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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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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수 :
166,510

작성
21.07.0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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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6.

DUMMY

화아아아아악!


용의 브레스가 전신을 둘러싼 에테르를 조금씩이나마 녹이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가볍게 백을 넘어서는 용종이 일제히 뱉어낸 브레스라도 어찌 아슬아슬하게나마 에테르가 버텨주는 모양이었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그것도 장담할 수 없어진다.


‘빨리 벗어나야 해!’


용사는 에테르가 완전히 녹기 전에 어떻게든 현재 위치를 벗어나려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추락 중에 더구나 공격까지 받고 있으니 그게 마음대로 될 리가 없었다. 게다가 그를 노리는 것은 브레스 하나가 아니었다.


뒤이어 새까만 구름으로 뒤덮인 어두운 하늘을 가르고 활활 타오르는 운석 수십이 머리 위로 거대한 몸체를 드러냈다.


‘미친......’


전신이 용의 불꽃에 휩싸여 불태워지는 와중에도 활로를 찾아 머리를 굴리던 용사였지만 수십의 운석이 오로지 단 한 명을 향해 날아드는 광경에는 아무래도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용사는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즉각 양팔을 둘러 머리 위를 방어했다.


직후 전신에 어마어마한 질량이 쏟아졌다.


“크으으으윽!”


에테르가 최대한으로 방어막을 전개하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상당한 중량에 절로 눈이 부릅떠졌다. 이걸 에테르 없이 받았다간 단순히 무게감을 느끼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용사는 부디 에테르가 끝까지 버텨주길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기대대로 에테르는 초고열의 브레스에 이어 거대 운석에도 잠시간은 버텼다.


이대로 함께 추락하면서 지면과 샌드위치만 피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고 작은 희망을 엿보았으나, 역시 온전치 않은 상태로 연이은 큰 공격은 부하가 컸던지 어느 순간 에테르의 표면에 굵직한 균열이 내달렸다.


벌어진 균열을 타고 흘러드는 전신을 짓누르는 막대한 질량과 즉각적으로 이어지는 격통에 용사의 입에서 속절없이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 으아아아악!”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아아!!!’


감히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용사는 말 그대로 전신을 태우는 불길에 휩싸여 수많은 운석과 함께 지상으로 떨어졌다.


어두운 세상에 한순간 태양이 강림했다.


보는 이의 눈을 비롯한 전신을 남김없이 불사른 재앙에서 용사가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에테르의 뛰어난 방어 성능 덕분이었다.


초고열의 브레스에 연이은 운석의 충돌로 균열이 생겨 본체에도 피해가 가는 와중에도 에테르가 최대한 사용자의 생명을 지킨 덕분에 용사는 가까스로 숨을 붙인 채 눈을 뜰 수 있었다.


‘살아, 있나.....?’


적아를 구분하지 않은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공격에 그를 포함한 수많은 적들이 함께 휘말렸다. 그것을 증명하듯 사방은 폭발한 운석의 불길과 잔해, 시체처럼 보이는 새까만 무언가로 가득했다.


명백히 그 폭발의 중심에 있었던 용사는 반쯤 정신이 나간 듯 풀린 눈으로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돌연 엄습한 격통에 억누른 신음을 흘렸다.


“으, 으흐윽......”


빈틈없이 전신을 보호하던 에테르에는 군데군데 굵직한 금이 가 속살을 드러냈고, 그곳에서부터 살을 태우는 통증이 실시간으로 용사를 괴롭혔다. 덕분에 몽롱했던 정신이 단숨에 각성했지만 도리어 각성한 탓에 고통이 더욱 선명해졌다.


“제, 기랄.”


이 정도 부상을 입은 것은 생전 처음이라 고통 탓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미친 듯이 아파서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훨씬 나을 정도였다.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분명 적아를 가리지 않는 공격이었으니 아래에 있던 놈들을 포함한 일대가 모조리 쓸려나갔을 건 안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것들이 전부는 아니었다. 아마 이대로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운석의 영향권 밖에 있던 적이 물밀듯이 밀려들 것이다.


