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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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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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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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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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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

DUMMY

‘이 궤도면 따로 수정은 안 해도 되겠어.’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던 용사는 면이었던 대지가 빠르게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아래로 치우쳤던 몸의 중심을 바로잡아 자세를 가다듬었다.


약간의 오차는 있어도 다행히 기사의 바로 위로 떨어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머리부터 떨어지는 건 생리적으로 거부감을 느꼈기에 자연스럽게 다리를 아래로 뻗었다.


당연히 그냥 뻗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날카롭게 뻗은 발끝에서부터 순백의 빛이 감돌더니 이내 거대한 힘으로 변환되었다.


지금 용사가 떨어진 높이라면 보통사람이라면 떨어지는 순간 즉사. 전신이 모조리 해체당하는 수순을 밟겠으나 에테르를 장비한 용사라면 오히려 중력가속도를 등에 업은 강력한 한 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지면과 충돌할 때의 힘까지 더해지면 그 파괴력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터.


“간다!”


한눈에 다 담을 수도 없이 넓었던 풍경이 점차 한 부분으로 집중되면서 색깔이나 모양만으로 구분되던 물체들이 급격하게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게 크기를 늘리며 충돌 직전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마치 롤러코스터가 천천히 경사 위를 오르듯 추락하기 직전의 긴장감이 들끓는 감각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대고, 자연히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리하여 심장박동과 이어진 긴장감이 최고조로 끓어올랐을 때.


평면이 입체로 완전히 형태를 바꾸는 순간, 놀이기구인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빠르기로 중력이란 선로 없는 롤러코스터가 가차 없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철컥.


그대로 단숨에 기사의 영역권에 진입해 그의 전신을 머리부터 깨부수려던 찰나, 당연하게도 영역 내에서는 미친듯한 반응속도를 자랑하는 기사는 이것에도 무리 없이 반응하고 움직였다.


‘여기까진 예상했어. 문제는 다음!’


다음에 기사가 어떤 식으로 움직일 것이냐가 중요했다.


개인적으로 용사는 이번에는 검이 아니라 직전의 공격을 상처 없이 막아낸 정체불명의 능력을 써주기를 바랐다.


검을 뽑는다면 뽑는 대로 대응할 수 있다. 사람의 다리는 하나가 아니라 둘. 이미 하나가 막힐 것을 대비해 다른 쪽에서 후속타를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아예 피해버린다면 후속타고 뭐고 다 소용이 없었다.


‘그러니 일단 꺼내게 만든다.’


대책을 세우는 건 그다음이었다.


‘자, 이번엔 뭐냐?’


불꽃을 품은 듯 이글거리는 용사의 눈이 기사의 다음을 쫓아 움직였다.


용사의 전력에 중력의 힘까지 더한 위력이라면 숨겨둔 카드 한 장을 뒤집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텨내지 못할 터.


그렇게 용사는 보았다. 자신의 다리가 닿기 직전 기사의 전신이 푸르스름한 입자로 둘러싸이더니 공격이 적중한 순간 둘로 갈라져 폭발하는 것을.


그러나 기사가 둘로 갈라져 폭발하는 것을 보면서도 용사는 기뻐할 수 없었다.


몸이 닿았음에도 느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실체가 없는 안개가 퍼지는 것처럼 푸르스름한 입자로 뒤덮인 기사와 닿은 순간 다리를 포함한 전신이 기사의 몸을 통과해버린 것이다.


용사는 너무 놀라 후속타고 뭐고 꺼내지도 못한 채 이번에도 아무것도 없는 지면과 격돌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일대의 땅거죽이 뒤집어지고 내부의 암반이 깨지며 폭발하듯 하늘로 치솟았다. 마치 화산재가 온 하늘을 뒤덮은 것처럼 온통 흑갈색으로 물들었다.


그 흑갈색의 돌풍 속에서 순백의 빛을 두른 한 사람이 솟아오르는 암반을 타고 하늘로 달려 올랐다. 그 끝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은빛 갑주의 기사가 하늘을 날듯이 떠올라 있었다.


“이번엔 안 놓친다!”


아무리 생각지도 못한 일에 놀랐다 해도 두 번이나 같은 수에 당해줄 순 없었다.


