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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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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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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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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7.

DUMMY

‘아, 안 돼!’


눈에 비치는 세상의 반 이상이 검게 물들고 나서야 자신의 눈이 감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용사가 황급히 시야를 고정시켰다. 하지만 세상이 다시 열린들 눈앞에 닥쳐온 암담한 상황은 사라지지 않았다.


딱 한 번 겪었을 뿐이었지만, 그 한 번으로 뇌리에 강렬하게 틀어박혔던 두려운 광경이 또 한 번 재현되고 있었다.


‘그래,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리가 있나!’


계산대로라면 이대로 깔끔하게 한 방 먹이고 쓰러지는 기사를 마저 제압해야 하지만 역시나 현실이란 건 언제나 요지경이었다.


최소한 날아드는 돌을 다 정리하고 눈을 돌릴 때까지의 작은 시간벌이 정도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전신이 용사사양으로 바뀐 지금이라면 그 사이에 공격을 먹이고도 남을 거라는 계산이었고, 실제로 성공시킬 자신도 있었기에 당황은 더욱 컸다.


‘만들어진 기본성능이 완전히 다르다.’


영웅의 반열에 오른 이의 육체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보통사람이라면 절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지점이 기사에겐 그저 조금 더 움직이면 될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이 일의 근간부터 완전히 무너뜨렸다.


‘위험도를 구분한다는 걸 안 시점에서 깨달았어야 했어.’


영역에 들어서기 전에 먼저 기사가 인식할 만한 미끼를 던져 넣으면 그것이 처리될 때까지 나중에 들어온 자신은 무조건 두 번째일 거라고, 그 사이 무조건 틈이 생길 거라고 속단하고 만 것 역시 실수였다.


기사가 위험도에 따라 힘을 가감한다는 사실에 집중한 나머지 그중에서도 우선순위가 나뉠 수도 있다는 것은 간과해버렸다. 어쩌면 원본의 복제라는 수식어가 그런 방심을 낳는 데 일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거 진짜 큰일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나도 빨리 찾아온 위기가 빠른 선택을 강요했다. 하지만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생전에 이런 상황을 겪은 적도 없는 초보가 떠올릴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던 만큼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렇다고 뭘 해보자니 이게 정말로 될지 제대로 확신이 서질 않는 상황.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지만 상황을 보니 그럴 수도 없는 게 한이었다.


‘후. 몰라. 그냥 맞자. 맞어.’


잠시간 속으로 끙끙대던 용사는 이윽고 빠르게 회피를 단념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물리적 압박이 너무 컸던 나머지 반쯤은 자포자기에 가까운 선택이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두 눈은 여전히 또렷하게 정면을 직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다.’


용사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냥 맞아주기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가능하면 상처 없이 안전하게 이기고 싶었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자기보신을 추구할 만큼 멍청하지도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맞을 땐 맞더라도 어떻게든 한 방은 먹여주고 맞아준다!’


그런 의지를 드러내듯 용사는 바로 턱 밑에서 기사의 검이 존재감을 부풀려옴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도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동시에 칼날과의 거리도 확 좁혀졌지만, 이렇게 된 이상 맞든 안 맞든 일단 주먹을 욱여넣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눈 딱 감고 칼날 속으로 팔을 들이밀었다.


다행히 시야가 온통 검이 발하는 위험한 빛으로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용사의 눈은 무리 없이 목표를 찾아냈고, 방향도 얼추 제대로 잡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낀 검기의 난무를 보니 당장이라도 팔을 빼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저 속으로 들어가면 어찌 될지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다.


‘아이고! 이번에야말로 팔 하나 영영 작별하겠네!’


아까와는 상황이 달랐다.


그때는 앞선 공격의 반동으로 튕겨나가 이어진 후속타를 피했기에 팔을 온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진해서 안으로 팔을 들이민 상황이라 지금의 공격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간에 안전하게 팔을 빼내긴 글렀다.


더구나 여전히 방어막의 강도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 이전과 같은 요행도 바라기 힘들었기에 잘못하면 정말로 영영 팔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었다.


‘아아! 믿는다! 진짜 믿는다고!’


마음속으로 울상이 되어 외친 용사는 다가오는 위협에 반응했던지 어느 샌가 신비한 빛이 넘실거리는 에테르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다.


