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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절망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렌지F
작품등록일 :
2021.05.26 01:43
최근연재일 :
2021.08.12 18:0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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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510

작성
21.05.2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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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DUMMY

용사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여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봤어요. 지구에 살고 있는 당신에겐 익숙한 물건이겠죠? 특별히 당신을 위해 만들었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구의 그것과는 달리 평범한 놀이기구가 아니에요.”


무려 용사의 힘을 감당할 정도의 강력한 내구성을 지닌 특수한 물건이다. 지구에 사는 인간의 규격에 맞춘 것과는 형태가 같을지언정 재질부터 성능에 이른 모든 것이 달랐다.


최소 벌레의 힘부터 최대 하급신의 물리간섭력을 맞아도 멀쩡할 정도로 무척이나 단단한 녀석이라 이거라면 용사가 얼마나 큰 힘을 낸다 해도 문제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몸풀기로 이보다 더 좋은 상대는 없겠죠?”


용사도 여신의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잘 됐다 싶기도 했다.


온몸에서 힘이 넘쳐흐르는 통에 안 그래도 주먹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다. 아마 여신이 저것을 꺼내지 않았더라도 이쪽에서 먼저 쓰게 해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용사의 힘은 명백히 일반적인 규격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고,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힘이 아닌 여신이 떠먹여준 힘이라서 그런지 힘 조절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저 주먹을 살짝 쥐고만 있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막대한 힘이 주먹으로 모여들어 기이한 압력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니, 본격적으로 힘을 사용하면 어찌 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거리낌 없이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상대가 생긴 것은 꽤나 반가운 일이었기에 용사의 가슴에 묘한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드디어 이 넘치는 힘을 사용할 기회가 온 것이다. 당연히 어디까지 가능할지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좋아. 해보자.”


부푼 마음을 안고 자신 있게 머신의 앞에 선 용사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여태 단 한 번도 제대로 몸을 쓴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듯 주먹을 든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어색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책상 앞에만 앉아있었으니 어색하지 않은 게 더 이상했다.


그것은 용사 본인도 느끼고 있었지만 생초보인 자신이 자세를 바로잡는다고 해봤자 얼마나 되겠나 싶어 그냥 무시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평소에 운동 좀 해둘 걸 그랬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


생각 이상으로 제 몸이 쓰레기인 것에 실망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 부분은 이제부터라도 잘 할 수 있게 만들면 된다. 아무런 힘도 없던 때와 달리 지금의 자신에겐 무언가를 이룰 만한 힘이 존재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그 전에 일단 이것부터 어떻게 해야겠지.”


용사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제 몸통이 있을 뿐이었지만 용사는 그 속에 존재하는 거대한 힘의 격류를 느낄 수 있었다.


전신을 휘도는 끝을 알 수 없는 힘이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지금 당장 밖으로 꺼내달라며 아우성치는 것이다. 속에서 얼마나 날뛰어대는지 이젠 참는 것도 한계였다.


“흐읍.”


용사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기다렸다는 듯 전신에서 순백의 신성이 폭발하듯 거칠게 피어올랐다.


조절 따위 생각지도 않았다. 오로지 가진 것을 전부 밖으로 꺼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 기운의 방출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내부의 난폭함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용사는 소리 없는 아우성에 등 떠밀리듯 더욱 더 큰 힘을 끌어냈다. 사실 끌어냈다기보다는 밖으로 나와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고 보는 게 더 맞겠다. 그저 그렇게 했을 뿐인데 별다른 통제도 없이 알아서 밖으로 힘이 방출되어 나왔다.


다만 제 스스로 힘을 운용하는 게 아니라 에테르가 알아서 양껏 안겨주는 셈이라 아직은 세밀한 조절이 힘들다는 것이 약간의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래도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소 과할 정도의 힘을 받은 탓에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동시에 이런 거대한 힘이 자신의 생각에 반응하고 움직여준다는 상황이 여태껏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쾌감을 만들어냈다.


짜릿했다. 난생 처음으로 부려지는 입장이 아니라 부리는 입장이 된 것이다. 이 전능감과 우월감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용사는 지금 느끼는 쾌감을 최대한 오래 맛보고자 자신이 견딜 수 있는 한계까지 버틴 다음에야 주먹을 뒤로 당겼다.


