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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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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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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수 :
166,510

작성
21.05.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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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

DUMMY

“아, 아! 미안해요! 흥분해서 그만!”


찰떡처럼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여신의 손을 보며 그만 인상을 찌푸리자 여신이 당황하며 손을 놓았다. 순간적으로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필요 이상으로 힘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손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


“예, 뭐. 다행히 터지진 않은 거 같네요.”


“하아아. 다행이다.”


풀려난 손을 가볍게 흔들며 상태를 확인하는 그를 보며 여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의 의사적으로 만든 신체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튼튼해 작은 힘으로도 평범한 인간의 몸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었기에 혹시라도 문제라도 생겼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괜찮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테라의 용사가 될 몸에 문제가 생겨선 안 된다는 생각에 여신은 꼼꼼히 확인까지 마친 뒤에서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


“좋아요. 달리 이상이 없는 것도 확실하게 확인했으니 이제부터 이후의 일정을 말해줄게요.”


꿀꺽.


‘드디어......’


용사가 되는 것을 선택한 순간부터 마왕을 토벌하는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그것을 자각하자 새삼 엄청난 선택을 해버렸다는 생각에 뒤늦게 긴장으로 위가 아파왔다. 아마 지금 앉고 있는 의자가 평범한 의자였다면 일정이고 나발이고 당장 배부터 부여잡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테이블 아래에서 조용히 복부를 쓰다듬는 그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 여신의 설명이 이어졌다.


“일단 기타 자잘한 문제들은 전부 제쳐두고, 최우선 사항으로서 지금부터 당신은 성검의 출력을 견딜 만한 육체성능을 확보해야 합니다.”


“성검의 출력이요?”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성검의 힘이 반드시 필요해요. 하지만 현재 당신의 육체는 잠재력은 있으나 성검의 힘을 온전히 다루기엔 무리가 있어요.”


아무리 용사의 자질이 있다고 해도 그의 몸은 약해도 너무 약했다.


마왕과 맞상대하기 위해서는 성검에 담긴 힘을 모조리 끌어내야만 하는데 평생 책상머리에 앉아만 있던 나약한 몸으론 전력은커녕 성검의 기본출력에도 부담을 느낄 우려가 있었다. 아무리 자질이 있어도 그걸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운용조차 힘든 것이다.


그래선 마왕에게 이길 수 없다. 아니, 마왕이 문제가 아니라 성검에 의한 자멸을 먼저 걱정해야 할 판이었으니 당장 시급한 것은 전체적인 신체스펙의 향상이었다. 마왕과 싸우니 마니 하는 것은 그 뒤의 문제다.


“그 말씀은 지금부터 훈련인가요?”


그 자신도 본인의 상태가 영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훈련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신으로선 아쉽게도 쓴웃음으로 그 의욕에 제동을 걸어야 했다.


“아뇨. 당신의 신체스펙을 성검의 출력에 맞추는 건 시간상 훈련만으론 도저히 불가능해요. 테라는 지금도 마왕군에게 시시각각 위협받고 있답니다. 당신이 진정한 용사로 거듭날 쯤엔 테라가 어찌 되어 있을지 알 수 없죠.”


시간은 신에게도 공평한 것이었고, 이미 용사를 찾는 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 이상 느긋하게 용사를 키우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테라를 구하기 위해 용사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용사가 필요하다고 용사만 챙기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테라를 도외시해 때를 놓치고 만다면 본말전도였다.


“그, 그런가요......”


꽤나 가차 없는 평가에 그의 고개가 무겁게 숙여졌다. 기껏 용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시작단계부터 자신의 무능력함이 드러나 버리니 급격하게 자신감이 떨어졌다.


여신이 풀죽은 그를 위로했다.


“그, 그렇게 풀죽지 말아요. 뭐가 됐든 당신이 테라의 희망인 것은 변함이 없어요. 테라의 여신인 제가 보증합니다. 그리고 시간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말이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이를 위해서 이곳에 오기 전부터 준비해온 게 있었으니, 여신은 이 이상 용사의 의욕이 떨어질까 봐 서둘러 ‘그것’을 꺼내기로 했다.


여신이 테이블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공간을 이루는 어둠이 일그러지면서 그보다 더 새까만 틈을 벌리더니 그 틈새에서 무언가가 여신의 손바닥 위로 톡 떨어졌다.


