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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395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9.14 10:20
조회
172
추천
9
글자
9쪽

49화_나무의 생각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49화>


나무의 생각


* * * * *




경하는 자신도 모르게 누구도 믿지 마라, 란 말을 뱉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혼잣말하기가 습관인 경하의 말이 드디어 바깥으로 뛰쳐나오고 만 것이었다.


“경하 씨,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믿어야지.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세상사람 다 못 믿어도 나는 믿어 보라고.”


지동일이 예의 농담 섞인 말로 웃었다.


‘이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지동일이 유일할 거야.’


이런 와중에 경하는 여전히 혼자생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혼자생각으로 경하는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었다.


바비와의 교신이 차단되고 한참을 달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제자리에서 뛰는 것인지 아직도 바깥은 아니었다. 이제 추위는 조금 더 몰려와 있었다.


“춥다.”


지동일이 경하의 가방에서 목도리를 꺼내 경하의 목에 둘러주었다. 마치 자신이 경하의 보호자나 되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워서 경하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아깝다. 나도 경하 씨에게 목도리 둘러줄 수 있었는데.”


안지훈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저 혼자만 이렇게 목도리를 해서 어떡하죠? 미안한데.”

“그 목도리 긴데 우리 셋이 함께 두를까?”

“하하, 그럼 우리 셋이 하나로 묶어져 버리는 건가? 좀 어려울 듯?”

“어렵겠지? 경하 씨 혼자 해야겠네.”

“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아깝다.”


경하는 목도리를 두르니 추위가 조금 누그려지는 것 같았다. 이들의 옷은 기능성 옷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든 옷이긴 했는데 지하통로를 나오면서 기능이 손상되었는지 모두들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 추위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었다. 빨리 몸을 따뜻하게 해줄 곳으로 가야 했다. 추위는 미개한 사람들이나 느끼는 것이었는데 문명인인 파라다이스 종족인 자신들이 느끼다니 자신들이 처한 상황은 훨씬 좋지 않았다.


“추워. 그런데 얼마나 가야 하는 거야?”

“으, 나도 추워.”


모두들 추운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닥불이라도 있으면 조금이라도 쬐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머물 수는 없었다. 움직여야 했다.


“여기 벽에 이런저런 말들이 쓰여 있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피신하려다 여기에서 멈추었던 것 같아.”

“어떤 사람들은 계속 갔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되돌아갔겠지?”

“우린? 죽어도 고! 가보자.”


지동일이 앞으로 가자고 외쳤다. 모두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곳이 춥다는 것은 바깥과 가깝다는 것일 테니까.”


안지훈이 조용히 말했다.


‘바깥과 가깝다고? 혹시 자작나무숲도 가깝다는 말이겠지? 자작나무 왕자님은 날 지켜준다고 했는데 날 알아봐 줄까? 불러볼까? 어떻게?’


경하는 자작나무숲이 자신에게 준 힘을 생각했다. 자신은 분명 약물에 취해서 온몸의 힘이 풀려 있었다. 그런데 자작나무의 바람이 스친다는 느낌이 있은 후부터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자작나무가 지금의 자신을 도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자작자작!”


경하가 작게 자작자작을 외쳤다. 자작나무 왕자는 자신을 부를 때 자작자작을 부르라고 했다. 자작자작 스미는 것들은 은근하고 아름답고 착하다고 했다.


“자작자작을 불러. 그럼 내가 너의 곁으로 갈 거야.”


경하는 자작나무의 소리가 생각이 났다. 이상한 것은 자신이 자작나무와 그런 대화를 한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작자작이라 부르라 했던 기억이 없는데 기억이 있다니 이상할 노릇이었다.


“자작자작!”


경하는 걸으면서 속삭이듯 자작자작을 불렀다. 기억이 없는데 기억에 있게 된 이름이었다.


“자작자작!”


경하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였다. 앞서 가는 두 사람은 듣지 못하는 소리였다


휘잉...


