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406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9.10 10:20
조회
229
추천
10
글자
12쪽

46화_1219구역(2)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46화>


1219구역(2)


* * * * *




지동일이 손으로 어느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보지 않으면 좋을 것들이 가득했다. 바로 무수한 뼈들의 무덤이었다. 공룡의 뼈라면 차라리 좋았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사람의 뼈였다. 백골이 수도 없이 쌓여있는 곳이었다.


“뭐죠? 이런 게 왜있어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경하는 놀라서 소리쳤다.


지동일이 플래시를 먼 곳까지 비췄다. 플래시가 비치는 모든 것이 다 백골이었다.


“어떡하지? 되돌아갈 수도 없어.”

“지나가야지. 어쩔 수 없어.”


지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두들 할 말을 잃고 앞만 바라보며 얼음이 되어 있었다.


휘잉...


경하의 곁으로 바람이 다시 불었다. 경하의 온몸에 소름이 솟았다.


“일단 여기를 통과해야 해요. 어서 나가요.”


이번 바람은 위험하다는 신호였다. 직감이었다. 경하가 지동일의 플래시를 들고 먼저 뛰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힘이 나왔는지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얼음처럼 서있던 지동일과 안지훈도 경하 뒤를 따라 뛰었다.


“조심해.”


지동일이 뒤에서 소리쳤지만 사실 조심해야 할 이들은 지동일과 안지훈이었다. 경하는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경하는 바람이 소름과 함께 스칠 때 알 것 같았다. 지금 이곳을 벗어나지 않으면 훨씬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경하는 거의 본능적으로 뛰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주검의 뼈들을 밟고 뛰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느 순간 뼈들은 경하를 붙잡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경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힘차게 뛸 뿐이었다. 어디서 생긴 용기인지 알 수 없었다. 뒤에서 지동일과 안지훈도 경하를 따라 정신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콰콰쾅!


이들이 한참 뼈들의 무덤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다시 한 번 빛이 번쩍였고 검은 눈동자 모양의 그림자가 천장을 지나갔다. 폭파소리는 조금 더 요란했다.


셋은 뛰던 걸음을 멈췄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던 길 앞으로 차단기가 작동되었는지 차단 문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나온 뒤쪽으로도 차단 문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경하와 지동일, 안지훈은 꼼짝없이 뼈들의 무덤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이들이 갇히자 차단 문의 락을 점검하듯 붉은 빛이 한 바퀴 돌더니 철컥,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잠기는 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다.


탕탕!


경하와 지동일과 안지훈이 달려가서 문을 탕탕 쳤다. 무겁고 둔탁한 소리가 차단 문은 절대 안 열릴 거라는 암시를 주는 것 같았다.


이들은 행여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여기저기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문을 열 만한 장치는 없어 보였다. 벽면도 살펴보았지만 역시 문을 열 수 있는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없어요. 문을 여는 장치가 없어요.”


경하가 울상이 되어 말했다.


“파라가 어딘가에서 지켜보며 이곳으로 오기를 기다린 것 같아.”

“이곳의 차단장치는 이제 생긴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이거 봐. 차단장치 부분은 뼈들이 없어.”

“그래. 차단 문이 있는 곳은 뼈들이 없어. 그런데 거미줄이랑 있는 걸 보면 오랫동안 방치된 곳이었던 것 같아. 문은 닫혀져 있다가 이제 열린 것 같아”

“그럼 우리를 가두기 위해서 열었던 것?”

“그리고 다시 닫힌 것이겠지. 이것 봐. 거미줄이 끊어져 있어. 차단 문 주위가 이렇게 된 걸 보면 그동안 닫혀 있었던 건 맞는 것 같아.”

“우린 이곳에 갇히게 되는 건가요? 그리고 이렇게 시체가 되는 건가요?”

“아니지. 절대 그렇게 될 리가 없어. 왜냐면 경하가 여기에 있잖아. 파라는 무조건 경하가 필요하니까 우리를 위협하기 위한 것일 수 있어.”

“하지만 이곳에 우리를 가두었다가 경찰이 들이닥칠지도 모르잖아.”


“음...”


지동일은 한참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파라는 그렇게 하지 못할 거야. 이곳 비밀통로 중에서도 1219구역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파라가 만들어놓은 파라다이스의 허점이 모두 드러나는 건데? 그런 모험을 하지는 않겠지.”

“그럼?”

“파라는 지금 다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를 여기에 가둔 것일 수 있어. 다른 무언가를 노렸을 수 있는 거지.”


경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바람을 느낄 수 있으면 무언가 희망이 보일 것 같았다. 그러나 바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작나무숲과의 연결이 끊긴 것이었다. 차단 문이 닫히면서 자연의 기운 역시 차단된 것이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나를 재물로 던져주고 지동일 팀장님, 안지훈 팀장님을 구해달라고 말해 볼까? 그런데 어디에 말하지? 어떻게?’


