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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397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9.07 10:20
조회
244
추천
10
글자
11쪽

43화_비밀통로(2)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43화>


비밀통로(2)


* * * * *





“시간이 벌써 11시 15분이야. 우리는 비상문까지 바로 가는 거야. 비상문은 열어 놓았어. 만약을 위해서 열쇠는 바로 꺼낼 수 있도록 해놓았고 가방은 바로 아래층 계단 장식품에 넣어두었어.”


지동일이 말했다. 지동일과 안지훈은 병실을 나서면서부터는 말을 아꼈다. 사방에 시시티비가 있었다. 그러나 휴일이라서 복도에 사람들이 없는 것은 다행이었다.


“서둘러.”


안지훈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경하는 휠체어에 축 늘어져 있었지만 휠체어는 몸을 가눌 수 없는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 팔이 있는 것처럼 몸을 잘 감싸주었다. 고개까지 잡아주고 있었다. 경하는 휠체어에서 한숨 편히 잠들어도 좋을 만큼 편안할 거란 느낌이 들었다. 몸의 감각은 없었지만 몸이 제대로 편히 기대고 있는 느낌은 알 수 있었다.


경하는 어느 순간 자신의 곁으로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분명 복도를 지나고 있을 터였다. 바람이 없는 곳이었다. 어쩐지 자작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느낌의 바람이었다. 경하는 이곳을 벗어나면 엑스트라의 자작나무를 다시 찾을 것이었다.


띠링


“보건국장님이 1시에 오신다고 했는데 지금 회복실을 들르신다고 해. 어쩌지?”

“다시 되돌아가야 해?”


둘은 당황했다.


띠링


“아, 다행이다. 국장님이 그냥 13시에 오신다고 해. 13시 20분에 이경하 씨 신병 관리가 3단계로 격상될 거라서 준비가 되었나 확인하라고 하셨어. 난 답장을 좀 할게.”


안지훈은 서둘러 문자를 보냈다. 지동일은 사방을 둘러보며 휠체어를 밀었다. 휠체어는 사람의 힘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았다. 환자의 몸을 모두 지탱해 주었고 움직일 때 휠체어를 미는 사람의 힘은 거의 필요로 하지 않았다.


“문을 열어.”


둘은 사방을 다시 살펴보고 비상문을 열었다. 주변에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곧 사람들이 몰려올 시간이었다.


“내가 이곳 시시티비는 나의 ABT 마라에게 부탁했어. 그래서 시시티비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마라가 그런 능력이 있어? 여긴 보건국인데?”

“우리 마라의 능력은 상상 이상의 능력이야. 믿어 봐.”


둘은 비상문으로 들어서자 문을 잠갔다. 그리고 휠체어에 탄 경하를 지동일이 업었다. 경하는 터치 금지의 세상에서 지동일에게 업히는 경악할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휠체어는 어쩔 수 없다. 그냥 이곳에 두고 가자.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경하 가방과 내 가방을 챙겨줘. 경하 가방에서 스마트워치를 꺼내 경하의 팔에 채워줘. 필요해.”


“스마트워치는 다음에 하면 안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만약을 위해 그것은 먼저 해놓아야 할 것 같아.”


안지훈이 계단을 서둘러 내려갔다. 장식물에서 가방 2개를 꺼냈다. 경하의 가방에서 스마트워치를 꺼냈다. 지동일이 내려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경하의 팔에 채웠다.


경하는 신체가 의지대로 움직여지지는 않았지만 감각이 점점 돌아오고 있는지 팔에 스마트워치가 채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바비는 날 찾아올 수 있을까? 찾아오는 것이 가능할까?’


계단은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지동일의 숨이 턱에 차는 것 같았다.


“힘들지? 교대할까?”

“어서 내려가기나 해. 내려가서 비밀통로 문의 열쇠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나 확인해. 그리고 지훈이 너의 그 가냘픈 몸으로 어떻게 경하를 업는다고? 지훈이 너 자연근육은 거의 없지?”

