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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94
추천수 :
11
글자수 :
166,510

작성
21.07.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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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8.

DUMMY

‘같은 튜토리얼인데 뭐 이렇게 다르냐.’


여신이 등 떠밀어서 시작한 튜토리얼보다 시스템이 재구축한 튜토리얼이 훨씬 튜토리얼다운 느낌이 들어 조금 떨떠름했다. 마치 게임 속에 들어온 기분도 들어 약간 흥분도 됐고 말이다.


다소 들뜬 기색의 용사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환영 문구와 함께 재구축된 튜토리얼의 정보가 간단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용사는 떠오른 창에 적힌 내용을 쭉 훑었다.


[튜토리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선택받은 용사를 위한 훈련장입니다.]

[시련의 관문을 통과하세요.]

[각 관문마다 주어지는 시련을 통과해 힘과 자격을 증명하세요.]

[모든 관문을 통과하면 최후의 관문이 생성됩니다.]


떠오른 창에 적힌 내용을 모두 읽은 용사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 흐름 상 갑자기 솟아난 저 새까만 벽이 관문인가 뭔가라는 건데.”


용사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늘어선 정체를 알 수 없는 6개의 새까만 벽.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솟아난 데다 크기도 거대하고 색도 검어 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허공에 떠오른 문장을 보고 나니 벽이 아니라 문이었다. 실제로 조금 집중해서 바라보니 손잡이는 없어도 얼추 문처럼 생긴 것 같기도 했다.


“즉, 문이 여섯 개니 시련도 여섯 개라는 거겠지?”


각 관문의 시련을 모두 통과하면 최후의 문이라는 게 생성된다고 하니 그것까지 친다면 단순 계산으로 모두 7개의 시련을 통과해야 끝나는 모양이었지만 떠오른 문장에는 그저 최후의 문이 생성된다고만 적혀 있지 그걸로 끝난다는 말은 없었기에 확신은 없었다.


그런 용사에게 확신을 주려는지 이어서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문답을 필요로 하는 장문의 시스템 메시지였다.


[튜토리얼의 정상 기능을 확인했습니다. 지금부터 귀하께서는 안내에 따라 튜토리얼을 진행해주시길 바랍니다. 귀하께서 튜토리얼의 전 과정을 완수하셨을 때 현 튜토리얼은 완전종료됩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음. 대충은. 그럼 아무 문이나 들어가면 되나?”


[긍정합니다.]


혹시 들어가는 순서라도 정해져 있나 싶었는데 순서 상관없이 아무렇게나 들어가도 괜찮은 듯 했다. 하지만 어떤 관문이라도 들어가는 즉시 시련이 시작된다고 하니 들어가기 전에 주의할 필요는 있어 보였다.


[하나의 관문을 클리어하면 자동으로 이곳 대기실로 귀환하게 되고, 모든 시련을 통과하면 출구가 설정된 최후의 관문이 등장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더 궁금하신 점이 있습니까?]


“시련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거지?”


원래라면 시련의 내용을 발설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니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아야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클리어를 우선한 시스템은 바로 내용을 알려주었다.


[시련의 내용 및 난이도는 최후의 관문을 제외한 전원 초기 튜토리얼과 내용상 동일합니다. 각각의 관문에 배치된 전투유닛과 싸워 승리하는 것. 유닛의 종류는 기존 튜토리얼에 사용될 유닛을 재사용했으며 관문 내 적성 유닛 모두를 전투불능으로 만들 시 통과로 인정됩니다.]


“오케이. 알아들었어. 일단 나오는 건 다 쓰러뜨리면 된다 이거지.”


어디 한군데 막힘 없이 팍팍 진행되는 게 이제야 좀 튜토리얼다워진 느낌이다.


난이도 역시 기사 수준으로 맞춰서 나온다고 하니 그 정도는 에테르가 정상이 아니어도 충분히 할만했다. 여기에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몰라도 시스템의 조력이 더해진다면 시련의 난이도는 거기서 더욱 급락할 테니 어려울 건 없었다.


“그럼 최후의 관문이라는 건?”


[최후의 관문은 모든 관문의 시련을 통과할 시 탈출구가 설정된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시스템 상 탈출구로 설정되어 할당된 시련은 존재하지 않으나 이레귤러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 영역이기에 출입 시 충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튜토리얼도 싹 갈아엎었겠다, 이제 좀 쉽게쉽게 갈 수 있나 싶었더니 마지막에 가서 뭔가 또 일이 생길 모양이었다.


시스템의 말로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시스템조차 예측이 어렵다고 하니 어쩌면 아무 일도 없을 수 있지만, 하필이면 그 위치가 출구가 있는 곳이라 위험한 함정의 냄새가 풀풀 풍겨왔다.


아마 재구축 전에 시스템이 언급한 방해는 이런 상황을 두고 말한 거겠지. 뭐가 일어나도 일어날 테니 미리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게 좋을 듯 싶었다.


‘후. 지금은 일단 관문이다. 관문부터 전부 다 깨고 생각하자.’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마지막부터 걱정하는 것도 우스운 일. 그러니 우선 처음으로 들어갈 관문부터 고르기로 했다.


“그나저나 크긴 정말 크네. 문이라고 안 들었으면 영영 몰랐겠어.”


일순 벽이라고 착각할 만큼 거대한 문은 하나 같이 정체불명의 문자가 밤하늘의 별처럼 빼곡하게 양각되어 신비로운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그 속을 알 수 없는 새까만 심연은 보는 순간 빨려들어 갈 듯 기묘한 인력을 발산했다.


“어디부터 들어가야 하나........”


