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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389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9.09 10:20
조회
238
추천
10
글자
12쪽

45화_1219구역(1)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45화>


1219구역(1)


* * * * *




안지훈이 플래시를 켰다. 1219구역의 조각조각이 플래시의 빛을 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공간이 넓었다. 자연동굴처럼 보였는데 가운데는 움푹 파였고 물이 고여 있었다. 그동안 통과했던 비밀통로는 만들어져 있던 길이었다면 지금의 길은 원시시대나 볼 수 있는 길이었다.


깜깜한 가운데 이들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처럼 두려움을 갖고 나아가야 했다.


“이런 길을 어떻게 가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해?”

“지금까지는 마라가 안내해서 왔는데 이건 너무 답이 없는데?”

“생각보다 너무 안 좋은데? 옛날의 기억을 더듬어서 갈 수 있을까?”

“기억이 나기나 해? 그때는 살아남으려고 정신이 없었던 때였어. 그리고 지금은 전혀 다른 경로의 길이야.”

“만약 우리가 그 곳에 다다르게 된다면 우린 괜찮을까?”


둘의 목소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걱정하느라 격앙되었다. 경하는 이 순간 눈을 떴다.


‘모두 알 수 없는 말들. 무엇일까? 둘은 이곳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는 곳이면 좋겠지. 그런데 온몸에 피가 돈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손끝, 발끝이 살아있어.’


경하는 이제 마취가 다 풀린 것 같았다. 정신이 돌아와서인지 지동일에게 미안함이 몰려 왔다. 지동일의 등은 땀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저.....”


경하가 고개를 들고 지동일에게서 내리려는 몸짓을 했다.


“괜찮아?”

“괜찮아?”


지동일과 안지훈이 동시에 물었다. 경하는 지동일의 등에서 내렸다. 살짝 비틀거렸지만 생각보다 몸은 빨리 회복되고 있었다.


“어어...”


경하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려고 하자 지동일과 안지훈이 동시에 경하를 붙들었다.


“미, 미안해요. 괜찮아요. 조금만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이곳은 어디에요? 1219구역은 어디인 거예요? 이곳을 아세요?”


경하는 다리에 힘이 점점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곁으로 나무향기가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일기도 했다. 순간 어쩐 일인지 몸에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경하에게 에너지가 어딘가에서 주입되는 느낌을 받았다. 경하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몸이 아무렇지 않은 느낌인데?’


경하는 지동일과 안지훈에게서 떨어져 쿵쿵, 제자리 뛰기를 했다. 너무도 빨리 온몸의 힘이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저, 괜찮은 것 같아요.”

“정말? 벌써 괜찮을 리가.”

“그래, 너무 괜찮은 척 안 해도 돼.”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졌어요. 몸의 컨디션이 완전히 돌아온 느낌이에요. 정말 괜찮아요.”


경하가 두 팔을 위로 쭉, 뻗었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 정말? 다행이다.”

“움직일 수 있는 거 맞지?”


지동일과 안지훈이 경하의 회복을 안심하면서 걱정을 말했다.


지동일의 말투는 원래 대충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경하에게 반말도 자연스러웠다. 안지훈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지훈도 경하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 경어만 알 것 같은 안지훈이었다. 너무도 완벽하게 경어만 쓰던 안지훈이었다. 그런데 지금 경하에게 움직일 수 있는 거 맞지, 라면서 말을 놓고 있었다. 경하는 그 말이 오히려 더 의아스러워 답을 못하고 있었다.


“아니야? 힘들어?”


안지훈이 다시 물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 안지훈이었다. 경하는 이런 것들도 의아스러웠지만 일단 몸을 움직이도록 해봐야 했다.


“괜찮아요. 움직일 수 있어요. 어서 가도록 해요. 그런데 이곳은 어디에요?”

“경하 씨, 기억 안나? 하기야 아직 그곳은 아니니까.”


지동일이 물었다.


“제가 이곳에 온 적이 있어요? 이런 곳을? 그리고 그곳?”


경하는 안지훈의 손에 있는 플래시를 받아서 1219구역을 비춰보았다. 처음 보는 곳이었다. 이런 곳을 자신이 왔을 리 없었다.


“다행이야. 기억이 없으면.”


