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眞펜릴 님의 서재입니다.

퓨전펑크에 드래곤으로 환생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眞펜릴
작품등록일 :
2024.05.16 12:02
최근연재일 :
2024.07.07 17:46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73,148
추천수 :
7,060
글자수 :
329,305

작성
24.06.11 08:10
조회
3,194
추천
156
글자
12쪽

첫 번째 직업 (4)

DUMMY

20. 첫 번째 직업 (4)




도착한 곳은 사방이 높은 담벼락으로 막혀 있고, 커다란 출입구에 선명하게 존재감을 발하는 보리이삭무늬의 로고와 회사 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었다.


[아우레우스]


아만다가 이 도시에 관해서 설명해줄 때 가장 먼저 꼽았던 메가코프, 도시의 식량을 통제하는 지배자의 이름이었다.


“아우레우스라, 금빛에 보리이삭? 풍요의 상징이군. 자신들이 누군지를 아주 직관적으로 보여주네?”


카펠은 그 간판과 로고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냥 이름만 들었을 때는 별 의미를 몰랐는데, 문자와 로고가 어우러진 그 모습에서 실질적 의미를 가진 강력한 힘의 여파가 느껴졌다.


도시를 지배하는 메가코프쯤 되면 회사 로고도 그냥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니 감탄을 참아내지 못했다.


듣고 있던 로이드가 잠깐 그런 카펠을 보며 눈을 반짝였는데 그건 보지 못했다.


잠깐 사이에 카펠의 관심은 간판을 지나 간판 아래의 문을 통과하고 있는 다 똑같아 보이는 그 익숙한 유니폼을 입은 많은 사람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모두 카펠이 따라온 로이드의 일행과 같은 건설노동자는 확실히 아니었다. 느낌이 달랐다.


안으로 들어서자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광경이 보였다.


카펠은 로고를 보고 느낀 만큼 이상으로 더 감탄했다.


기차역 주변이 꽤 초라해 보이던 것과 달리 안은 완전히 달랐다.


금속제의 곡물 사일로들이 수도 없이 늘어서 있고, 트럭 서너 대가 동시에 출입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문을 가진 어마어마하게 큰 창고도 눈에 보이는 것만 열 개가 넘었다.


수백이 넘어 보이는 사람들과 수십의 트럭들은 바쁘게 오고 가고 있었고, 그 트럭마다 가득 실려 있는 포대들이 무엇일지는 굳이 확인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우레우스]가 식량의 통제자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는 광경이었으며, 도시의 마천루들만큼이나 굉장한 장관이었다.


카펠이 멍하니 굳어 있자 루이스가 슬쩍 한마디 했다.


“굉장하지? 너희 고향에서는 이런 건 아마 상상도 못 해 봤을걸?”


루이스가 살짝 우쭐거리며 말을 걸었다. 열차에서 카펠과의 대화로 기가 살짝 죽어 있던 것을 만회하려는 그 태도에 카펠은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굉장하네요. 확실히 상상 이상이에요.”


전생에는 이런 정도야 숱하게 봤지만, 이 세상에서 보게 되니 꽤 놀랍기는 했다. 거기에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그 하수도에서는 이런 세상은 확실히 상상 못하고 있는 것도 맞기는 했다.


카펠이 순순히 나오자 루이스는 히죽거리면서 잠시 더 카펠이 구경에 빠져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 틈에 카펠은 루이스가 전혀 생각도 못 한 것을 보고 있었지만.


‘빙고! 정말 있네?’

이 많은 사람 중에서 고작 2명뿐이었지만, 확실했다.


지하에서 우연히 만나 자신에게 권총과 현금을 드랍해 주었던 그 괴물들처럼 슬쩍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역겨움을 참아내기 어려울 정도인 그런 존재들이 확실히 보였다.


저 둘이 틀림없이 그들과 관련된 자들이라는 직감이 너무도 선명해서 이건 아닐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기대하는 바가 있었던 카펠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일단 끈을 발견했으니 준비를 갖추고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추격하면서 배후를 수색해보면 될 일이었다.


저들이 [아우레우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우레우스]가 그 일에 관련된 것인지 그 부분을 추격해보는 일이 무척 흥미로울 것 같았다.


노릴 수 있을 수많은 목표 중에서 굳이 그들을 노리는 이유도 있었다.


일단 이미 그들을 처리해도 되는 정당성을 확인한 자들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카펠이 아만다를 만나기도 전에 생에 진짜로 처음 만난 자들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처음 먹은 음식, 처음 대화를 나눈 사람, 처음 허락받아 불러온 이름조차도 그렇게 큰 운명적 의미가 있는데, 처음 죽인 몬스터와 처음 처리하고 받은 카르마의 보상에 의미가 없을 리가 없지.’


카펠은 두 사람의 외모와 느낌 그리고 그 외에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억해두었다.


그러느라고 잠시 지체한 것은 루이스가 대신 뒤집어써 주었다.


“뭐 하는 거냐 막내!”