지면이 폭발하는 순간에 곧바로 자리를 박찬 용사는 솟아오르는 암반을 차례로 밟아 도약한 뒤 이후에 발판이 없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허공을 밟아 기사를 향해 포탄처럼 몸을 날렸다.


순백의 빛을 두른 용사의 주먹이 기사를 향해 뻗었다. 그리고 허무하게 기사의 몸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은 용사는 곧장 반대쪽 주먹을 휘둘렀다.


“사람의 다리는 두 개! 하지만 주먹도 하나가 아니지!”


그러나 용사가 자신 있게 휘두른 회심의 레프트 훅 역시 깔끔하게 기사의 몸을 통과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기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용사는 이번에야말로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도 아니고, 연속으로?’


이미 일어난 일이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고 단정하지는 못해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의문이 안 들 수가 없다.


‘저 푸른색의 입자가 공격을 무효화시키는 건가?’


푸른색의 입자에 둘러싸인 기사는 마치 형체가 없는 안개와 같았다. 아니, 그 자체였다. 이 상태의 기사는 얼마나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도 통하지 않았다. 물질계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연속으로 공격이 빗나간 것에 동요해 움직임을 멈춘 사이 푸른 입자를 벗어던지고 물질계로 돌아온 기사가 드디어 검을 뽑았다. 하지만 기사가 가한 그 어떠한 공격도 에테르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문제는 기사가 용사의 에테르에 어떠한 효용도 보지 못했듯이 용사 역시 기사의 입자화에 어떠한 효용도 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저 입자를 어떻게 치우던가, 아니면 다른 약점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돼.’


모든 공격을 통과시켜버리는 능력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런 사기적인 능력을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에테르급의 무한동력을 가진 아티팩트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입자는 기사의 몸에서부터 나온다. 입고 있는 갑옷의 효과일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뭔가 느낌이 달라.’


굳이 비교하자면 기사의 검에 흐르는 마나와 느낌이 비슷하다. 기사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이질적인 에너지의 유동이 푸른 입자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마나는 무기에 흘리면 무기의 강도나 절삭력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활용하기에 따라선 무기에 흘리는 것 이외의 방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만약 지금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 푸른 입자는 마나를 다른 방식으로 이용한 능력일 것이다. 그리고 마나는 사람의 몸에서, 정확히는 마나가 존재하는 세상의 주민인 테라인의 몸에서 나오는 것.


‘일단 마나의 유무를 제외하면 지구인이나 테라인이나 다 똑같은 사람이다. 힘을 쓰면 채울 때까지 시간이 걸릴 터. 같은 이치로 마나 역시 놈이 사람인 이상 계속해서 입자를 만들어낼 순 없을 거다.’


즉, 기사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기사의 마나를 고갈시키는 것부터가 선결과제였다.


“좋아. 목표가 정해졌다면 그다음부터는 쉽지.”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기사에게 공격을 감행하면 된다.


힘이나 체력은 에테르 덕분에 남아돌다 못해 조금이라도 부족해질라치면 그 이상으로 채워버리는 바람에 넘쳐 터질 지경이었기에 이만큼 용사에게 안성맞춤인 일은 없었다.


그때부터 용사는 하늘에서 다시 지상에 내려올 때까지 기사의 마나를 고갈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입자화 상태의 기사를 때리는 일은 마치 허공에 대고 쉐도우복싱을 하는 기분이었다. 아마 이 상태가 조금만 더 길어졌더라면 약간은 지루함을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그렇게까지 가는 일은 없었다.


마나를 전부 고갈시키기 전에는 다른 돌파구는 없을 거란 생각과 달리 의외로 돌파구의 위치는 상당히 얕은 곳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좌에서 우로 연속공격을 시도하던 용사는 이어서 네 번째의 중단 공격 공격이 빗나가자 익숙한 듯 몸을 회전시켜 강력한 뒤돌려차기를 선보였다.


지금껏 다리를 쓴 적이라곤 달리거나, 위로 도약하거나, 위에서 내려찍을 때뿐이었는데 몸을 쓰다 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골반이 쭉쭉 늘어나는 게 굳이 다리를 안 쓸 이유가 없다 싶었던 탓이다.


