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眞펜릴 님의 서재입니다.

퓨전펑크에 드래곤으로 환생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眞펜릴
작품등록일 :
2024.05.16 12:02
최근연재일 :
2024.07.07 17:46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73,346
추천수 :
7,062
글자수 :
329,305

작성
24.05.27 18:00
조회
9,980
추천
255
글자
12쪽

알을 깨고 나오다.

DUMMY

1. 알을 깨고 나오다.




인지할 수도 없고, 인지해서도 안 되는 공간에서 끊임없이 흩어지고 마모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고통이라는 단어 정도로는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지만, 딱히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느낄 수 없으니 그에게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무엇인가를 잃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단지 그 상실은 충분히 견딜 만한 일이었다.


원래라면 아예 무엇도 남기지 못해야 하는 곳에서 그저 일부만 잃고 있었다.


그 상실은 절망이나 고통이 아니었다. 아직도 남은 것이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가 있는 곳은 그런 곳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가졌던 그 무엇도 남길 수 없는 곳. 그리고 그렇게 이전의 전부와 완벽하게 끊어져서 새로움이 되는 곳.


그는 그런 곳에서 지금 섭리를 거역하고 있는 것이었다.


섭리는 원래 허락하지 않는, 하지만 섭리를 비틀 수 있는 누군가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다리며.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된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 드디어 기다리던 끝이 다가왔다.


속삭임이 들려왔다.


“아가. 너의 이름은 ■■■■■란다. 나의 사랑하는 아가. 언젠가 너를 만날 수 있기를.”


아득할 정도로 고귀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가 그에게 이름을 부여했다.


존재가 확정되었다.


마모가 멈추고 성장이 시작되었다.


흩어져서 사라지던 기억이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정말 많은 것을 잃었다.


사실 별로 아쉽지 않았다.


잃어버린 비밀들은 무겁고 엄중한 것이었지만, 그가 원해서 알게 된 것들은 아니었다.


대신 그것들부터 버려서 지킨 것이 더 중요했다.


위대한 섭리의 법칙에는 아무것도 아닌 가벼운 것들이었겠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구별하는 존재와 의지의 근본이 되는 기억들이었다.


공허가 사라지고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따스하고 포근한 액체 속을 부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양수인가? 아니야. 탯줄이 없다. 어머니와의 연결이 느껴지지 않아. 알 속이다.’


안도감을 느꼈다.


이건 약속이 지켜졌다는 의미였다.


약속의 주체와 그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은 잊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약속 그 자체는 거의 기억하고 있다.


다시 생명을 느끼는 지금 어머니의 자궁에서 탯줄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독립된 알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은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다는 명백한 전조였다.


그의 약속은 단순한 환생이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특별한 종족으로의 환생이었다.


그리고 그 종족은 어머니 뱃속이 아니라 어머니가 낳은 알에서 태어난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안도감을 느꼈다.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괜찮다.


공허의 공간을 떠돌던 시간에 비하면, 지금의 지루함은 오히려 유쾌하게 즐길만한 정도에 불과하다.


아니 사실 지루하지도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기 몸이 조금씩 만들어져 가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 작은 변화 하나하나를 스스로 느끼는 일은 몹시도 경이롭고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팔과 다리와 손가락과 발가락이 자라나면 그것들을 조금씩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본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꼬리와 날개 부위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더욱 그렇다.


전생에는 가져본 적 없었던 감각을 느끼는 일은 새롭고 신비하며 재미있었다.


몸의 성장보다 더 기쁜 것은 몸이 성장함에 따라서 더 많은 전생의 기억들이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잃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도 꽤 많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더 많이 기억하게 될수록 더 많이 생각하고 판단할 수도 있게 되었다.


즐겁고 행복할 것이 분명한 미래의 계획을 짜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거기에 어느 순간부터 느껴지기 시작한 또 하나의 새로운 감각이 그런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었다.


몸에 육체를 움직이는 물질적인 에너지와 명확하게 구별되는 새로운 에너지가 느껴지고 있었다.


전신의 피부를 통해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와 혈관을 타고 온몸을 흘러 다니다가 두근거리는 심장에 모여 축적되고 있었다.


이 에너지가 무엇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전생의 기억과 상관없이 그의 영혼이 속삭이고 있었다.


[마나]


이것은 세계의 법칙을 근원적으로 구성하는 힘인 [마나]였다.


그것으로 이제 더 이상의 확인은 필요 없어졌다.


