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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05
추천수 :
11
글자수 :
166,510

작성
21.05.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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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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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DUMMY

“네?”


‘용사? 내가?’


다짜고짜 용사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도무지 여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따라가지 못해 의문을 표하자 여신은 당연히 이걸로 끝낼 생각이 없다는 듯 이어서 말했다.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예요. 세상에 나타난 악한 마왕을 무찌르는 용사의 이야기를. 제가 당신을 찾아 이곳으로 부른 이유도 이 이야기와 관련이 있어요.”


“설마 그쪽에 마왕이라도 나타났습니까? 그래서 용사가 필요하기라도 한 거고요?”


척하면 척이라고 할까, 그런 쪽으로 들어본 게 좀 있어서 용사와 마왕 소리만 듣고 일단 말부터 던지고 봤는데,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너무 돌직구로 던졌던 걸까. 뒤늦게 막 그에 관해 설명하려던 여신의 표정이 놀람으로 물든 것이 눈에 들어왔다.


“큼. 크흠. 흠흠.”


얜 뭔데 아직 말도 안 한 걸 알지? 대충 그런 의미가 담긴 황당한 시선이 이쪽을 향하니 그제야 자신이 너무 앞서나갔음을 깨달아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헛기침으로 무마해보려는데, 다행히 여신은 너그럽게 그것을 받아줬다.


“예. 당신의 말대로 안타깝게도 현재 테라는 강림한 마왕에 의해 멸망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 정말로?’


정말로 마왕이 실존하는 거였어?


솔직히 여신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심각함을 견디지 못해 반쯤 농담 삼아 가볍게 던져본 말이었는데 사실이란다.


겉으로는 평정을 가장했지만 속으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어째 마왕이라는 말만 들었는데도 여신이 다음으로 말할 내용이 떠오르려고 했다는 것이다.


‘분명히 마왕을 무찔러 달라던가, 세상을 구해달라던가 하는 뻔한 말을 하겠지?’


이미 마왕이니 용사니 하는 단어가 나온 시점에서 십중팔구 자신을 불러온 이유는 이 두 가지로 좁혀진 셈이었으니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그리고 여신의 입에서 나온 말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마왕을 토벌하지 않으면 테라는 얼마 못 가 멸망하고 말 거예요. 제가 당신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용사의 자질을 가진 당신께 테라의 용사가 되어 테라를 위협하는 사악한 마왕으로부터 테라를 구원해주길 부탁하기 위해서랍니다.”


말을 마친 여신 테라가 사명감 가득한 눈으로 눈앞의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마주한 것만으로도 온몸이 꽁꽁 묶인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눈이 마주치자마자 본능적으로 피하긴 했지만 그 잔재만으로도 절로 앓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강렬한 시선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예쁜 얼굴로 방심시켰다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다니 눈 피하는 게 조금만 더 늦었으면 또 칠칠치 못한 모습을 보일 뻔했다. 다행히 눈을 마주친 시간이 길지 않아서 빠르게 몸을 추스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쉽게 마음을 놓을 순 없을 것 같았다.


“그, 그건 정말 안 된 일이네요. 안 된 일이긴 한데, 전 보시다시피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거든요? 갑자기 용사니, 멸망이니, 토벌이니 그런 소리를 저한테 하셔도 곤란하기만 합니다.”


대충 그런 말이 나올 거라는 것은 예상했어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별개의 이야기. 그러나 사안이 사안인지라 단칼에 거절하기도 양심에 찔린다. 그래서 어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곤란한 듯 쓰게 웃었지만 여신은 그런 반응조차도 예상했던지 생각 외로 빠르게 수긍했다.


“곤란한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급해서요. 당장 선택하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이야기만이라도 더 들어줄 순 없을까요?”


신이라고 불리는 이가 사정이 급하다고, 한낱 인간에게 이야기만이라도 더 들어달란다. 감히 사람의 감각으로 재단하긴 어려운 상황임은 틀림없겠지.


‘하긴 세상이 멸망하니 마니 하는 마당이니.’


어차피 용사 같은 건 자신에겐 어울리지도 않고, 할 생각도 없다. 그도 그럴 게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그러니 죄책감도 덜어낼 겸 이야기 정도야 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듣는 것뿐이라면 전 상관없습니다.”


