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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403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9.23 10:22
조회
80
추천
9
글자
10쪽

55화_제3세계의 함정(1)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55화>


제3세계의 함정(1)


* * * * *




“제일 끔찍한 곳이 제3세계라고 했어. 엑스트라 구역은 정제되지 않은 곳으로 바이러스나 병에 그대로 노출된 미개한 곳이지만 이곳에서는 사람들을 이유 없이 죽이지는 않는다고 했어.”

“맞아. 그런데 제3세계는 미친 사람들의 저주라고 하지? 사람들을 유희로 죽이는 곳이라고 했어.”

“그런데 저들을 봐요? 어디가 잔인한 자들이에요? 그냥 조금 정신이 이상한 사람 아닌가요? 폭력적이지 않게 보이는데?”

“폭력적이지 않은 걸 어떻게 알아? 식인종이 잔인하게 생겼다고 생각해? 인육을 먹는 사람들도 순하게 생겼다고. 저들은 우리를 요리하기 전의 거짓 연기를 하고 있을 거야.”


제3세계 사람들은 의외로 기괴하였지만 공포감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위험 속에서 겨우 들어온 곳이 제3세계라니 이들에게는 모든 것들이 의심스럽기만 했다.


“궁금하지? 옐로우레벨과 레드레벨은 어디에 있는지?”


이상한 모자를 쓴 남자가 말했다. 아무리 봐도 기괴한 모습에 자꾸 웃음이 나왔지만 다시 웃음을 터뜨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경하 일행을 어떤 곳으로 안내했다. 모든 것이 거꾸로 되어 있는 곳이었다.


가구들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의자도 천장에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바닥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벽면에 있는 사다리를 거꾸로 타고는 천장으로 올라가 침대에 눕는 것이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침대의 바닥에 눕는 형상이었다.


“왜 저렇게 물구나무를 서고 있어요? 왜 가구들은 천장에 있어요?”

“저들은 옐로우레벨 사람들이야. 저들은 예전 세상이 행복했다고 생각해. 미래는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니 우울한 사람들이지. 이들은 세상을 거꾸로 살면 인생이 예전 시대로 돌아갈 거라 믿고 있어. 예전 시대로 돌아가는 것만이 잃었던 행복을 찾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거꾸로 움직인다고 시간이 거꾸로 갈까요?”

“이들은 거꾸로 움직이면서 과거의 시간을 되돌려 보는 일을 해. 역사란 과거를 조명하고 정리하고 반성하며 미래의 시간을 설계하는 것일 테니까. 그래서 이들은 이미 지나간 시간을 연구하는 사람들이야.”

“그럼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되겠네요.”

“빙고! 어떻게 알았어? 이들은 역사를 되돌리고 되돌리면서 과거를 켜켜이 올바로 쌓도록 하는 사람들이야. 이들이 과거를 제대로 쌓아올리지 않는다면 역사가 왜곡되는 것은 순간이야.”


천장의 침대 밑으로 들어가 쉬던 이들이 다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이들은 물구나무를 서고 움직이는 일이 너무 익숙했다. 그리고 어디나 보조기구들이 발전하는 법으로 약한 팔로 몸을 지탱하기 위해 보조기구가 달려 있었다. 이들이 다른 일을 할 때 고개를 쉬게 하고 양팔을 써야 할 때 기구는 아주 유용했다. 경하 일행은 이들이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남들과 다른 포즈를 하고 있는 이들을 보고 웃는 것은 커다란 죄에 해당했다. 그것은 블랙레벨의 사람이 귀띔해준 것이었다.


“이들은 물구나무를 서고 있어서 모든 혈류가 머리로 쏠려 있어.”

“뇌출혈이라도 일으키면 어떡해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은 머리를 거꾸로 하고 있으면 피가 뇌로 몰려서 오히려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한다고 해. 이들이 방대한 양의 역사를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이들의 뇌에 혈류가 왕성하게 움직여서 머리를 좋게 한다는 것이지. 그래서 이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역사를 자신의 뇌에 저장할 수 있다는 거야. 물론 이들은 그 역사를 책으로 남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일단, 이들은 살아있는 역사책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그럼 혹시 제가 궁금한 시기의 역사를 물어봐도 될까요?”

“그럼, 그럼.”


블랙레벨 남자는 아주 자랑스럽게 얼마든지 물어보라고 했다. 자신들의 예로우레벨이 이곳에서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뭐든 물어봐. 어떤 역사든지. 냉철하고 객관적인 역사의식을 갖고 역사를 보여줄 거야. 보여준다는 말이 맞을 만큼 정확하게 사실적으로 역사를 들려줄 테니까.”


블랙레벨 남자는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옐로우 히스 님, 잠시 인사를 해요. 여긴 파라다이스에서 온 사람들이에요.”

“파라다이스 사람?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소만.”


옐로우 히스란 사람은 히스토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일지는 몰라도 히스테릭해 보였다. 이름에 붙은 히스란 히스토리를 말하는 것이었겠지만 히스테리를 의미한다고 해도 맞을 것 같았다. 거꾸로 있는 일은 누구라도 웃음을 짓게 하기 힘들 자세였다.


“힘들지 않으세요? 거꾸로?”

“거꾸로라고 말하지 마시오. 그대가 서 있는 자세가 거꾸로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오?”

“아, 죄송해요. 그래도 힘드실 것 같아서.”

“인생은 누구나 힘든 법이오. 지구란 곳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힘든 일이오. 우린 지구에서 받는 중력을 최대한 멀리 하려고 다리를 위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력을 벗어날 수 없으니 비극적인 일이오.”


