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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409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9.24 10:26
조회
77
추천
9
글자
10쪽

56화_제3세계의 함정(2)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56화>


제3세계의 함정(2)


* * * * *




옐로우 히스의 눈빛이 번뜩인단 느낌이 스치는 순간이었다.


“꺄~”


히스의 비명이 들렸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거꾸로 있던 모든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1219를 물었어? 우리에게 금기어인 1219를?”


히스는 눈물을 쏟고 있었다. 거꾸로 있을 때는 몰랐는데 히스는 키가 제법 큰 사람이었다. 거꾸로 지내느라 머리카락은 짧게 잘라져 있었고 튼튼한 대장장이처럼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혀있었다.


“죄, 죄송해요.”


경하는 이제 죽었다 싶었다. 12월 19일은 이들에게도 끔찍한 사건일 것이었다.


“어쩌다 그날을 물었나? 그 날은 이곳 모든 사람들에게 금기어야. 그 날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이런 상황이 안 만들어졌을 테니까. 우리는 그날을 지옥의 날, 악마의 날이라고 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날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그 날은 이곳 제3세계에서는 금기어야.”


히스는 경하의 곁으로 달려와서 경하를 붙잡았다. 다른 사람들이 말릴 새가 없었다.


“어쩌자고, 어쩌자고 1219를 물었지? 의도적이었어? 날 괴롭히려고?”

“아니, 모든 역사를 질문할 수 있다고 해서.”


경하도 질문하라고 해서 했는데 이 무슨 날벼락인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내가 피하고 싶은 유일한 역사. 12월 19일. 이 날을 피하고 싶어서 시간을 돌리고 돌리면서 지금의 불행을 피할 수 있었는데 너로 인해 이제 난 다시 거꾸로를 살 수 없게 되었어. 봐, 우리들은 모두 거꾸로를 잃어버렸잖아.”

“거꾸로가 아니면 더 좋은 거 아닌가요?”

“우린 지금이 우울해. 슬퍼. 지금의 현실은 너무 비극적이야. 그래서 우리의 시간은 과거에 살아야만 해. 과거는 행복했지. 나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고 사랑하는 어머니도 있었지. 그 순간은 모두 과거에 있어. 그 너머의 시간에도 행복은 있었지. 그러나 12월 19일에 모든 것이 끝장나 버렸어. 아무 기대도 할 수 없고 그저 만들어진 삶만 살아야 했어.”

“지금 이곳에서도 행복할 수 있잖아요.”

“우린 과거에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지금이 너무 불행해. 현재는 절대 살고 싶지 않아. 살고 싶지 않다고. 우린 살고 싶어서 과거에 사는 거라고. 그런데 왜 우릴 현재로 데려와?”

“그럼 다시 과거로 돌아가시면....”

“어떻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1219를 극복했는지 알아? 우리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거꾸로 세계를 열었다고. 그런데 네가 그 문을 닫아 버렸어. 이제 어떻게 해? 어떻게 하냐고?”


히스는 12월 19일의 기억이 너무 괴로워서 그것을 잊기 위해 거꾸로 세계를 열어서 그곳에서 안락한 도피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도피가 끝나 버린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요?”


히스는 여전히 경하를 붙들고 있었다. 지동일과 안지훈이 달려들어 말리려고 할 때 블랙레벨이 눈짓을 했다.


“난폭하지는 않아요. 잠시만 그냥 두세요. 위험할 것 같으면 저도 나설게요.”


“파라다이스에서 왔다며? 파라다이스는 어때? 정말 파라다이스였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마냥 행복하기만 한 파라다이스가 좋았어?”


경하는 파라다이스에서 지내는 동안 딱히 불편한 것이 없었다. 모든 일들이 언제나 자연스러웠고 불만이 없었다. 뭔가 공허함은 가끔 있었지만 그럴 때는 바비가 있었다.


‘아, 바비. 바비는 어디에 있지? 언제쯤 바비를 만나게 될까?’


경하는 파라다이스를 떠올리는데 바비가 너무 자연스럽게 제일 먼저 걱정되었다.


“파라다이스가 좋았냐고 묻잖아.”

“자, 잠깐요. 대답할 테니 손을 좀 놓아주실래요?”


처음보다는 덜 위협적이었지만 히스의 히스테릭한 손아귀는 경하를 여전히 붙잡고 있었다.


“아...”


히스도 자신이 그렇게 한참동안 경하를 붙잡고 있었는지를 잊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 파라다이스가 행복하냐고 물었어. 대답해봐. 뭐라고 대답할지 뻔하지만.”

“물론 저는 행복했어요.”

“곁에 누가 있었는데?”

“누가요? 바비가...”

“바비?”

“저의 ABT.”

“봐, 누가 있었던 것은 아니잖아. 아무도 없었지. 홀로였을 거야. 그런데 행복했어? 어떻게?”

“혼자여서 행복했던 것 같은데요.”

“그걸 감정조작이라고 하는 거야.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것처럼 주변을 정리하고 감정을 설명하게 함으로써 행복하다는 것을 주입시키는 것이지.”

“저의 감정을 조작하는 것은 없었어요. 그냥 제가 행복했을 뿐이에요.”

“그건 착각이야. 봐. 차크가 있지? 감정이 조금 우울하려고 하면 바로 차크가 오잖아. 그들은 바로 상대를 잠재우지. 그리고 약물을 투입해. 본인은 알지 못하지만 약물 투입을 하지. 우울한 감정을 잊도록. 감정을 주관하는 뇌가 마비하도록 하는 거야. 그리고 뇌파를 움직여. 그래서 뇌파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도록 하는 거야.”

“그렇게까지는.”