‘그러니까 얼른 도망가야.......’


하지만 도망치려고 해도 몸이 이 꼴이라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조금씩 에테르가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와는 반대로 몸에 입은 상처의 회복은 더뎠다. 사용자의 고통보다 에테르 본체의 수복이 먼저인지 현재 몸에 작용하는 회복력은 그리 크게 작용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빨리. 빨리 좀 해라......’


용사는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초조하게 에테르의 수복을 기다렸다. 출력이 줄어서 그런지, 아니면 파괴된 부분이 너무 광범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수복 자체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한껏 곤두세우고 있던 용사의 귀에 멀리서부터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무질서한 발소리가 잡혔다. 그뿐 아니라 바로 위에서 가까워지는 수많은 날갯짓 소리에 섞인 날카로운 파공음에 순간적으로 고통도 잊고 온힘을 다해 옆으로 몸을 비틀었다.


직후 하늘에서 이곳을 향해 핀포인트로 쏟아지는 화살 세례.


파바바바바바박.


“으악!”


삐걱거리는 몸을 억지로 뒤튼 후폭풍으로 찢어지는 격통이 몰려와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릴 여유 따윈 없었지만 들린 소리만으로도 화살 세례가 꽂힌 자리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충분히 상상이 갔다.


‘좀 천천히 오면 어디 덧나냐!’


이미 적은 지근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제 더는 시간이 없었다. 움직일 거라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에테르의 완전 수복은 아직 멀었고 상처의 회복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도저히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에테르의 수복을 기다리고만 있다간 딱 죽기 좋았다.


“안 돼.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아니, 안 죽어. 난 살 거다.”


죽음 앞에선 없던 기력도 생겨나는 법. 이대로 죽기 싫다는 의지 하나로 잠시나마 고통을 잊은 용사가 어렵사리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일어나는 게 한발 늦었던 것일까.


용사가 막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보인 것은 수도 없는 적들이 만들어낸 죽음의 그림자였다. 그런데 수많은 적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앞두고 있음에도 용사는 두려움보다는 의아함이 먼저 들었다.


‘이게, 뭐야?’


[접속을 허가하시겠습니까?]

[Y / N]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시야 정중앙에 선명하게 떠오른 반투명한 창에 적힌 새하얀 문구가 점멸하듯 눈앞에 존재했다.


‘접속, 이라고?’


접속을 허가하겠냐며 지금도 깜빡깜빡 점멸하는 선택창을 보고 드디어 정신이 나갔구나, 헛것이 다 보인다 싶었다. 하지만 마치 어서 누르라는 듯 깜빡이는 그것을 본 용사는 홀린 듯 그 문구에 시선이 빼앗겼다.


‘대체 어디로, 뭘 접속한다는 거지?’


모른다. 속으로 그에 관한 질문을 던져도 눈앞의 선택창은 변함없이 하나의 선택만을 요구할 뿐이었다. 그리고 사실 깊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당장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였으니까. 그 외의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담 답은 하나뿐이지.’


이걸 수락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도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다른 여지가 없다.


설령 이 앞에 기다리는 게 지금보다 더한 위기일지라도!


“예스!”


뭐든 좋으니까 해보라며 용사는 망설임 없이 예스를 외쳤다.


[수락하셨습니다.]

[접속 승인.]


접속이 승인되었다는 문구와 함께 순간적으로 몇 개나 되는 창이 생성되었고, 한 눈으로 다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수식을 반복적으로 늘어놓고 연산하던 그것은 이내 단 하나의 창을 남겨놓고 모두 사라졌다.


[접속 개시. 충격에 대비하세요.]


그 순간 새까만 하늘을 뚫고 순백의 빛기둥이 떨어졌다.


용사의 눈엔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내린 단죄의 빛처럼 보였다.


