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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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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추천수 :
11
글자수 :
166,510

작성
21.06.2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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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

DUMMY

‘제길. 어떻게 한다......’


일단 지각능력을 비롯한 동체시력, 기타 감각적인 부분은 전이랑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만 봐도 잘 알겠다. 하지만 그것들을 제외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힘이 떨어진 것은 확실했다.


“흐읍.”


용사는 달리면서 눈을 부릅뜨고 주먹에 힘을 줬다. 그저 꽉 쥐는 수준이라면 반응도 없었고, 상당히 힘을 주고 나서야 그제야 보기에도 미미한 일렁임이 외부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거 왜 이래?’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에테르의 전체적인 출력이 확 떨어졌다. 더구나 출력이 떨어진 탓에 용사의 신체능력을 높여주던 힘도 효과가 줄어 능력 전반이 다 함께 떨어진 상태였다.


체감상 측정치 60점대에서 50점대 중반대까지 힘이 떨어진 모양. 점수 하나하나가 상당한 격을 품고 있는 만큼 60점대에서 50점대로의 추락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아까의 탈력감은 에테르의 출력이 떨어졌기 때문인가.’


도망치면서도 차분히 하나하나 점검하니 에테르의 힘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몸에 남아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그 주체가 되는 에테르가 힘을 발현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워졌다.


당장 에테르의 불량을 해결할 방법은 당연히 없었다. 그래도 아예 일반인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으니 상황은 생각보다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용사로서의 힘은 다소 떨어졌어도 이 정도라면 당장 잡히지 않고 도망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할지 모른다.’


지금까지는 몸에 닿으면 죽는다는 일념으로 죽어라 회피만 했었지만, 용사로서의 힘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이제는 방침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일단 가까이 다가온 놈들부터 떨쳐내고 보자.’


빠른 속도로 달리던 용사의 다리가 급하게 속도를 줄이면서 지면을 거칠게 긁었다. 뒤따라오던 짐승은 빠르게 가까워지는 사냥감을 잘게 썰어버리기 위해 등 뒤로 핏빛 손톱을 길게 뻗었지만, 이번엔 용사의 대응이 달랐다.


놈이 다가오는 타이밍에 맞춰 재빠르게 몸을 회전시킨 용사의 주먹이 놈을 향해 마주 내질러졌다.


짐작하건대 에테르의 출력이 줄어든 만큼 신체능력만이 아니라 재생력이나 에테르의 자체 방어력과 같은 상시발동효과도 이전과 같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싸운다면 그 부분은 상당히 주의해야 하겠지만, 용사가 주먹을 뻗는 행위에 전과 같은 두려움은 없었다.


쾅!


짐승의 손톱과 용사의 주먹이 충돌하며 공간을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파문을 발생시켰다. 그 여파로 새까맣게 몰려드는 적들의 파도가 일시적으로 무너져 약간이지만 공간이 생겨났다.


충돌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쾅쾅쾅쾅쾅!


한순간에 주먹과 마나로 붉게 물든 손톱이 수도 없이 교차했다.


‘빠르다.’


늑대인간이 된 인형은 인간일 때와는 힘부터 움직임, 속도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서 격이 달랐다. 어쩌면 자신의 능력이 떨어져서 더욱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지만 인간이었을 때보다 놈의 공격을 피하거나 따라가기가 훨씬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이지만 자신이 밀리는 기분이었다.


‘전체적인 피지컬은 내가 좀 더 우위다. 그런데도 밀린다는 말은 이게 그 경험의 차이란 건가?’


놈은 특정한 방향을 잡지 않고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것 같으면서도 한 번 시야에서 놓치는 순간 어떤 방향에서든 어김없이 급소에 공격이 들어왔다.


마치 이쪽의 생각을 읽는 것처럼 이쪽의 급소란 급소는 다 채가면서도 놈은 단 한 번도 본체에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체급 차이가 크게 났을 때는 힘으로 이쪽이 압도하고 있었는데......’