그러자 에테르가 알아서 온몸 구석구석 빠짐없이 힘을 전달했고, 용사의 육체를 완전한 파괴병기로 승화시켰다.


꽈아아아악.


전신의 모든 근섬유 하나하나, 가닥가닥이 극한까지 조여지는 감각은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덕분에 제각기 따로 노는 것 같던 몸에 일체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부조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안정감이 들어섰다.


용사는 이게 진짜 제 몸이 맞는지 몇 번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그런 속내와는 달리 몸은 자연스럽게 어깨와 허리를 한계까지 잡아당기고 있었다.


‘역시 이 이상은 안 돼.’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데까지 올라갔다. 이 이상의 힘의 축적은 몸이 버티지 못하고 그만 터져버릴지도 모른다고, 한껏 날카로워진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용사는 한계를 느낀 즉시 그것을 망설임 없이 풀어냈다.


전신을 꽉 묶어놓았던 힘의 자물쇠가 주인의 의지를 받아들여 한꺼번에 풀려났다. 그리고 늘려놨던 고무줄이 역주행하듯 어깨의 인도를 따라 주먹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앞으로 튕겨나간다.


휘이이이이잉.


주먹이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 주위로 몰려드는 폭풍을 느낀 용사의 등골에 짜릿한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어깨 다음은 허리!’


어깨가 주먹을 날려 보낸 격발기였다면, 지금부터는 아래에서 허튼 곳에 떨어지지 않도록 밀어 올려줄 차례였다.


주먹이 완전히 어깨를 벗어나기 직전, 단단히 뿌리를 내린 하반신을 이용해 주먹에 허리와 골반의 강력한 회전력을 함께 실었다.


그로 인해 증대한 원심력에 용사가 이를 악물었다.


‘남은 건 하나!’


오로지 전력. 자신이 가진 전력을 머신에 들이붓는다!


“으아아아아앗!”


마침내 한 점에 집중된 모든 힘을 풀어냄과 동시에 해방되는 힘의 폭발을 참지 못한 용사가 포효했다.


직후 어깨와 허리, 골반을 거쳐 팔을 통해 사출된 주먹이 머신을 향해 거대한 힘을 작렬시켰다.


소리보다도 먼저 충격이 공간 전체를 부르르 진동시켰다. 오로지 어둠만이 존재하던 세상에 누구라도 알아챌 만큼 선명한 파문이 넘실거리며 어둠 저편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뒤이어 소리가 도달했다.


콰아아아아아!


“푸후우우우우우.”


모든 전력을 쏟아부은 용사의 전신에서 미처 다 내보내지 못한 힘의 잔재가 넘치듯 줄기줄기 솟아올라 순백의 아지랑이를 만들어냈다.


용사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힘을 담았던 주먹에서는 열기와도 같은 거력의 잔해가 주변의 어둠을 일그러뜨려 원래의 형태를 알 수 없게 만들었고, 아무리 주먹을 휘둘러도 지치지 않아야 할 용사의 육체는 조금이지만 호흡이 흐트러져 위아래로 흔들렸다.


용사는 주먹을 뻗은 그대로 잠시 동안 움직임을 멈췄다. 그 시선은 자신의 주먹에 고정되어 떨어질 줄을 몰랐고, 입가는 희미하지만 확실한 미소가 지어졌다.


‘손맛이 있었다.’


고작 손맛 정도가 아니다. 용사의 전력이라는 것은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이에겐 마약과도 같은 쾌감을 맛보게 했다. 이건 부리는 자로서의 우월감과도 또 다른 종류의 쾌감이었다.


그야말로 힘을 가진 강자만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이라 할 수 있겠다.


힘을 담아내 쏘아낸 순간 해냈다는 성취 또한 함께 달려들어 한순간이나마 그의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돼버릴 정도로 굉장한 여운을 만들어내 그것만으로도 뇌가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원래라면 여운을 즐기느라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 따위 없었을 테지만 용사는 문득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스친 것 같아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점수판의 점수가 쳇바퀴 돌아가듯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아. 이것도 똑같이 되는구나.’


