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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390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8.28 10:20
조회
342
추천
13
글자
9쪽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35화>


차크 출동 직전, 파멍


* * * * *





“경하 씨, 어떻게 하든 내일 검진은 안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파라다이스의 감시체계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시스템인 걸 아시잖아요.”


“그래서 저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내일의 검진을 어떻게 피해요?”


“지난 번 검진오류 나온 것 때문에 이번에도 오류가 나오면 아마 경하 씨를 퇴원시키지 않을 예정이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 이건 정상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서 문제가 큽니다.”


“그럼 이번 검진은 자연스럽게 임해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 지난 번 오류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 문제가 해결되었을지는 모르잖아요. 여전히 오류가 뜬다면요?”


“오류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었으리라는 장담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떻게 하면 검진을 피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던 것입니다.”


“........”


안지훈은 정말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절 도와주는 이유가 있을까요? 절 도우면 팀장님이 위험해 지는 것인데 어떻게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절 도우세요? 이건 너무 위험한 일이에요.”


“모르겠습니다. 전 마음이 차가운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정의로운 편은 아니라서 편하면 좋다라고 생각하는 낙관주의적 유형인데 말이죠. 그래서 파라다이스의 모순은 되도록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왜...”


“그러니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차크의 역할에 대해 저는 약간의 불만이 있습니다. 인간의 불안이나 우울도 조금은 필요한 일일 텐데, 그리고 자정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는 법인데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차크가 알아내서 해결해준다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


“사람들은 간혹 우울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 조금은 비밀로 두면서 견디려고 합니다. 그런 것이 인간이니까요. 마음속에 감추고 싶은 것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마음의 감추고 싶은 일들이 누군가에 의해 체크되고 관리된다는 것은 감정의 비밀마저 감시받는 것 같아 살짝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차크는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시스템인데요? 차크가 오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파라다이스 사람들이에요.”


“그런 것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감정의 반응인 것 같아 약간 씁쓸하거든요. 의사로서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것이었습니다.”


안지훈은 의외로 인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본인은 별로 정의롭지 않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반성일 것이었다.


‘안지훈 팀장님은 정의로운 사람이었구나.’


경하는 안지훈에 대해 갑자기 믿음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나, 금사빠인가? 겨우 이런 걸로 사람을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금사빠라는 생각을 하자 경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아냐, 아냐. 나는 지금 위급한 상황이잖아? 누가 되었든 위로와 안심을 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런 걸 거야. 그럼, 그런 거지. 난 지금 위급하니까.’


경하는 애써 자신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안지훈은 경하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집에 들어서자 바비가 경하를 보며 놀라며 걱정의 말을 쏟아냈다.


<경하 씨,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안지훈 씨가 경하 씨에게 무례하게 했나요? 안지훈 씨가 경하 씨를 슬프게 했나요?>


바비는 경하의 곁에서 떨어지지를 않고 경하를 체크했다.


<심장 박동도 불안하고 여러 가지 수치가 다 좋지 않아요. 스트레스가 너무 커요. 차크가 출동할 지경이에요. 잠시만요. 제가 먼저 조치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경고 직전이에요.>


그렇다. 경하는 차크가 출동할 직전이었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머리에 열이 오르고 가슴은 심하게 뛰는 것 같았다.


바비는 벽면을 푸른 바다로 채웠다. 파도가 치고 있었다. 파도소리는 고요했다. 푸른 하늘도 덤으로 파도와 함께 청량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더 없이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모래사장으로 다시 파도가 몰려왔다 멀어졌다. 다시 또 파도가 밀려왔다.


경하는 소파에 앉아 파도를 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멍 때리는 일은 정신건강에 매우 좋아요. 파멍은 최고의 힐링이 될 거예요. 파도를 보며 멍 때리기는 옛날 사랑하는 연인들이 주로 하던 놀이였죠. 아니면 쓸쓸한 사람이 파멍을 했다고 해요. 아, 이 말은 취소입니다. 파멍은 행복한 사람들의 즐거운 정신적 유희였어요.>


“응, 고마워. 바비. 파멍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 몰랐어. 파도를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좋다. 바다에 가보고 싶다.”


