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眞펜릴 님의 서재입니다.

퓨전펑크에 드래곤으로 환생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眞펜릴
작품등록일 :
2024.05.16 12:02
최근연재일 :
2024.07.07 17:46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73,108
추천수 :
7,060
글자수 :
329,305

작성
24.07.02 19:01
조회
2,107
추천
138
글자
18쪽

레일라

DUMMY

45. 레일라




버밀리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라서 책임자로 얼굴을 비추지 않을 수도 없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곳에서 피어오른 연기에 화재를 의심한 주민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그들은 화재가 아니라는 것에 안심하는 대신 지하실의 존재와 거기에 있는 오염물질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걸 하수도로 착각해 버렸다.


마침 인근 주민들 외에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은행 지점 경비대 소속의 버밀리언 부하들과 지역 자경단들이 상황을 통제했으니 다행이었다.


제때 통제가 되지 않았다면, 지역 전체에 하수도가 폭발했다는 유언비어가 퍼져나가 대 혼란이 벌어질 뻔했다.


한참 N-29의 공인 지역 승격을 추진 중인 버밀리언에게 꽤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게 정말 고의가 아니라 부주의라고 정말 확신하는 겁니까, 레일라?”


수당으로 장난친 자신에게 카펠이 보복하는 것이 아닌지 여전히 의심스러웠다.


“전혀요. 진짜 그럴 생각이었다면 여기에 슬러지로 범벅된 시체라도 하나 남겨뒀겠죠. 그럼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걸요?”


버밀리언은 인정했다. 오염물 슬러지 묻은 시체라도 있었으면, 하수도의 괴물이 지상에 올라왔다고 착각하는 사람까지 나왔을 것이다.


그랬으면 부하들과 자경단들이 소문을 이 정도로 제어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터였다.


“사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오염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거죠?”


“잘 몰라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기는 한데, 사실 좀 수상하기는 하죠. 상식은 부족한데, 전투는 매우 익숙하니까요.”


버밀리언의 표정이 조금 차가워졌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아주 전형적인 북방 제국의 첩자가 맞는데 말입니다.”


버밀리언은 카펠이 하수도에서 보인 모습에서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어서 부하들을 시켜서 열심히 뒷조사 중이었다.


북방 제국은 [더 시티]의 북부에 존재하는 오랜 역사의 초거대 제국이었다.


인구 영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초월자의 수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국력을 자랑하는 세계 최강의 단일 세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북방 제국은 최근 100여 년간 다른 세력들에 비해서 산업 발전에 뒤처지고 있었다.


아직은 괜찮지만, 이대로 가면 결과가 좋을리 없다는 것을 누구도 모를 수 없을 정도였다.


그 결과 북방 제국에서는 산업 기술 탈취나 사보타주를 위해서 첩자라는 이름의 테러리스트를 [더 시티]에 주기적으로 파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파견되는 이들에게는 아주 전형적인 특징이 있었다.


임무 수행을 위한 침투 혹은 암살 등의 전문 능력은 출중하게 갖추었으나, 역사나 사회에 대한 상식이나 도덕성 부분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었다.


인간이 아니라 병기로 만들어서 쉽게 쓰고 쉽게 버리기 위함이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그런 면에서 카펠은 북방 제국의 첩자가 아닌지 여러모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조사로는 나온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강력한 반대 증거만 하나 튀어나왔다.


레일라가 그 부분을 언급했다.


“하지만, 북방 제국의 보안청이나 안전국에서 파견한 첩자라면 [아우레우스]님이 직접 계약까지 하셨을 리가 없죠.”


“그게 문제이기는 하죠.”


메가코프 [아우레우스]가 발행하는 신분증인 코드 넘버를 무려 [아우레우스]와의 직접 계약으로 취득한 것이 너무 컸다.


[아우레우스]는 전반적으로 북방 제국과 사이가 나쁜 [더 시티]의 절대자 중에서도 특히나 북방 제국을 가장 증오하는 절대자였다.


카펠이 북방 제국 관계자라면 절대 계약을 맺었을 리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카펠을 첩자로 몰면 [아우레우스]의 판단력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것이 된다.


