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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412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9.28 10:20
조회
66
추천
10
글자
9쪽

58화_레드 존에 붙들리다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58화>


레드 존에 붙들리다


* * * * *




“레드 존에서 나는 소리죠? 여자 비명이에요.”


경하는 놀라서 뛰어가려고 했다.


“괜찮아요. 천천히 가요. 레드 존에서 비명소리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히스가 경하를 붙잡았다. 그때 지동일이 경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신나는 구경거리를 만났는지 어서 오라는 소리였다.


“레드 존은 미친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하잖아요. 위험하다고 하죠.”

“위험한데 가는 것이 괜찮은가요?”

“예술가들의 집단은 집단 광증이라고도 하잖아요. 저길 가보면 정말 매력적인 광인들의 놀이를 볼 수 있을 거예요.”

“광인을 피해망상증이라고 하며 위험하다고 몰고 가는 외부의 사람들이 문제인 경우도 많은 것 같긴 해요. 사회적 구조가 몰아가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일이 아니라고 할 때 홀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 다른 사람과 달리 이세계를 느끼고 있는 사람은 괴상한 사람이라고 하고 혹은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니까요.”

“맞아요. 광인은 피해망상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거나 피해에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보면 누가 그들을 미쳤다고 하는 것인지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 자체를 이해하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레드 레벨은 무서워요.”

“걱정 마요. 나 히스가 있어요. 광증의 놀이를 보러 가요.”


히스는 윙크하며 레드 존에 가면 집단 광증의 놀이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레드 레벨은 사람들로부터 공포를 주기도 하지만 아슬아슬한 경계로 즐거움을 주기도 해요. 어서 가 봐요.”


비명소리는 여전히 들리고 있었다. 히스는 서둘러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무슨 잔인한 구경거리가 있다고 저렇게 서둘러 갈까? 비명소리가 즐겁다니 다들 광증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경하는 걱정이 되었다. 자신마저 광증에 전염되어 집단 광증의 일원이 될 것 같았다.


“경하 씨, 왜 이렇게 천천히 와?”

“빨리 와, 빨리.”


지동일과 안지훈이 흥분된 표정으로 손짓을 하고 있었다. 눈빛의 방향은 경하를 잠깐 보더니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대체 뭐가 있어서.”


경하는 히스를 따라 그들의 틈으로 끼어들어갔다. 안지훈이 경하가 볼 수 있도록 자리를 살짝 비켜주었다. 그곳엔 알몸의 두 남녀가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알몸이 아닌 두 남녀가 있었다. 알몸은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것인데 그들의 몸은 온갖 물감들이 뿌려지고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하나의 예술이야. 붓으로 상대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어찌 보면 성애의 행위가 발전해서 예술이 된 경우야. 남자와 여자는 사랑을 할 때 상대의 피부와 솜털까지를 아주 섬세하게 다루는데 이때 사람들이 느끼는 쾌감은 절정에 이르게 하지.”


두 남녀의 모습은 기괴하다기보다는 하나의 아름다운 꽃나비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들은 행위예술을 하고 있었다.


“멋지지 않아? 놀랍다. 인간의 육체가 저렇게 아름다운 줄은 정말 몰랐어.”


예술의 예도 모르는 지동일이 하는 소리였다.


“아름다움을 알고나 하는 소리예요?”


경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예술적 표현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경악할 모습이기도 했다. 아름답다고 느끼면서도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오버랩되는 지금 장면은 섬뜩함이 뒤섞여서 더 치명적인 매혹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


“팀장님, 요즘 핫한 끔찍한 소문 들었어요?”


키가 큰 기용후가 말했다.


“레드 레벨 사람들이 이번에 체포되어서 감금되었는데 그들이 하고 있었던 놀이가 너무 잔인했다는 거예요.”

“얼마나 잔인해서? 그런데 광인들의 집단 아냐? 이상한 것이야 놀라울 일이 아닐 텐데? 그런 일이 왜 끔찍하고 잔인하다는 거야?”

“이번에 레드 레벨들의 행위예술 시연이 있었대요. 예술의 입장에서 보면 행위예술이 좀 과격하긴 하지만 창의적인 표현 방식이려니 생각할 수 있는 일이겠죠. 그런데.”

“그런데?”

“두 명의 남녀가 서로 상대의 몸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물감을 흩뿌리는 행위를 하는 거예요.”

“그게 어때서? 그럴 수도 있지. 예술이잖아.”

“그게 아니에요.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절정에 이른다고 해요. 작품이 완성될 때.”

“절정? 그건 은밀한 데이트에서나 있어야 할 일이 아닌가?”

“이게 중요해요. 그들에게 행위예술의 완성이라 하는 순간이 오면 이들은 그 순간 그대로 박제를 시킨다는 거예요.”

“말이 돼? 박제를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절차를 거치는데? 냉동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럴 경우 박제라고 하지 않고 냉동이라고 하겠지만.”

“그렇죠? 그게 가능한 일이겠어요? 산 사람을 박제로 만든다는 것이? 그것도 온몸에 물감이 있는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


경하는 번뜩 기용후의 말이 생각났다. 이것은 살인행위의 전 단계였다. 이들은 잔인한 살인의 행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악.”


경하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자신의 앞에서 살인행위가 놀이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경하의 비명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경하에게로 갔다.


“안 돼. 더 이상 안 돼요. 사람을 박제하다니.”


