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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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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수 :
166,510

작성
21.07.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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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

DUMMY

한 번 쓰러뜨린 기사는 느닷없이 갑옷이 폭발하지, 갑자기 필드가 바뀌었다 싶더니 늑대인간이 되질 않나, 사방에서 적이 솟아나질 않나. 유일한 동아줄인 에테르는 상태 불량에, 하늘은 화살에, 마법에, 브레스에 운석까지 쏟아져 정신 챙길 틈이 없었다.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이쯤 되면 상황이 정상이 아니란 정도는 절로 감이 오기 마련. 그리고 시스템은 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가진 현재 유일한 존재였다.


용사가 설명을 요구하자 시스템은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메시지를 꺼냈다.


[튜토리얼 내 상정되지 않은 성역의 출현과 태초의 짐승의 발현이 동시에 일어나는 특수 이레귤러로 인해 튜토리얼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튜토리얼의 통제권이 이레귤러에게 넘어가 폭주한 상태입니다.]


“이레귤러라면 저놈 말이지?”


용사는 거대한 빛의 장막 너머 줄곧 이쪽을 주시하는 핏빛 눈동자를 의식하며 물었다.


[긍정합니다. 이레귤러에게 통제권이 넘어간 것으로 공간 전체가 강제적인 폐쇄 조치에 들어갔고, 내부로의 출입 역시 원활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간섭을 위해 부득이하게 연결점을 가진 귀하를 좌표축으로 삼아 심부로 향하는 쐐기를 침투시켰습니다.]


시스템이 말하는 쐐기라는 것이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빛기둥이라는 것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늘에서 용사를 중심으로 떨어져 일대의 적들을 싹 밀어버리고 우뚝 선 빛기둥.


적성체로 인식되는 모든 것을 닿는 즉시 그 자리에서 녹여버리는 강력한 힘을 가진 이것이 바로 시스템이 이곳으로 들어오기 위한 통로이자 폐쇄된 공간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 공간에 쑤셔 박은 거대한 말뚝이었다.


[본 시스템이 파견된 목적은 현재 발생한 커다란 오류인 이레귤러의 폭주를 바로잡고 올바른 튜토리얼 진행을 유도해 귀하를 해당 권역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탈출할 수 있는 거야?”


전혀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탈출의 가능성을 엿본 용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아무래도 사방이 적으로 꽉 막혀 도망칠 곳도 없던 절망적인 상황이었던지라 탈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정상적으로 튜토리얼의 클리어가 이루어진다면 가능합니다.]


시스템은 탈출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튜토리얼의 종료와 동시에 용사는 자동적으로 여신의 곁으로 소환되는 구조였다. 이는 정상 운행되지 않는 지금의 튜토리얼이라도 달라지지 않았으니 어떻게든 클리어만 가능하다면 즉시 탈출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그래.......”


거듭 탈출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으니 그제야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물론 정상적인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딸렸지만 그래도 아예 길이 보이지 않던 때보다야 훨씬 희망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시스템에게 질문하는 태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어떻게 하면 클리어가 가능하지? 뭔가 방법이 있는 건가?”


원래 튜토리얼의 클리어 조건은 기사를 전투불능으로 만드는 것이었고, 일차적으로 그 조건은 달성했다. 그러니 시스템의 설명대로라면 그 순간 튜토리얼이 클리어되고 여신의 곁으로 이동해 있어야 하지만 조건을 만족했음에도 여전히 자신은 이곳에 있었다.


아마 시스템이 말한 심각한 오류란 놈이 튜토리얼의 통제권을 얻은 것 때문에 조건을 맞춰도 클리어가 불가능하게 돼버렸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된 탓일 터.


설령 클리어 조건이 존재하더라도 에테르의 불량으로 전력이 감소한 용사가 저만한 수의 적들을 앞에 두고 조건을 완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이레귤러도 그것을 노리고 그런 환경을 만들었을 테고 말이다.


‘그러니까 여기는 이제 튜토리얼이 아니라 저놈의 사냥터가 됐다 이 말이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탈출할 수 없다.


아마 시스템을 보낸 신적 존재는 그걸 알고도 해결을 위해 시스템을 이곳으로 보냈을 터. 그리고 그 말은 시스템에게 지금 상황을 해결할 만한 힘이 있다는 뜻이었다.


