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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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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
추천수 :
11
글자수 :
166,510

작성
21.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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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

DUMMY

느닷없이 하늘이 개벽하듯 머리 위 어둠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눈부시다는 말로도 다 표현 못할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났다.


천지개벽이 바로 이런 것일까. 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장관이었다.


문제는 멈추지 않는 빛 때문에 그걸 감상할 여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지만.


양팔로 정면의 빛을 가리고 눈까지 꽉 감았는데도 소용없었다. 빛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눈을 돌릴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하필이면 정체불명의 존재가 바로 근처로 내려오는 바람에 이제는 온통 새하얗게만 보였고, 정면은커녕 주변도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어져 내려오는 존재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여자, 인 것 같긴 했는데.’


빛이 쏟아지기 직전에 본 실루엣은 딱 그 정도였다. 그 이상은 빛이 너무 강해 볼 수 없었다.


‘몰래, 카메라인가?’


흔히들 말하는 방송국 놈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언가 기획한 것이 틀림없다.


이 새벽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연출된 상황이 아니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리고 몰래카메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치러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니 납득하지 못할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시 이 빛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몰래카메라던 뭐던 간에 이 빛 좀 빨리 꺼라!’


누굴 장님으로 만들 셈이냐! 영구적인 시력결손은 즉시 소송감이라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곳을 촬영하고 있을지도 모를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하게 만들었지만 최소한 마음속으로는 그리 외쳤다.


그러자 우와, 신기해라! 눈을 태우는 광량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혹시 자신에게 텔레파시 능력이라도 있었던 건가? 아니면 누군가 내 마음의 소리라도 들어준 것일까?


그런 아무래도 좋을 생각을 한 직후.


전신에서 눈부신 후광을 드러낸 정체모를 존재가 눈앞으로 천천히 내려선다. 동시에 갈라진 하늘이 서서히 벌어진 입을 닫으면서 삽시간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원래의 검은색 배경으로 돌아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누, 누구세요!”


눈부신 빛 속에서 내려온 누군가의 입에서 출발한 아름다운 미성이 귓가를 간질이자 난생 처음 듣는 감미로움에 놀라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이젠 무슨 짓을 당해도 당황하지 않겠다고 혼자서 다짐했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목소리에 그만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뒤늦게 자신의 행태를 깨닫고는 황급히 남은 한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한 번 입을 떠난 목소리만은 막을 수 없어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해졌다.


다행히 목소리의 주인은 딱히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작게 미소 짓더니 곧바로 본인의 소개를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곳과 다른 차원인 테라를 다스리는 신, 테라라고 합니다. 많이 기다렸나요?”


나름의 배려라고도 할 수 있을 눈부신 미소가 더욱 수치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이어서 나온 말에 일순 사고가 정지했다.


‘지금, 뭐라고 했지?’


신. 지금 자신을 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혹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싶어 슬금슬금 정면을 가리고 있던 팔을 내리며 감았던 눈을 뜨자 목소리를 들었을 때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의 충격적인 시각적 정보가 머리를 강타했다.


여전히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눈부셨지만 그 빛을 가볍게 뚫고 나오는 놀라운 미모를 본 순간 시야가 흔들렸다. 통제에서 벗어난 몸이 멋대로 힘을 풀어버린 탓이다.


다행히 급하게 주저앉으려는 몸을 붙잡아 그 자리에서 졸도한다는 불상사는 막았지만 엉거주춤한 상태로 눈앞의 자칭 신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연예인......인가?’


모델? 배우? 아이돌?


그 정도 단어밖에 모른다는 것이 이렇게 답답할 줄은 전혀 몰랐다. 감히 저 존재를 표현할 단어가 없다. 그 어떤 언어도 저 미모를 감당할 순 없었다. 그녀의 외모는 도저히 이 세상 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초월적이었다.


“......신.”


무심코 방금 전 들었던 신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던 줄곧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여신 테라가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당신이 본대로 저는 신입니다. 이곳과는 다른 세상이자 제 분신과도 같은 세상, 테라를 다스리고 있지요.”


신.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또 한 번 자신을 신이라고 지칭했다.


신이라니, 분명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야 정상일 텐데 어째서일까. 본능의 영역에서부터 점차 눈앞의 미인을 신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본인을 신이라 주장하는 여인이 스스로의 주변을 밝히는 후광을 거두자 드디어 눈에 힘을 주지 않고 편하게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은은한 빛이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내려와 그 자신이 신이라는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두 눈으로 담아낸 신은 얼굴에 띄운 미소 그대로 온화한 인상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 외에 특징적인 부분은 가만히 있어도 주변을 밝히는 옅은 스포트라이트와 남자의 이상을 그대로 표현한 듯 굴곡진 몸매, 그리고 자꾸만 우러러 보고 싶게 만드는 기묘한 고양감 정도일까.


