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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님의 서재입니다.

널 만지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핫딜
그림/삽화
양지은
작품등록일 :
2021.07.26 14:23
최근연재일 :
2021.10.02 10: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8,402
추천수 :
1,404
글자수 :
320,930

작성
21.09.13 10:20
조회
177
추천
9
글자
9쪽

48화_누구도 믿지 마라

스킨십이 금지된 파라다이스라니!




DUMMY

<48화>


누구도 믿지 마라


* * * * *




“얼마만큼이나 가야 하는 거야? 가까운 거 아니었어?”


<몇몇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연동굴을 찾은 거였어요. 만든 동굴이 아니라서 직선거리가 아니에요.>


잊을 만큼 달려야 한다는 바비의 말 때문이었는지 더 길게 느껴지는 거리였다.


“허억.”


앞서 가던 지동일이 갑자기 멈추며 뱉어낸 놀란 소리였다


“왜? 무슨 일이야?”


안지훈이 숨을 가빠하며 물었다. 안지훈은 달리는 일이 익숙한 일이 아닐 것이었다. 힘들게 달렸다. 경하도 급하게 달리다 멈추었다. 안지훈이 힘든 것에 비하면 경하는 의외로 아무렇지 않게 잘 달리고 이었다. 경하는 자신의 몸이 가벼워진 것이 이상하였다.


“이걸 봐,”


<이곳을 지나는 자, 다시는 돌아올 수 없으리>


벽에 커다랗게 쓰여진 글이었다. 그것도 섬뜩한 핏빛이었다. 빨간 페인트를 붓에 잔뜩 묻혀 쓴 글씨로 글씨는 페인트가 아래로 흘러내리다 그대로 굳어서 그 자체로 위협을 느끼게 했다.


<이곳을 빨리 벗어나라. 오래 머물면 독이 될 것이다. 벗어나는 것이 살 길이다.>


이 글씨는 붓이 아닌 것으로 쓴 글씨였다. 매직으로 여러 번 쓴 것인지 글씨 위로 몇 번이나 더 매직이 지나가 있었다.


<누구도 믿지 마라! 모두가 함정이다>


누구도 믿지 마라는 글씨는 또 다른 글씨였다. 흘려 쓴 글씨였다. 작은 글씨였다. 한 사람이 급하게 쓴 글씨였다. 급하게 쓰고 달아나면서 쓴 글씨일 수 있었다. 글씨에서 급박함이 묻어 있었다.


“대체 무엇이 함정이란 것이죠?”


되돌아가란 말과 이곳을 빨리 벗어나란 말은 반대의 말이었다. 각각 다른 사람이 다른 상황에서 쓴 글씨였을 것이다. 또 누구도 믿지 말라는 소리는 둘 다 믿지 말란 소리였다.


“이거 뭐죠? 되돌아가란 소리와 벗어나란 소리가 둘 다 있어요. 누구도 믿지 말란 소리도 있어요. 누구에게 한 말일까요?”

“우릴 혼돈에 빠뜨리려고 한 장치가 아닐까?”

“갑자기 추워지고 있기도 해.”


바람이 느껴지지도 않은데 이들이 있는 곳은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인지 한기는 이들에게 더욱 파고들었다.


“바비, 이건 무슨 일이지?”


<경하 씨, 저의 전파도 방해를 받는 것 같아요. 여기가 한계선인가 봐요. 저는 비...사..앙..모...드..으..으..으..>


바비의 소리가 끊기면서 들렸다. 바비가 비상모드로 전환한다는 소리였다. 이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바비의 기능이 끊기면 이들은 갈 방향을 잃어야 된다는 말이었다.


삐-----


바비가 비상모드가 된다고 했는데 바비의 전원이 꺼졌다. 경하의 스마트워치가 암흑이 되었다. 바비가 밝혀주던 조명은 사라졌다. 지동일이 플래시를 다시 켰다. 벽면에 쓰인 글씨들은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린 함정에 빠진 걸까요? 분명 바비가 이쪽을 안내했으니 방향은 맞겠죠?”

“하지만 벽에 써 있잖아. 아무도 믿지 말라고.”

“그럼 당장 지동일 씨, 당신부터 믿으면 안 될 걸요.”

“믿으면 안될 사람이 왜 나야. 안지훈은?”

“믿어야 한다면 안지훈 씨를 믿겠죠.”

“하하, 고마워. 역시 경하 씨는 사람 볼 줄을 알아.”

“구해줘 봐야 소용없어. 목숨 걸고 구해줬더니 은혜를 잊어버리는 머리 검은 짐승 맞군.”


이들은 잠시 가벼운 이야기로 이 상황의 두려움을 덜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하고 어떤 상황을 믿어야 하는지 의심스러웠다.


“벽에 쓰여진 말이 각각 모두 다른데 아마도 둘은 진실이 아니고 하나는 진실일 거야.”

“어떻게 우리가 이 상항에서 진실을 알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판단하고 움직여야 될 상황이야. 무엇도 하지 않는다면 역시 위험에 빠질 거야.”


안지훈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을 하든 판단을 해서 움직여야 할 상황이었다.


“일단 가던 길로 계속 가야 할 것인지 되돌아가야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해요.”


경하가 물었다.


“난 계속 가야 한다고 생각해. 돌아가면 파라에게 붙잡히게 될 상황이야. 그리고 다시 백골이 있는 곳에서 숨이 막혀 죽게 될 거야. 그곳에서 다시 바비가 깨어나더라도 바비가 안내하는 길은 이 길일 테니까 다시 이 상항에 놓이게 되겠지.”