둘이 같이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자 처음인 카펠보다 경력자인 루이스가 더 혼나는 것이 당연했다.


“네. 갑니다! 가자, 꼬마야.”


루이스는 카펠을 탓하지 않고 얼른 챙겨서 일행을 뒤따랐다.


확실히 나쁜 사람은 아닌 듯했다.


로이드가 자신을 시험해 본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일행으로 일하면서 성격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일원이 있기가 더 어려워 보였다.


새삼 아만다가 정말 아무나 소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했다.


그리고 그런 아만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로 해 준 간단해 보이던 소개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곧 알게 되었다.



*****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근태를 확인하기 위한 출근 기록을 작성해야 했다.


사무원으로 일하는 여직원들은 기억력이 굉장히 특별한 것인지, 따로 물어보지도 않은 채로 얼굴만 보고도 이름과 그들의 코드 넘버를 기록하고 있었다.


카펠의 신입이라는 것도 얼굴만 힐끔 보고는 알아챘다.


“신입이네요? 팀장님 팀원인가요? 코드 넘버는요?”


“없어. 진짜 신삥이야.”


“그럼 임시 코드 발급하실 건가요? 보증금 2천 셸은 누가 내는 건가요?”


카펠은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보증금 필요하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정식 코드로 발급해줘.”


“경력과 신분 증명이 없는 신입의 정식 코드 발급 보증금이 십만 셸이라는 것은 알고 하시는 말씀이시죠? 그런 돈 있으셨어요?”


상상 초월한 금액에 카펠이 정말 움찔했다. 십만 셸이면 아직은 카펠이 감당할만한 금액이 아니었다.


“당연히 없지. 그 정도 저금이 있을 리가 있나. 물론 얘도 없어. 그런 돈 있으면 여기 일하러 올 리가 없지.”


“그러면요?”


“내 이름으로 보증 넣을 거야.”


“진심이세요?”


사무원의 목소리가 뾰족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리고 로이드와 카펠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한번 말렸다.


“다들 차라리 십만 셸을 쓰고 말지 보증은 잘 안 쓰는 건 아시는 거죠? 자식도 아닌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일이에요?”


듣고 있던 카펠이 오히려 사양하고 싶어지는 소리였다. 하지만 로이드는 여전히 담담했다.


“알아, 그냥 해줘.”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짓던 여직원은 로이드가 다시 한번 요청하자 놀라울 정도로 단번에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와서는 시큰둥하게 넘어갔다.


“뭐 본인 요청이니까 내가 알 바가 아니긴 하네요. 자격은 문제없으세요. 일단 임시 코드 드릴게요. 준비해둘 테니까, 이따 점심시간 끝나고 들리세요. 그래서 거기 꼬마 이름은 뭐지?”


카펠은 왜 다들 자기를 꼬마라고 부르는지 약간 의아함을 느끼며 얌전히 대답했다.


“카펠입니다.”


그걸로 일단 접수는 끝났다.


물론 일이 전부 끝난 것은 아니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본 많은 사람의 시선들이 로이드와 카펠을 향했다. 특히나 로이드의 일행들이 가장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나는 그 고생하면서 거의 7년이나 걸렸는데.”


루이스가 투덜거리는 소리에 뭐라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다들 살짝 질투나 서운함 정도는 느끼는 모습이었다.


카펠은 당연히 왜 로이드가 이렇게 과하게 나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이야기를 무시하고 한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주시길 바란 것은 아닌데요.”


일행을 데리고 자신이 작업해야 할 곳으로 향하던 로이드는 근처에 팀원 외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타박하지 않고 대답해주었다.


“예전에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아만다의 소개로 나를 맡아주셨던 카도쉬님에게 나도 똑같이 물었었지. 처음 보는 꼬맹이를 맡아준 것만으로 충분한데, 굳이 이름까지 걸어주실 필요가 있냐고.”


“팀장님이 들으신 대답은 뭐였나요?”


“아만다가 부탁한 거니까. 그래서 나도 답은 똑같아. 아만다가 부탁한 거니까.”


카펠은 좀 질려버리는 기분이었다.


“아만다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했는데.”


“부담되었으면 건축업 말고 도축장이나 통조림 공장 선택했어야지. 그쪽은 따로 보증 없어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까.”


“뭔가 다른 건가요?”


“여기서 발급받는 건 [아우레우스]의 코드니까. 그것도 하청회사나 협력회사도 아니고 직계회사에서 발급받는 거다. 같은 정식 코드라고 해도 수준이 완전히 다르지. 도시 라인 안쪽만 아니라면 어디서라도 통한다.”


부담감이 배가 된다.


딱히 먼저 요청한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과도하게 베푸는 호의가 오히려 거북스럽게 여겨진다. 그냥 받고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카르마의 공정거래가 반응하는 느낌은 딱히 없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또 별개였다.


로이드도 그런 카펠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자신도 예전에 그랬으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싫었으면 애초에 도축장이나 통조림 공장 골랐어야지. 이미 늦었어.”