그저 겉모습만 같을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점수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별로 신경은 안 쓰이지만......’


전력을 꺼낸 것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머리가 뜨거워진 것도 있어서 머리도 식히고 흥분도 가라앉힐 겸 조금은 신기한 기분으로 점수가 나오길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쉴 새 없이 바뀌는 숫자를 계속 보고 있자니 어째 저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 것이다.


‘설마 낮게 나오진 않겠지?’


아무리 그래도 용사인데 낮게 나오진 않겠지. 게다가 힘을 적게 쓴 것도 아니고 자신이 가진 전력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때 손에 전해진 감각도 여전히 생생했다.


절대 적게 나올 리가 없었다.


‘그래. 그럴 거야. 분명해.’


은근히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점수판을 지켜보고 있자니 곧이어 짧은 기계음과 함께 점수가 나타났다. 그런데 점수를 본 용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용사의 시선 끝에 나타난 숫자는 [063]. 전력을 부은 것치고는 좀 모자란 끼가 다분했고, 그렇다고 적게 나왔다고 보기엔 이게 낮은 건지 높은 건지 가늠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세 자리니까 100점이 최대일까? 아니면 999점?’


자신이 경험한 것들은 하나같이 999점을 넘어서 1000점 이상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확신하기 어려웠다.


눈앞의 녀석은 보아하니 고작 세자리수가 한계인 것 같았지만 오락성 기계로서 측정이 일정하지 않은 지구의 것과는 달리 신이 가져온 물건인 만큼 저 [063]이라는 숫자가 마냥 평범하지는 않게 느껴졌다.


역시 이런 건 물건을 꺼낸 장본인에게 묻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 용사가 여신에게 시선을 돌렸다.


느긋하게 차를 음미하고 있던 여신이 자신을 향하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요? 뭔가 문제라도 생겼나요?”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말이 나오는 걸 보아 혹시 자신이 예상치 못한 문제라도 생겼나 싶어 약간 불안한 기분으로 그렇게 물으니 용사는 고개를 젓는 대신 머신을 가리켰다.


“이게 점수가 나왔는데 높은 건지 낮은 건지 잘 모르겠네요.”


“아아. 그러고 보니 그걸 설명 안 했던가요. 혹시 점수가 어떻게 나왔어요?”


곧바로 점수부터 묻는 걸 보니 점수가 그냥 장식은 아니었던지 용사가 표시된 점수를 불러주자 알겠다는 듯 여신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 모습을 보고 궁금증이 생긴 용사가 물었다.


“어떻습니까?”


“예상치와 비슷하네요. 아, 낮은 건 아니에요. 점수로 따지면 높은 편이죠.”


머신이 표시할 수 있는 최대 점수는 100점.


1~9점이 대다수의 생명체의 보편적인 상한선이고, 10점부터가 초인의 영역. 초인의 영역 다음부터가 영웅, 전설, 신화로 격의 단계가 올라가는데 용사가 속한 단계는 50초과 70이하의 전설이었다.


“71부터 90까지가 편의상 신화급이고 그 이상은 반신급이라고 해두죠. 그리고 최고점이자 한계점인 100점이 하급신에 해당해요. 이 기준으로 볼 때 63점은 전설급에서 중상위 정도를 차지한다고 보면 된답니다.”


참고로 마왕도 용사와 같은 전설급에 속해 있으며 테라에 나타난 마왕은 최소가 60점 이상이라고 예측한다며 여신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원치 않게 마왕의 힘을 알게 된 용사가 죽을상이 되었다.


‘알고 싶지 않은 걸 알아버렸어......’


차라리 몰랐으면 좀 더 오래 위가 아픈 정도로 있을 수 있었을 텐데 구태여 알려주는 여신의 의도는 자신이 좀 더 노력했으면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후후. 마왕에게 이기려면 최대한 빨리 지금의 상태에 익숙해져야 할 거예요. 힘내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으니까요.”


용사의 생각이 맞는다는 듯 여신 테라가 여신답지 않은 음흉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나름 응원하려는 것 같지만 적어도 입가에서 웃음은 지웠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하아아아.”


용사는 수심어린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어 제 심정을 드러내고는 아무 말 없이 머신 쪽으로 몸을 돌리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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