경하도 생각만 무수하고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신없이 차단 문만 두드리고 문 근처에 어떤 실마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더듬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것만 반복했다.


지동일도 안지훈도 진퇴양난이었다. 이들도 벽을 더듬고 바닥의 것들을 발로 걷어차며 무엇이든 나오길 기대했지만 무엇도 희망을 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큰일이야. 우리가 이곳을 늦게 나갈수록 엑스트라 존에서 위험도가 높아질 텐데, 어떻게 하지? 벌써 시간이 한참 지난 것 같은데?”

“2시 10분은 지났겠죠?”

“그 시간은 이미 지났겠지. 우리가 이곳에 온지 한참 지났잖아.”


‘바비가 분명 2시 10분에 리셋이 된다고 했는데. 아, 난 그때 왜 리셋 시간을 정확히 말하지 못했을까? 그렇다면 난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벌 수 있었을 텐데. 이제 바비는 어떻게 될까?’


경하는 사랑이 많은 바비를 생각하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자신의 인생이 혈청 때문에 저당 잡힌 불쌍한 인생이었다면 그나마 자신에게 진정한 사랑을 준 바비가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행복했던 것이었다.


경하는 자신이 갇힌 것도 불안했지만 바비의 리셋 시간에 자신이 이 지경인 것이 더 불안했다. 그때 바비는 명령어 실행 발효 시간을 24시간 후라고 말하라고 했는데 긴장해서 20시간 후라고 말해버린 것이 가장 큰 실수였음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4시간이란 얼마나 큰 시간인가를 깨달았다고 한들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찾아도 문을 열 수 있는 장치는 없어.”

“그런 것을 만들었을 리가 없잖아. 가두기 위해서 만든 장치인데.”


지동일과 안지훈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하는 가슴이 좀 답답한 것 같았다.


“숨이 좀 갑갑해요.”

“정말?”


안지훈이 경하의 곁으로 달려왔다. 안지훈은 의사였다. 지동일도 급하게 경하의 곁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경하의 곁으로 오고 있는 이들 역시 가슴이 답답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가슴이 나도 좀 답답한데? 안지훈, 뭐지?”


지동일이 가슴을 탕탕 쳤다.


“몸을 최대한 움직이지 말고 말도 하지 마. 아마 이곳의 산소를 빼내고 있는 것 같아. 이 정도 공간의 산소만 해도 한참동안 호흡이 가능할 텐데 산소가 점점 줄고 있어.”

“어떡해? 우리가 견딜 수 있겠어?”

“견딜 수 없겠지. 호흡이 없이 어떻게 견디겠어? 나가야만 살 수 있는데.”

“문을 열어야 하는데 어떻게 여냐고요.”

“일단 말을 적게 하고 몸을 적게 움직여야 해.”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이곳에서 산송장이 된다는 거잖아.”


지동일이 발끈했다. 하지만 사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어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파라의 함정이었어.”

“결국 우리를 1219구역으로 내몰아서 매장시키려는 것이었어.”

“그런데 왜 이런 방법을 쓴 거지? 이렇게 대비할 정도면 파라다이스에 있을 때 잡았더라면 쉬웠을 텐데? 지금 이렇게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서 잡는 건 뭐지?”


보건국에서 이런 과정을 거칠 것도 없이 바로 붙잡았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경하는 지금 이곳에 이들을 붙들어둔 이유가 이상하기만 했다.


“파라는 어떤 다른 목적이 있었을까요?”

“우리가 파라의 계획을 너무 쉽게 봤어.”

“바깥에서 우릴 도와줄 조력자는 없는 거잖아요?

“국장님은 이런 상황까지는 예측을 못하신 것 같아.”

“국장님이 도왔어? 이 일을?”


안지훈은 보건국장이 도왔냐며 묻는 것 같았다.


“보건국장님이 아니고 행정국장님이.”

“아, 행정국장님이? 어떻게?”


안지훈은 의외라며 놀라고 있었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모두들 호흡이 조금씩 갑갑함을 느끼고 있었다.


“호흡이 어려울 때는 긴장하면 안 돼. 호흡을 천천히.”


안지훈이 긴장하지 말라고 말했다. 호흡이 어려운 순간이니 이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의사로서의 의무감이 누구보다도 클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모두들 긴장된 순간이었다.


<삐이..>


긴장한 순간에 들리는 삐, 소리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새로운 상황은 무엇이든 이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두들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는데 드르르르, 진동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때 경하가 손목을 내밀었다. 경하의 손목에서 스마트워치가 드르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손목의 스마트워치에 ‘14:10’ 이라는 시간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스마트워치가 돼? 내 것은 아닌데?”


지동일이 손목을 내밀었다.


“내 것도 아닌데?”


안지훈도 자신의 손목을 내밀며 자신의 스마트워치를 몇 번 더 들여다보다가 경하의 손목으로 시선을 옮겼다.


“앗.”


잠깐의 따가움이 경하의 손목을 찌르는 것 같았다. 경하는 손목을 찌르는 느낌으로 바비의 리셋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비가 접속하는 거야? 어떻게?”