버밀리언이 아무리 [주시자]의 직계라도 그건 감당 못 할 일이었다.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처지일 때는 특히 더 그랬다.


그래도 버밀리언이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소서러이지 않습니까. 그건 정말 북방 제국의 유서 깊은 전통 가문들처럼 고대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상간도 마다하지 않는 곳에서나 가끔 태어나는 돌연변이란 말입니다.”


이러나 저라나 버밀리언은 카펠이 북방 제국의 관계자라는 의심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그럼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요? 무려 북방 제국에서도 희귀한 인재를 우리가 차지하는 것인데.”


버밀리언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처지인지라, 적성국에 가까운 북방 제국과의 사소한 연결도 다 꺼림직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마법사인 레일라는 그런 버밀리언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정치적 입장은 이해하지만, 굳이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그런 두 사람의 견해 차이가 결국 결론으로 이어졌다.


“카펠을 맡기로 한 레일라의 생각이 그렇다면 큰 문제는 아니겠지요. 부디 상식 교육 좀 잘 부탁하겠습니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 첩자였어도, 최소한 지금 일 끝나실 때까지는 들키지 않게 주의시키죠.”


그렇게 카펠을 신경 쓰기에는 정치적 부담감이 큰 버밀리언 대신, 소서서라는 희귀한 조건과 카펠 그 자체에 호기심을 느낀 레일라가 카펠의 관리 책임을 맡기로 결정되었다.


[주시자]가 자기에게 맡긴 임무를 레일라에게 다시 맡기면서도 버밀리언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청받은 업무를 전문가에게 다시 하청업무로 맡기는 일은 이 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이었으니까.


그 과정에서 카펠을 위한 덤도 있었다.


“아, 그래서 수당은 정말 한 달 후에 주실 건가요? 그거 관련해서 생기는 불만까지는 제가 제어 못 할 것 같은데요?”


“일단 보고서 기준으로 선지급하지요. 상세한 오차는 다음 기회에 처리하면 되겠지요.”


“네, 그리고 케이트가 이야기했다고 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카이버 컴퍼니의 슬레지해머도 부탁드려요.”


웃는 얼굴로 요청하는 레일라에게 버밀리언은 결국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급행으로 처리하죠. 하지만 레일라.”


“네, 상무님.”


“제가 이 정도까지 해줬으니, 뒷 일은 문제없이 잘 처리해 줄 거라고 믿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상무님.”


“아, 그 강탈한 돈 세금 신고시키는 일도 잊지 마세요. 보아하니 그것도 훔친 돈이라고 몰래 쓰려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큰일 나는 줄도 모르고.”


“흠, 그럴 수 있겠네요. 꼭 이야기해 두도록 하죠.”


상황은 그렇게 카펠의 예상에서 벗어나 진행되었지만, 카펠이 원했던 목적과 비슷하게 결과가 나고 있었다.


[주시자]님은 아직 무관심.


버밀리언은 짜증이 나지만 신경 쓸 시간 없음.


실무자들은 자기들 직위가 아슬아슬한 위기를 겪으며 이를 가는 것으로.



*****



출근길에 약간 위축되었던 카펠은 퇴근 때는 평온함을 되찾았다.


버밀리언의 개입은 의외이지만, 아예 상정하지 않은 일도 아니었다.


[주시자]의 개입만 없다면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눈]이 여전히 자신에게 관심 없는 점은 멘탈 관리에 꽤 도움이 되었다.


어차피 테스트의 일환이었다.


자신이 어떤 부분을 잘못 판단해서 버밀리언이 개입했는지 알아보고, 다음에는 그 부분을 주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걱정되는 부분은 오직 부수입뿐이었다.


전생에 ‘부당 이득 환수’나 ‘전리품 회수’같은 말로 빼앗기는 일이 너무 많이 있었다.


‘이거는 무조건 모르쇠다. 받을 돈 못 받는 것까지는 어떻게 참아도, 내 손에 들어온 돈 강탈하는 것까지는 못 참아.’