경하는 아무리 생각해도 파라다이스의 행복은 진정한 천국이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행복하고 편안한 감정이 조작이었다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건 치료라고요.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돕는 치료. 그 덕분에 사람들은 행복한 거죠.”


“그걸 치료라고 생각해? 인간의 정신은 스스로 자정작용이 있어. 스스로 치료를 위해 여러 가지를 하기도 하지. 그런데 생각해봐. 우울하다고 해서 우울이 병이야? 우울은 물론 몸을 힘들게 하는 병이지. 그런데 그 우울을 치료할 때는 언제나 그 우울의 근원을 찾아서 그 지점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야. 그러나 파라다이스는 그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그냥 우울한 감정만 병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우울한 상태를 그냥 두지 않는 거야.”

“어쨌든 우울을 없애주면 좋은 게 아닌가요?”


히스의 말은 정말 끝이 없었다. 중간에 누군가 끼어들 수가 없었다.


“우울을 없애다니? 우울이 작은 종기라도 돼? 우울은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마음의 방어기제야. 생각해봐. 우울한 시간에 사람들은 자기를 작게 만들고 그 안에서 세상을 다시 둘러보거든. 우울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야.”

“그렇더라도 우울은 사람을 병들게 해요.”

“우울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쳐. 그런데 말이지, 우울은 언제나 이유가 있어. 치료라는 것은 그 이유를 밝히고 이유의 지점에서 세상을 다시 배치해보는 거지. 그래서 자신의 우울은 정당한 것이며 그 우울은 당연한 것임을 말해주는 거야. 그래서 우울한 사람의 감정을 위로해주는 것이 치료야. 그런데 우울의 그 지점을 무시하고 뇌의 우울한 부분만 날린다는 것이 말이 돼?”


경하는 잘 모를 이야기였다. 어찌 되었든 인위적으로 사람의 우울을 막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이었다.


“인위적으로 우울의 감정을 삭제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기는 해요. 히스 님, 힘들었겠어요. 그저 잊으라고만 하는 이런 상황이.”


경하가 인정했다.


“엉엉.”


경하가 우울의 감정을 삭제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하자 히스는 울기 시작했다. 대성통곡이었다.


“울지 마요.”


경하는 히스를 포옹하고 쓰다듬어 주었다. 스킨십 금지의 세상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이 순간은 그런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경하의 품에서 히스는 더 크게 울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12월 19일에 있었던 히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어도 엄청난 슬픔이 있었음을 알 것 같았다. 모두들 가슴에 찡한 슬픔의 강이 흐르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흑흑.”


경하보다 훨씬 키가 큰 남자가 경하의 품에서 울고 있었다. 그리고 큰 울음이 지나자 훌쩍이며 울음을 그치고 있는 중이었다. 히스는 경하에게서 떨어졌다.


“1219 이후로 처음 받아본 포옹이에요. 고마워요. 거꾸로 세상으로 가지 못하겠지만 지금 현실을 견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히스가 블랙 레벨의 남자를 보며 웃음을 보였다.


“정말? 괜찮겠어?”

“현실을 살 용기가 없어서 죽고 싶었어. 살고 싶어서 거꾸로 세상을 열었는데 이젠 현실에서 답을 찾아보고 싶어.”


분위기는 갑자기 훈훈해져 있었다. 모두들 두려워하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훈훈한 포옹과 함께 이야기갈 마무리되다니 이상할 뿐이었다. 그러나 문제해결은 의외로 쉬운 일일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12월 19일이란 불행한 사건의 터널을 함께 지내온 사람이었다.


“이름이 뭐지? 난 이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가보고 싶어. 1219를 뺀 과거는 충분히 연구를 마쳤어. 이젠 현실을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 어디를 간다면 날 데리고 가줘.”


히스는 경하에게 말했다.


“우리랑 같이 간다고? 어디인 줄 알고?”


지동일이 놀라서 소리쳤다. 이들은 엑스트라로 갈 예정이며 엑스트라는 제3세계 사람들에게는 역시 적대 세력이었던 것이다.


“난 이미 모든 걸 아는 사람이야. 내가 당신들의 길을 말하는 것이 당신들에게 유리할까?”


히스가 귓속말로 지동일에게 말했다.


“하하, 이게 또 무슨..”


지동일은 위협을 느끼며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이쪽은 이경하. 여기는 안지훈. 난 지동일. 어때? 통성명은 했지?”

“아, 나도 이름을 아직 못 물었네. 내 이름은 안 물어?”

“맞아요. 히스는 이름을 아는데.”

“내가 먼저 묻지 않았군. 내가 원래 블랙레벨이잖아. 블랙레벨의 사람들이 이름이 있는 거 봤어? 내 이름을 밝히지 않느라고 그대들 이름도 묻지 않은 거지.”

“블랙, 자네는 계속 자네 이름을 말하고 있지 않나? 역시 뭔가 숨기는 데는 선수야.”

“아, 블랙. 이름까지 알 수 없는 사람이네요.”

“하하, 나름 숨기는 거였는데.”


분위기는 험악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라? 제3세계는 위험한 곳이 아니었나? 뭐지?’제3세계는 광인들의 지옥이라고 했었는데 이것조차도 함정이니 조심해야 한다고?‘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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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화_제3세계의 함정(2) +1 21.09.24 78 9 10쪽
55 55화_제3세계의 함정(1) +1 21.09.23 81 9 10쪽
54 54화_맞닥뜨린 블랙레벨 +1 21.09.20 99 9 8쪽
53 53화_제3세계라니 +1 21.09.18 129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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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_경하의 각성(2) 21.09.16 141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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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_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일까 +1 21.08.30 319 14 9쪽
35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1 21.08.28 343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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