용사의 기대대로 시스템은 그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해당 튜토리얼은 심각한 오류가 발생해 더는 본래 역할을 다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클리어 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에너미의 극단적인 행동원리만이 폭주해 날뛰고 있습니다.]


돌발적으로 발생한 이레귤러로 인해 변질돼버린 튜토리얼은 플레이어에게 명확한 목적도, 과정도, 결과도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에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용사를 죽인다는 기본 목적과 무한히 넘쳐나는 에너미의 무한정으로 넘쳐나는 살의뿐.


자고로 튜토리얼이라함은 반드시 클리어되는 것이 절대조건이라 할 수 있다. 클리어되지 못하는 튜토리얼은 더는 튜토리얼이라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본 시스템은 지금부터 목적과 방향, 조건에 이르는 모든 것이 불분명해진 튜토리얼을 기초단계부터 재구축하여 클리어 가능한 상태로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튜토리얼의 목적과 끝을 재설정하고, 필드를 목적에 맞게 재조정하고, 튜토리얼에 어긋나는 모든 요소를 정상적인 방향으로 재배치한다.


“그렇게 재구축된 튜토리얼을 내가 클리어하면 된다 이거지? 그러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거고.”


[긍정합니다. 그러나 재구축을 시도하더라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확률이 존재합니다.]


현재 튜토리얼이었던 공간은 공간 전체가 신적 존재가 거주하는 집의 앞마당 비슷한 공간이 되어 그것을 통제하는 이레귤러의 손이 닿아있었다.


만약 이대로 시스템이 튜토리얼의 재구축을 시도하면 필시 시스템과 그를 막으려는 이레귤러가 충돌하게 된다.


이를 완벽하게 방어하면서 재구축을 완료하는 것은 현재 시스템의 스펙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시스템이 시도할 재구축의 최대 목적은 완벽한 튜토리얼의 복구가 아니라 가능한 한 클리어 가능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물론 어떤 상태로 재구축된다 해도 최대한의 지원이 귀하에게 제공될 것입니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재구축 이후부터는 귀하의 역량에 따라 클리어 가능 여부가 맡겨진다는 점 충분히 유의하시길.]


판을 만들어주겠다. 도와도 주겠다.


‘하지만 클리어는 자신의 능력으로 어떻게든 해라, 이 말인가.’


“뭘. 그거면 충분해. 아, 그런데 에테르가 고장 난 것 같거든. 그쪽에서 어떻게 안 되나? 계속 이대로면 싸우기 곤란한데.”


시스템이 쐐기라 부르는 빛기둥의 힘 덕분에 손상된 에테르는 겉보기엔 완전히 복구됐으나 낼 수 있는 출력은 여전히 저하된 그대로였다.


재구축된 튜토리얼이 과연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에 에테르의 상태 불량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후의 클리어가 상당히 쉬워질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약간의 기대를 담아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영 시원찮았다.


[명칭 ‘에테르’의 출력 억제는 현재 출현한 성역의 구속력에 의한 것입니다. 귀하에게서 구속력의 완전한 배제가 성립되지 않는 이상 당장은 어떠한 수단으로도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튜토리얼의 재구축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성역의 영향력이 그만큼 줄어들 뿐이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었다.


튜토리얼의 주도권이 시스템에게로 넘어갈 테니 공간 전체를 대격변 수준으로 변화시키거나 튜토리얼에 사용될 자원을 임의로 끌어다 쓰는 것 같은 큰일은 불가능해지겠지만, 공간 전체가 아닌 에테르 하나를 특정해 힘을 억제하는 정도는 무난하게 할 수 있다고 봐야 했다.


재구축된 이후에도 이럴진대 아직 시작도 안 한 시점에서야 어찌 될지 안 봐도 뻔했다.


“역시 안 되나.”


물어본 용사도 대충 이럴 것 같았다.


튜토리얼을 뜯어고치겠다고 단언하는 시스템의 능력이라면 혹시 에테르의 수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쉽게도 일이 그렇게 쉽게 흘러가진 않을 모양이었다.


그래도 처음부터 기대치가 낮았던 덕분에 아쉬움은 덜했다. 어디까지나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 있으니 물어나 보자 해서 물어봤을 뿐이었으니까.


