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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펜릴 님의 서재입니다.

퓨전펑크에 드래곤으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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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펜릴
작품등록일 :
2024.05.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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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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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재진입

DUMMY

27. 재진입




“이걸 남겨주지. 아만다는 눈치채지 못할 거다.”


버밀리언이 카펠의 침상 위에 잠든 카펠 모양의 환상을 만들었다.


카펠은 버밀리언이 아주 간단하게 고도의 환상 마법을 썼다는 것보다 그가 존댓말을 때려치웠다는 것과 아만다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점이 신경 쓰였다.


한마디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싶어 고민하는데 버밀리언이 먼저 선수를 쳤다.


“하필 내가 여기 있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그녀가 이 마을 만들면서 필요했던 자금은 누가 지원했을까? 과연 이 집과 저 가게가 온전히 그녀의 소유일까?”


은행가의 자본주의적 압박에 카펠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쓸데없는 생각 할 시간에 세상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하라는 배려다.”


그 후 버밀리언은 따라오라는 말도 따로 없이 지붕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눈에는 보여도 기척이나 기타 감각에 느껴지는 것이 없는 그의 뒤를 쫓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일단 혹시 모르니 드래곤의 비행 권능이 육체를 보조해주는 것을 억제하고 오직 육체 능력만으로 뛰어서 쫓았다.


안 쓰던 능력을 갑자기 써서 그런지 오러 활용 능력의 향상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달리는 내내 앞만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카펠의 변화를 느낀 버밀리언이 물었다.


“특기가 오러인가?”


카펠은 아주 잠시 고민했다.


자신의 특기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일단 자신이 건축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직업이지.’


아만다에게는 싸이커라고 대답했다. 그게 자신의 재능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도 그렇게 대답해야 할까?


카펠은 아만다와 프리츠가 아는 자신과 로이드, 올가, 제인이 아는 자신 그리고 이 버밀리언 앞에서의 자신을 분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재능을 타고난 것은 아니지만, 혈통으로 물려받은 거니까.


“특기는 마법입니다.”


버밀리언이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마법서도 없고 지팡이도 없고 시약도 없고 눈에 띄는 아이템도 없어 보이는 오러를 쓰는 마법사라. 흠. 기본 장비 중에 마법사용 장비 챙겨왔나 모르겠군.”


거짓말을 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고 카펠의 현 상황이 굉장히 수상하다고 느끼는 느낌이었다.


카펠은 모른척했다.


아는 척 해봐야 대답할 말만 궁할 뿐이다.


그래도 조금 걱정은 되었다.


‘저 정도 거물이 뒤지기 시작하면 뒤가 좀 많이 불안한데. 결국 문제는 저건가?’


카펠이 슬쩍 [눈]을 바라보았다. 버밀리언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주시자]와 관계된 것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가능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려고 했다.


그걸 위해 무려 일당제 건축 노동자 일까지 나가기로 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오늘 내내 상황이 왜 이 지경인지 참 답답했다.


그리고 그 답답함은 버밀리언을 따라 도착한 목적지에서 점점 더해갔다.



*****



지붕 위로만 뛰어서 이동하던 버밀리언과 카펠이었지만, 더 이상 뛰어다닐 지붕이 없어진 후에는 땅으로 내려 올 수 밖에 없었다.


높은 담장과 두꺼운 철문이 보이고, 그 주변은 꽤 넓은 범위가 텅 비어 있었다.


주변에 주거 구역이나 상가 구역이 교차하는 지역이며, 기차역에서도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어서 이렇게 텅비어 있다는 것이 꽤 이상한 느낌인 장소이기도 했다.


담장이 높기는 해도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지 않은데, 버밀리언은 얌전하게 문으로 향했다.


그 철문을 열기 전에 카펠이 외쳤다.


“잠깐만요!”


“왜?”


“안에 사람들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동료인가요?”


“흠, 일단은 이번 일에 한해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


“서로 정체와 신분을 공개해야 하는 사이인가요?”


“그건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작전 중에는 서로 가명으로 부르고, 평상시에 우연히 마주쳐도 모르는 사람인 대하는 것이 규칙이기는 하지. 일단은 비밀부대니까. 사실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그럼, 잠시만요.”


카펠은 상의의 목 부분을 붙잡아 늘려서 앞쪽은 눈 밑을 다 가려버리는 마스크로 만들고, 뒤쪽은 깊게 눌러 쓸 수 있는 후드로 만들어 덮어썼다.


그걸로 눈 말고는 얼굴과 머리 전체를 가렸고, 눈도 후드의 그림자 속에 숨겼다.


카펠의 옷이 폴리모프의 과정에서 카펠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진 가죽과 비늘의 변형인 덕분에 이런 식으로 모양을 바꾸는 것이 쉽게 가능했다.


