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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19
추천수 :
11
글자수 :
166,510

작성
21.06.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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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

DUMMY

진화는 처음보다 약 세 배 이상 거대해진 후에서야 겨우 활성을 멈췄다.


여전히 인간의 살가죽을 뒤집어썼으나,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거대한 육체만으로도 40점대는 거뜬히 넘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짐승으로서 완전하다 할 수 없었다.


변이를 통해 그의 몸은 불어난 힘에 걸맞은 신체로 변모했지만 그럼에도 태초의 짐승의 모든 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 상태에서 진정한 의미의 완벽함을 더하려면 또 한 번의 변혁을 이룰 필요가 있었다.


변혁을 일으키기 위한 마지막 조각은 이미 충족되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그에게 유익한 마력을 품고 있으며 하늘에서 가장 커다란 장식물이 바로 그것이다.


달.


밤하늘에 떠오른 달이 그의 의지를 받아 핏빛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검은 머리 사이로 반짝이던 푸른 눈동자가 따라서 같은 색으로 젖어 들었다.


오로지 짐승의 피를 일깨운 몸에서만 일어나는 각성의 전조.


그는 제한 없이 무한정으로 쏟아지는 달빛의 은혜를 온몸으로 받아들였고 그 핏빛 달의 마력을 받은 순간 그의 내부에서부터 또 한 번의 변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직이다. 아직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더, 더!


마치 그렇게 주장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떨어지는 달빛을 꾸역꾸역 먹어 치우자 그의 힘이 또 한 번 껑충 뛰어올랐다.


믿을 수 없는 크기로 증가하기 시작하는 핏빛의 마력이 전신에서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며 그를 기존과 다른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시키려고 하는 것을 이 자리의 누구나가 알 수 있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져 있던 근육이 한 번씩 맥동할 때마다 조금씩 몸집이 줄어든다.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것이 아닌 보다 큰 효율을 낼 수 있는 크기로 압축해나간다.


그것은 어느 한 부위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전신에서 동일하게 일어나는 현상이었으며, 그럴 때마다 갈수록 커지기만 하던 힘이 내부로 수렴하며 차곡차곡 쌓이더니 서서히 그 밀도를 높여갔다.


아마 그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정보로 나타낼 수 있었다면 필시 이렇게 보였겠지.


-42, 43, 44, 45.......


“뭐야. 저거.”


용사는 상대의 힘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단은 없었으나 감각 하나만은 측정기 못지 않게 날카로웠기에 그의 변혁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직후 단번에 이해가 따라가지 못하게 돼버렸다.


지금 뭐가 어떻게 돼가고 있길래 자꾸만 그의 힘이 상승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저걸 이대로 놔두면 반드시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게 알 수 이해했다.


“제길. 이렇게 꾸물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어!”


그제야 정신을 차린 용사가 당장이라도 놈에게 뛰어들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진화가 완성되는 것이 빨랐다.


***


축적하고, 압축하고, 축적하고, 압축하기를 찰나에 수백, 수천 번을 반복했다.


넓어진 그릇에 대해와 같은 힘을 들이붓는 작업을 한없이 거듭할수록 육체는 비정상적으로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지며, 결과적으로 미친 듯이 강인해졌다.


그것은 이미 인간을 넘어서, 종을 넘어서, 격이라는 벽조차 차례로 뛰어넘으며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해나갔고, 그 끝에 다다라서야 인형은 그의 내부에 조용히 잠들어 있던 괴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배가, 배가 고프다.


수십 세대를 거쳐서야 겨우 피에 묶인 봉인이 느슨해지고, 그런 후에 자신이 나오기에 합당한 그릇이 완성되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눈을 뜰 수 있었던 녀석은 지금 막 잠에서 깨어난 탓에 무척이나 굶주려 있었다.


녀석은 괴물. 먹는 일도, 자는 일도, 의식해서 생각하는 일도 없다. 그저 본능에 따라서 행하고, 날뛰는 것이 삶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렇기에 아주 먼 옛날 여신이 실패작으로서 그 가능성을 피에 봉인된 것이었다.


그것을 다루기에 합당한 존재가 합당한 때에 합당한 만큼의 힘을 쓸 수 있도록. 절대 폭주하지 않도록. 하지만 지금 그가 깨어난 것은 그런 여신의 의도와는 완전히 틀어진 결과물이었다.


피와 폭력이야말로 그가 원하는 유일한 욕구라는 것을 증명하듯 당장이라도 절제 없는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에 짐승의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굶주렸다는 말과는 맞지 않게 짐승은 자신이 이 몸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알았다. 그렇기에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깨운 불완전한 모조품에 유혹하듯이 속삭인다.


죽여라. 먹어라. 부숴라. 울어라. 파괴하라.


그리하여 나의 존재를 이곳에 증명하라.


그렇게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는 유혹이 아니라 듣는 이 누구나가 오금을 저리게 만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었지만 새로이 짐승으로 거듭난 그에게는 그것이야말로 천상의 미성이나 마찬가지로 들렸다.


외부의 자극을 그저 하나의 정보로만 받아들이던 인형에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격을 뛰어넘은 인형은 더는 단순한 인형이 아니게 되었다.


전신에서 주체할 수 없는 힘과 각성해 새로이 얻은 짐승으로서의 본능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라며, 따르라며 파괴를 충동질시킨다.


탄생 이래 처음으로 힘에 취한다는 기분을 느낀 인형은 그 거칠고 포악한 속삭임에 거스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존재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을 선택했다.


그 선택으로 하여금 괴물이 우리 밖으로 뛰쳐나왔다.


전신이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덜덜 떨리고, 광기에 찬 붉은 눈이 번뜩이는 순간 더는 인형이 아니게 된 그의 고개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며 몸 안에 쌓인 괴물의 본성을 모조리 토해내었다.