지동일이 작은 한숨을 쉬면서 답했다. 무언가 비밀이 많은 장소인 것 같았다.


“경하는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아 다행이야. 그럼 어서 출발해 볼까? 30분 안에는 나가야 할 텐데 잘될지 모르겠다.”


안지훈이 출발하자고 했다. 안지훈도 경하가 기억이 안 나는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경하는 궁금했지만 일단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이니 움직이기로 했다. 몸의 컨디션은 정상이 되어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어떤 초인적인 힘이 몸에서 솟아나는 것 같았다. 몸의 에너지는 너무 충만해서 갑자기 날아갈 것 같기도 했다.


‘뭐지? 이런 힘? 몸의 흥분인가?’


경하는 알 수 없는 몸의 에너지가 낯설었다. 그렇다고 표현하기는 뭐해서 그냥 지동일과 안지훈의 뒤를 따라 걷기로 했다.


휘잉..


찬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왔다. 바람이 분다는 것은 어딘가 바깥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바람 맞지요?”


경하가 말했다.


“바람? 어디서? 지훈, 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 있다고? 바람이 이런 곳에서 불 리가 없잖아?”


지동일과 안지훈은 바람이 어디서 부냐며 고개를 여기저기 돌려 바람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바람은 불어오지 않았다.


휘잉...


바람이 다시 불었다. 경하의 뺨을 지나 머리카락을 지나는 바람이었다.


“어? 바람인데? 분명 바람인데? 금방 바람이 불지 않았어요?”


경하의 말에 모두들 다시 고개를 이리저리 살피며 바람을 찾으려고 했다.


“어디서? 바람이 불어?”

“나도 잘 모르겠는데? 바람이 진짜 불었어?”


하지만 지동일이나 안지훈에게는 바람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두운 곳이니 바람을 확인하기는 더 어려웠다.


“경하 씨, 정말 바람이 느껴진 거지?”


지동일이 물었다.


“정말 바람이 불었어요. 저쪽에서요.”


경하가 손가락으로 바람이 불어오던 방향을 가리켰다. 지동일이 경하의 손가락을 따라 플래시를 비췄다. 그곳에 작은 동굴이 있었다.


“그럼 저 작은 동굴에서 바람이 불었다는 거네.”

“우린 바람을 못 느꼈잖아?”

“우리보다 경하 씨가 더 예민한 감각을 가졌을 수 있어. 일단 우리가 방향을 가늠할 수 없으니 저 동굴로 가보자.”

“바람이 불어왔다면 그쪽이 바깥으로 가는 길일 테니 가보자. 가보면 알겠지.”


지동일과 안지훈은 경하가 가리킨 곳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그럼 가요.”


경하의 말에 지동일과 안지훈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지동일이 플래시를 바람 부는 쪽으로 비추었다. 보이는 것은 무엇도 없었다. 이들이 있는 곳은 넓은 곳이었다면 그곳은 좁은 동굴이었다. 어느 곳이든 일단 길이 있는 곳이라면 가봐야 했다.


“그런데 방향이 맞을까? 가도 될까?”


안지훈이 다시 염려스럽게 말했다.


“이 순간에 걱정이 무슨 소용이겠어. 다행히 우리 경하 씨께서 바람을 느꼈으니 다행이라고 봐야지. 서둘러 가자. 시간이 벌써 많이 흘렀어.”

“그런데 경하 씨, 몸은 괜찮아? 갈 수 있겠어?”

“완전 좋아요. 가볍기로는 100미터 달리기를 해도 되겠어요.”

“이럴 수가, 저런 농담을? 고마워. 우리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잖아. 그래도 넘 힘들면 힘들다고 해. 이 오빠들이 있잖아.”


‘헐, 뭐래? 오빠? 오버도 참. 지동일의 본성이 어디로 갈까? 잠시지만 또 점수를 후하게 준 거였어.’


경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하지만 앞은 너무도 캄캄한 미로였다. 잘 빠져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1219구역은 뭘 하는 곳이었지?’


경하는 어둠 속을 걸어가면서도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주변을 자꾸만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동굴의 끝이 다가오는지 바람이 조금 더 느껴지는 것이었다.


휘잉...


“바람이 불지 않아요?”

“바람이 없는데?”

“경하만 느끼는 바람인가?”