이게 어디서 또 본 건 있어서 혹시 이런 것도 되는가 싶어 따라 해봤는데 간단히 돼버리는 게 아닌가?


알아도 아예 시작도 못하는 몹쓸 몸뚱어리일 때와 달리 일단 한 번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이 뛰어난 육체를 가만히 놀리고만 있을 순 없었다.


덕분에 중간중간 자꾸만 끊어지던 연계가 상당 부분 보완되면서 안정적으로 기사를 몰아붙였고, 바로 지금 공격이 네 번째에서 다섯 번째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특이반응을 확인했다.


4회째까지는 푸른 입자를 생성해 공격을 완전하게 회피하던 기사가 공격이 5회째로 들어서자 그 몸에서 생성되는 입자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용사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이때다 싶어 앞뒤 가리지 않고 전력을 다해 다리를 휘둘렀다. 그러나 아쉽게도 입자가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은 탓인지 반쯤 입자화한 기사가 충격을 받고 뒤로 밀려나는 정도에서 그쳤다.


‘오호라? 이것 봐라.’


용사는 충격을 받고 밀려난 기사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거의 대부분의 충격은 입자화를 통해 외부로 흘려내진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기사의 몸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컸다.


기사의 마나 총량이 얼마나 되는진 몰라도 용사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준의 능력을 사용할 정도라면 상당히 많을 거라고 생각됐다. 그런데 고작 5번의 연속 사용만으로 이렇게 큰 폭으로 효과가 떨어질 줄이야.


‘저게 생각보다 마나를 많이 잡아먹는 모양이지?’


역시 저 사기적인 능력에도 한계는 있었다며 간만의 희소식에 용사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생각하느라 몸이 멈췄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재차 기사에게 달려들었다.


‘마나가 거의 다 떨어졌을 테니 이제 전처럼 완전회피는 불가능하겠지!’


즉, 현재 기사에게 용사의 공격을 막을 수단은 전무하단 뜻이었으니 지금이야말로 기사를 처치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게 회심의 일격을 날린 용사였으나 어째선지 그의 공격은 이번에도 성대하게 허공을 갈랐다.


“.......어떻게?”


전신을 푸르게 빛내는 기사의 모습을 담은 눈동자가 당황으로 흔들렸다.


기사의 마나가 거의 고갈되었다고 판단해 공격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마나가 고갈되어 더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을 거라 여겨진 기사가 어째선지 다시 멀쩡하게 입자를 생성하고 있었다.


‘설마 그 잠깐 사이에 회복했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상식적으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아직 마나가 어떤 원리로 운용되는지 모르는 용사로서는 이조차도 확신하기 어려웠다.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받아들이는 것뿐.


“이렇게 된 이상 다시 한다! 결과가 나왔으니 과정도 똑같이 하면 되겠지!”


괜히 열이 뻗친 용사는 오기로라도 공격을 통하게 해주겠다며 막무가내로 기사를 공격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머신을 때릴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연속 4회를 채우고 5회째로 공격이 이어지자 이번에도 입자량이 현저히 줄어든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용사는 여기서 속도를 올려 공격의 간격을 더욱 좁혔다.


‘여기서 아까처럼 시간을 주면 또 회복하니까 쉬지 않고 들어간다!’


이번에는 뭔가가 다르다고 느낀 것인지 용사의 손이 빨라지자 여태껏 입자를 뿜어낼 때는 회피에만 전념하던 기사의 손에도 검이 들리면서 시간을 벌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힘이 거의 실리지 않은 검을 일부러 용사의 공격에 가져다 대어 역으로 그 힘으로 하여금 그로부터 멀어지려 한 것이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기술은 뭐가 됐던 대단한 것이지만, 용사의 힘은 그 힘의 단위부터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부작용 없이 힘을 받아들이는 부분은 힘을 사용할 줄만 알지 이용할 줄은 모르는 초짜로서는 정말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용사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인식할 대상이 없어진 기사는 알아서 작동을 멈출 테니 멀어지는 데 한계는 존재했다.


그럼 그때 다시 쫓아가면 된다. 하지만 그래서야 또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수는 없지.’


용사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다는 생각에 황급히 지면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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