바람 소리가 들렸다. 경하는 알았다. 자작나무가 지나가는 소리였다.


“이쪽이에요.”


경하는 앞서가는 두 사람을 불러 세웠다. 옆으로 작은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은 보이지 않는 작은 동굴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길처럼 보이는 곳이 아니었다.


“어디?”


두 사람이 경하가 가리키는 작은 동굴을 바라봤다.


“이렇게 좁은 곳으로?”


안지훈이 갈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답이 없으니 경하의 말을 따라보는 건 어때?”


지동일이 의외로 경하의 편을 들었다.


“이쪽으로 가 봐요. 아무래도 이 길의 끝은 아닐 것 같아요. 거의 돌고 있는 느낌이니까요.”


경하가 다시 작은 동굴을 가리켰다.


“무조건 가자.”

“괜찮을까?”


걱정 없는 사람과 조심성 있는 사람의 답변이었다.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경하가 먼저 동굴 쪽으로 몸을 굽혀 들어갔다.


“플래시를 가져 가. 아니다. 내가 먼저 갈게.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곳에서 레이디 퍼스트는 아닌 것 같아.”


지동일이 경하를 비끼게 하고 자신이 앞장섰다.


“경하 씨가 내 뒤를 따르고 그 뒤를 지훈이 오는 걸로 하자. 어때, 지훈?”

“좋아. 경하 씨는 소중하니까.”


지동일이 플래시를 들고 동굴로 접어들었다. 경하의 곁으로 바람이 작게 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두 사람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바람일 것이었다.


자작나무는 위기가 닥칠 때 자신을 계속 도와주고 있었다.


“자작자작, 고마워.”


경하가 작게 말했다.


“응? 고맙다고? 뭘.”


지동일이 고개를 돌려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지동일에게 한 말은 아니지만 지동일도 고맙지. 고맙고말고.’


경하는 그래도 자작나무가 인도하는 길로 간다고 생각하자 마음에 안심이 일었다. 일단 이 동굴에서는 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동굴로 들어서자 이들은 추위가 조금 누그러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몸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뭐지? 이 느낌? 나만 안 추운 건가?”

“나도 안 추워.”

“나도 목도리가 더워서 목도리를 풀렀어요.”


모두들 잠시 멈추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동굴의 벽면을 보는데 뭔가 조금 달랐다. 그동안은 암벽의 동굴을 지났다고 한다면 지금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단단한 것이긴 하지만 암벽이 아닌 무엇이었다. 지동일이 플래시를 벽면으로 비췄다.


“이거 혹시 나무뿌리가 아닐까?”


안지훈이 벽면을 만지며 말했다.


“나무뿌리? 설마.”


지동일이 설마, 했다.


“분명 바위는 아니야. 단단한 것이 나무뿌리라 단정하긴 그렇지만 이걸 봐. 나무뿌리처럼 우둘투둘한 갈라짐, 나무뿌리 모양이야.”

“제가 보기에도 나무뿌리 같아요. 나무뿌리가 너무 오래 되어서 화석이 된 것처럼 단단하게 변한 것이 아닐까요? 어떤 나무는 단단함이 돌처럼 견고한 것이 있으니까요.”

“그건 죽은 나무를 말하는 것이겠지. 자세히 보니까 이 나무뿌리는 죽은 것이 아닌 것 같아. 살아있는 나무의 뿌리야.”


이들은 나무뿌리 모양의 벽면을 자세히 바라봤다. 분명 나무뿌리였다.


“말도 안 돼. 나무뿌리라고 쳐. 그런데 어떻게 나무뿌리가 이런 동굴을 만들어? 나무뿌리라면 빈틈이 없어야지.”


안지훈이 이론적으로 반박했다.


“나무뿌리가 일부러 이런 동굴을 만들었다면요?”