‘외모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옷이나 신발 같은 몸 밖의 구성품이 된 부분과 달리 육체에 속하는 부분은 값이 고정되어 있어서 카펠의 맘대로 변형이 불가능했다. 최소 지금은.


버밀리언은 당연하게도 그런 카펠의 모습을 굉장히 수상쩍게 여겼다.


무려 주시자의 후예인 그의 눈으로도 알지 못할 정도라면 신격이나 초월자의 유물인 아티팩트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그런 물건을 소유하고 있고, 사용할 줄 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매우 위험하고 의심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단지, 원래부터 수상하다는 것 알고 붙잡아온 인물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지금은 당장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카펠에 대한 조사는 앞으로 천천히 진행할 예정이었다.


“준비 끝났나? 그럼 들어가자.”


“네 알겠습니다.”


카펠의 대답에 버밀리언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목소리를 바꾼 것은 상관없는데, 바뀐 목소리가 어쩐지 자신의 것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카펠이 그의 목소리를 참고해서 바꾼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따지기에는 애매한 일이기는 했다.


맘에 안 들었지만, 버밀리언은 나중을 기약하며 철문을 열었다.


열린 철문을 안쪽에 보인 광경에 카펠은 기시감을 느꼈다.


우선 사람들이 보인다.


일부는 버밀리언처럼 양복쟁이였다. 한쪽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머지는 누가 봐도 싸우기 위해 준비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카펠은 처음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모습이 너무 익숙했다.


8명.


대부분 중요 부분을 금속으로 보강한 전신 방탄복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다.


전원이 총기로 무장했고, 샷건 혹은 라이플과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탄환의 구경이나 무기 자체의 크기가 지나치게 컸다. 절대 사람 잡자고 사용하는 총들은 아니었다.


그중 3명의 앞에는 커다란 방패가 놓여 있다.


크고 두꺼워서 사람이 들을 만한 물건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사각 방패들이었다. 다행히 방패 주인들의 체격과 근육을 보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2명은 조금 가벼운 옷차림이다.


대신 한 명은 허리에 검을 차고 있고, 다른 한 명은 버밀리언의 것과 비슷하지만 말머리 대신 꽃봉오리 모양의 장식이 달린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카펠의 눈길을 끈 부분은 그 둘이 여자라는 점이 아니라, 그 두 여자가 장비한 권총이었다.


다들 주 무장 외에 권총을 기본적으로 장비하고 있었지만, 그녀들의 권총은 유난히 크기가 크고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3명의 방패병, 5명의 총병,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경무장이며 특별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2명.


이건 카펠이 못 알아볼 수가 없는 구성이었다.


이 땅에 태어나 처음으로 몬스터를 사냥한 다음, 처음으로 상대방에게 거리낌을 느끼고 후퇴해야 했던 바로 그 조합이니까!


물론 이들은 그때 그들은 아니었다. 그 정도는 느낌으로 구별이 된다.


그 대신 익숙한 다른 것이 있었다.


공터의 중앙, 회색 바위 벽돌로 만들어진 작은 건물에 달린 철문 너머에서 익숙하고도 익숙한 하수도의 그 질척거리는 악의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이쪽으로.”


카펠이 머뭇거리자 버밀리언이 재촉했다.


그가 카펠을 데려간 곳은 눈에 익은 화물차를 이용해서 만든 일종의 이동형 창고였다. 안쪽에는 밖에 있는 전투 팀원들이 가지고 있던 것들과 비슷한 장비들과 각종 탄약과 소모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오늘 필요한 기본적 장비는 여기서 챙겨주지. 일단 전투복은 본인 것이면 충분한가?”


“아니요, 이거 쓰겠습니다.”


카펠은 비슷비슷해 보이는 것 중에서 제일 높은 마력을 띄고 있는 방탄복을 골랐다.


“마법 쓰는데 불편할텐데?”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말이 되나?”


이번에는 버밀리언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재확인했다.


마법사는 단순히 입만 놀려서 마법을 발동시키는 것이 아니다.


발동되는 마법에 걸맞은 제물인 시약을 쓰거나, 온몸을 정해진 법칙에 따라 정밀하게 움직여서 마법 발동에 필요한 마나의 흐름을 유도하는 수인(手印)을 맺어야 한다.


그리고 방탄복은 명백하게 수인(手印)을 맺는 동작에 방해가 된다.


이걸 극복하려면 사용할 예정인 모든 마법의 시약을 준비하거나, 고위의 마법사가 압도적인 마력으로 밀어붙여 하위 마법을 쓰거나, 아니면 다른 한 가지뿐이었다.


