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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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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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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510

작성
21.05.2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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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DUMMY

“다 부질없다, 부질없어. 일이나 하자.”


잡생각으로 시간을 소비하기엔 아직 밀린 일이 너무 많았다.


해결하면 또 들어오고, 그걸 해결해서 익숙해질라치면 전혀 다른 일거리가 주어진다. 이걸 쳇바퀴처럼 계속해서 돌고 도는데 도무지 여유가 피어날 날이 없었다.


‘직급이 오르면 또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우울하구만.”


직급도 평사원인데 책상 옆에 가득 쌓인 서류더미들을 보니 더욱 더 우울해진다.


분명 시대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온 지 한참이나 지났건만, 거의 대부분의 업무가 아날로그에서 벗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놈의 직장에서는 서류철이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과연 완벽하게 서류철이 사라진 시대가 오긴 할까?’


언젠가는 그런 시대가 찾아오긴 하겠지만, 당장 눈앞에 쌓인 것들을 보니 어째 영영 저 서류더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암담함만 느껴졌다.


“하아......”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어째서 난 이렇게 평범하게 태어난 건지, 조금쯤은 특별한 구석이 있어도 좋았을 텐데.’


아주 조금이라도 남보다 잘난 구석이 있었더라면 이런 서류더미와 마주하며 한숨 쉴 일은 없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적어도 이렇게 피곤에 찌든 삶은 아니었을 텐데.’


한때는 자신에게도 남들보다 나은 것이 있지 않을까. 좀 더 특별한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에 남들과 똑같은 길을 따라간 시점에서 그런 가능성은 영영 사라졌다.


게임이 아니니까 한 번 골라버린 선택지는 되돌릴 수 없는 게 당연했고, 어느 정도 인생이 굳혀져버린 지금에 와서는 그런 꿈조차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뭐, 만성수면부족이니까 말이지.’


무심코 떠올린 말에 혼자서 피식거리는 이 처량한 꼴을 좀 봐라. 다른 선택지를 못 찾아서 어쩔 수 없이 흐르는 대로 흘러간 삶이긴 했지만 정말 이 얼마나 뭣 같은 인생인지.


“아아, 젠장할. 갑자기 기분 더럽네.”


‘일이나 하자.’


이 이상 생각을 계속했다간 상상 이상으로 비참해질 것만 같아 도피처 삼아 밀린 일로 시선을 돌렸다.


일이 쌓인 걸 알면서도 끝끝내 상념에 빠져 흐릿해졌던 눈에 초점이 돌아와 이번에야말로 정면을 향한다.


손은 익숙한 듯 제자리를 찾아 자판을 두드리고, 그러는 사이 어느새 정신은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덕분에 타자 속도만큼은 아니어도 하나둘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눈에 보일 만큼 진척이 보이자 더욱 속도가 붙는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2시 20분.


결국 대강 일을 정리한 시점은 자정을 훨씬 넘기고 난 뒤였다.


“이런데도 수당이 안 나오다니.......”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으으, 추워.”


일에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 밖으로 나오자 쌀쌀한 새벽바람이 자신을 맞이했다. 찬바람을 맞으니 졸린 정신이 조금은 깨어나는 듯 했지만 그보다도 가슴의 공허함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


“괜히 나왔나. 어차피 또 출근해야 하는데.”


출근시간까지 앞으로 6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바엔 차라리 지각 걱정 없이 회사에서 자고 일어나는 게 더 나을 뻔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니 이미 회사가 집이나 마찬가지라 생필품이 없어 곤란한 건 없었다.


거기다 이미 사회기반시설 대부분이 정지한 어두운 새벽인 터라 무조건 택시를 잡아타야 했기에 금전적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수당도 못 받는데 택시비까지 나간다?


“돌아갈까?”


오늘따라 더 쌀쌀한 바람 탓에 자꾸만 회사 건물을 돌아보게 된다. 매일 사무실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지금만큼은 저곳이야말로 베스트 플레이스였다.


‘냉난방 잘 되는 거 하나는 정말 좋지.’


사원복지는 있으나 마나 한데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게 만들면서도 추가수당은 죽어도 주기 싫어하는 여느 곳에나 있을 법한 기업이었지만, 내 돈 한 푼 안 내고 냉난방을 맘껏 쓸 수 있다는 점 하나만큼은 정말 좋았다.