“이럴 줄 알았으면 자연근육을 키워놓는 거였는데 아깝다. 하여튼 난 몸을 움직이는 것은 너무 싫어. 자연근육이라니, 야만인이나 하는 거지. 너나 장혁과 같은 야만인이 써먹을 게 다 있구나.”

“야만인이라니 자연근육을 뭘로 보고?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부러우면 진다잖아.”


경하는 둘의 농담이 간혹 들려와도 긴장은 풀어지지 않았다. 지동일은 자신을 업고 내려가는 일이 힘들 것이었다.


‘내 몸무게가 50이니 무겁지는 않겠지만 긴 시간 업고 내려가려면 힘들 텐데.’


경하는 지동일에게 미안했다. 안지훈이 위험을 무릅써준 것이 고마웠다.


“앞으로도 7층이나 더 내려가야 해. 지금 시간은?”


경하를 업고 내려가는 지동일의 숨이 거칠었다.


“지금 시간은 11시 50분이야. 비밀통로까지 12시 1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해.”


안지훈의 말에 불안이 묻어나 있었다.


‘비밀통로를 어떻게 지나게 될까? 바비는 괜찮을까? 마라가 시시티비를 조정했다고? 마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을까?’


경하는 바비에게 시스템 리셋을 알려준 마라의 능력이 궁금해졌다.


‘깨어나면 지동일의 마라에 대해 물어볼까?’


흔들리며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경하의 감각은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지동일의 등에서 나는 땀 냄새가 느껴졌다. 청각은 처음부터 초능력처럼 섬세하게 잘 들렸었다. 이젠 후각이 점점 살아나고 있었다.


‘지동일의 냄새가 이런 것이었나?’


경하는 지동일의 땀 냄새에 신뢰가 가는 것 같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냄새로 안다고 했다. 그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인 땀 냄새까지도 좋아진다고 하는데 경하는 지동일의 땀 냄새가 싫지 않았다.


“경하, 괜찮아? 조금만 참자.”


지동일이 한 마디 했다. 힘든 것은 지동일일 텐데 경하에게 힘든 것을 조금만 참으라는 말이었다.


‘지동일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걸까?’


“거의 다 왔다. 조금만 힘내.”


안지훈이 힘내라고 격려했다.


“빨리 비상통로의 문을 열어 봐. 내 주머니 왼쪽에 열쇠가 있어.”


안지훈이 열쇠를 꺼내 비상통로 문에 열쇠를 꽂았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비상벨이 울렸다.


“뭐야? 비상벨?”

“이런, 잠금장치를 열 때 비상벨이 울리는 것을 미리 빼놓지 못했어.”

“미리 말했어야지.”


문은 열리지 않았다.


“경하 씨, 잠깐만.”


지동일은 경하를 내려놓고 벽에 기대어 앉혔다. 그리고 자신의 스마트워치를 누르고 마라를 불렀다.


“마라, 들려?”

<네, 지동일 씨. 지금 비상벨 소리는 무엇입니까?>


통화음으로 비상벨소리가 요란하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보건국 지하에 있는 비상통로를 가려고 하는 중이야. 비상통로를 열려는데 열쇠를 집어넣으니 비상벨이 울렸어. 비상벨을 어떻게 죽여줄 수 있어?”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위치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뭐야? 마라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해?”

“우리 마라는 스스로 공부하는 존재라고 했잖아.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것들도 혼자 공부해 터득했다잖아.”


어느 순간 비상벨이 멈췄다. 엄청난 소리가 갑자기 멈추자 적막한 순간이 순식간에 두려움과 함께 몰려들었다.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은 불안은 갑자기 위기의식을 고조시켰다.


<지동일 씨, 비상벨은 멈췄지만 문을 여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비상벨이 울려서 파라의 시스템에 감지되었습니다. 경찰국이 출동할 것 같습니다. 이들은 지하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 것이므로 출동시간은 앞으로 16분 정도 예상됩니다.>


“도와줘. 여길 빠져나가야 해.”


