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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펜릴 님의 서재입니다.

퓨전펑크에 드래곤으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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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펜릴
작품등록일 :
2024.05.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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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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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4)

DUMMY

37. 마무리 (4)




“좀 많이 허무하네?”


카펠은 투덜거리며 밤거리를 걸었다.


손에는 묵직한 가방이 들려 있었다.


설명받은 내용이 어딘가 미심쩍었지만, 결국은 일당 못 받고 퇴근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더럽고 치사하고 사기당한 기분이기는 했다. 하지만 버밀리언도 떠난 판에 지원팀에게 따져 봐야 변하는 것은 없었다.


버밀리언을 시작으로 일행들도 모두 떠나고, 퇴근을 위해 몸이 단 지원팀은 슬슬 눈치까지 주기 시작했다.


틀림없이 별다른 권한도 없을 그 사람들을 계속 붙잡고 있기도 미안했다.


그래서 원래는 생각 없던 총기류를 잔뜩 챙겨왔다.


버밀리언이 챙겨서 연습해두라고 했다는 말에 지원팀은 큼지막한 장비 가방을 무려 세 개나 꺼내왔다.


그리고 거기에 알아서 온갖 총기와 탄약은 물론이고, 예비탄창, 스코프, 삽탄기에 탄피받이 같은 온갖 자질구레한 장비들까지 전부 챙겨주었다.


빠른 퇴근을 위해서 얼른 카펠을 보내려고 대충 닥치는 대로 쓸어 담는 느낌이 좀 있었지만, 꼼꼼하게 필요성을 따지는 것보다야 다다익선이라서 카펠도 불만은 없었다.


덕분에 양손에 어깨까지 모두 묵직했다.


카펠은 가방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여차하면 이거라도 장물로 팔아서 식비 보충한다.’


힘을 써서 그런가?


벌써 다시 허기가 졌다. 식비 문제가 나름 심각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래서 더 화가 나고 의심이 갔다.


‘정말 일 처리를 그따위로 한다고?’


카펠은 고개를 슬쩍 돌려 도시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걷고 있는 마을 주변에는 불 켜진 집 하나 없을 정도로 깊고 어두운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수많은 거대 빌딩들은 밤을 부정하듯이 선명하고 화려하게 조명을 밝히고 있었다.


‘저기 인구가 얼마나 될까?’


전생의 고향을 생각했다. 도시 하나에 천만씩 살던 그곳보다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도시 광역권 전부를 합치면 수백만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걸 다 종이 서류와 인력으로만 관리한다고?’


적당한 중간 지배자들에게 대충 위임하고 방치하는 방식의 중세 국가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기업이 형식적인 정부조차 안 만들고 직접 모든 주민을 지배하는 절대적 자본주의의 도시다.


거기에 주민을 관리하겠다고 모든 주민에게 회사의 사원증을 강제로 만들도록 할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걸 전부 사람이 종이 서류만으로 관리하는 것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생리에 맞지 않는다.


‘뭔가 내가 모르는 것이 있는 거겠지?’


그런 면에서 전자기기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매우 수상하다.


카펠의 기억 속에서 전생의 첨단 과학 기술에 관한 지식은 거의 완벽하게 제거되었다. 환생 중에 [그들]에 관한 기억과 함께 가장 먼저 잃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식은 좀 남아 있었다.


전자공학의 발달은 전구가 개발된 후, 누군가가 거기서 뭔가 전자적 제어 현상을 발견하고 진공관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는 정도는 기억났다.


‘에디슨? 테슬라? 아냐. 뭔가 다른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희미하다. 진공관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누가 어떻게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이 없다.


‘그래도 혹시 이거 활용할 수 있으려나?’


마나가 있기는 해도 우주의 물리 법칙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면, 전자공학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만약 가능하다면 이건 진짜 혁명이었다.