‘이상하게 다른 건 조이면서 이런 건 느슨하단 말이지.’


집에 있으면 항상 전기세, 난방비 걱정부터 드는 게 현실이었으니 끌림은 더욱 강했다. 그러니 결국 답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래. 돌아가자. 사무실에서 자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


이미 마음이 기울어서 그런지 딱히 고민이랄 것도 없이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집으로 가라는 계시였을까?


아까까지 적막만 가득했던 도로변에 느닷없이 택시가 서버렸다.


막 회사 쪽으로 몸을 돌리던 중에 그 어이없는 광경을 보고는 그만 발을 헛디딜 뻔했다. 참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놓치지 않고 손님을 발견해 차창까지 연 택시기사 아저씨와 눈이 마주친 탓에 모른 척 돌아가기도 민망해졌다.


‘어휴. 모르겠다. 그냥 타지 뭐.’


“아저씨 얼마에.....응?”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며 하는 수 없이 택시 쪽으로 다가가 가격흥정을 하려는데 갑자기 발밑에서 눈부신 빛이 터졌다.


“이건 또 뭣?!”


눈부신 빛에 눈살을 찌푸림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빛을 피해 물러났지만 발밑에 나타난 기하학적인 문양은 자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더욱 환하게 빛났고, 무지막지한 광량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마비된 한 직장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빛에 삼켜졌다.


차 내부까지 파고든 눈부신 빛에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던 택시기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창 너머엔 아무도 없었다. 분명 방금 전에 막 거리로 나온 회사원 한 명이 보였는데 아무도 없으니 이상해 밖으로 얼굴까지 내밀어봤지만 어딜 봐도 사람 그림자는 코빼기도 안 보였다.


택시기사는 자신이 지금 헛것을 보았나 싶어 눈을 비볐지만 몇 번을 다시 보아도 똑같았다.


결국 유령인지 귀신인지, 헛것을 보았다고 판단한 택시기사가 오소소 소름이 돋는 걸 느끼고는 황급히 다른 손님을 찾기 위해 액셀을 밟았다.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택시마저 사라지고 적막이 돌아온 도로에는 주인 없는 서류가방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


“여, 여긴 또 어디야?”


눈부신 빛이 사라지고 조심스레 눈을 뜨자 온통 어두컴컴한 장소로 이동되어 있었다.


갑작스럽게 이상한 곳으로 와버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안한 시선을 주변으로 던져보지만 보이는 것은 공간감 1도 없는 평면적인 검은색뿐이었다.


자신이 있는 곳 외에는 그림자조차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완벽한 어둠. 한 발이라도 떼면 그 순간 어디론가 떨어져버릴 것만 같아 감히 앞으로 나아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즉, 망막에 들어오는 빛이 전무하다는 뜻일 텐데도 자신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할 법도 했지만 혼란이 앞선 탓에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조금씩 평정심이 돌아왔지만 그것만으로는 상황을 받아들이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곧바로 직전의 일을 되돌아보아도 딱히 상황 파악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떠올릴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야간할증으로 미친 듯이 높아질 택시가격을 전력으로 흥정하기 위해 피곤한 몸도 무시하고 없던 기운도 끌어모으고 있던 차, 느닷없이 발밑에서 빛이 터지고 눈을 떠보니 이런 이상한 공간에 떨어져 버렸다.


그냥 빛이 번쩍! 한 뒤 이곳이었으니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건질 수 있는 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설마, 말도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직전에 하려고 했던 가격흥정이 이 말도 안 되는 일의 원인이 되었다거나?


“아무래도 그건 아니겠지.”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


그렇다면 나올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꿈인가?’


대략 세 시간 정도 전에 꾼 꿈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경험을 했었으니 이번에도 일에 지쳐서 깜빡 졸아버린 걸 수도 있었다.


문제는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꿈인가, 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 이 상황이 꿈일 경우 기껏 정리한 산더미 같은 일들이 모두 없던 일이 되는 셈이며, 겨우겨우 이뤄낸 퇴근 역시도 꿈이라는 말이 돼버리지 않는가!


“미친! 그걸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지금까지 한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었다는 걸 자각하는 것보다도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


그래도 이런 이상한 곳에 떨어진 지금이 현실이라는 말보다야 낫겠지만 혹시 모르니 제발 그것만은 꿈이 아니었길, 혹여나 꿈이라면 일이 다 끝난 시점이었으면 좋겠다고, 아니어도 다는 안 바라니까 적어도 반은 끝냈기를, 하고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근데 정말로 꿈일까?’