체급이 떨어지자마자 순식간에 놈에게 말려들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놈의 공격 전부를 에테르가 무리 없이 막아주고 있는 데다 놈과의 충돌 여파 덕분에 일정 수준 이하의 적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공방을 지속할 수는 없었다.


공격을 주고받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슬금슬금 폭풍을 헤집고 접근하려는 무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시간을 오래 끌면 확실하게 게임오버다.’


그것도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말이다. 하지만 막상 눈앞의 짐승을 떨치려고 하니 생각보다 강해 쉽게 물러날 수가 없어졌다. 물러서는 순간 현재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균형이 일거에 무너지면서 도리어 사방에서 역공을 받게 될 것이 뻔했다.


“제길!”


가까이 다가오는 놈들부터 떨치고 이곳을 벗어날 방법을 찾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벗어나기는커녕 점점 더 그와는 멀어지게 된다.


순간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나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사방이 적으로 도배된 상황에 늦던 빠르던 간에 싸우는 순간은 반드시 올 수밖에 없음을 상기하고는 느슨해지려는 주먹에 재차 힘을 넣었다.


‘아직 포기하긴 일러. 어딘가 빠져나갈 구멍이 하나쯤은 있을 거다.’


또 한 차례 공방을 주고받고 떨어지는 순간을 노려 용사는 다시 한 번 도주할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기회를 엿보고 있던 것은 용사만이 아니었다.


용사와 짐승의 충돌 여파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멈추지 않고 거리를 좁힌 단단한 육체를 가진 이종족과 마물들이 용사가 떨어져 나온 순간을 노리고 재빠르게 창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이런!”


아차 하는 사이에 사면을 채우고 날아드는 창칼에 도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즉각 팔다리를 놀려 그것들부터 막아냈지만, 그 뒤를 줄줄이 잇는 적들의 세례에 쉴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각양각색의 무기와 이빨, 손발톱으로 무장한 적들이 지금도 몰려들고 있었고, 멀리서는 귀가 긴 미형의 이종족을 포함한 수많은 이종족의 활에 걸린 시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수도 없이 당겨졌다.


뜻을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어느 방향 할 것 없이 들려오고, 유일하게 남은 하늘 역시 비행종들이 진을 치고 갈 곳을 잃은 먹잇감이 올라오길 기다리는 중이었으며, 더욱 위의 하늘에선 용종들이 초고열의 불꽃을 머금고 지상으로 내뱉기 일보 직전.


“빠져나갈 구멍은 개뿔! 이걸 어떻게 빠져나가!”


어느 순간부터 막아내는 것 이상으로 전신에 쏟아지는 눈먼 공격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던 용사가 악에 받쳐 절규했다.


망했다. 도주로를 찾기는커녕 꼼짝없이 포위당했다.


어딜 봐도 적, 적, 적, 적이 들어찼고, 설령 눈앞의 적을 헤치고 빠져나간다 해도 그다음이 있다. 그것을 빠져나가도 또 다른 그다음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을 것은 안 봐도 훤했다.


끝도 없는 수의 군세를 힘으로 뚫기엔 지금의 힘으론 턱도 없었다. 출력이 억제된 에테르의 방어력으로는 저것들이 날려대는 공격을 받으면서 언제 깨질까 조마조마하기만 했으니 공격을 무시하고 힘으로 밀고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끝인가.’


어쩌면 기적적으로 소식이 두절 된 여신과 연락이 닿아 이 빌어먹을 상황을 타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이제는 소용이 없어 보였다.


‘그런 편리한 일이 일어날 거라면 진즉에 일어났겠지.’


하지만 끝까지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끝을 직감한 순간 수많은 적과 화살, 마법의 세례로 숨 막히는 시야 한구석에서 일순 어둠으로 가득한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붉은빛이 언뜻 보였다.


하늘에서 적아를 가리지 않는 용들의 초고열 브레스가 쏟아지는 무시무시한 빛이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머리가 갈 데까지 간 모양인지 용사는 간만에 보는 밝은 빛에 무심코 헤픈 웃음을 보였다.


‘진짜 쓸데없이 예쁘네.’