<쉿, 그것은 마음으로만 하세요. 바다는 어려워요.>


“알아, 바다는....”


경하는 바다에 대한 추억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휴, 이 놈의 기억....”


<경하 씨, 기억에 문제가 있어요? 내가 도와줘요?>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야.”


<네, 지금은 파멍의 시간. 혼잣말이 필요하죠. 저도 파멍에 빠져보겠습니다. 너무 아름답네요. 파도소리는 자장가 같아요.>


경하는 자신이 그동안 동물처럼 사육 당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넘어 두려움으로 죽을 지경이었다.


어떻게 하든 이곳에서, 이 위험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안지훈과 장혁을 믿지 마.”


행정국장의 말이 떠올랐다.


‘그럼 지동일은 믿어도 되는 걸까? 행정국장은?’


모든 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자신은 위험에 놓여있고 당장 어떤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에 빠질 것이었다.


“바비, 바비는 다른 여러 곳으로 옮겨다닐 수 있지?”


<전 파라다이스 안에서는 어디로든 움직임이 가능하죠. 왜요? 저와 동행할 일이 있으신가요? 동행하신다면 애니워치를 이용하시면 편할 거예요. 그런데 왜요? 애니워치는 그동안 쓰지 않으셨잖아요? 애니워치에서 제가 함께 해드릴까요?>


경하는 바비가 곁에 있다면 모든 것이 괜찮을 것 같았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바비만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바비는 파라의 감시를 받는 프로그램인데 파라다이스를 벗어나서도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심장이 동력이라면 바비에게 있어 동력은 파라가 갖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바비는 파라가 생명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었다.


“바비....”


<경하 씨, 무엇이든 말해보세요. 전 감성지수가 좋은 ABT예요. 핑크레벨을 기억해 주세요. 무엇이든 말해도 돼요. 무엇이든 경하 씨를 위해 할 수 있는 바비예요. 전 경하 씨를 사랑해요.>


경하는 바비를 껴안았다. 바비는 좋은지 몸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몸에서 반짝이는 빛이 쏟아졌다.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앗, 저도 이런 반응 처음이에요. 이런 반응, 너무 감동적이에요. 감동의 레벨이 올라갔나 봐요. 고마워요. 경하 씨.>


바비는 경하의 포옹에 행복한 것 같았다. ABT도 이렇게 사랑에 반응하는데 인간은 포옹을 잊은 지 오래 되었다.


“바비, 바비는 파라다이스를 벗어나 본 적이 있어?”


<경하 씨, 그런 일은 바비에게 어려운 일이에요. 파라다이스를 벗어나면 아마 시스템에 멈춰버릴 것 같아요.>


“그렇겠지? 그럴 거야. 미안. 그런 걸 물어서.”


<경하 씨, 지금 위험한 상황이 된 것이죠? 위험이 경하 씨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바비는 파도소리를 조금 더 높였다. 바다에 조금 더 큰 바람이 불었고 파도는 더 높아졌다.


경하는 말을 할 수 없어 다시 파멍에 빠져 들었다.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였다.


바비도 경하의 곁에서 함께 파멍에 빠져들었다. 바비는 경하가 답을 하지 않자 경하에게 위험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비는 경하를 위로하고 싶어 경하의 머리를 쓰담쓰담했다.


경하는 바비가 자신을 위로하려고 머리를 쓰담쓰담하자 어떤 감정의 순간이 스치는지 가슴이 찌릿하는 것을 느꼈다. 무엇인지는 아직 잘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은 쓰담쓰담이 익숙했었던 것 같았다.


바비는 오래도록 경하를 쓰담쓰담하였고 경하는 찌릿한 가슴을 안고 오래도록 파멍을 하였다.


“처얼썩 처얼썩”


파도소리는 끝이 없었다. 파멍도 끝이 없었다.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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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_누구도 믿지 마라 +1 21.09.13 177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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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_약점의 이점 +1 21.09.04 251 13 13쪽
40 40화_경하의 명령어 +1 21.09.03 252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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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_의외의 조력자 +2 21.08.31 299 13 11쪽
36 36화_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일까 +1 21.08.30 318 14 9쪽
»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1 21.08.28 343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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