-아우우우우우우우!!!


포효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간 거대한 힘의 파동이 용사를 덮쳤다.


“크윽.”


귀를 찢는 커다란 포효소리에 일순 용사의 사고가 멎었다. 그리고 생각할 틈도 없이 지면에 다리를 박고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마력이 남긴 흉악한 파동을 견뎌냈다.


‘고작 포효로 이런 힘이......!’


어지간한 충격은 가벼운 미풍 정도로 취급할 수 있는 용사가 단순 포효소리에 담긴 힘만으로 밀려나게 됐다는 점은 너무나도 경악스러웠다.

용사는 포효소리가 만들어낸 충격파와 시야를 어지럽히는 폭발 때문에 약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고개를 흔들어버리는 것으로 간단히 털어내고는 진원지를 향해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놈을 막는 것은 실패했다지만 저곳에 무엇이 있는지 그 정체만은 확실하게 파악해둬야만 했다.


폭발이 지면을 헤집은 여파로 주변에 연기가 자욱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용사의 시야를 가릴 순 없었다.


폭발의 진원지 전체를 가린 연기 속으로 뿌옇게 가려진 녀석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럼에도 확실치 않은 윤곽에 조금 더 시선을 집중한 용사의 눈에 비친 놈의 모습은 변신 전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몸이 줄어들었어?’


잘은 모르겠지만 아까보다 녀석의 몸 크기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투박한 흙덩어리가 힘으로 단단히 뭉쳐진 것처럼 전체적인 부피가 줄어든 데다 더는 흉물스럽게 꿈틀거리지도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르르르르르.


어둠 속에서 음산하게 울리는 인간의 것이 아닌 하울링을 듣게 된 용사의 얼굴에 당혹이 서렸다.


“저건 또 뭐야.”


방금 있었던 일로 간신히 걸쳐져 있던 거적때기가 모조리 날아가 버려 더는 가릴 게 아무것도 없이 그대로 드러난 녀석의 몸은 더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 모습에서 떠올릴 수 있었던 건 단 한 가지였다.


‘늑대......?’


그래, 저 모습은 사람의 모습을 한 늑대와 같았다.


날렵한 동체와 길쭉하면서도 다부진 발과 다리. 거기에 달린 날카로운 손발톱과 전신을 촘촘히 뒤덮은 탁한 은빛으로 빛나는 털까지.


인간과 달리 길게 돌출되며 양옆으로 벌어진 주둥이에선 몸 안쪽에서부터 새어 나온 섬뜩한 하울링이 끓어오르고, 그에 걸맞은 포식자의 송곳니가 만천하에 드러나 달빛을 받아 불그스름하게 번뜩인다.


혈관이 도드라지고 징그럽게 꿈틀거리긴 했어도, 그럼에도 유지되고 있던 사람의 모습은 어디 가고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모습은 마치 두 다리로 선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신화나 전설 속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인간의 형상을 한 늑대.


녀석은 바로 그 늑대인간이라고 불릴 존재가 되어 있었다.


단순히 몸이 줄었다 하는 차원을 넘어서 아예 종 자체가 달라져 버렸다. 더구나 종이 달라진 만큼 느껴지는 힘 역시 인간일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건, 최소 40점대 후반......!’


놈을 시야에 담은 순간 곧바로 놈의 위험성을 인지한 용사의 신형이 빠르게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유일한 빛이었던 달은 놈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자 마치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듯 홀연히 자취를 감췄기에 거무죽죽한 지면 곳곳에 열린 괴물의 입이 등불처럼 불꽃을 쏘아내는 것이 빛의 전부였다.


그마저도 그보다 더 깊은 어둠에 먹혀 사실상 발밑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


그런 어둠 속을 누구보다 찬란한 빛이 일직선으로 가로질렀다.


‘선빵 필승!’


한순간에 늑대인간의 앞에 나타난 용사의 주먹이 빛의 속도로 짐승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러는 와중에도 인간이었을 때와 달리 별다른 저항의 낌새도 보이지 않던 놈은 허무하게도 그 길로 멀리 날아가 지면에 처박혔다.


하지만 용사는 어쩐지 시원찮은 손맛에 미간을 좁혔다.


‘단단해.’


변신하기 전에는 갑옷까지 입었음에도 마치 달걀이라도 깨부수듯 주먹 한 방에 와장창 깨져나갔는데 늑대인간으로 변신한 지금은 때리는 손에서 어느 정도 반발이 느껴졌다.


에테르로 보호받는 손은 그야 멀쩡했지만 느껴지는 감각으로는 단단한 철을 때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지면에 머리부터 처박혔던 늑대인간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다시 일어섰다.


지면과 격돌한 여파로 자욱하게 번졌던 연기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멀쩡한 모습의 늑대인간이 몸집이 줄어든 만큼 날렵해진 걸음걸이로 걸어 나왔다.


“단단해졌다 이거지? 이거 나도 좀 분발해야 되겠어.”


용사는 아까부터 놈을 볼 때마다 자꾸만 가슴이 술렁이는 탓에 괜히 말이 많아지는 것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세상 느긋하게 걸어오는 놈을 향해 마주 달려 나갔다.


아니, 달려 나가려 했다.


“어?”


막 놈을 향해 가속하려던 그때, 용사는 느닷없이 충만했던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단지 기분 탓이라기엔 또 한 번 빛의 속도로 질주하기 위해 힘을 모았던 다리부터 순백의 빛이 사그라지더니 뒤이어 차례대로 양팔에 두른 빛까지 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게 무슨......’


아무런 전조도 예고도 없는 이변에 용사의 사고가 완전히 정지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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