여태까지 본 기사의 공격 중 가장 강력하다고 느낀 연속공격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던 걸 떠올리면 이번에도 최소 검 한두 방 정도야 받아낼 수 있을 게 틀림없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안 된다면 육체의 재생력으로 커버하는 수밖에 없지만, 수가 수인만큼 여기저기 베이거나 떨어져 나갈 각오는 해야 했다.


“제발, 맞아라아아아!”


황야를 달구는 극한의 열기를 휘감은 용사의 주먹이 사방에서 쇄도하는 검광의 무리를 비집고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키이이이이잉.


주변을 일그러뜨리는 고온의 열기마저도 주먹에 담긴 거력이 발하는 인력에 이끌려 팔에 휘감기더니 신비한 빛을 발하는 에테르와 뒤섞여 기이한 마찰을 일으켰다.


팔을 둘러싼 에테르가 그 마찰열을 받아들였다면 필시 팔 하나가 아니라 전신을 남김없이 불태워버렸을 정도의 초고온의 불꽃이 탄생했을 비명과도 같은 소리였다.


거기에 용사의 전력을 끌어내자 자연스레 뿜어져 나온 순백의 신성이 손을 보태니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용사는 한없이 증폭되는 힘이 한곳에 모이는 것을 느끼고는 전율했지만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필시 눈앞의 복제 따위는 한 줌 핏물도 남기지 않고 세상에서 증발시켜버릴 정도의 파괴가 그곳에 존재했다.


이건 도무지 사람에게 들이밀 만한 종류의 힘이 아니었다. 아무리 기사가 보통사람보다 아득히 높은 경지에 있다 한들 이것의 앞에서 제 몸을 건사할 만한 힘은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었다.


머신의 점수로 치면 아슬아슬하지만 전설의 끝자락에 접어드는 힘의 위용.


이거라면 몰려드는 기사의 공격을 물리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기는 것 또한 확실하겠지만,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너무나도 과했다.


이런 힘을 만들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기사와 어느 정도의 격차가 존재하는지 대강이나마 가늠할 수 있게 되었기에 더더욱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건 완전히 곰인형에게 미사일을 들이붓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기사와 용사에겐 그 정도의 깊은 골이 존재했다. 그러나 멈출 수가 없다.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증폭돼버린 힘인 데다 이미 방향을 잡고 손에서 떠나가려 하고 있었기에 손을 쓰기에도 너무 늦어버렸다.


‘이대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귀신의 비명이 괴물의 포효로 변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명백히 즉사레벨을 넘어 기사의 육신을 남김없이 분쇄할 힘이 담긴 일격이 그에 걸맞은 무시무시한 압력을 싣고 그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용사는 이제부터 이어질 무의미한 파괴의 향연을 상상하고는 허탈하게 그것을 배웅했다. 이상하게도 포기하는 순간 이래도 좋은가 싶을 만큼 기분 하나는 상쾌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괴물의 포효는 그리 멀리 나가지 못했다.


예상과는 달리 괴물의 포효소리는 기다렸다는 듯 달려든 맹수와 같은 검광이 일으킨 폭발음에 치여 멀리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콰아아아아!


‘이건 또 뭐야?’


어째 예상과는 달리 시원찮은 폭발을 본 용사가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상대적으로 용사가 공격을 날린 것이 늦었으니 당연하게도 먼저 공격이 닿은 것은 기사가 그려낸 수많은 빛의 궤적이었다.


거기까지는 예상대로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것들이 대뜸 방향을 바꿔 폭주하는 괴물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분명 곧장 본체를 물어뜯을 거라 생각하고 공격에 올인했던 용사는 설마 기사가 그것을 막으려고 할 줄은 몰랐기에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너 그거 못 막아!’


근데 그걸 왜 막아?!


자신이 만들어낸 공격이지만 현재 기사의 역량으론 절대 이것을 막을 수 없다. 그에게 자신이 모르는 얼마나 큰 기량이 숨겨져 있던 간에 그것을 발휘할 틈조차 주지 않고 모든 것을 무로 되돌릴 것이다.


차라리 공격을 방어에 돌리지 말고 그대로 직접 본체를 타격하는 쪽이 훨씬 승산이 높았다. 에테르의 방어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진 몰라도 그 무지막지한 공격 횟수로 집중적으로 타격당하면 어쩌면 뚫릴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랬으면 이겼을지도 모르는데 왜?’