경하는 자작나무가 자신을 위해 동굴을 만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길을 안내했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설을 쓰세요. 경하 씨. 이건 판타지가 아니고 현실이야. 나무뿌리가 자신의 의지로 이런 동굴을 만드는 게 가능하겠어?”


지동일은 현실적으로 말도 안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무도 생각을 한다고요. 왜 나무가 생각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나무가 인간처럼 뇌가 있어? 어떻게 생각을 해?”

“그렇지? 지훈. 이번은 나랑 생각이 맞는 거지? 나무가 인간처럼 뇌가 있을 리가 없잖아?”

“뭐, 하지만 경하 씨 말처럼 세상은 신기한 일들이 많은 법이니까?”

“이런 배신자. 갑자기 경하 씨 편을 들어? 속 보인다, 속 보여.”


경하는 벽면을 쓰다듬었다.


“자작자작, 고마워요.”


경하가 벽면을 쓰다듬고 고맙다고 말했다.


“자작자작?”

“뭐지? 경하 씨 가끔 엉뚱해.”


지동일과 안지훈은 경하의 이야기가 이상했던 것이다.


“춥지 않으니까 좋다. 그리고 이상하게 몸이 편안해. 나만 그런가?”


지동일이 몸을 펴며 말했다.


“나도 그래. 몸이 좀 편안한 것이 나쁜 기분은 아냐.”

“나쁜 기분이 아닌 것이 아니라 좋은 기분인 거죠.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에요.”

“부끄러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아닌 것이 아니다, 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좋다. 이렇게 하시면 훨씬 좋다는 말이죠.”

“아니, 둘이 지금 뭐해? 좋은 기분이라며?”


지동일이 안지훈과 경하의 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동굴의 벽면은 나무뿌리가 견고하게 벽을 받치고 있었다. 무엇에도 무너지지 않을 나무의 뿌리였다.


어떤 시인은 지구를 짊어지고 있는 것은 바위가 아니라 나무의 뿌리라고 말했다. 나무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무의 생각이 있을 것이었다.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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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매일 10시 20분 연재입니다(냉무) +1 21.07.27 442 0 -
62 62화_나무의 아이 +1 21.10.02 64 9 8쪽
61 61화_히스는 어디로 갔을까 +2 21.10.01 53 9 7쪽
60 60화_히스는 이미 아는 사람 +1 21.09.29 54 9 12쪽
59 59화_히스와 함께 21.09.28 63 10 9쪽
58 58화_레드 존에 붙들리다 21.09.28 66 10 9쪽
57 57화_제3세계의 함정(3) 21.09.25 76 10 10쪽
56 56화_제3세계의 함정(2) +1 21.09.24 77 9 10쪽
55 55화_제3세계의 함정(1) +1 21.09.23 80 9 10쪽
54 54화_맞닥뜨린 블랙레벨 +1 21.09.20 99 9 8쪽
53 53화_제3세계라니 +1 21.09.18 128 9 10쪽
52 52화_경하의 각성(3) +2 21.09.17 126 9 11쪽
51 51화_경하의 각성(2) 21.09.16 141 9 9쪽
50 50화_경하의 각성(1) +1 21.09.15 158 9 16쪽
» 49화_나무의 생각 +1 21.09.14 173 9 9쪽
48 48화_누구도 믿지 마라 +1 21.09.13 177 9 9쪽
47 47화_1219구역(3) +1 21.09.11 253 9 8쪽
46 46화_1219구역(2) +2 21.09.10 229 10 12쪽
45 45화_1219구역(1) +2 21.09.09 239 10 12쪽
44 44화_비밀통로(3) +1 21.09.08 239 10 11쪽
43 43화_비밀통로(2) +2 21.09.07 244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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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_약점의 이점 +1 21.09.04 251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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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_의외의 조력자 +2 21.08.31 300 13 11쪽
36 36화_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일까 +1 21.08.30 318 14 9쪽
35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1 21.08.28 343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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