그런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카펠은 퇴근을 위해 도착한 열차역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투’를 보면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행을 먼저 보내고 ‘투’와 함께 중앙은행 지점의 밀실까지 도착한 다음에는 아예 마음을 턱 놓았다.


‘좋아, 버밀리언은 없군.’


태연하고 뻔뻔한 표정의 카펠을 보며 레일라는 피식 웃었다.


“대놓고 내가 했음이라고 표를 낸 주제에 뒤처리는 또 엄청 깔끔하게 해 뒀더라. 도대체 뭔 생각이었니?”


이미 뻔히 알고 물어보는 상황에서 카펠은 뒤로 빼지 않았다.


어차피 거짓말도 못 한다.


“고작 이런 일로 버밀리언이나 투까지 몰려올 줄은 몰랐죠. 기껏 회수했던 어보미네이션 머리도 방치하던 중이던데.”


투덜거리는 카펠의 말에서 레일라가 단어 하나를 교정했다.


“레일라.”


“네?”


“내 이름은 레일라야. 마법사이자, 중앙은행 직원이지. 하수도의 일은 하수도에서만이라고 말했잖아. 콜사인도 일할 때만 쓰도록 해. 그리고 너도 이제 정식으로 자기소개해야겠지?”


조금 뜬금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버밀리언과 달리 기본적으로 호감이 있는 레일라가 부드러운 태도로 하는 요구였다.


카펠도 예의 바르게 응대했다.


“카펠입니다. 소서러이고, 건설 노동자입니다.”


레일라는 방긋 웃었다.


“좋아, 카펠. 그래도 모르는 일이라는 소리는 안 하네?”


“거짓말할 필요 있나요? 문제 될 일 한 것도 아닌데? 어차피 이 지역은 알아서 사는 곳 아닌가요?”


카펠은 이야기할수록 더 당당해졌다.


그리고 그런 카펠의 모습에 레일라의 표정이 조금 짓궂게 변했다.


“그럼 어디서 일이 커진 것인지도 궁금하겠구나. 어딘지 예상되는 곳이 있니?”


살짝 망설임이 있지만 카펠은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다.


“금고가 문제가 된 건가요?”


레일라는 잠시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큭큭 거리면서 웃었다.


이걸로 카펠에 대해서 조금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아니 금고는 사실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 다들 금고나 금고 주인의 시체 따위에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었지. 지하에서 슬러지가 발견되었으니까.”


“슬러지요?”


카펠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거기에 있던 마약 이름인가요, 그거?”


음료수를 얼려 먹는 슬러시와 비슷한 느낌에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그 질문이 레일라를 빵 터뜨렸다.


“아! 미치겠네. 진짜. 너 저번에도 그러더니 정말 이상한 곳에서 한 번씩 사람 터트리는구나.”


레일라는 한참이나 깔깔거리고 웃다가 겨우 진정하고 말했다.


“마약도 금고처럼 누구도 관심 없었어. 슬러지는 오염물을 말하는 거야. 우리가 엊그제 지하에서 계속 봤고, 네가 이번에 지하실에 방치하고 떠난 그거.”


카펠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된단 말이에요?”


레일라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응, 큰 문제가 되지. 출동한 경비팀과 자경단의 대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전체 거리에 피난민이 발생하고 폭동도 일어날 수 있었어.”


조금 과장된 말이지만, 아예 거짓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래서 카펠은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그거 아예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위험한 물질도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제가 갖다 놓은 것도 아니고 원래 거기에 있던 마피아 애들이 쓰던 건데 그렇단 말이에요?”


한껏 억울해하는 카펠에게 레일라가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해 주었다.


“그거 아니, 카펠?”


“뭘요?”


“이 도시에서는 필요한 경우에 단체나 회사들이 직접 전투도 벌여. 크게 문제 되는 경우도 드물지. 하지만 이때 몇 가지 원칙을 꼭 지켜야 해.”


“뭔데요?”


“시체를 남기지 말 것, 메가코프의 소유물에 손해를 입히지 말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하수도나 오염과 관련된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말 것.”