출력이 줄었다지만 에테르가 있으니 아마 저 브레스를 맞고도 어찌 살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끝없는 싸움에서도 살아날 자신은 없었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이번 걸로 싹 포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저기, 지구 신님. 다른 세상에도 있으니 아마 여기도 있을 것 같긴 하니까 하는 말인데요. 제발 다음 생에는 용사 같은 거 말고 좀 편한 인생을 좀 주십쇼. 제발!’


용사는 대체 어디 있는지도 모를 지구산 신에게 그리 기도하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째 이렇게 기도하면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직장인으로 살게 될 것 같은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지만 설마 그러겠냐 싶었다.


용사는 포기한 시점부터 공격을 막거나 피하는 최소한의 저항조차 그만뒀다.


포기하니 마음 하나는 편했다. 하지만 그의 평안은 단 3초도 지나지 않아 깨졌다.


눈먼 공격을 쳐내는 최소한의 방어조차 그만둔 순간부터 마구잡이로 몸을 뒤흔드는 충격에 팔다리가 목각인형처럼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휘둘렸고, 시야가 정신없이 흔들려 심한 구토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외부의 공격은 에테르가 막아주는 덕분에 당장 느껴지는 아픔은 없다지만 이런 식으로 인체가 꺾일 수 있는 한계 각도까지 쉴 새 없이 몸이 뒤틀리게 되면 신경이 쓰이는 것 이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머리가 가만히 있질 않아서 슬금슬금 구토감까지 몰려오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죽기 직전 부처의 마음으로 모든 공격을 허용하던 용사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사람이 좀 편하게 가자는데 이것들이!”


포기는 무슨, 이렇게 되면 그냥 죽을 때까지 원 없이 싸우다가 가는 게 정신건강에 훨씬 더 이로울 것 같다.


“오냐! 다 덤벼!”


일단 지금까지 한 시도 공격을 멈추지 않던 괘씸한 놈들의 팔과 머리통을 붙잡아 날아오는 브레스를 향해 던져버린 용사가 괴력을 발휘해 마저 달려드는 놈들을 걷어차 밀어버린 뒤 브레스의 직격을 피해 뛰어올랐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날카로운 맹금류의 발톱을 가진 하피 무리가 그를 노렸지만, 용사는 어딜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냐며 역으로 그들의 발목을 닭 잡듯이 잡고는 몰려드는 무리를 향해 곤봉 대용으로 휘둘렀다.


“죽어! 죽어! 죽어!”


마치 광인처럼 양손에 하피를 들고 몰려드는 또 다른 하피의 머리통을 깨부수던 용사는 커다란 폭음과 함께 등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브레스가 떨어졌겠거니 싶어 슬쩍 눈을 돌렸다.


“아, 너네는 지치지도 않냐!”


저 날개 달린 도마뱀 놈들은 방금 거하게 뱉어냈으면서도 지치지도 않는지 재차 불꽃을 머금은 머리를 이쪽으로 향했다.


‘이건 못 피할 것 같은데.’


브레스만이라면 어떻게 받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필이면 이번엔 용의 숨결만이 아니라 아까부터 외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던 마법 영창이 일제히 멎으면서 감히 용종의 브레스와 비견될 만한 운석 마법 메테오 폴이 동시에 수십 개씩이나 생성돼 함께 떨어지는 통에 범위가 장난이 아니게 넓었다.


‘적이고 아군이고 아무것도 없다 이거냐?’


사실상 용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군 개념이 아니라 그냥 용사를 쓰러뜨린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지닌 개체들의 집합으로 봐야 했다. 당연하게도 따로 지휘체계 따위를 갖추지도 않았기에 그들은 그들 나름의 능력껏, 포지션껏 최선의 공격을 행할 뿐이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용사에게 적중하기만 하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용사 외에 존재가 휘말리던 말던 공격의 당사자는 알 바가 아니었다.


용사는 하늘을 뒤덮은 용종의 입에서 브레스가 터지는 즉시 양손의 하피를 놓아버리고는 최대한 닿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 한껏 몸을 웅크렸다.


그런 그를 향해 수많은 용이 토해낸 초고열의 숨결이 작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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