전생에서도 세계 최대의 기업들은 식량, 에너지, 금융이 아닌 전자공학과 IT업체들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기는 하지.’


전자공학이 거의 발전하지 않은 것이 그냥 어쩌다 보니 아무도 그 간단한 시작 부분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면 좋은 일이다.


카펠도 지금은 모르지만, 거기에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아는 이상 시간을 들이면 결과를 만들어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전기와 전구가 실용화된 것이 백여 년이 넘었다. 또한 이 세계에도 천재는 넘쳐난다.


무엇보다 싸이킥 능력 중에는 전기와 전자력을 제어하는 힘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정말 아무도 전자제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상하다.


카펠은 질문 하나를 떠올렸다.


‘만약 누군가가 전자공학에 관련된 과학 기술을 비밀스럽게 독점하고, 그걸 지배의 수단으로 사용 중이라면?’


전산이란 계산하고 기록하는 일을 전자기기를 이용해서 자동화하는 일이다. 그리고 전자계산기가 있기 전에도 계산기는 있었다. 주판 같은 것은 물론이고, 톱니 등을 이용한 기계식 계산기도 있었다.


그런 것들은 무엇을 위해서 개발되었을까?


‘주로 돈 계산을 위해서였지. 회사들의 회계 작업, 국가의 세금 계산 그리고 자본가의 복잡한 은행 이자 계산을 위해서.’


[눈]이 보였다.


[눈]의 주인은 단순히 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억하고 판단하고 결정까지 내리는 존재였다.


무엇보다 은행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세금까지 걷고 있는 금융 산업의 최종 배후로 추정되는 존재였다.


‘이것도 꽤 위험하겠다.’


카펠은 고개를 돌렸다.


이제 [눈]의 주인이 처음만큼 무섭지는 않지만, 그래도 껄끄러웠다.


저건 자신이 최종 목표에 도달해도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존재였다. 가능한 한 멀리해야 했고, 그러지 못하면 최대한 거슬리지라도 않아야 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알아보자.’


그래도 워낙 대박이 보이는지라 한 가닥 미련은 남았다.


카펠은 그걸로 거기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생각을 하려 했다.


그 와중에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어보미네이션의 부서진 머리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그것들로 시작해서 그것들로 끝났군.’


원래 오늘을 시작하면서 가장 관심 있었던 일은 장기매매 일당에 관한 것이었다. 중간에 현장에서 끄나풀로 추정되는 놈들을 발견해서 대충 일 끝나면 그놈들을 쫓아 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여러 가지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깜박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결국 최후의 순간에 마주친 것이 그놈들의 흔적이었다.


‘차라리 잊어서 다행인 건가?’


사소한 기억을 깜박하는 것은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부작용인 듯 한데,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어설프게 털어먹을 생각으로 접근해볼 놈들이 아니었다.


당장 놈들이 관련된 어보미네이션만 해도 팀원들조차 처음 보는 것이었고, 여러모로 매우 특별한 존재였던 것이 틀림없었다.


운 좋게 카펠의 일격에 그렇게 쓰러지지 않았다면, 어쩌면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을 수도 있었다.


거기서 생각이 이어진다.


‘아, 그래도 슬레지해머는 아깝다.’


일단은 짐 덩어리에 불과한 총기들에 비해 슬레지해머는 당장 내일 아침에 출근하면 사용할 수 있을 생활 공구였다.


손에도 착 달라붙어 애정이 갔고, 무엇보다 10만 셸 짜리다. 부숴 먹었으니 5만 셸 물어주게 생긴 것도 참 아픈 일이었다.


원이 잘 말해주고 새것도 하나 사주겠다고는 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새 해머는 언제 받는 거지? 설마 다음 작전 때인가? 그건 또 언제야? 하, 그러고 보니 얼렁뚱땅 다음에도 하는 걸로 넘어갔네?’


수당 지급에 한 달 걸린다는 것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계속 수상하다.