그것은 테니스공만 한 크기에 속이 비치지 않는 불투명한 구슬이었는데, 둥그런 몸체 곳곳에 음각된 문양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걸 보니 그것이 범상치 않은 물건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게 뭐죠?”


구슬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홀린 듯 그것의 정체를 물어보자 여신이 그의 앞에 구슬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것의 명칭은 에테르. 테라에 존재하는 모든 마도의 정수와 저의 신력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성물급 아티팩트죠."


급으로 따지면 성물에 해당하는 성검에 필적하는 초특급 아티팩트.


"이것을 장비하면 별도의 훈련 없이도 용사급의 힘을 가질 수 있어요. 한 번 만져볼래요?”


여신의 제안에 용사는 잠깐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구슬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손끝이 구슬에 닿는 순간 구슬 전면에 각인된 문양이 한차례 크게 빛을 발하더니 느닷없이 둥근 몸체가 찰흙처럼 꾸물거리며 일그러졌다.


“뭐, 뭐야!”


그저 닿기만 했을 뿐인데 갑자기 형태가 무너지는 구슬을 보고 놀란 용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혹시 망가진 건가 싶어 반사적으로 여신을 보았지만 여신은 그저 웃으며 괜찮다고만 할 뿐이었다.


‘어쩐지 즐기고 있지 않아?’


자신이 당황한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는 여신의 모습이 심히 미심쩍긴 했지만 가지고 온 장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도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자리에 앉는 것보다도 구슬의 변화가 더 빨랐다.


주물러진 찰흙처럼 계속해서 불안정한 모습을 유지하던 구슬이 어느 순간 폭발하듯 부풀더니 반죽처럼 넓게 펼쳐진 것이다. 그 크기가 몰라볼 정도로 넓어 사람 한둘은 거뜬하게 덮어버릴 기세였다.


그리고 에테르 반죽이 향하는 방향은 명백히 한사람을 향해 있었다.


“어?”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일이었기에 용사는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어어 하는 사이에 에테르 반죽에 삼켜져 버렸다. 속으로는 괜찮다고 했던 여신을 향해 온갖 욕설을 내지르면서 말이다.


‘괜찮다더니!’


하나도 안 괜찮았다.


‘주, 죽는다!’


시야가 온통 그것으로 뒤덮이는 순간 반사적으로 양팔을 들어 올려 머리와 몸을 보호하긴 했지만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용사는 자신을 덮쳐오는 그것을 보며 사람 잡아먹는 슬라임을 연상했고, 자신이 상상한 끔찍한 미래가 현실에서 반에 반이라도 맞아떨어진다면 어디를 막는다고 해도 살아날 여지가 없다고 봤다.


본인의 죽음이 코앞이라는 생각에 용사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도 그럴게 넓은 에테르 반죽은 몸에 닿자마자 흔적도 없이 녹아들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으, 아? 어?”


비명까지 지르면서 발버둥치려 한 것이 다 부끄러울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보다는 너무나도 빠르게 일이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덮쳐드는 에테르 반죽을 위험으로 판단해 반사적으로 눈을 감은 그가 알아차리기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그대로 삼켜져서 뼛조각까지 남김없이 용해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어딘가가 녹아내리는 것 같지 않으니 의아함에 실눈을 떠 전신을 살폈다. 그리고 생각과 느낌 그대로 멀쩡한 사지를 확인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살아, 있네?”


살아있는 정도가 아니라 멀쩡했다.


팔도, 다리도, 손도, 발도 다 제자리에 있었다. 어디 한군데 사라진 곳 없이 눈을 감기 전 자신의 몸 그대로였다.


아. 한군데, 조금 달라진 점이 있긴 있었다.


‘내 옷이 원래 이랬던가?’


분명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은 연이은 야근 탓에 제때 갈아입지도 못해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옷이었을 터. 이렇게 빳빳하지도 윤이 날 리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묘하게 새것처럼 광택이 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어쩐지 몸에도 힘이 넘치는 것 같고......’


거의 주의 절반 이상을 야근으로 지새우는 그의 몸 상태는 29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전신이 피로 덩어리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묵직했다.