바로 머리 위로부터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린 빛기둥은 그를 둘러싼 무리를 한 번에 일소했고, 흔적도 없이 녹여버렸다. 더 나아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영역을 넓히더니 겁도 없이 주변으로 몰려드는 잡스러운 무리까지 일거에 소멸시켰다.


빛에 함께 노출된 용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이 정도로도 정말 커다란 구원이 되었지만, 빛의 능력은 파괴만이 아니었는지 그 안에서 멍하니 새까만 적의 파도가 분쇄되는 것을 지켜보던 용사는 어느새 더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전신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던 에테르가 급속도로 벌어진 균열을 채우더니 멀쩡하게 돌아와 있었다. 거기에 더해 온몸의 상처까지 완전히 아물었으니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대체 이건 뭐지?”


상당히 넓은 범위까지 영역을 넓히고서야 활동을 멈춘 빛기둥은 그때부터 안에는 아무도 들이지 않겠다는 듯 들어오려는 적들의 접근 자체를 원천 차단했다.


이성이 없는 갖가지 이형의 괴물들이 빛기둥에 달려들었다 변변찮은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녹아내렸고, 최소한의 위험감지가 가능한 인형들은 멀찍이 떨어져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니 이게 뭐가 됐든 당장의 위기는 벗어난 듯했다.


‘일단 살긴 살았나......’


용사는 그제야 안도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누르고 보길 잘했네.”


[접속 승인 감사합니다.]


“어, 어어! 또 나왔다?!”


사라진 줄 알았던 반투명한 창이 긴장이 풀린 틈을 타 새로운 문장을 담아 떠올랐다. 이에 대체 정체가 뭔지 궁금해하며 뚫어져라 쳐다보니 곧 이쪽의 반응을 확인했는지 그것이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귀하를 돕기 위해 파견된 행동 보조 시스템. 통칭 ‘GOD’입니다.]


‘날 돕기 위해 왔다고?’


그것보다 GOD? 갓? 신? 설마 이 타이밍에 또 다른 신의 등장이란 말인가? 아니, 오히려 이런 때이기 때문에 신이 등장한 걸지도 모른다.


“그, 그럼 당신도 신, 입니까?”


용사는 새로운 신의 등장이라는 생각에 약간 긴장하며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명칭이 신이기도 하고,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기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었을까?


[부정합니다. 그러나 그와 비슷한 존재에 의해 파견되었다는 점은 긍정합니다.]


질문에 새로이 떠오른 문장은 부정이었다. 하지만 그에 준하는 존재가 보냈음은 긍정하는 걸 보니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어찌 됐든 아예 버림받지는 않은 모양이었으니 말이다.


문득 여신 테라가 자신을 돕기 위해 손을 쓴 것인가 싶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여신 테라가 보냈음을 명확하게 드러냈을 테니 지금 말하는 대로 정체 모를 신이 보낸 거라고만 알아두면 될 것 같았다.


‘당장 예상이 가는 건 지구신인가?’


바로 아까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러 가지로 기도까지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정말로 지구신이 개입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애초에 다른 신은 테라 말고는 만난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으면서 자신을 도와주러 올 만한 인연을 가진 신이라고는 고향신밖에 없을 테니 당연한 귀결이었다.


물론 이 질문에 시스템은 보안 사항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명확한 해답을 내주진 않았기에 어디까지나 추측으로만 남았다.


“음, 알겠어. 그러면 뭐라고 부르면 되지? 명칭 그대로 ‘GOD’라고 부르는 건 좀 그러니까.”


어쨌든 신은 아니란 것이 판명되었으니 조금은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그래서 자연히 말투도 가벼워졌는데 시스템은 딱히 그 부분에 트집을 잡거나 하지 않았다.


[명칭의 구분은 편하실 대로 해주십시오.]


“아, 그래. 그럼 일단 시스템이라고만 부르지.”


[문제없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설명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대체 지금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겠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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