버밀리언이 자신이 박봉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고 돈으로 질러서 꼬셨다는 점을 생각하며 더욱 더!


막말로 수당 지급 전에 다음 작전 호출한 다음 거부하면 수당 지급 안 해준다고 하면 받을 돈 아까워서라도 다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전형적이지. 전생에 비슷하게 많이 당해봤다.’


문을 나오자마자 굳이 슬레지해머를 언급한 것도 이제 수상스럽다.


생각이 그렇게 다시 슬레지해머로 돌아왔다.


‘그렇게 부서질 줄은 몰랐는데.’


아무리 삼중으로 중첩해서 사용했다고 해도 타격 강화 주문에 그런 위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확실히 이상해. 삼중첩 까지는 어지간한 수준의 장비라면 충분히 견뎌준다는 느낌이었는데.’


마법에 관한 지식이 직관적인 것은 좋지만, 드래곤 기준으로 잡혀 있어서 해석에 좀 문제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위력이 미리 파악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나온 것은 맞다.


‘원인은 역시 하수도라서인가?’


하수도에 들어설 때 마력과 권능이 증폭된 느낌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 증폭되었던 감각은 하수도를 나온 지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권능 쪽이.


‘건축 권능이라.’


오늘 정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취직을 한 것, [그녀]와 계약한 것, 버밀리언과의 만남, 조금 전 끝낸 하수도의 일 같은 것도 전부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은 일들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큰 사건은 건축 권능의 각성이었다.


아무리 로이드가 보여준 호의와 그 업의 가치가 높다고 해도 그건 너무 뜬금없었다.


그 시점에서는 당황한데다가 밀려 들어오는 지식의 홍수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억지스러웠다.


우연이라기보다는 로이드의 일이 방아쇠가 되었을 뿐, 결국 그렇게 되기로 결정되어 있던 일종의 준비된 운명이 아닌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건축 권능 자체가 매우 수상쩍었다.


‘이거 말만 건축 권능이라고 붙여 놓았지, 그냥 쓸만한 것들은 전부 욱여넣어 놓고 우기는 것 같단 말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건축 권능에 관한 확인도 같이 진행 중이었는데, 무려 대장장이 권능을 찾았다. 철벽 소환 당시에도 간접적으로 지원이 들어온 권능이었다.


건축에 무슨 대장장이 권능인가 싶었는데, 무려 자재와 도구 제작의 명분이었다. 세공이나 채광도 연계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엉뚱한 권능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럴 거면 그냥 드래곤의 만능 권능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아 보였다.


하지만 전부 명확하게 건축이 명분으로 붙어 있었다.


‘하다못해 철벽 소환조차 물막이나 흙막이용이라고 설명이 붙어 있단 말이지.’


거기에 이 건축 권능은 아무래도 던젼 그리고 하수도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오늘 당장 하수도에서의 경우만 해도 뭔가 필요할 때마다 알맞은 마법이나 권능들이 튀어나왔었다. 거기에 적절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위력도 평범하지 않았다.


‘타격 강화 주문만이 문제가 아니었던 거겠지. 철벽 소환도 소환이라서 유용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갔지만, 사실 그 정도로 유용하면 오히려 수상해.’


다른 존재들의 반응도 걸렸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계약 당시에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던 것도 아무래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을 누군가로 다른 존재로 착각했었다.


드래곤인 것을 알아챈 것은 아니었다. 그럼 자신의 특이점은 다중 능력자라는 것과 그녀와 만나기 직전에 건축 권능을 발현한 것만이 남는다.


다중 능력자인 부분은 아닌 것 같았다. 왜냐면 그녀는 계속 자신을 누군가 다른 존재로 착각하고 있었다.


다중 능력자라고 해서 어떤 특별한 존재의 권속일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그 존재가 세상에서 지워진 방식도 의미심장하다.