팔과 다리와 꼬리와 날개를 함께 가지고 있다. 숨도 쉬기 전에 자연스럽게 마나를 사역하여 자기 심장에 축적한다.


세상에 많은 종족이 있지만, 이런 종족은 드물다.


그리고 그런 종족 중에 그가 되기로 한 종족이 있었다.


그는 전생의 약속이 지켜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드래곤]


그는 약속대로 그리고 기다림대로 드래곤으로 환생한 것이었다.


확인이 끝나자 평온함을 느꼈다.


기다림이 더 즐거워졌다.


이 알을 깨고 나가면 어떤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해 보았다.


온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제법 남아 있는 기억 사이로 드래곤의 세계도 여러 가지 다른 종류가 있다는 정보가 떠오른다.


가장 좋은 세계는 어머니가 보살피는 유일한 자식으로 태어나 모든 동족의 보살핌 속에서 무한의 자원을 소모하며 절대적인 안전 속에서 자라나는 세계이다.


사실 기대는 하지 않는다.


환생 계약 당시에 일에 대해서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느낌은 남아 있었다.


또 다른 세계는 여러 형제와 자매들 사이에서 어머니의 제한된 관심과 자원을 경쟁하며 성장해야 하는 세계이다.


여차하면 성체가 되기 전에 죽을 수 있고, 살아남기 위해서 형제자매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수도 있다. 무한 경쟁의 세계이며, 보편적인 생물의 방식과 가장 비슷한 세계였다.


아마 이쪽일 것이라고 거의 확신중이었다.


생존 경쟁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영혼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울림이 있었다.


태어난 후 살아가는 일이 그렇게 쉽지는 않으리라는 예감이었다.


물론 어떤 상황이건 그의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뭐든 상관없다.’


절대적으로 보살핌을 받는 상황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고,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면 경쟁에서 승리하면 그만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그는 무조건 경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아니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전생에 겪은 많은 경험과 기억이 있다. 보잘것없는 인간의 몸으로 위대한 자들에게 대가를 받아낼 정도의 성취를 이뤄낸 경험이다.


그런 경험을 가지고 설마 갓 태어나서 본능만 있는 것들과 싸워 이겨내지 못할까?


오히려 너무 앞서가서 수상하게 여기는 시선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감과 희망과 기대 속에 기다렸다.


몸이 점점 성장할수록 그만큼 공간이 비좁아지며 점점 더 옥죄어오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 즐거웠다.


한계에 다다른 육체의 성장이 벽에 짓눌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져 가도 그랬다.


고통은 곧 얻어낼 성과에 대한 준비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런 시간 속에서 드디어 기다리던 한계가 도달했다.


육체가 더 이상 알 속에서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문구가 떠올랐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자신은 새가 아니라 드래곤이고, 이 문장의 의미는 사실 진짜 알에서 태어나는 생명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이 껍질을 부수고 나가면 그가 원래 알던 세상은 사라지고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다.


그 마지막 목표도 분명하다.


하지만 우선 기대되는 것은 이제 어머니를 보게 될 것이라는 부분이었다.


전생에는 갖지 못했던 분.


새로운 세상에서 자신과 함께해주실 분.


자신의 이름을 불러 존재를 허락해준 분.


그 고귀하고 따뜻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그분을 이제 직접 눈으로 보고 그 품에 안겨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래서 때가 된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팔을 뻗었다.


- 파직.


손은 생각보다 아주 쉽게 껍질을 부수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 알 속에서 존재를 인식한 이후 어머니의 목소리 말고 처음 듣게 된 소리는 멋졌다. 알을 부수며 느낀 감각과 알 밖으로 뻗어나간 손이 느낀 서늘한 공기도 모두 상쾌했다.


시작도 어렵지 않았지만, 그 이후는 더 쉬웠다.


- 파직, 파직, 파직.


신나게 알을 부수고 몸을 폈다.


팔과 다리를 크게 벌리고 꼬리를 휘두르고 날개까지 활짝 펼쳐 마구 펄럭였다.


몸을 옥죄고 있던 알껍데기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키에에에엑!”


자신이 태어났음을 알리는 환호와 의지가 담긴 포효를 내지르며 그렇게 그는 그렇게 드래곤으로서 새로운 세계에 섰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를 바라보기 위해 눈을 떴다.


그리고 당황했다.


눈을 뜬 그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했던 그 어떤 경우와도 달랐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본 그의 눈에 거대한 몸으로 한껏 목을 구부려 자상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계셨으리라 믿었던 어머니의 모습은 없었다.