선천적으로 마법을 타고 태어나기 때문에, 따로 공부하거나 시약을 쓰거나 수인을 맺을 필요도 없이 모든 마법을 자기 자신의 정신력과 마나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서러’인 경우.


“너 설마, 소서러냐?”


“네.”


정확하게 말하자면 드래곤의 용언 능력인데, 애초에 용언 자체가 선천 마법이라는 점에서 소서러의 정점으로 여겨지니 거짓말은 아니다.


“그런가? 그럼 상관없겠지.”


마법사의 재능을 타고난 자가 천명 있을 때, 그중 한 명은 있을까 말까 해도 두 명은 절대 없다는 것이 소서러다.


그렇게 특이하고 희귀한 능력자이지만 버밀리언은 놀라지도 않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 정도 되니까 그 분이 지목하신 거겠지.’


카펠은 방탄복에 이어 총기류도 살피다가 권총만 하나 챙겼다.


“샷건 이나 라이플은?”


“써본 적 없는 모델들이에요. 실전에 그런 물건을 들고 갈 수는 없죠.”


“작전 끝나면 종류별로 탄약이랑 같이 챙겨주지. 미리 연습해둬라.”


“필요하면 직접 사서 쓰겠습니다.”


“이거 민수시장 금수품이다.”


“끝나고 이야기하죠.”


약간 탐나기는 하지만, 나중에 또 이 일 하겠다는 확신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지팡이는 필요 없나? 아무리 소서러라고 해도 지팡이는 있어야 할 텐데?”


없어도 상관없는데, 그렇게까지 많이 보여주는 것은 좀 위험할 듯했다.


“필요합니다.”


“이쪽이다.”


버밀리언이 가리키는 곳에는 그가 들고 있는 것과 유사하지만 질은 확 떨어지는 마법 지팡이가 몇 개 있었다.


대신 다른 특이한 물건하나가 카펠의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뭐죠?”


생긴 것은 공사장에서 말뚝을 박거나 벽을 부술 때 쓰는 슬레지해머와 닮아 있었다. 하지만 크기가 더 작았고, 자루의 끝부분은 흔히 빠루 혹은 노루발이라고 불리는 크로우바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도어브리칭 해머군.”


건물 침투나 강습 시에 문이나 벽을 부수는 용도로 사용하는 해머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물어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거 아무리 봐도 엄청 비싼 고강도 고마력 금속을 쓴 것 같은데요? 저쪽 지팡이들보다 이게 훨씬 비싼 물건 아닌가요?”


버밀리언이 드물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래처에 무슨 생각으로 만든 물건인지 모르겠는데, 이걸 누가 쓰나? 도어브리칭 해머는 유사시에 가장 먼저 유기하는 1회용 장비에 가까운데, 이건 네 말대로 어지간한 마법사용 지팡이보다 고가의 물건이다. 아무리 우리라도 이런 걸 1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것은 감당이 안 돼.”


“쓰는 사람 없으면 제가 쓰죠.”


카펠은 이 해머에서 영혼의 끌림을 느꼈다.


버밀리언은 말리지 않고 한마디만 했다.


“이거 잃어버리고 오면 네 보수에서 5만 셸 차감할 거다.”


“장비 일체 무료 제공 아니었나요?”


“필요한 장비만. 설마 이게 너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장비라고 주장할 생각이냐? 그리고 5만 셸이면 반값이야.”


카펠은 필수라고 생각했지만, 버밀리언은 자극하고 싶지 않아 침묵했다.


더럽게 비싼 물건이라는 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잃어버리지 않으면 상관없지.’


그 이후로 탄창과 식량, 물통, 플래시 등 자잘한 장비들과 소모품들을 두루 챙기는 것으로 준비를 끝마쳤다.


말없이 지켜보던 버밀리언은 카펠이 보통은 잘 모르는 작전 시의 필수품들을 능숙하게 챙기는 것을 보며 카펠에 대한 의심을 조금 더 늘렸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카펠이 밖으로 나오자 지금껏 별 관심 없이 그를 바라보던 전투팀 멤버들의 표정이 대번에 굳었다.


그들은 원래 카펠이 버밀리언의 은행 직원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왜소해 보이는 체구의 카펠이 버밀리언을 따라 돌아다니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양복쟁이들의 일은 자신들이 알 바가 아니니까.


하지만 카펠의 전투복에 등 뒤에 커다랗게 붙어 있는 K-9이라는 이름표는, 그들 팀의 9번째 멤버라는 뜻이었다.


소란이 일기 전에 버밀리언이 먼저 말했다.


“신입이다. 다른 팀에서 파견이나 전출 나온 것 아니고, 오늘 막 잡아 온 신규 멤버다. 당연히 경험도 없다. 작전 중에는 그 부분 주의하도록.”


팀원들은 그 설명에 더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따로 항의하거나 따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버밀리언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하는 태도였다.