경하는 두 사람 사이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주변을 경계했다. 기용후가 말했었다. “이들의 행위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살인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행위의 마지막 순간에 그 사람들의 목숨이 사라지는 것까지를 보았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공개장소에서 자행되고 있다니 더욱 놀라울 일이었다.


“그만 해요. 사람을 이렇게 잔인하게 죽이다니. 안 돼. 그만 해요.”


행위예술을 하던 사람들은 당황했다. 경하는 행위예술을 방해하는 외부사람이었다.


“이래서 외부사람은 함부로 들이는 것이 아니라니까.”


행위예술을 하던 남자가 행위를 중단하고 블랙과 그 일행을 바라봤다.


“블랙, 자네 큰 실수를 했군. 아, 그런데 히스 아닌가? 거꾸로는 어떻게 하고? 자네가 거꾸로 세상을 나오다니. 몇 년 만인가?”


히스가 남자에게 다가갔다. 여자도 히스 가까이 왔다.


“히스, 이게 얼마만이야? 이제 거꾸로에서 나왔어? 괜찮아?”

“나, 사랑에 빠졌어.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

“히스가 사랑에 빠진?”


여자가 경하를 바라봤다. 여자는 몸에 있는 물감이 아직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들은 행위를 더 이상 할 수 없자 몸 위에 숄을 걸쳤다.


이상한 광경이었다. 이들의 행위는 분명 기용후로부터 들은 풍경과 겹치고 있었다. 분명 살벌한 일들이 이어져야 했다. 이들은 행위를 방해받았다. 방해에 대한 조치를 취하거나 분노하거나 해야 했다. 그러나 별일이 아닌 듯 행위를 중단하고 가볍게 인사를 하는 광경은 더 이상하기만 했다.


“참 지금의 상황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닌데 왜 소리를 지른 거죠? 당신 때문에 화가 나긴 한데 사정이 있어 보여서 물어요. 오늘 우리의 퍼포먼스가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지금 살인행위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했어요.”

“하하.”

“하하.”


일행은 함께 폭소를 터뜨렸다.


“살인행위라니. 역시 파라다이스에서는 우리들에 대한 악랄한 소문이 있었던 거야.”


남자가 말했다.


“살인행위라고 했어? 왜?”


지동일이 물었다. 지동일은 살인행위라는 말에 대해 처음 들은 것 같았다. 경하는 일반인이었는데 경찰이 안 들었다는 말은 오히려 의외였다. 모른척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레드 레벨 사람들의 행위예술은 중단되었다. 광인이라고 하는 이들은 이내 크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소 과장된 몸짓을 보였지만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광인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특별함을 과시하곤 했다. 그들이 입은 옷이나 헤어스타일은 평범하지 않았고 기괴했다. 지금은 행위예술의 끝에 있었으니 조금 더 기괴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파라다이스에서는 이런 소문이 있다고 해. 레드레벨 사람들은 모두 광인이라서 난폭하고 잔인해서 무슨 행동을 하든 그 끝에는 반드시 재미로 하는 살인행위가 이어진다고 했어요. 살인행위를 즐기는 것은 이들 내부에 그런 것을 판단하는 도덕적 필터 기능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살인행위라고? 이렇게 숭고한 예술세계를?”

“바깥의 사람들이야말로 매순간 예술을 죽이는 행위를 범하고 있지. 인간이 하는 가장 높은 경지의 일이 바로 예술이라고 하잖아. 예술을 죽임으로써 인간이 가진 창조적 본능과 다름을 부정하는 거지.”


광인들이라고 하지만 이곳에선 결코 살인이란 행위가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 인간이 표출하고 싶은 감정에 솔직한 것이 죄가 된다고 하는 것은 파라다이스의 해석이라고 했다.


“우리 엑스트라에 빨리 가야 되는 거 아닌가요?”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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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_히스와 함께 21.09.28 64 10 9쪽
» 58화_레드 존에 붙들리다 21.09.28 67 10 9쪽
57 57화_제3세계의 함정(3) 21.09.25 77 10 10쪽
56 56화_제3세계의 함정(2) +1 21.09.24 78 9 10쪽
55 55화_제3세계의 함정(1) +1 21.09.23 81 9 10쪽
54 54화_맞닥뜨린 블랙레벨 +1 21.09.20 100 9 8쪽
53 53화_제3세계라니 +1 21.09.18 129 9 10쪽
52 52화_경하의 각성(3) +2 21.09.17 126 9 11쪽
51 51화_경하의 각성(2) 21.09.16 141 9 9쪽
50 50화_경하의 각성(1) +1 21.09.15 159 9 16쪽
49 49화_나무의 생각 +1 21.09.14 173 9 9쪽
48 48화_누구도 믿지 마라 +1 21.09.13 178 9 9쪽
47 47화_1219구역(3) +1 21.09.11 254 9 8쪽
46 46화_1219구역(2) +2 21.09.10 230 10 12쪽
45 45화_1219구역(1) +2 21.09.09 239 10 12쪽
44 44화_비밀통로(3) +1 21.09.08 239 10 11쪽
43 43화_비밀통로(2) +2 21.09.07 24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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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_의외의 조력자 +2 21.08.31 300 13 11쪽
36 36화_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일까 +1 21.08.30 319 14 9쪽
35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1 21.08.28 343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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