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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393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9.17 10:20
조회
125
추천
9
글자
11쪽

52화_경하의 각성(3)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52화>


경하의 각성(3)


* * * * *





여인의 숨소리는 조금 더 거칠어졌다.


“내 아들은 잘 웃는 아이야. 노래를 잘 불렀어. 나무를 아주 좋아했어. 그래서 그 아이랑 숲에 가면 아이는 타잔이 된 것 같았어. 넌 어려서 타잔이 뭔지 모를 거야. 나 어렸을 때는 정글에서 나무를 타고 다니는 타잔이라고 있었거든.”

“저도 타잔 알아요.”

“정말? 내 아들은 타잔처럼 나무를 잘 탔어. 나무들이 자기를 사랑한다나 뭐래나, 그러면서 나무 타는 걸 좋아했어.”

“저도 나무를 좋아해요. 사실 이건 비밀인데 전 나무와 이야기도 해요.”

“이런 귀여운 아가씨가 있다니 넘 좋다. 넌 꼭 내 아들 여친을 해줘야겠다. 나무와 이야기를 하다니.”

“정말이에요. 전 나무와 이야기를 해요. 나무들은 제가 부르면 언제나 대답을 하거든요.”

“그럼 이 동굴에서도 나무를 부를 수 있니?”

“모르겠어요. 여긴 너무 깜깜해요. 나무들이 힘이 있으려면 태양과 물과 바람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여긴 태양도 물도 바람도 없어요.”

“그렇구나. 아들이 언젠가 나에게 나무와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있다고 했는데 혹시 너를 말한 것일까?”

“나무와 이야기를 하는 아이요? 말도 안 돼요. 그 사실은 아무도 몰라요. 엄마도 모르고 오빠도 모르는데요?”

“그래? 그런데 아들이 말했어. 그 아이는 친구의 여동생인데 나무와 말을 한다고.”


경하는 어려서부터 나무와 말을 했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는 못했다. 엄마는 경하가 나무와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귀여운 딸의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다. 오빠는 장난이라고 웃었다.


‘그런데 나무와 말을 하는 아이를 안다고? 나무의 후손이 나 말고도 있는 것일까?’


“그럼 아드님도 나무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했어요?”

“내 아들은 나무와 이야기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는데 나는 가끔 아들을 보며 이 아이가 나무와 말을 하는 것일까, 생각을 하기도 했거든.”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어요?”


경하는 나무의 후손이 더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글세, 그것이 나무와 이야기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들이 어렸을 때는 가끔 그 생각했거든. 이런 일이 있었어.”


경하는 귀를 쫑긋했다. 죽어가는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아들 여친을 해달라는 여인의 이야기는 잠시 죽음의 순간을 잊게 했다.


“아들이 여섯 살인가 아주 어릴 때였어. 너무 어린 나이였지. 함께 숲에 갔는데 아이가 커다란 나무에 올라가 있는 거야. 너무 놀라서 아이를 불렀어.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높은 나무에 올라갔던 것인지 놀랐나 봐. 내가 부르는 소리에. 그 아이가 깜짝 놀라더니 나무 아래로 떨어졌거든. 그때 나무의 뿌리가 움직여서 아이를 들어주는 것 같았어. 아이는 다치지 않았고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때 정말 놀랐거든.”

“나무의 뿌리가 움직여요? 그걸 보셨어요?”

“아니, 본 것은 아니고 그런 느낌이었어. 그렇지 않고 그렇게 높은 나무에서 떨어진 아이가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 말이 되겠니?”


분명 나무의 후손이 아니면 불가능할 일이었다. 자신도 어렸을 때 나무들이 불러 숱하게 나무에 올라갔다가 엄마한테 꾸지람을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무의 아이?’


경하는 자신말고도 나무의 아이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기만 했다. 그런데 이런 환상적인 이야기는 공포 속에서 길게 이어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시 공포가 두 사람의 말을 끊게 만들었다.


여인과 이야기를 하는 중간에도 동굴 속 사람들의 숫자는 자꾸 늘어갔다. 어둠 속에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피해 있었지만 공간에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어디서 이렇게 쏟아지는 걸까요?”

“점점 많은 사람들이 더 올 것 같아.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죽게 되겠지.”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다니 전쟁도 아니잖아요.”

“어떤 음모가 있는 것이겠지. 봐, 저기 있는 사람들 팔에서 빛이 있잖아? 저 빛이 사람들을 죽게 만들 거야.”


경하도 자신의 팔을 뻗어서 백신 패치를 보았다.


“그런데 학생의 팔은 아냐. 다른 사람들과 달라. 왜 다르지? 학생은 기침도 없고 열도 없잖아. 학생은 이곳에 있으면 안 되었던 거야. 그런데 이곳으로 오게 되어 어떡하니? 너라도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모두 같이 나갈 수 있어야지요. 저도 일어서서 나가는 출구를 찾아볼까요?”


하지만 동굴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침을 쏟아내고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해 있었다. 몸을 옆으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위험했다.


“할 수 없는 일이야. 애를 쓸 수 없는 상황이야. 그래도 넌 나가야 할 텐데.”


더 많은 사람들이 동굴로 쏟아졌다. 코로나19로 감염이 되었다면 병원의 시설로 보내져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지옥과도 같은 동굴로 던져지고 있었다. 마치 조류독감에 감염된 닭과 돼지코로나에 걸린 돼지와 광우병에 걸린 소들을 살 처분할 때와 같았다.


“이대로 매장되는 건가 봐요. 어떡해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짐승처럼 던져진 상황이었다.


파앗....


