨 일이지? 검진 전 기본 검사를 모두 끝내지 않았어?”


“모든 체크가 정상이었습니다. 국장님도 확인하신 내용입니다. 지난번과 같은 오류여서 원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지금 현재 혈액 상태를 비롯 모든 신체 상태가 정상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경고음이 울린 것입니까? 혹시 경하 씨에게 위험이 닥친 것입니까? 보건국은 경하 씨에게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것입니까?”


지동일이 목소리를 높이며 묻고 있었다.


“우리 보건국 일입니다. 지동일 씨의 관여는 지나친 일입니다.”


“지 형사님, 잠시만요. 지금은 경하 씨 안전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안 팀장, 어떻게 할 거지? 당장 3단계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닌가?”


“국장님, 3단계 조치를 지금 단계로 하는 건 성급한 것 같습니다. 잠시만 유예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조금 더 경과를 보겠습니다. 여기 지동일 형사도 있으니 잠시의 시간만 유예를 주시기 바랍니다. 3시간 정도 상태를 지켜본 후 3단계 조치를 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3시간 정도 지켜보자는 건가? 그러다 상태가 안 좋아지면? 그 책임은 어떻게 하지?”


“제가 옆에서 지켜보겠습니다. 국장님은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지동일 형사님, 경하 씨 검진에 오류가 발생해서 3시간 정도 잠시 경과를 지켜보려고 합니다. 경과를 지켜보는 동안 함께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제가 곁에 있어야죠. 그럼 여기에서 3시간을 지켜보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잠시 회복실로 이동을 하겠습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경하의 귀에 이 모든 소리가 다 들렸다.


“국장님, 그럼 상황실에서 기다리시겠습니까?”


“난 국장 회의를 해야 할 것 같아. 위중한 상황이야.”


“그럼 전 회복실에서 경하 씨 상태를 지켜보겠습니다. 계속 상황을 보고하겠습니다.”


“그럼 시간마다 상황보고를 해. 3시간 후 3단계 조치를 한다고 보고할 예정이야.”


국장이 나가는지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났다. 경하의 상태가 위급함을 알리는 발자국 소리였다. 경하의 검진캡슐이 열리는 것 같았다. 경하의 몸이 다른 침대로 옮겨졌다.


경하의 몸은 마취가 되어 있었지만 경하의 몸을 스치는 모든 소리는 경하의 귀에 들려왔다. 촉각이 아닌 모든 움직임이 소리로 들리는 것은 자신의 몸을 떠난 자신이 자신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과 흡사 비슷했다. 소리로 자신의 상태를 듣는 것은 타인이 되어 자신을 지켜보는 것과 같았다.


“경하 씨,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 지금은 회복실로 이동 중이야.”


지동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약속한 장소로 이동할 거야.”


이어서 귓속말로 들리는 작은 소리였다


‘지금 비밀통로로 간다는 거야? 내가 소리를 듣는 걸 아는 거야?’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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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_경하의 각성(2) 21.09.16 141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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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_누구도 믿지 마라 +1 21.09.13 177 9 9쪽
47 47화_1219구역(3) +1 21.09.11 253 9 8쪽
46 46화_1219구역(2) +2 21.09.10 229 10 12쪽
45 45화_1219구역(1) +2 21.09.09 239 10 12쪽
44 44화_비밀통로(3) +1 21.09.08 239 10 11쪽
43 43화_비밀통로(2) +2 21.09.07 245 10 11쪽
42 42화_비밀통로(1) +2 21.09.06 242 10 9쪽
» 41화_약점의 이점 +1 21.09.04 252 13 13쪽
40 40화_경하의 명령어 +1 21.09.03 252 12 11쪽
39 39화_만약에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1 21.09.02 275 13 10쪽
38 38화_나의 바비를 어떻게 하지 +2 21.09.01 291 13 13쪽
37 37화_의외의 조력자 +2 21.08.31 300 13 11쪽
36 36화_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일까 +1 21.08.30 319 14 9쪽
35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1 21.08.28 343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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