자신이 아는 걸 기사가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그는 마치 그런 것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망설임 없이 모든 공격을 선회했다.


기사의 신형이 온통 빛으로 보인다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눈부신 검기가 공간조차 짓누르는 압도적인 물리력에 대항해 사방에서 이빨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압도적인 파괴력에 대항하는 최상급 기사의 절기가 바로 지금 눈앞에서 재현되었다.


타앙! 타다다다당! 타아앙! 콰아아앙!


사방팔방에서 오로지 팔 하나만을 노리고 날아든 빛이 팔을 둘러싼 신비로운 빛이 머금은 기이한 열기를 걷어내고, 물리력에 의해 강제로 압축되는 공간을 끊어 단절시키고, 그 주체가 되는 용사의 팔을 수십, 수백의 검기로서 한순간이나마 정지시킨다.


그리고 끝내 힘을 증폭시키는 괴물의 몸을 키운 순백의 기운을 걷어내는 마지막 일검을 휘두름으로써 그 모든 힘을 무위로 돌리며 강대한 침략자의 손길을 저지해냈다.


한순간에 신기에 가까운 검술을 모두 펼쳐낸 기사는 지친 기색도 없이 조용히 납검했다. 그러나 기사의 납검 소리 대신 남은 것은 지금까지의 난폭한 울음소리가 아닌 부드럽게 무언가를 튕겨내는 음색이었다.


터어엉!


맑은 소리가 울린다.


한 번의 번뜩임에 몇 번이고 단단한 것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직후 앞서 나갔던 팔이 용사의 귓가를 스치며 위쪽으로 튀어 올랐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검기가 쌓여 만들어낸 충격이 기어이 그것을 튕겨내 버린 것이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넋을 놓고 있던 용사가 자신의 팔이 떠오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분명 자신이 겪은 일일 텐데도 보다 보니 빠져들어 일순 남 일처럼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 완전히 혼이 빠져나간 듯 허한 기분에 정신이 돌아온 지금도 이것이 현실이 맞는지조차 헷갈릴 지경이었다.


현실감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보다 쳐냈다고? 그걸? 어떻게!’


그게 되는 거였어?


일단 그 많은 검기를 맞고도 에테르가 베이지 않고 튕겨나갔다는 사실에 약간의 얼떨떨함을 느끼던 용사가 이내 기사가 무슨 짓을 해내고 말았는지를 뒤늦게나마 머리로 이해하고는 경악했다.


방금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오버파워였다.


대항은커녕 한순간에 증발해버릴 거라고만 생각했거늘 압도적으로 밀리는 힘을 무시무시한 타격횟수로 덮어 완전히 죽여 버리다니, 아무리 인형이라지만 제정신이 아니다. 더구나 그걸 검 하나 부러뜨리지 않고 해내 버리니 그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야말로 인간승리. 괴물에 대항한 영웅의 위업이 아닐 수 없다.


분명 반격당한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질렀다기보다는 기어이 해내고야 말았다는 인상을 받고 말았을 정도니 말 다했지.


‘제길, 감탄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잖아!’


아직 싸움은 계속되는 중이었다. 둘 사이의 거리도 여전히 좁혀진 채였고, 재정비를 위해서인지 한 번 집으로 돌아갔다곤 하나 기사가 이대로 영원히 검을 뽑지 않을 리도 없었다. 고작 팔 하나 튕겨나갔다고 멍청하게 있어선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뭐, 이제는 괜한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사람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미리미리 조심해야지.’


방금 전의 그것을 튕겨낸 기사의 검술은 그야 놀라웠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량에 일순 머리가 새하얗게 되고 말았을 만큼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팔은 잘리지 않고 튕겨나간 것이 현실이었다.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가진 바 모든 기량을 쏟고, 전력을 들이부어도 기사의 검은 에테르의 방어 앞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는 말이었다. 덕분에 용사는 기사의 검이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데다 얼마든지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다는 뚜렷한 실증을 얻었다.


더는 기사의 검에 벌벌 떨며 어디 한군데 잘려 나갈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됐다. 방금 그걸 맞고도 팔이 튕겨 나간 정도에 그친 시점에서 그에 대한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공격이 안 보인다? 수가 너무 많다?


모두 피해낼 수도 쳐낼 수도 없다?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단 건가. 에테르의 방어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확인한 이상 이제 그런 사소한 것들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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