“그것은 나도 같은 의견이야. 되돌아가는 것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지동일과 안지훈은 계속 갈 것을 말했다.


“그럼 우린 계속 가는 것으로 정한 것이죠? 저도 계속 가는 것에 동의해요. 그런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도 믿지 말라는 말이에요. 이 말은 누구에게 한 말일까요?”


경하의 말에 지동일과 안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답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서일 수 있고 진정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느라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둘이 아무 말이 없이 생각에 잠기자 경하는 정말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은 누구이고 어떤 상황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혼돈을 주고 서로의 신뢰를 깨지게 하려는 술수로 적어놓은 글일 수 있어요.”

“맞아. 우리를 혼돈에 빠뜨리려고 쓴 글씨일 수 있어.”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우리를 믿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어? 일단 우리 여기서 살아 나가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일단 살아나가야 했다. 하지만 눈에 모이는 동굴은 어둡고 어두운 터널의 연속처럼 보였다.


“바비가 잊을 만큼 달려야 한다고 했어요. 일단 속도를 내서 앞으로 조금 더 달려 봐요.”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달려보자. 바비를 믿어보자.”

“추워. 추워서도 달려야겠어.”

“대신 발밑을 조심해. 경하 씨 준비됐지? 지훈, 괜찮아?”


지동일이 가자며 손을 앞으로 힘차게 내밀었다. 일단 앞으로 달려가야 할 상황이었다. 모두 앞으로 달렸다. 일단 달려가는 일만 할 수 있었지만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위로가 되었다. 무언가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었다.


“입김이 계속 나와요. 이렇게 추운 걸 보면 바깥이 가깝다는 의미일지 몰라요.”

“조, 조금만 쉬자.”


경하의 말에 안지훈이 가쁘게 숨을 쉬며 걸음을 잠시 늦췄다. 안지훈은 힘들어 보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파라다이스에서는 사람들이 달릴 일이 거의 없었다.


“쯔쯧, 평소 운동을 했어야지.”

“운동을 안 해도 기본 근육이 생성되는 세상인데 누가 운동을 해? 너처럼 이상한 녀석들이나 운동하는 거지.”

“하하, 이상한 녀석? 이상한 녀석이라면 장혁이지.”

“그런 쪽으로 장혁 만한 인물은 없지. 나도 인정.”

“참, 장혁은 지금 어디에서 눈이 벌개져 있을까? 우릴 못 잡아서 머리가 돌 지경일 텐데. 안 봐도 비디오야.”


모두들 숨을 고르며 걷고 있었다. 공기가 조금 더 차가워져 있었다.


‘바깥으로 나간다고 해도 안전한 걸까?’


“이곳을 지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고 했잖아요? 그럼 엑스트라에 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경고일까요?”

“그런데 우린 파라다이스에서 안전한 것처럼 보호받았지만 실제는 모두가 만들어진 안전이었잖아. 경하만 하더라도.”

“그건 저의 경우고, 두 분에겐 안전한 곳이 아니었던가요?”


경하의 말에 둘은 말이 없었다. 실제 그들은 파라다이스가 안전한 곳이었다. 파라다이스가 아닌 곳은 저주받은 공간이었다. 파라다이스는 특별히 선택된 자들이 살아가는 유토피아였다.


“두 분은 왜 저를 위해서 이렇게 위험한 일을 자처하신 거예요?”

“뭐, 뭐야? 의심해서 하는 소리야? 누구도 믿으면 안 된다는?”


지동일이 발끈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파라에게 반기를 드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두 분이 저에게 이렇게 하는 것은 납득이 좀 안 가요.”

“구해주고도 이런 소리 듣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번엔 안지훈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경하 씨를 사랑한다고 이해해줘.”


안지훈이 사랑 이야기를 꺼냈다.


“지훈, 우리가 경하 씨를 사랑해? 이거 보세요. 사랑하는 건 지동일. 그대는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해두자.”

“그 반대면 안 될까? 난 정의로움 말고 사랑을 하고 싶다. 아니, 아니. 넌 경찰이잖아. 정의로움이 어울리지. 사랑은 날 줘.”


‘뭐래? 사랑해서 위험을 무릅쓴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둘은 나를 사랑할 리가 없으니 둘 다 믿을 수 없다는 말일까? 아니지, 둘 다 나를 위로하려고 하는 소리일 수 있으니 둘 다 믿을 수 있다는 것인가?’


경하는 누구도 믿지 말라는 소리가 자꾸만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말은 누가 쓴 글씨였을까? 너무도 급하게 써놓은 글씨였어. 믿을 만한 글씨는 딱 그 글씨였어. 그리고 어디선가 본 듯한 글씨인 것도 같은데. 아닌가? 누구도 믿지 말라고?’


“경하, 둘 중 누구의 사랑이 믿을 만해?”

“그래, 누구?”


지동일과 안지훈이 누구의 사랑을 믿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누구도 믿지 마라. 모두가 함정이다!”




날 그냥 둘 수 없겠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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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화_누구도 믿지 마라 +1 21.09.13 178 9 9쪽
47 47화_1219구역(3) +1 21.09.11 253 9 8쪽
46 46화_1219구역(2) +2 21.09.10 229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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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_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일까 +1 21.08.30 319 14 9쪽
35 35화_차크 출동 직전, 파멍 +1 21.08.28 343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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