경하는 그 순간 이 바람은 자작나무들이 자신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바람임을 알 것 같았다.


“아, 자작나무.”


경하는 자신도 모르게 자작나무란 말을 하고 있었다.


“자작나무?”


뜬금없는 자작나무 이야기였다. 이상할 것이었다.


“아니, 갑자기 자작나무 생각이.”

“엉뚱하긴. 지난번에도 엑스트라에 있는 자작나무숲이 보고 싶다고 말하더니, 참, 자작나무와 무슨 일이 있어?”


지동일이 걷다가 물었다. 물으면서도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야 했다.


“내가 좋아하나 봐. 자작나무를.”


경하의 말을 들었는지 곁으로 바람이 조금 더 지나갔다. 역시 자작나무가 경하에게 불어주는 바람이었다.


휘잉, 휘잉...


바람이 조금 더 세차게 불었다.


‘무엇일까?’


지동일과 안지훈은 바람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작나무숲에서 부는 바람인데 무슨 의미일까? 세게 불고 있어. 위험이 있다는 말일까? 주의하란 말일까?’


휘잉, 휘잉...


조금 더 세찬 바람이 불었다.


“잠깐만요.”


경하가 지동일과 안지훈을 불러 세웠다.


“왜?”


둘 다 가던 길을 멈추고 경하를 돌아봤다.


쾅!


그때였다. 지동일과 안지훈이 돌아서는 순간 앞에서 불빛이 번쩍이며 폭발음이 들렸다.


“아악.”


경하의 비명이 동굴을 가득 채우고 메아리로 울렸다.


경하는 보았다. 불빛이 번쩍이며 어떤 그림자가 비쳤는데 그 그림자는 자신이 언젠가 본 그림자였다.


지동일과 안지훈은 몸을 돌려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다시 뒤는 조용해져 있었다. 불빛도 사라져 있었다. 뭔가 폭발이 있었다면 탄 냄새가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떤 냄새도 없었다. 냄새가 없는 것이 조금 더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어떤 냄새가 있으면 어떤 종류의 폭발일지 판단할 수 있는데 냄새가 없으니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뭐지? 분명 무슨 소리가 들렸어.”

“뭔가 번쩍였잖아. 분명 뭔가 있었어. 경하, 괜찮아? 무슨 일이야?”

“모르겠어요. 분명 예전에 봤던 어떤 그림자를 봤어요.”

“어떤 그림자?”

“커다란 눈 모양의 그림자?”

“그런 게 어디 있어?”

“놀라서 이상한 걸 봤나 봐.”


동굴 쪽은 아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가 계속 가도 될까?”

“경하 씨, 바람이 다시 느껴져?”

“잠시만요.”


경하는 바람이 느껴지는지 눈을 감았다.


휘익.


바람이었다. 아주 가벼운 바람이었다.


“바람이 있어요. 아주 작은 바람이지만.”

“그럼 가야지. 폭발음이 있었지만 아무 냄새가 없는 것으로 봐서 가짜 위협일 수 있어.”

“무조건 가야지. 그런데 우리 지금 시간을 알 수 있어?”

“거의 20분은 지난 것 같은데? 그럼 현재 거의 2시가 되었다는 건데.”


‘아, 바비의 시스템이 2시 10분이면 리셋이라고 했는데? 그 시간엔 엑스트라에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거지?’


경하는 2시가 거의 다 되었다는 소리에 두려움이 일었다.


‘내가 그 시간에 엑스트라에 못갈 경우, 바비는 어떻게 하는 거지?’


셋은 서둘러 동굴의 끝을 향해 나아갔다. 모두 말이 없었다. 생각은 모두 달랐지만 두려움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허억.


앞을 가던 지동일이 발을 헛디딘 것 같았다. 넘어지려던 지동일을 안지훈이 붙잡았다. 그런데 넘어지려던 지동일은 벌떡 일어서더니 뒤를 돌아 경하의 눈을 가렸다.


“눈은 왜 가려요? 무슨 일이에요?”


경하는 지동일의 손을 치우려고 했다. 지동일은 손에 힘을 줬다.


“뭔데요?”


경하는 손에 힘을 주고 지동일의 손을 비꼈다.


“이, 이게 뭐예요?”


경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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