로이드가 오늘 카펠을 만나고 처음으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로이드도 노리는 바가 아무것도 없이 이런 호의를 베푼 것은 아니었다.


카펠은 일단 매우 곱고 귀해 보이는 외모의 미소년이었다. 그래서 다들 그를 꼬맹이라고 부르는 것이었고, 그를 본 그 누구도 카펠이 어딘가의 농부나 하층 노동자의 자식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거기에 기차 안에서 루이스를 통해 도발해본 것은 열 받으면 총을 휘두르는지 성격을 테스트하기 위함이 맞았지만, 로이드는 그 와중에 평범한 노동자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위엄과 품위도 분명하게 느꼈다.


그리고 카펠이 [아우레우스]의 간판을 읽고 해석을 한 것이 다시 한번 방아쇠가 되었다.


사람들은 다들 [아우레우스]의 간판을 읽을 수 있지만, 그건 [아우레우스]의 간판에 쓰인 글자를 읽을 줄 아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유명한 그 글자를 문양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 글자는 일반인들은 평생 볼 일 없는 고대 문자로, 진짜 상류층이나 일부 마법사만 익히는 문자라는 것을 로이드는 알고 있었다.


이런 아이라면 선대가 그리고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어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일 잘하고 유능한 건축업자 수준인, 고작해야 작은 집 정도만 책임질 수 있는 허울뿐인 건축가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거대 빌딩을 설계하고 건설을 책임지는 진짜 건축가가.


그래서 말했다.


“넌 이제 건축가다. 앞으로 평생. 내 신뢰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했으니 계약취소는 안 받아 줄 거다.”


진심을 담기는 했지만 반쯤은 농담이었던 로이드의 선언이었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카펠에게는 아니었다.


‘어라?’


순간 로이드에게서 느껴지는 운명의 연결이 아만다만큼이나 강렬하게 느껴졌다.


이 세계에 그를 묶어주는 인과가 하나의 단계를 확실히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리고 어머니의 기록 중에서도 잠겨져 있던 부분도 하나 열렸다.


드래곤의 가져야 하는 영역, 레어는 그냥 집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장기간의 동면이 필요한 자기를 보호하는 방패이자, 성장을 함께하는 동반자이고, 종국에는 신격에 이르는 주인과 함께 하나의 세계가 되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드래곤이 성장을 위해 선택하는 수많은 길 중에서 그 길도 분명하게 존재했다.


그리고 로이드가 뜻하지 않게 그의 신뢰를 지불하고 선언하고, 세계가 카펠에게 그게 카펠에게 이득이 되는 정당한 거래임이 받아들여 버렸다.


카펠은 이제 건축가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그걸 기념이라도 하듯이 건축과 관련된 감각과 권능과 마법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퓨전펑크에 드래곤으로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도움을 주신 분들입니다. (2024.07.06 갱신) 24.06.24 180 0 -
공지 연재 시간은 오후 7시입니다. +2 24.06.24 1,500 0 -
50 행방불명 (5) NEW +8 6시간 전 621 58 19쪽
49 행방불명 (4) +12 24.07.06 1,369 99 15쪽
48 행방불명 (3) +7 24.07.05 1,644 102 14쪽
47 행방불명 (2) +5 24.07.04 1,895 96 15쪽
46 행방불명 (1) +7 24.07.03 2,045 111 15쪽
45 레일라 +13 24.07.02 2,109 138 18쪽
44 첫 일확천금 +16 24.07.01 2,170 137 15쪽
43 강습 (3) +10 24.06.30 2,301 129 15쪽
42 강습 (2) +15 24.06.29 2,333 142 14쪽
41 강습 (1) +5 24.06.28 2,523 121 18쪽
40 관심의 척도 (2) +17 24.06.27 2,451 152 15쪽
39 관심의 척도 (1) +15 24.06.27 2,484 160 16쪽
38 주말의 시장 나들이 +7 24.06.26 2,551 121 16쪽
37 마무리 (4) +9 24.06.25 2,626 128 17쪽
36 마무리 (3) +14 24.06.24 2,562 148 13쪽
35 마무리 (2) +10 24.06.23 2,610 146 17쪽
34 마무리 (1) +10 24.06.22 2,655 120 15쪽
33 마법과 건축 (4) +8 24.06.21 2,698 121 15쪽
32 마법과 건축 (3) +6 24.06.20 2,700 128 15쪽
31 마법과 건축 (2) +12 24.06.19 2,703 140 15쪽
30 마법과 건축 (1) +11 24.06.18 2,775 153 14쪽
29 다시 하수도 (2) +12 24.06.17 2,793 130 16쪽
28 다시 하수도 (1) +8 24.06.16 2,801 130 14쪽
27 재진입 +9 24.06.16 2,898 125 17쪽
26 비정규 계약직 (3) +17 24.06.15 2,856 131 14쪽
25 비정규 계약직 (2) +8 24.06.14 2,936 128 15쪽
24 비정규 계약직 (1) +14 24.06.14 3,008 137 14쪽
23 첫 번째 직업 (7) +12 24.06.13 3,051 138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