학생 때부터 달고 산 만성피로는 기본에 계속된 야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지속되어 수면부족과 불면증까지 동시에 생겼다.


그런 상태로 다시 일을 한 결과 쉬어도 쉬어도 기운이 없어 그를 처음 본 사람은 그의 나이를 30세 전후로 착각할 정도로 폭삭 삭아버렸다.


그랬는데, 어째서일까.


오늘 난생 처음으로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쉬어도 해소되지 않는 피로감 때문에 심적으로 무겁게만 느껴지던 몸도 마치 새로 태어난 것 이상으로 과하게 기운이 넘쳤고, 늘 수면부족으로 안개가 낀 듯 몽롱하고 산발적으로 지끈거리던 두통 역시도 깨끗하게 날아가 청량감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이게, 대체.......”


갑작스레 전신에서 상상도 할 수 없던 힘이 넘쳐흐른다는 이상 사태에 영문을 몰라 팔을 들어 몸 이리저리를 살펴보지만 그런다고 뭔가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변한 것은 또 있었다.


그의 외모는 평사원이었던 그가 사내에서 만큼은 대리님 또는 과장님으로 불릴 정도로 늙고 피곤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실제로 사에서 좀 굴렀다는 과장이 대체로 그런 모습이었던 만큼 그만큼 굴욕적인 별명도 따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정반대였다.


핏기도 없이 창백해 우울해 보였던 얼굴이 샘솟는 활력 덕분에 피가 돌아 확연히 밝아졌고, 20대치고는 짙었던 팔자주름도, 눈 밑의 다크서클도 모조리 사라져 누가 봐도 20대 초반이라고 믿을 정도로 젊어진 것이다.


모든 것은 방금 전 그의 몸을 휘감은 에테르 반죽이 가져다준 기적이었다.


자신의 몸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던 용사도 뒤늦게나마 이를 깨닫고는 떨리는 눈으로 그것을 가져온 존재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흐뭇하게 바라보는 여신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알 수 없는 탄식과 함께 희미하게 미소가 떠오른다.


드디어 이야기 속에서만 등장하는 용사가 될 가능성을 본 것 같았으니까.


동시에 이런 자신도 진짜 용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으니까.


“착용감은 어때요? 에테르는 당신의 몸에 덧씌워진 순간부터 당신의 전체적인 스펙을 용사에 걸맞은 수준까지 끌어올렸을 거예요. 그 힘이 느껴지나요?”


방금 일어난 일은 에테르가 몸에 착용되는 과정이었던 모양. 그것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순전히 놀라는 모습을 보기 위함이겠지만 이런 힘을 별 수고도 들이지 않고 얻었으니 도리어 싼값이라고 치고 순수하게 기뻐하기로 했다.


“네. 완전 날아갈 것 같은데요?”


날아갈 것 같다, 가 아니라 실제로 한 번 날기도 했다.


마치 이게 바로 용사의 힘이라고 주장하듯 전신에서 넘쳐나는 힘에 시험 삼아 가볍게 폴짝 뛰었을 뿐인데 가볍게 제 신장을 뛰어넘는 높이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한 일인데도 깜짝 놀라야 했다.


덕분에 힘을 다루는 것에 약간의 부담감을 느껴야 했지만 반대로 이런 힘을 가지게 된 것 자체가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그토록 바라던 특별함을 손에 넣어 용사가 된 목적의 반절 이상을 달성한 셈이었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요? 그럼 힘을 얻었으니 써봐야겠죠?”


짝.


여신이 손뼉을 치자 에테르를 꺼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틈새가 벌어지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가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저건......”


용사가 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렸다.


떨어지는 소리로 보건대 꽤나 큰 물건인 듯했는데, 그것을 확인한 용사의 얼굴이 돌연 기묘하게 변했다.


어째 저것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다. 오히려 친숙하다고 할까?


사각형으로 된 재질을 알 수 없는 금속상자에 달린 은색의 동전 투입구와 그 위에 철로 된 막대와 함께 눕혀진 청색의 동그란 쿠션. 그리고 머신에 표시된 [000]과 횟수를 나타내는 숫자들까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비주얼의 ‘그것’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 이름은 이렇다.


“.......펀치 머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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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21.06.07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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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1 21.05.26 3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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