“아아. 정말 고마워요! 아,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테니 우선 앉을까요?”


“그, 그거 좋죠! 마침 저도 앉고 싶던 참입니다!”


여신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듣는 것만이라면, 이라고 말해버렸지만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차마 용사는 하지 않을 거란 말은 할 수 없었고, 그 탓에 다소 여신 보기가 불편했었는데 때마침 여신의 권유는 딱 좋은 도피처라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방 준비할 테니까.”


말이 나온 김에 곧바로 바닥에 앉으려는 자신을 제지한 여신이 허공에 손을 올렸다.


‘뭘 준비한다는 거지?’


순간 여신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저 가볍게 손짓했을 뿐인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수정으로 된 투명한 의자와 테이블이 솟아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을 눈치챈 순간에는 이미 의자에 앉아 여신과 마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 또 한 번 깜짝 놀라고 말았지만, 직후 등허리를 받치는 환상적인 감각을 느끼고는 저항할 새도 없이 의자에 몸을 묻어야 했다.


“흐아아아아.”


‘이거 뭐지? 평범한 의자가 아닌데?’


전신에 복리처럼 쌓인 피로가 그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한 개운함과 그 뒤를 잇는 쾌락과 쾌감의 경계를 오가는 이상한 감각에 등골이 찌릿해지고 정신이 젤리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다.


‘평생 이러고 있고 싶네.......’


이렇게 편안하면서도 노곤한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어서 까딱하면 그대로 잠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마음에 들었나 봐요?”


손짓 한 번에 의자와 테이블을 만들어내고 본인도 자리에 앉은 뒤 추가로 차주전자와 잔을 만들어낸 여신이 막 잔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잔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언제 또 저런 걸 꺼낸 걸까 싶었지만 지금 앉은 의자나 테이블도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보다도 지금은 의자에 더 관심이 쏠려 있었기 때문에 이것에만 집중하고 싶은 게 본심이었다.


“아, 네. 이거 정말 좋네요......”


그냥 앉아만 있을 뿐인데 전신에 활력이 도는 데다 항상 묵직하게 목과 어깨를 짓누르던 근육통과 피로감이 한순간에 싹 사라지다니, 마치 전 세계의 야근인구를 위해서 태어난 것 같은 환상적인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만 있다면 카페인을 치사량에 근접한 수준까지 들이붓지 않아도 다음날까지 거뜬히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가지고 싶다아......’


부탁하면 하나쯤 주지 않으려나?


신이니까 이런 것쯤은 도장 찍듯이 쾅쾅 찍어낼 수 있을 것 같아 든 생각이었지만 솔직하게 달라고 말할 자신은 없었다.


의자의 황홀한 감각에 매몰되어 뭔가를 진득하게 생각할 상태도 아니었을뿐더러 인간이 신에게 대놓고 뭔가를 요구하는 모양새는 뒷일을 알 수 없는 공포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앞의 여신은 상당히 좋은 신이었던 모양이다.


“아, 가지고 싶나요? 좋아요. 이야기가 끝나면 하나 만들어 줄게요.”


“에?”


생각만 했을 뿐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의자가 손에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 순간 벙찐 얼굴이 되었다가 이내 현실을 자각하고는 마음속으로만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묘한 눈길로 지켜보던 여신이 고개를 갸웃했다.


‘흠. 좋아하니까 다행이긴 한데, 이쪽의 인간은 저런 게 좋은 건가?’


여신은 고작해야 의자 하나에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기뻐하다니 참 특이한 취향이라며 묘한 시선을 보냈지만 의자를 획득한 그의 모습이 상상 이상으로 행복해 보였던지라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괜한 말로 남의 행복을 깨면 자신의 복도 달아날 수 있지 않겠는가? 용사가 절실히 필요한 여신의 경우에는 그의 행복을 깨면 확실하게 자신의 복이 달아날 수 있었기에 미리부터 점수를 따놓는 편이 나중을 위해 좋았다.


정작 점수를 줄 당사자는 앞으로 펼쳐질 황금빛 야근생활에 취해 여신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제 이것만 있으면 야근은 끝이야! 끝!’