어머니의 이름이 아주 깔끔하게 도려내어져서 인지할 수 없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심하게 오염되어 인지하는 것을 거부하는 느낌이었다. 설마 싶지만 어딘가를 연상할 수밖에 없다.


방식은 달라도 어머니도 그 존재처럼 이름이 지워졌다는 것도 생각할 거리가 남는다.


거기에 어머니가 남긴 기본 지침도 인적 없는 곳에서 안전하게 성장하는 말이지만, 그 근본은 결국 레어 건축! 이었다.


이 정도면 자신이 하수도가 된 던젼에서 깨어난 것도, 하필이면 각성한 권능이 건축인 것도, 그냥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이게 다 그냥 피해망상일 수도 있지. 세상은 완전히 우연으로 돌아가기도 하니까.’


현실은 소설처럼 개연성이 필요하지 않기에 말도 안 되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난다라는 어떤 소설가의 이야기를 떠올랐다.


그래도 사실 운명 쪽에 더 마음이 기운다.


그냥 우연이라는 것에 비해 더 특별하기도 하고, 여기는 전생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카르마의 법칙이 적용되는 세상이기도 하니까.


그러다가 문득 다시 [눈]이 눈에 들어왔다.


[눈]의 주인과 [눈]의 시선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그냥 당장 죽일 수 없어서 봐주는 느낌이었고, 하수도를 막 벗어났을 때는 몹시 수상하고 위험하게 여기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갑자기 감정 없이 그냥 관찰만 했다. 뜬금없이 버밀리언을 보내서 연결선도 만들었고, 카펠 자신에게 관련되어 일어난 일을 직접 처리하도록 조정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오늘 [그녀]와의 계약으로 신분이 생긴 것이 이유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게 가장 유력하기는 했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이 전부일까?’


조금 식은땀이 나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해야겠다. 아무래도 건축 권능이 목숨줄 같아.’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 인근에 도착했다.


하숙집은 아직 멀었다.


도착한 곳은 하수도에서 발견한 숨겨진 에어락의 위치에 대응하는 지상의 위치였다.


혹시나 누가 미행하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해서 살피면서 움직였고, 마지막에도 직접 가까이 가지 않고 인근 다른 골목길로 이동했다.


그다음 근처 건물의 지붕 위로 올라가서 하숙집 방향을 바라보는 척하면서, 곁눈질로 목표를 살폈다.


‘조심해야지.’


미행자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 도시 광역권 전체가 [눈]의 시야 안에 있다는 것은 늘 기억해둘 필요가 있었다.


숨겨진 에어락은 지나칠 정도로 수상했다.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카펠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보람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이렇게 된단 말이지?’


목표 위치에는 일반 가정집이 아닌 다른 건물이 있었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들었지만, 가정집이 아니라 간판까지 달린 작은 병원이었다.


병원 간판에는 익숙한 이름도 적혀 있었다. 닥터 프리츠의 진료소라고.


아만다의 지인으로 검에서 오러를 뽑아내던 수상한 그 노인 프리츠의 병원이 맞는 듯했다. 이 동네에 같은 이름을 가진 의사가 둘이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확인했으니 표나지 않게 얼른 움직였다.


지붕을 좀 타고 하숙집으로 움직이다가 다시 골목길로 내려왔다.


만약 누군가 보고 있었다면 그냥 방향 좀 확인한 걸로 생각할 움직임이었다.


카펠은 걸으면서도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건 또 뭐 하는 우연이려나?’


아무래도 프리츠와 아만다에게 숨겨진 사연이 있는 듯했다.


‘이러면 파고 들기 약간 곤란한가?’


카펠은 하숙집으로 걸으며 계속 생각과 고민을 이어 나가야 했다.


세상에 나온 지 3일째.


이 세계와 이 도시에 대해 알아 갈수록 더 많은 의문들이 끊이지 않고 늘어나고 있었다.