<지금 암호를 풀고 있습니다. 비상벨이 울리면 열쇠에 락이 걸립니다. 암호코드를 푸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시간이 15분 정도입니다. 경찰 출동시간과 1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정확히 14분 후에 비상통로로 나갈 준비를 해놓으시기 바랍니다. 그전에 경찰이 온다면 경찰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 너만 믿을게. 경찰출동을 조금 막을 수 있어?”


<경찰국에서 이곳 비상통로 입구까지 오기 위해선 비상문을 통해 들어와야 합니다. 현재는 모든 비상문에 모두 락을 걸어두었습니다. 이 또한 암호코드로 락을 걸었지만 파라의 능력은 뛰어나니 바로 해결하고 올 것입니다. 어쩌면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걸리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라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와 거의 같았다.


‘마라의 능력이 저 정도였어? ABT가 저렇게까지 진화하는 것이 가능한 건가?’


경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들리는 마라의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았다. 수동적인 ABT가 아니었다. 모든 걸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ABT였다. 전혀 새로운 종류의 ABT였다.


<지금 현재 경찰국이 출동해서 보건국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준비를 했던 인력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신속한 출동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마라는 어떻게 이런 보고가 가능해? 파라만큼이나 능력이 대단해.”


안지훈이 놀라서 물었다.


“나의 마라에게 이런 정도의 능력은 아무 것도 아니야.”


<지동일 씨, 지금의 상황은 그런 농담을 할 때가 아닙니다.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 아직 암호해독 중입니다.>


“미안, 어서 집중해.”


<경찰국 사람들과 보건국 사람들이 비상문을 열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물리적인 폭파방법을 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물리적인 폭파방법은 어려울 것입니다. 보건국에서 보안을 위해 물리적 폭파가 가능하지 못하도록 강화 방화문을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강화 방화문은 폭탄으로도 폭파되지 않았다. 경하 일행에겐 다행스런 일이었다.


“12시 20분이야.”


안지훈이 말했다. 시간은 벌써 10분이 흘렀다. 경하에게는 초침이 분침 같았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정신은 명료해졌고 자신은 무엇도 할 수 없이 늘어져 있다는 것이 답답할 뿐이었다.


경찰국은 비상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비상통로의 비상벨 소리는 죽었지만 바깥의 비상벨 소리는 비상문을 통해서 요란하게 들리고 있었다.


“마라, 서둘러 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곧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암호해독까지 현재 7분 남았습니다. 1분이 연장되었습니다.>


큰일이었다. 경찰국의 출동이 10분 정도 빨랐기 때문에 시간의 오차가 있었다. 이제 경찰국은 언제든 들어올 수 있었다. 파라의 암호해독 능력은 마라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었다.


삐....


‘무슨 소리인 걸까? 암호해독이 풀렸다는 소리일까? 해독에 오류가 있다는 소리일까?’


경하는 눈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소리로 유추해야만 했다. 삐, 소리는 무엇일지 경하의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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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_경하의 각성(2) 21.09.16 141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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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_누구도 믿지 마라 +1 21.09.13 177 9 9쪽
47 47화_1219구역(3) +1 21.09.11 253 9 8쪽
46 46화_1219구역(2) +2 21.09.10 229 10 12쪽
45 45화_1219구역(1) +2 21.09.09 239 10 12쪽
44 44화_비밀통로(3) +1 21.09.08 239 10 11쪽
» 43화_비밀통로(2) +2 21.09.07 245 10 11쪽
42 42화_비밀통로(1) +2 21.09.06 241 10 9쪽
41 41화_약점의 이점 +1 21.09.04 251 13 13쪽
40 40화_경하의 명령어 +1 21.09.03 252 12 11쪽
39 39화_만약에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1 21.09.02 275 13 10쪽
38 38화_나의 바비를 어떻게 하지 +2 21.09.01 291 13 13쪽
37 37화_의외의 조력자 +2 21.08.31 300 13 11쪽
36 36화_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일까 +1 21.08.30 319 14 9쪽
35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1 21.08.28 343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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