안지훈이 놀라서 물었다.


“14시 10분, 바비의 시스템 리셋시간이에요. 우리가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이 14시 10분인가 봐요. 그런데 어떻게 지금 이곳에서?”


경하도 놀라움을 그치지 못하고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아직 바비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스마트워치의 화면에 리셋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 작은 꽃잎들이 어지러이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파라가 우리를 가두기 위해 이곳에 설치한 제어장치랑 그런 것들이 바비를 움직이게 했을까? 바비가 이곳에서 접속되는 것은 불가능한데?”


지동일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바비의 시스템 리셋이라니?”


안지훈이 물었다.


“바비는 마라의 도움으로 리셋 설정에 대해 도움을 받았고 전 바비의 말을 듣고 리셋 명령어 입력을 진행했어요.”

“그런 게 있었어? ABT인데 자체적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게 말이 돼?”

“파라의 능력을 생각해봐. 우리의 ABT라고 해서 능력이 없으란 법은 없지.”

“하지만 모두 파라의 통제에 의해 움직이는 ABT잖아.”


산소가 점점 적어지는지 숨이 좀 가빠지고 있었다.


<바비의 시스템 리셋 완료까지 1분 남았습니다.>


바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하는 바비의 목소리가 들리자 드디어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경하에게 바비는 정서적 벗이었다.


“바비가 우릴 도와줄 수 있을까?”


안지훈이 물었다.


“마라가 우릴 도와줬던 것처럼 바비도 가능하면 좋을 텐데 모르겠어. 마라는 암호해독능력이 있는데 바비도 있을까?”


지동일도 바비를 믿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경하의 스마트워치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 처음 접하는 상황이잖아. 마라의 능력도 처음 만났고 이런 상황에서 고립되어 보기도 처음이고.”


안지훈이 고립이라는 말을 하는데 경하는 갑자기 이 모든 일에 기시감이 들기 시작했다. 좀 전에 천장을 지나던 눈 모양의 검은 그림자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뭘까? 천장의 검은 그림자. 두러움을 주던 그림자. 그리고 1219구역. 나와 관계가 있는 곳인데.’


경하는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두려운 생각들이 일을 방해할 것이었다.


<휘휘휘휘휘>


하모니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바비의 시스템 리셋이 완료되었습니다.>


“바비!”


경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바비의 목소리였다. 바비라면 어떻게든 자신을 구해줄 것 같았다. 그냥 믿고 싶은 존재였다.


<경하 씨, 제가 경하 씨를 찾아온다고 했죠?>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널 만지고 싶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주간 휴재입니다. 10월 19일에 만나요 21.10.03 40 0 -
공지 매일 10시 20분 연재입니다(냉무) +1 21.07.27 442 0 -
62 62화_나무의 아이 +1 21.10.02 64 9 8쪽
61 61화_히스는 어디로 갔을까 +2 21.10.01 53 9 7쪽
60 60화_히스는 이미 아는 사람 +1 21.09.29 54 9 12쪽
59 59화_히스와 함께 21.09.28 63 10 9쪽
58 58화_레드 존에 붙들리다 21.09.28 66 10 9쪽
57 57화_제3세계의 함정(3) 21.09.25 76 10 10쪽
56 56화_제3세계의 함정(2) +1 21.09.24 77 9 10쪽
55 55화_제3세계의 함정(1) +1 21.09.23 81 9 10쪽
54 54화_맞닥뜨린 블랙레벨 +1 21.09.20 99 9 8쪽
53 53화_제3세계라니 +1 21.09.18 129 9 10쪽
52 52화_경하의 각성(3) +2 21.09.17 126 9 11쪽
51 51화_경하의 각성(2) 21.09.16 141 9 9쪽
50 50화_경하의 각성(1) +1 21.09.15 159 9 16쪽
49 49화_나무의 생각 +1 21.09.14 173 9 9쪽
48 48화_누구도 믿지 마라 +1 21.09.13 178 9 9쪽
47 47화_1219구역(3) +1 21.09.11 254 9 8쪽
» 46화_1219구역(2) +2 21.09.10 230 10 12쪽
45 45화_1219구역(1) +2 21.09.09 239 10 12쪽
44 44화_비밀통로(3) +1 21.09.08 239 10 11쪽
43 43화_비밀통로(2) +2 21.09.07 245 10 11쪽
42 42화_비밀통로(1) +2 21.09.06 242 10 9쪽
41 41화_약점의 이점 +1 21.09.04 252 13 13쪽
40 40화_경하의 명령어 +1 21.09.03 253 12 11쪽
39 39화_만약에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1 21.09.02 275 13 10쪽
38 38화_나의 바비를 어떻게 하지 +2 21.09.01 291 13 13쪽
37 37화_의외의 조력자 +2 21.08.31 300 13 11쪽
36 36화_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일까 +1 21.08.30 319 14 9쪽
35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1 21.08.28 343 1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