과학적 원리로 말하자면 거꾸로 지내면서 지구의 중력과 멀리하려 한다는 말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는 일인지 알 수 있었지만 옐로우 히스가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딱히 따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인생은 거꾸로든 제대로든 힘든가 봐요.”


경하가 공감하며 말했다. 경하의 공감에 옐로우 히스는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머리를 대기상태의 도구에 집어넣었다. 편히 이야기를 듣겠다는 의미였다. 도구는 머리를 받쳐주고 몸을 지탱해 주었다. 편안하게 어깨가 몸을 받치고 있는 형국이어서 그나마 머리도 팔도 편해 보였다. 경하는 편한 자세로 있는 옐로우 히스에게 말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참, 그런데 조심하시오. 원래 옐로우 레벨은 이야기를 시작하면 중간에 끊기 어려운 사람들이랍니다.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만나면 그때부터 자신의 우울폭탄을 쏟아내는 사람들이니까. 우울폭탄은 절대 피해갈 수 없고 우울폭탄 맞은 사람들은 그들과 똑같은 거꾸로 시간을 보내야만 우울폭탄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요. 그런 것처럼 옛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하기 시작하면 옛이야기폭탄이 쏟아질 겁니다.”


블랙레벨 남자는 옐로우 히스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어느 정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팁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옛이야기 폭탄의 후유증도 있나요?”


경하는 우울폭탄처럼 옛이야기 폭탄의 후유증이 있는지 궁금했다.


“옛이야기 폭탄의 후유증은 현재를 살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로 돌아가 그 시간을 되돌리고 되돌리느라 현재를 잃어버린다는 거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려서 현실감을 상실하게 된다는 위험이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해요?”

“역사란 항상 균형잡힌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하죠. 어떤 한 가지 편협된 인식으로 역사를 받아들이면 현실은 사라지고 편협된 옛이야기만 살아서 현실마저 다른 세상으로 바꿔버리게 되니 현실을 잃어버린다는 거죠. 그래서 옛이야기 폭탄을 맞기 전에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거죠.”

“말이 안 돼. 아니, 누가 제대로 된 역사의식이 있다고?”

“하하, 그래서 믿거나 말거나, 이런 의미로 들으면 옛이야기가 폭탄이 아닌 그냥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 편하게 들어라, 이런 말이에요.”

“아니, 뭘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를 겁박하고 그러시는 겁니까?”


지동일이 발끈했다.


“하하, 세상일을 그렇게 쉽게 한다면 무슨 재미인가요? 모든 것은 수수께끼도 있어야 하고 함정도 있어야 하는 거죠. 그래야 인생이 조금은 더 살만한 재미가 있는 것 아닐까요?”


‘블랙레벨 남자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어. 어느 것도 믿지 못하고 의심해야 되는 세상이란 얼마나 불안한 세상인데?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그냥 지나갈까?’


경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느 한 순간의 역사를 묻기는 해야겠는데 듣는 순간 폭탄에 빠질까봐 두려웠다.


“자, 난 대답을 할 준비가 되었어. 뭐지? 묻고 싶은 순간이?”


옐로우 히스가 물었다. 대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히스의 표정은 살짝 날카로워져 있었다. 무엇이든 던지기만 하면 물어버리겠다는 하이에나의 눈빛과도 같았다.


“다시 말하지만 각오해야 해. 질문을 하면 반드시 답을 들어야 하는 원칙이 있으니까.”


블랙레벨 남자는 역시 겁을 주고 있었다. 어쩌면 질문을 하지 말란 의미일 수 있었다.


“그런 원칙이 어디 있어요?”

“잊었어?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죽음을 생각하는 부류니까. 지금 이곳 제3세계에서는 옐로우레벨 누구도 사망한 적이 없어. 그대들이 설마 그런 일을 만들진 않겠지?”

“아니, 무슨 질문을 이렇게 어마무시하게 의미를 부여하는데요?”

“질문도 상대를 얼마든지 우울하게 만들 수 있으니 그렇지.”


경하는 질문도 상대를 우울하게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가 되었다. 여기에서의 질문은 신중해야 된다는 의미였다. 경하는 결심했다. 위험부담이 아무리 커도 어떤 한 순간의 진실을 알아야 했다.


“옐로우 히스님, 질문할게요. 2020년 12월 19의 진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경하는 질문을 내뱉고 말았다. 어쩌면 묻지 않았어야 할 질문이었다.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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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_레드 존에 붙들리다 21.09.28 66 10 9쪽
57 57화_제3세계의 함정(3) 21.09.25 76 10 10쪽
56 56화_제3세계의 함정(2) +1 21.09.24 77 9 10쪽
» 55화_제3세계의 함정(1) +1 21.09.23 81 9 10쪽
54 54화_맞닥뜨린 블랙레벨 +1 21.09.20 99 9 8쪽
53 53화_제3세계라니 +1 21.09.18 129 9 10쪽
52 52화_경하의 각성(3) +2 21.09.17 126 9 11쪽
51 51화_경하의 각성(2) 21.09.16 141 9 9쪽
50 50화_경하의 각성(1) +1 21.09.15 158 9 16쪽
49 49화_나무의 생각 +1 21.09.14 173 9 9쪽
48 48화_누구도 믿지 마라 +1 21.09.13 178 9 9쪽
47 47화_1219구역(3) +1 21.09.11 253 9 8쪽
46 46화_1219구역(2) +2 21.09.10 229 10 12쪽
45 45화_1219구역(1) +2 21.09.09 239 10 12쪽
44 44화_비밀통로(3) +1 21.09.08 239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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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_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일까 +1 21.08.30 319 14 9쪽
35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1 21.08.28 343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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