레일라는 진지했지만, 카펠은 시큰둥했다.


“그런가요? 앞으로 주의해야 겠군요.”


카펠은 기억해두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레일라는 카펠이 아직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이제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넌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살다가 왔길래 이 정도로 상식이 어두운 걸까? 이 도시 사람이 아니었으니 하수도는 모를 수도 있어. 하지만 슬러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무감각하다고?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분쟁의 반이 이권 때문이라면, 나머지 반은 환경오염 때문인데?”


카펠은 진짜 움찔했다.


환경 보호를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는 전생의 세계에서도 그걸로 전쟁이 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전생의 세계와 달리 이 세계는 이미 한번 환경오염으로 반쯤 멸망한 적이 있었고, 그 멸망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이 아직도 신격이나 초월자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카펠의 전생과 이 세계는 환경오염의 의미가 전혀 달랐다.


하지만 카펠로서는 알 수 없는 지식이자 느낌이었다.


그런 것은 태어나 자라면서 가족이나 공동체에 속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고 익히게 되는 종류의 감정과 지식이기 때문이다.


카펠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레일라는 그 부분을 더 추궁하지 않았다.


대신 제의를 던졌다.


“뭐,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이대로라면 너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너도 느끼지? 그러니 혹시 거래할 생각 있니?”


갑작스러운 제의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어떤 거래인가요?”


“함께 마법 연구를 진행하는 거야. 난 너의 보기 드문 독창적인 마법에서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찾고, 대신 너는 이 도시에 대한 상식이나 지식 그리고 이 도시에서 유행하는 너는 잘 모르는 마법에 대해서 배우는 거지. 서로 가르쳐 주고 서로 배우는 거야. 어때, 나쁘지 않지?”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덥석 받기에는 고민이 좀 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카펠이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레일라라고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해둔 수가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깜박했네. 내가 ‘어둠 추적자’에서의 너의 정식 담당자가 되었거든? 그래서 이거 챙겨왔어.”


레일라가 작은 가방을 내밀었다.


열려 있는 지퍼 사이로 100 셸 지폐가 무더기로 보였다.


“10만 셸. 작전 기여도를 고려한 금액이야. 그리고 안타깝지만, 상무님이 네가 부순 슬레지해머값은 반액으로 공제하셨어. 보고 절차가 끝나서 정식 조정이 되면 금액이 좀 바뀔 수 있는데, 그건 다음 작전 수당에 반영될 거야.”


카펠의 머리가 살짝 멍해졌다.


생각도 못 하고 있던 거금이 다시 손에 들어온 것에 조금 당황했다.


한 달 밀리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수당이 이 정도 금액이 되리라고는 예상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레일라는 방 한쪽에 세워져 있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보관함을 하나 가져와서 책상 위에 올렸다.


“뭔지 알겠니?”


카펠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보관함에는 아무런 무늬도 글자도 없었지만, 그 모양만으로도 카펠은 느끼는 바가 있었다.


보관함을 열자 예상했던 대로 슬레지해머가 들어 있었다.


하수도에서 부숴 먹은 그 10만 셸 짜리 마법 금속 슬레지해머가.


“이건 무료. 나중에 케이트에게 감사해. 그녀의 강력한 의견이었으니까. 대신 또 부숴 먹으면 다시 사주지는 않을 거야. 어때 맘에 드니?”


카펠은 고개를 붕붕거리며 끄덕였다.


손잡이를 잡자 부숴 먹은 첫 번째 녀석과 느낌이 똑같았다. 손잡이는 마치 카펠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손에 감겨왔다.


이건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 한 달은 걸리는 일 아니었나요?”


레일라가 씨익 웃었다.


“내가 너의 담당자가 되었다고 말했잖아. 그냥 업무 지원팀 팀원 아무나가 담당자였던 상황과 처리가 다를 수밖에 없지.”


레일라의 이야기가 허세 섞인 과장이라는 것은 카펠도 알고 있다.