카펠은 자신이 좀 만만하게 대했던 버밀리언이 확실히 대하기 어려운 높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내가 원해서 꽂은 거 아니고 저분이 지목하신 것이니 불만이나 분란 없이 함께 임무에 집중하도록.”


버밀리언의 손이 [눈]을 슬쩍 가리켰고, 팀원들은 그 손길을 따라 잠시 고개를 돌렸다가 놀라서 재빨리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걸로 확실하게 불만의 기색은 완벽하게 사라졌다.


버밀리언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눈]의 일은 감히 거론할 것이 못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와 무관하게 함께 목숨 걸고 일해야 하는 처지인 카펠은 조금은 자신에 대해 어필할 필요성을 느꼈다.


“K9입니다. 소서러이고, 일단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은 실드와 상처치료, 체력회복, 시력향상, 근력강화, 순발력상승 등입니다. 대인전 전투 경험도 있으니 짐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잘 부탁합니다.”


다들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일부는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분위기 괜찮다고 판단한 버밀리언은 이야기를 끝냈다.


“자, 다들 이해했으면 이제 작전 시작한다. 저 친구 데려오느라고 너무 늦었어. 서둘러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일렬로 섰다.


카펠은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여기서 딴소리할 상황도 아니라서 눈치껏 대형에 끼어들었다. 일단 제일 뒤에 붙었더니 여성 둘이 자신들의 앞으로 끼워 넣었다. 전체 라인의 7번째 자리였다.


그러는 사이 양복쟁이 중 일부가 특별한 마력이 깃든 램프를 가져와 문 주변에 여러 개를 배치했다.


그다음 철문의 손잡이는 버밀리언이 잡았다.


“준비되었나? 좋아, 개방!”


쿠쿠쿠쿠쿵.


고작 하수도 출입문치고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안쪽으로 밀리면서 열렸다. 하지만 그 소리도 열린 철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끔찍함에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서둘러라, 진입!”


버밀리언의 명령이 떨어지자 제일 선두의 멤버 K-6가 복창했다.


“진입!”


그리고 한 손에는 방패를 한 손에는 램프를 든 그가 안으로 뛰어듦과 동시에 나머지 일행도 연달아 그의 뒤를 따랐다.


카펠도 앞 사람의 속도에 맞춰 움직였다.


문을 넘어서자마자 바로 앞에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고, 팀원들은 이미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제일 뒤에서 검을 차고 있던 K-1이 진입을 마치자 다시 버밀리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입 완료. 행운을 빈다. 살아서 보자. 폐쇄!”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그리고 닫힌 문 안쪽에는 문을 잡아 당길수 있는 손잡이가 없었다.


퇴로가 차단되었다.


카펠은 한 가지를 떠올렸다.


버밀리언은 이 작전이 성공하면 얼마나 벌 수 있는지는 말해줬지만, 이 작전이 실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진다거나, 작전 중에 보통 얼마나 인명 피해를 당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쯧쯧. 역시 전형적인 모집 사기꾼 맞군.’


새삼 놀라지는 않았다.


전생의 용병 생활 중에 안전한 고수익의 일이라고 말하면서 사람을 사지에 던져 넣는 중개인은 한둘이 아니었다.


걱정하지도 않았다.


하수도에 들어오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여기가 끔찍하고 악의적이며 자신에게 해로운 곳이기는 하지만, 대신 그만큼 자신이 강해지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마력과 권능이 폴리모프 전 드래곤의 상태일 때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증폭되고 있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위험할 일은 전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예감할 수 있었다.


‘든든한데?’


함께 들어온 오늘 처음 본 팀원들의 존재가 특히 그렇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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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강습 (3) +10 24.06.30 2,299 129 15쪽
42 강습 (2) +15 24.06.29 2,332 142 14쪽
41 강습 (1) +5 24.06.28 2,520 121 18쪽
40 관심의 척도 (2) +17 24.06.27 2,448 152 15쪽
39 관심의 척도 (1) +15 24.06.27 2,482 160 16쪽
38 주말의 시장 나들이 +7 24.06.26 2,550 121 16쪽
37 마무리 (4) +9 24.06.25 2,620 128 17쪽
36 마무리 (3) +14 24.06.24 2,556 148 13쪽
35 마무리 (2) +10 24.06.23 2,605 146 17쪽
34 마무리 (1) +10 24.06.22 2,650 120 15쪽
33 마법과 건축 (4) +8 24.06.21 2,694 121 15쪽
32 마법과 건축 (3) +6 24.06.20 2,697 128 15쪽
31 마법과 건축 (2) +12 24.06.19 2,702 140 15쪽
30 마법과 건축 (1) +11 24.06.18 2,770 15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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