대신 보이는 것은 곰팡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거리는 액체로 가득한 더러운 천장이었다.


시야를 낮춰 사방을 둘러보자 어머니가 모아두었을 보물로 가득하거나 혹은 자신과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가 꼼지락거리는 레어의 광경도 없었다.


대신 어두운 색의 돌을 쌓아 만든 석벽의 여기저기에 뚫린 구멍으로 끔찍한 색의 더러운 물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나온 오수들은 넓은 바닥에서 복잡하고 불규칙하게 흘러 중앙의 넓은 웅덩이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웅덩이 사이에는 여러 썩어가는 잡동사니들과 마찬가지로 썩어가는 시체들이 있었다.


전생에 수도 없이 보고 겪고 만들어왔기 때문에 도저히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는 인간의 시체들이었다.


“하. 하. 하.”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고민할 필요도 다른 식으로 판단할 여지도 없다.


여긴 절대로 드래곤의 레어가 아니었다.


공간의 크기 자체는 드래곤이 레어로 삼을 수 있을만한 크기이기는 했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드래곤도 이런 곳을 둥지로 삼을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죽어서 썩어가는 몸을 가진 좀비 드래곤이나 뼈만 남은 본 드래곤일지라도 여기를 레어로 삼을 리는 없다는 것에 자신의 영혼도 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여기는 하수도였다. 하수도 외의 다른 곳일 수가 없었다.


드래곤은 자신이 어머니 레어가 아니라 하수도의 시궁창에 버려진 채로 태어났다는 것을 자각했다.


‘이건 좀 심하군.’


어떤 이유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꽤나 고생해야 하리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도 드래곤인데.’


오히려 태어나자 맞이한 현실이 엉망이어서 더욱더 강하게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세계가 그에게 이 정도로 끔찍한 조건을 부여한 것은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그가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일 거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걸 확신할 수 있는 일도 벌어졌다.



작가의말

공모전에 너무 늦게 참가했네요.

기한 내 연재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 공모전 끝까지는 매일 최소 1편이상 꾸준하게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퓨전펑크에 드래곤으로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도움을 주신 분들입니다. (2024.07.06 갱신) 24.06.24 181 0 -
공지 연재 시간은 오후 7시입니다. +2 24.06.24 1,503 0 -
50 행방불명 (5) NEW +8 6시간 전 636 58 19쪽
49 행방불명 (4) +12 24.07.06 1,375 99 15쪽
48 행방불명 (3) +7 24.07.05 1,648 102 14쪽
47 행방불명 (2) +5 24.07.04 1,901 96 15쪽
46 행방불명 (1) +7 24.07.03 2,048 112 15쪽
45 레일라 +13 24.07.02 2,111 138 18쪽
44 첫 일확천금 +16 24.07.01 2,173 137 15쪽
43 강습 (3) +10 24.06.30 2,303 129 15쪽
42 강습 (2) +15 24.06.29 2,336 142 14쪽
41 강습 (1) +5 24.06.28 2,525 121 18쪽
40 관심의 척도 (2) +17 24.06.27 2,453 152 15쪽
39 관심의 척도 (1) +15 24.06.27 2,487 160 16쪽
38 주말의 시장 나들이 +7 24.06.26 2,557 121 16쪽
37 마무리 (4) +9 24.06.25 2,628 128 17쪽
36 마무리 (3) +14 24.06.24 2,563 148 13쪽
35 마무리 (2) +10 24.06.23 2,610 146 17쪽
34 마무리 (1) +10 24.06.22 2,655 120 15쪽
33 마법과 건축 (4) +8 24.06.21 2,699 121 15쪽
32 마법과 건축 (3) +6 24.06.20 2,702 128 15쪽
31 마법과 건축 (2) +12 24.06.19 2,706 140 15쪽
30 마법과 건축 (1) +11 24.06.18 2,776 153 14쪽
29 다시 하수도 (2) +12 24.06.17 2,796 130 16쪽
28 다시 하수도 (1) +8 24.06.16 2,803 130 14쪽
27 재진입 +9 24.06.16 2,899 125 17쪽
26 비정규 계약직 (3) +17 24.06.15 2,857 131 14쪽
25 비정규 계약직 (2) +8 24.06.14 2,937 128 15쪽
24 비정규 계약직 (1) +14 24.06.14 3,010 137 14쪽
23 첫 번째 직업 (7) +12 24.06.13 3,053 138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