아무튼 꿈이라기엔 지금 느끼는 불안이나 초조감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아까까지 처리한 서류들이 모조리 다 꿈이라는 것을 상상했을 때 느꼈던 미증유의 공포에 버금갈 정도로 말이다.


꿈에서도 감정을 느끼는가, 아닌가 하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지금도 주변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분위기는 꿈이던 아니던 절대 정상은 아니라고 봤다.


‘꿈이면 빨리 깨고, 아니라면......’


그 뒤는 생각하면 괜히 불안만 가중될 뿐이니까 굳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안이 가시질 않았기에 혹시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자각몽은 아닐까 하는 최후의 희망을 엿보았으나, 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서 전력으로 얼굴을 때려본 결과 아프기만 더럽게 아팠다. 도중에 아플 것을 떠올려 무심코 힘을 빼서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으윽. 그러니까......”


즉, 이건 꿈이 아니고 현실이며, 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누군가의 손에 의해 이상한 곳에 끌려와버렸다는 뜻이 된다.


애초에 누군가가 자신을 데려왔다는 확신조차 없었다. 말 그대로 이곳에 떨어진 이유가 단순히 우연의 일치에 불과할 수도 있었으니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당연히 어느 초월적 존재에 의한 납치보다도 최악의 결과물이 예상될 수밖에 없었다.


‘잘못하면 여기서 영영......’


갑자기 위기감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당장 누군가를 부르짖지 않으면, 대답을 듣지 않으면 미쳐버릴 만큼 혼란스러웠다. 상상이 현실이 되면 안 되는 상황에서 기어이 현실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이, 이봐요! 누구 없어요?! 정말로 아무도 없어요! 제발! 제발 대답 좀 해줘요!”


얼얼한 뺨을 부여잡고 무작정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이들에게 몇 번이고 대답과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곳은 소리조차 제대로 울리지 않는지 필사적인 외침에도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다. 소리를 전달하는 매질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될 만큼 목소리는 성대를 떠나는 즉시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허억. 허억. 허억.”


힘껏 목청을 높여 누구라도 들을 수 있을 성량으로 외쳐도 본인이 들리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니 어느 순간 이쪽이 먼저 지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지칠 대로 지쳐버린 몸으론 어차피 얼마 버티지도 못했을 테지만 이렇게까지 무의미하다면 얼마 없는 의욕조차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저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주저앉는 수밖에. 그래도 앉으니까 좀 살 것 같았다.


앉고 나서 떠오른 것이지만 주변이 온통 검은색이긴 해도 딱히 위험한 것은 없는지 다행히 앉아도 별 문제는 없었다. 이미 이곳저곳 달리기까지 해놓고 이제 와 앉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이상한 말이지만 말이다.


물론 제정신이 돌아온 이상 아까처럼 무모하게 달려들 순 없어졌기에 어쩔 수 없이 더 나아갈 생각은 못하고 제자리에서 머물렀다.


지치니까 두려움을 느낄 힘도 회복으로 돌아갔는지 잠시나마 이성이 돌아왔다. 이게 현실이던 아니던 어차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 쓸데없이 힘 낭비 말고 그냥 쉬자.’


이왕 이렇게 된 거 편하게 쉬면서 상태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최종적으로 멍하니 있기로 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하나 있었다.


‘졸리네.....’


안 그래도 피곤해 죽을 것 같았는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달리기까지 하고 나니 굉장히 피곤해졌다. 야근 중에 간단하게 챙겨 먹었던 야식이 이제 와서 소화되기라도 했는지 졸음까지 쏟아지려고 했다.


몰려오는 수마(睡魔)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까 싶었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요상한 곳에서 편하게 자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최후의 경각심 덕분에 어찌 정신을 붙잡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졸음을 쫓아낸 건 아닌지라 어쩔 수 없이 뺨도 꼬집어보고, 오로지 감성 하나에만 기댄 엉망진창의 노래까지 부르며 졸린 정신을 어떻게든 각성상태로 만들었다.


그렇게 졸음을 쫓아내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흐하아아아암, 으. 다시 졸리기 시작, 어?!”


막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들어 젖히고 있는데 때마침 기다리고 기다리던 변화가 생겨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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