용사는 차분히 문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볼 때마다 그 위에 몇 번 문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제1번 시련의 관문]


튜토리얼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시스템 메시지처럼 별도의 창이 나타나지 않고 시선을 주는 것으로 대상의 위에 바로 문자가 나타나는 것을 보니 정말로 게임에 들어온 듯 느낌이 색달랐다.


용사는 신기한 기분으로 그것을 눈에 담으며 여섯 개의 문을 하나하나 관찰했다. 들어가는 순서는 상관없다지만 막상 들어가려니 어디로 들어갈지 고민됐다.


모두 다 똑같은 모양과 크기, 문양을 드러내고 있어 자세히 본다고 뭐가 다를 것도 없었지만 혹시 모르니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살폈다.


“들어가는 순서는 상관없지만 숫자는 다 나뉘어 있다, 라. 이거 그냥 1번부터 들어가라는 거지? 그렇지?”


의미가 없다면서도 의미를 부여하도록 만드는 묘한 배치였다. 시계방향으로 1번부터 6번까지 늘어선 문을 보니 마치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시스템에게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으니 더욱 의심스러웠다.


어찌 됐든 배치가 이러니 순서가 없어도 차례대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묘한 강박감이 생긴다.


“흠.”


용사는 손끝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어느 문으로 들어갈지 갈등했다.


잠시 그렇게 생각하던 용사는 6개의 문을 하나씩 번갈아 본 뒤 이내 마음을 굳혔는지 하나의 문 앞에 섰다.


용사가 선택한 문은 제1번 시련의 관문.


예상대로라면 예상대로지만 꼭 이럴 때만 예상과는 다르게 가고 싶은 청개구리 기질이 불쑥 고개를 내미는 터라 괜히 더 생각이 길어졌다.


덕분에 느낌을 따라가는 게 맞을지 아니면 여기서 살짝 변화를 줘서 다른 곳으로 갈지를 상당히 길게 고민해버렸지만, 그렇게 늘어난 시간을 가지고도 결국엔 끈질긴 강박의 유혹을 이기진 못했다.


[제1번 시련의 관문입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Y / N]


아까 관찰을 위해 다가갔을 때는 나오지 않았지만 들어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문 앞에 서자 어떻게 알고는 빠르게도 알림이 떴다.


“......예스.”


설마 출입 여부도 선택하게 될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용사는 떠오른 메시지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갈등하다가 여기서 더 달라질 것도 없었는지 끝내 예스를 눌렀다.


[시련의 문이 열립니다.]


용사의 선택에 칠흑의 문이 소리 없이 거대한 입을 벌렸다.


그 속에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처럼 깊은 어둠을 눈에 담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더니 별처럼 빼곡하게 박힌 신비한 문자들이 눈부신 빛을 발했고, 온몸이 빨려 들어가는 감각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되었다.


“여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은 온통 녹음으로 가득한 숲이었다. 하지만 기억에 있던 숲과는 조금 달랐다.


일단 나무가 무척이나 거대했다. 대체 몇십 년을 살았는지 짐작도 되지 않는 크기의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수두룩했다.


어찌나 거대한지 나무들이 죄 하늘을 가린 탓에 대낮이었음에도 곳곳에 그림자가 져 어둑어둑할 정도였다.


이렇게 크고 울창한 숲에 홀로 서 있으려니 마치 거인국에 떨어진 소인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시련의 관문, 절대 혼자일 리가 없었다.


“슬슬 반응이 올 텐데......”


이동의 후유증으로 약간 멍한 얼굴이었던 용사는 재빨리 정신을 수습하고 전신의 감각을 곤두세워 주변을 경계했다.


관문에 입장한 순간부터 시련은 시작되었다.


이곳에 배치된 파수꾼이 어떤 존재인지 몰라도 일단 필드가 숲인 걸 보면 그에 특화된 상대일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었으니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더구나 이런 크고 그늘진 숲은 기습하는 일도 기습당하는 일도 무척이나 쉬웠다. 게다가 일부러 여기만 이렇게 만든 것인지 몰라도 하필이면 도착한 장소가 아무것도 없는 공터였기에 더더욱 노려지기 쉬웠다.


워낙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다 보니 공터라 해도 그렇게 넓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좁지도 않았다. 마치 노려달라고 호소하듯 다른 곳과 달리 이곳만 유독 붕 떠 있었다. 습격자의 입장으로 이만큼 노리기 쉬운 표적은 찾기 힘들었다.


‘일단 숲으로 들어가야 하나?’


상대가 숲에 특화된 적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모습이 노출된 상태로 있는 것은 위험했다. 하지만 적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니 숲을 잘 알지 않는 이상에야 숲으로 들어가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에테르가 있으니 어지간하면 별 탈 없겠지만 성능이 떨어진 상태로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차라리 대놓고 보이는 곳에 자신을 미끼로 두어 적을 낚는 편이 더 나아 보였다. 숲에 들어가는 것은 적의 정체나 나오는 행동을 보고 나서 판단하면 될 일이다.


“대체 뭐가 나올지......음?”


게임적인 관점으로 과연 어떤 적이 나타날지 숲과 관련된 여러 직종을 떠올리며 감각을 곤두세우던 중 돌연 등 뒤에서부터 날카로운 파공음이 예민한 청각을 자극했다.


“읏.”


용사는 생각보다도 빨리 본능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직후 섬뜩한 바람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뒤쪽!’


소리가 들린 순간에 이미 적의 대략적인 위치를 잡은 용사는 빠르게도 적을 쫓아 반전했다. 하지만 용사의 발걸음은 제자리에서 채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어?”


퍽!


도리어 시야가 기우뚱하더니 나아가려던 오른쪽 무릎이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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