“그럼 내가 튜토리얼을 클리어해서 성역 밖으로 나가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건 맞겠지?”


[긍정합니다.]


‘그래도 상태 불량이 영구적인 게 아니라 일시적이라니 다행이네.’


용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마지막으로 남은 아쉬움을 털어냈다.


“어쩔 수 없지. 이 상태로 어떻게든 해보는 수밖에.”


[재구축 이후 튜토리얼이 정상화된다면 현재 귀하의 전투력으로도 충분히 클리어 가능할 수준까지 난이도가 조정될 것입니다. 본 시스템 역시 허락된 모든 기능을 다하여 귀하를 보조할 예정이니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마치 용사를 격려라도 하려는지 시스템이 덧붙였다. 용사는 설마 그러겠냐면서도 피식 웃었다.


“그거 마음 든든하네. 좋아, 그럼 당장 시작할까.”


[재구축은 접속과 마찬가지로 현재 쐐기의 중심 연결점으로 설정된 귀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와 동시에 아까와 같은 선택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재구축하시겠습니까?]

[Y / N]


“당연히 예스지!”


따로 볼 것도 없다는 듯 예스를 누르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선택창이 사라지고 뒤이어 수백 개의 새로운 창이 떠오르며 처음 접속 때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연산을 개시했다.


[재구축을 시작하겠습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


충격에 대비하라는 말은 그저 농담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지 재구축이 시작되자마자 거대한 진동이 발밑을 덮쳤다.


세상을 수직으로 관통한 거대한 빛의 말뚝이 세상 전체를 진동시켰다.


거대한 진동과 함께 빛기둥이 수도 없이 점멸하며 사방으로 빛을 퍼뜨렸고, 빛에 노출된 하늘이나 땅을 포함한 온갖 유, 무기물들이 한순간에 새하얗게 탈색되며 색을 잃었다.


마치 완성된 그림에서 물감이 흘러내리듯 색을 잃은 것들은 선과 점만이 남았고, 이윽고 형태를 이루는 선마저 완벽히 흐려져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표백되었다.


기존에 칠해진 잘못된 그림을 지우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 공간에 뿌리내린 쐐기, 빛기둥을 중심으로 공간이 백지화되고 있었다.


하늘과 지상을 빽빽이 채웠던 각양각색의 전투 인형들도 예외는 없었다. 빛에 닿는 순간 몸의 첨단부터 시작해 존재를 이루는 모든 것이 흘러내리며 무로 돌아갔다.


그중 몇몇은 각자 숨겨둔 힘을 발휘해 능력껏 몸을 숨겼지만 세상 자체를 표백시키는 힘 앞에서는 그조차도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표백되는 속도가 무시무시하게 빨랐다. 아마 이 속도라면 세상 전체가 표백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시스템이 과장한 건 아닐 건데.......’


다른 인형들처럼 백지화에 휘말렸는지 아니면 지금도 무언가 술수를 벌이는 중인지 이레귤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재구축을 시도하면 필시 저항이 있을 거라더니 저 멀리 지평선까지 백지화돼가는 와중에도 전혀 그럴 낌새가 없는 게 영 꺼림칙했다. 하지만 재구축의 거의 막바지에 다다라서도 아무런 일이 없자 의아해하면서도 용사는 몸에서 힘을 뺐다.


시스템이 괜히 미리부터 재구축이 완전치 못할 거라 일러둔 게 아닐 거란 생각에 혹시 몰라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는데 괜한 일이었나 싶었다.


이윽고 지평선을 넘어 마침내 그 지평선마저 완전히 지워지는 것을 확인한 순간 시스템을 통해 재구축이 완료되었다는 문구가 눈앞에 떠올랐다.


[재구축이 완료되었습니다.]


동시에 사방에서 칠흑의 거대한 벽이 곳곳에서 솟아올랐다.


그것을 보고 재구축이 완전히 끝났음을 인지한 용사가 시스템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자니 곧 이전까지와 다른 분위기의 시스템 창이 허공에 떠올랐다.


[튜토리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건......”


아까까지 대화하던 시스템이 아니었다. 이것은 새로운 튜토리얼의 시작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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