*****



밤새워서 한 고민 중의 일부는 출근길에 약간은 어수룩한 선배 루이스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해결을 시도해 보았다.


그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식이 부족한 카펠의 매우 수상한 질문에도 별다른 생각 없이 대답해 주었다.


“이야기 전달이 가능한 장치? 라디오 말하는 거야? 그거야 주로 방벽 안쪽 주민이나 혹은 나름 잘나가는 놈들이나 듣는 거지. 우리 수입으로는 그거 비용 감당 못 한다. 다 같이 돈 모아서 기계 하나 산 다음에 같이 들으면 안 되냐고? 무단 청취에 따른 저작권 위반 벌금은 누가 낼 건데?”


“전화라. 그거야말로 방벽 안쪽 놈들이나 쓰는 거지. 설치비도 그렇지만 통화비도 어지간해서는 감당 못해. 현장 사무실? 거기는 그래도 한두 대 정도는 있지 않을까? 방벽에서 너무 멀기는 한데, 그래도 [아우레우스]잖아. 그럼 우리는 뭐 쓰냐고? 역에 편지함 있잖니. 그것도 꽤 비싸지만, 그 정도는 꼭 필요하면 우리도 감당할만하지. 더 급하고 중요하면 전보도 있고.”


“계산기? 자기 분야에 필요한 계산을 암산으로 처리 못하는 사람은 애초에 그 직업을 못 가져. 내가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거잖아. 이건 그래도 8자리 이상의 계산은 거의 없으니까. 은행? 회사? 거기는 그래서 특별한 전문가들 고용하잖아. 제인이나 올가 같은 아가씨들.”


루이스가 해준 대답들은 매우 한정적이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결과는 전산 시스템이 없다는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대부분의 최첨단 제품들은 제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 썼다.


라디오 소유주가 아닌 사람은 방송을 듣는 것만으로 저작권 위반이라니!


자본주의가 너무 극단적이었다.


또한 이 세계에서는 무려 머리가 나빠 몸 쓰는 일만 한다는 루이스 정도의 하층민도 8자리 단위의 사칙 연산 정도는 암산으로 가능하다는 무시무시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


머리가 나빠도 그 정도면, 제인이나 올가처럼 메가코프에 직접 고용되어 서류나 자금 업무를 담당하는 머리 좋은 엘리트들은 전생의 어지간한 컴퓨터 부럽지 않을 듯했다.


고위 마법사나 지능 계열 고위 능력자 정도 되면 고성능 컴퓨터도 우습지 않을까 싶었다. 초월자 정도 되면 말할 것도 없고.


카펠은 다시 한번 한탄했다.


‘정말 뭔 놈 세계가 이따위냐.’


적응 4일째.


카펠은 아직 진짜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방벽 안은 구경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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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레일라 +13 24.07.02 2,109 138 18쪽
44 첫 일확천금 +16 24.07.01 2,170 137 15쪽
43 강습 (3) +10 24.06.30 2,301 129 15쪽
42 강습 (2) +15 24.06.29 2,333 142 14쪽
41 강습 (1) +5 24.06.28 2,525 121 18쪽
40 관심의 척도 (2) +17 24.06.27 2,451 152 15쪽
39 관심의 척도 (1) +15 24.06.27 2,484 160 16쪽
38 주말의 시장 나들이 +7 24.06.26 2,553 121 16쪽
» 마무리 (4) +9 24.06.25 2,627 128 17쪽
36 마무리 (3) +14 24.06.24 2,562 148 13쪽
35 마무리 (2) +10 24.06.23 2,610 146 17쪽
34 마무리 (1) +10 24.06.22 2,655 120 15쪽
33 마법과 건축 (4) +8 24.06.21 2,699 12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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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법과 건축 (2) +12 24.06.19 2,703 140 15쪽
30 마법과 건축 (1) +11 24.06.18 2,775 15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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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비정규 계약직 (1) +14 24.06.14 3,008 1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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