마음 같아서는 모든 것을 다 잊고 지금 기분 그대로 쭉 이 환상적인 의자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다만,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은 아니라서 이렇게 앉게 된 것도 다 여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라는 것을 떠올릴 만큼의 지능적인 여유는 있었다.


‘끄응. 아쉽긴 하지만 이런 멋진 의자를 공짜로 준다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지.’


공짜로 받는 거니까 하다못해 이야기라도 진지하게 들어주자고 생각하며 강철같은 의지로 의자의 유혹을 떨쳐내고서 자세를 바로 했다.


여신도 그 의미를 눈치챘는지 살며시 미소 지었다.


사실은 조금 지나치게 행복해하는 감이 있어서 언제 말을 걸지 타이밍을 재고 있었지만 그건 그를 배려해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에헴. 그러면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우선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가, 어째서 마왕이 등장해 세상이 멸망하는가 하는 것부터 말해야만 하겠네요.”


여신은 어디 보자, 하며 말을 고르듯 잠깐 허공을 보았다가 정리가 되었는지 시선을 내리며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테라에 나타난 마왕이 어째서 멸망을 가져다주는가. 그것은 마왕이 저희 신들 사이에서 마신이라 불리는 거대한 존재가 한 세상을 집어삼키기 위해 만들어낸 악의 첨병이자 침략병기이기 때문이에요.”


지구 시간으로 대략 10년 정도 전에 마신이 뿌린 씨앗이 차원의 벽을 뚫고 테라의 한 생명체에 깃들었다. 당시 여신 테라는 신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으로서 여러모로 바쁜 상황이었기에 이를 알아채는 것이 늦어버렸다.


근무태만은 아니었지만, 어떤 이유가 있었건 마왕의 씨앗을 놓치고 만 것은 차원을 다스리는 입장에선 엄청나게 큰 실수였다. 마왕의 씨앗 하나로 무수히 많은 세상이 사라졌기에 그 위험성은 익히 알려져 있었고, 발견하는 즉시 말살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발견과 초기대처가 중요한 법인데 잠깐의 소홀로 골든타임까지 놓쳐버리자 생명에 기생한 마왕의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 숙주의 자아와 몸을 빼앗고 끝내 마왕으로 변이시켰다.


한 번 마왕으로 다시 태어나면 그걸로 끝. 그 어떠한 수단을 쓰더라도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다. 마왕으로 변한 순간부터 오로지 세상의 파멸만을 원하게 되는 명실상부 세상의 적이 돼버리는 것이다.


마왕은 그 자신에게 부여된 마신의 권능으로 대지를 오염시켜 일반적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인 마경으로 변모시킬 수 있어 존재 자체만으로도 세상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한 번 마경으로 화한 곳은 권능의 주체인 마왕을 쓰러뜨리기 전까지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그것으로 모자라 그 안에서 자생하는 생명체들은 마왕의 권능에 의해 고스란히 그의 권속이 돼버리고 스스로 마경을 넓히기까지 하죠.”


그들이 바로 일명 마왕군이라고 불리는 불특정 다수의 군세였다.


그들은 마왕의 권속이 되면서 부여받은 힘으로 가는 곳마다 대지를 오염시켰고, 의지 없는 자는 마경으로 흡수하며 의지를 가진 지성생명체들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끔 철저하게 짓밟았다.


그리하여 마왕의 영역을 넓히고 함께할 권속을 불리며, 서서히 본래 살고 있던 생명들을 몰아내 멸망으로 치닫게 만든다.


“최종적으로는 멸망한 세상 전체를 마경으로 물들여 마왕의 영역으로 삼아 그들의 주, 마신의 영향력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고 할 수 있죠.”


이를 막고 멸망을 피하기 위해서는 오염의 중심이자 원흉인 마왕을 쓰러뜨려 그와 연결됨으로서 확대되는 모든 현상을 강제로 중지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저는 마왕의 탄생을 깨달은 즉시 하계로 신탁을 내려 신의 이름 아래 종족과 태생을 불문하고 지성 있는 존재들을 모아 대륙을 하나로 뭉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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