흔한 굿캅 베드캅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고전적인 클리셰가 다들 알아도 계속 살아남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이건 꽤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레일라가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어제 획득한 돈도 거래 코드 줄 테니까 전부 이거랑 합쳐서 세금 신고해. 상식 부족이라 모를 것 같은데, 넌 [아우레우스]님 직할이니까 그분의 직접 감사를 받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어디서 부수입 얻으면 나나 네 담당자랑 꼭 상의해서 처리하고, 탈세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마.”


카펠은 잠시 자신의 전생을 떠올려 보았다.


솔직히 전생의 자신도 꽤 돈에 욕심이 많은 속물인 것 같기는 했다.


세계의 멸망을 막는 임무에 목숨 바쳐 일하면서도, 급여가 어느 유명한 섬 위에 있는 빌딩들에서 근무하는 주식 브로커들만도 못하다는 것에 불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지금은 레일라의 머리 뒤에 후광이 보일 것 같은 느낌일 정도니까.


카펠도 굳이 레일라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모를 수가 없었다.


한껏 잘난척하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눈빛에는 초조함이 엿보였다.


카펠은 잠깐 고민해봤다.


사실 카펠도 레일라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은 참이었다.


그녀에게 내어줘야 하는 지식도 문제가 될 것 없어 보였다.


안 그래도 머릿속에 어머니가 남기신 주문이 너무 많아서 연구와 정리가 필요한 참이었다.


오히려 그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적당한 기준을 찾을 수 있을 듯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일라에게는 신뢰가 있었다.


아만다나 로이드 정도는 아니었지만, 올가나 제인 보다 오히려 레일라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고작 하루라도 그 난장판을 함께 겪으면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카펠은 결정했다.


“그래서 공동 연구는 언제부터 어디서 할 계획인가요?”


레일라가 정말 환하게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퓨전펑크에 드래곤으로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도움을 주신 분들입니다. (2024.07.06 갱신) 24.06.24 180 0 -
공지 연재 시간은 오후 7시입니다. +2 24.06.24 1,500 0 -
50 행방불명 (5) NEW +8 6시간 전 621 58 19쪽
49 행방불명 (4) +12 24.07.06 1,367 99 15쪽
48 행방불명 (3) +7 24.07.05 1,644 102 14쪽
47 행방불명 (2) +5 24.07.04 1,894 96 15쪽
46 행방불명 (1) +7 24.07.03 2,043 111 15쪽
» 레일라 +13 24.07.02 2,107 138 18쪽
44 첫 일확천금 +16 24.07.01 2,170 137 15쪽
43 강습 (3) +10 24.06.30 2,301 129 15쪽
42 강습 (2) +15 24.06.29 2,333 142 14쪽
41 강습 (1) +5 24.06.28 2,523 121 18쪽
40 관심의 척도 (2) +17 24.06.27 2,450 152 15쪽
39 관심의 척도 (1) +15 24.06.27 2,484 160 16쪽
38 주말의 시장 나들이 +7 24.06.26 2,551 121 16쪽
37 마무리 (4) +9 24.06.25 2,623 128 17쪽
36 마무리 (3) +14 24.06.24 2,562 148 13쪽
35 마무리 (2) +10 24.06.23 2,609 146 17쪽
34 마무리 (1) +10 24.06.22 2,654 120 15쪽
33 마법과 건축 (4) +8 24.06.21 2,698 121 15쪽
32 마법과 건축 (3) +6 24.06.20 2,700 128 15쪽
31 마법과 건축 (2) +12 24.06.19 2,703 140 15쪽
30 마법과 건축 (1) +11 24.06.18 2,774 153 14쪽
29 다시 하수도 (2) +12 24.06.17 2,793 130 16쪽
28 다시 하수도 (1) +8 24.06.16 2,800 130 14쪽
27 재진입 +9 24.06.16 2,898 125 17쪽
26 비정규 계약직 (3) +17 24.06.15 2,856 131 14쪽
25 비정규 계약직 (2) +8 24.06.14 2,936 128 15쪽
24 비정규 계약직 (1) +14 24.06.14 3,007 137 14쪽
23 첫 번째 직업 (7) +12 24.06.13 3,051 138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