이 기분 자체가 이상할 법도 한데, 이에 관해 의심조차 들지 않을 뿐더러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마치 이것이 올바르다는 것처럼 어느 순간 저절로 납득하는 자신이 존재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곳이 꿈이라거나, 몰래카메라라고 생각했던 것도 다 잊어버렸다. 제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저런 존재를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설령 신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아. 신이랬지.’


미모면 미모, 몸매면 몸매.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형이 눈앞에 있었다.


난생 처음 만난 신이 남신이 아니라 여신이라서 무척 다행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굉장한 미모는 보는 것만으로도 안구정화가 저절로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여기서 성격까지 챙기면 완전체구나.’


평범 그 자체인 자신이 평생 어딜 가서 이런 미인을 볼 수 있을까? 그래서 필사적으로 눈에 익혀두기로 했다.


상대가 여신이라고 해도 아름다운 것에 감상의 제한은 없는 것이다.


‘으음? 기분 탓인가. 어째 계속 보다 보니 눈에 퍽퍽함이 좀 가신 것 같기도 하고?’


“후후. 기분 탓이 아니에요. 실제로도 안구가 정화되었을 거랍니다. 원래라면 직시하는 것만으로 눈이 멀어버릴 테지만 이번에는 후광을 적당히 빼서 괜찮을 거예요. 아마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보이게 되었을 거예요. 이건 기다리게 한 사죄의 서비스랍니다.”


그렇다고 하신다.


여신이 웃으며 하는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모니터 화면에 박아두고 온 시력이 여신님을 영접하고자 멋대로 돌아온 것 같기도 하다. 지금 확인하는 것도 뭐한 게 온통 검은색이라 잘 보이고 자시고 할 게 없었지만, 여신님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


‘근데 방금 내 눈이 멀어버릴 뻔했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뭐, 됐나. 여신이 미소 지었으니 사소한 건 다 괜찮을 거라고 넘기기로 했다. 그래서 사소하지 않은 문제로 신경을 돌렸다.


“그건 그렇고, 신이란 분이 왜 여기에 계십니까?”


신이면 저어기 먼 하늘 위 구름 깔린 천국 같은 곳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더구나 다른 세상의 신이라고 하면 천국이 아니라 아예 별세계에 살 것 같은데 왜 느닷없이 이런 곳에 나타난단 말인가?


‘설마 나, 죽었나?’


계속된 철야의 결과로 드디어 과로사 했나? 기어이 일에 치여서 다른 세상에까지 날아오고 만 것인가!


그렇다면 이게 바로 사후에 신을 만나는 이세계물의 정석이란 말인가! 하지만 죽었다기엔 아까 여러 이유로 신나게 두들긴 양쪽 뺨이 아직까지도 욱신거리는 것이 몹시 마음에 걸렸다.


‘나는 죽었는가, 살았는가? 이곳은 꿈인가? 아니면 현실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알 수 없어지는 이 상황이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로 눈앞에 유일하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이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진정하세요. 당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른 세상의 신이기에 따로 관리자가 있는 이곳에서 죽은 이를 불러낼 권한은 없어요. 그러니 안심하세요.”


여신 테라는 곤혹감에서 허우적대는 인간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최대한 부드럽게 달랬다. 그러자 효과가 있었는지 혼탁하던 눈에 서서히 초점이 돌아왔고, 얼마 안 가 정상 수준까지 회복했다.


“제가 정말로 살아있는 거라면 저는 왜 이런 곳에, 아니 그보다 여긴 어디죠?”


이렇게 새까만 공간은 아무리 좋게 봐도 죽기 전에 머무르는 길목쯤 되는 느낌일 수밖에 없었기에 쉽게 의혹을 떨치기 힘들었다.


“이런, 생각보다 많이 놀란 모양이네요. 갑자기 불려왔으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그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당신의 죽음은 아주 멀답니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며 여신이 다시 한 번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심시켰다.


아마 방금 그 말을 듣기 전이라면 여신의 말대로 안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여신의 사과보다도 더 중요한 말을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어째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여긴 지구가 아니란 소립니까! 아니, 그보다 어째서? 왜 저를?”


여신이 직접 자신을 불렀다는 말에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침까지 튀기면서 여신을 향해 한 발 다가갔으나 여신은 조용히 손을 뻗어 다가오는 이를 제지하며 차분하게 하나씩 의문을 해소했다.


“질문에 하나씩 대답하자면 이곳은 당신과 만나기 위해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고, 두 번째로 당신을 이곳으로 불러온 것은 제가 맞습니다. 그리고 불러온 이유도 간단합니다.”


다음을 말하기 직전 돌연 여신이 얼굴에 비장함을 드러내며 눈을 감았다. 간단하다고 말한 것치고는 여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이윽고 다시 눈을 뜬 여신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당신이 테라의 용사로 선택받았기 때문이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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