동굴에 갑자기 불이 들어왔다. 캄캄한 곳이었을 때 사람들은 주변이 어떤 상황인지를 알 수 없었다. 공포만이 가득한 비명소리와 기침 소리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던 것이었다.


불이 환하게 밝혀지면서 어둠 속에 있을 때보다 적나라하게 보여 지는 상황은 경악할 상황이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동굴에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들보다 죽어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이들은 곁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죽어있는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 체온이 남아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은 이미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죽어있는 사람들이 그야말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아악, 아줌마.”


경하가 산더미처럼 죽어있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서 소리 질렀다. 여인이 경하의 눈을 가려주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쉿, 소리를 냈다.


“우리가 소리를 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은 아닌 것 같아.”


경하 뿐 아니라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는 어둠 속의 그것보다 더 끔찍했다. 이들은 이제 자신들이 죽어야 할 대상인 것을 너무도 확실히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둠 속의 공포보다 더한 공포가 이들을 엄습했다.


쉬익---


어딘가 통로가 열리는 것 같더니 다시 엄청난 사람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떤 짐짝을 던져 넣는 것처럼 사람들이 더 쏟아지고 있었다. 분명 동굴이었는데 어딘가 통로가 있는 것인지 새로 쏟아졌던 것이었다. 경하는 벽 쪽에 붙어서 사람들이 쏟아지는 걸 보고 있었다.


“도망쳐.”


여인이 경하에게 말했다.


“저거 봐. 사람들이 저쪽에서 쏟아져. 저쪽이 통로일 수 있어. 지금 사람들이 쏟아지고 있어. 저쪽으로 달려. 무조건 달려. 그리고 여기를 탈출해.”


과연 사람들이 쏟아지고 있었고 그들은 대부분 의식이 희미한 사람들이었다. 좀비처럼 힘이 없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경하는 달렸다. 사람들을 피하고 밟으면서 무조건 달렸다. 이곳에서 나가야만 했다.


불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는 어디에서 사람들이 들어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휘이---


그리고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곳을 찾아야 했다. 바람이 있는 곳이라면 자작자작이 자신을 구해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쏟아지는 곳으로 경하가 달려가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 사이로 틈이 없었다. 의식이 거의 없는 사람들 사이를 헤쳐 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좀비처럼 경하게 덤비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경하는 탈출을 해야만 했다.


그때였다. 천장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 같았다. 어떤 작은 모양의 원반이 공중을 날기 시작했다. 가운데가 비어 있어 그림자는 고양이의 눈처럼 보이는 원반이었다.


쉬익

쉬익


갑자기 아주 많은 원반들이 사람들 사이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어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스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수많은 곳에서 피가 튀기 시작했다. 쓰러져 있지 않은 모든 사람들의 목을 겨냥한 원반이었다. 쉬익, 쉬익, 소리를 내며 원반들은 사정없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아악.”


사람들의 비명 사이로 쉬익, 원반이 스쳐 날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 소리는 순간 모두 사라지고 있었다. 소리를 내는 순간 목을 내놓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쉬익

쉬익


원반이 날아다니는 소리만이 가득하였고 “으윽” 하는 사람들의 비명과 목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모두 엎드렸다. 엎드린 사람들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 위로 사람들의 시체가 쌓이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들 역시 시체에 파묻히고 있었다. 경하는 벽 쪽으로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경하의 곁으로도 원반이 날기 시작했다.


경하의 곁으로 원반이 지나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휘이---


바람이었다.


“자작자작, 구해줘.”


경하가 소리쳤다. 순간의 일이었다. 원반은 경하에게서 튕겨나갔다. 경하의 주변으로 어떤 결계가 쳐지는 것 같았다. 경하의 주변으로 수없이 많은 원반이 날았지만 경하는 공격하지 못했다. 대신 짧은 시간 안에 동굴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어느 순간 동굴 속에서 살아있는 움직임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원반은 사람들 사이를 조금 더 날더니 사람들을 쏟아 부었던 곳으로 빠져나갔다.


불은 여전히 밝혀 있었고 경하는 어떤 보호막으로 싸여 있었고 경하는 두 눈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살인이었다. 사람들이 코로나19를 두려워하며 인류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며 자중하고 희생하며 스스로 격리의 생활을 견디는 동안 어떤 세력의 음모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죽어가는 사람들 중에 경하가 알고 있는 친구의 모습도 있었다. 경하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경하는 사람들이 죽어 있는 지옥에서 탈출해야 했다.


“자작자작, 나를 구해줘.”


경하는 자작나무에게 구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감쌌던 막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원반이 사라지면서 외부와 연결된 바람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바람도 사라졌지만 또한 불빛도 모두 거두어 가버렸는지 이제 주변은 적막과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다.


“자작자작, 나를 귀해줘.”


경하는 집중해서 다시 자작나무를 불렀다. 그 순간이었다. 경하의 손바닥에 있는 별이 동굴의 벽을 비추었다. 벽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나무뿌리가 나오는 것 같았다.


“자작자작.”


경하는 거의 정신을 잃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 무덤의 벽으로 뿌리가 뻗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뿌리가 경하를 감싸는 것 같았다.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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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_1219구역(1) +2 21.09.09 239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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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_경하의 명령어 +1 21.09.03 252 12 11쪽
39 39화_만약에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1 21.09.02 275 13 10쪽
38 38화_나의 바비를 어떻게 하지 +2 21.09.01 291 13 13쪽
37 37화_의외의 조력자 +2 21.08.31 300 13 11쪽
36 36화_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일까 +1 21.08.30 318 14 9쪽
35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1 21.08.28 343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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