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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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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6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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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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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44. 샤이르와 루리아(2)

DUMMY

창으로 들어오던 빛이 점점 옅어지더니 어느새 마차 안은 얼굴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시녀 수오마는 맞은편에 앉은 말 수 없는 소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루리아 아가씨, 등을 켤까요?”


“아니.”


새벽어둠이 걷히기 전에 출발한 여정은 예정보다 늦어져 밤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루리아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말 수가 적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예상보다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거의 다 왔습니다. 금방 도착할 거예요.”


처음 들은 대답에 용기를 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별장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다.


“어서 오세요. 루리아 아가씨. 오랜만에 뵙죠?”


마차 문이 열리자 묵직한 체구의 시녀 사만다가 반갑게 루리아를 맞았다.


“이게 얼마만이죠? 6개월? 1년? 뭐, 아무렴 어때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면 됐죠.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어서 안으로 드시죠. 따뜻한 목욕물과 식사가 기다리고 있답니다.”


무표정한 루리아는 여전히 한 마디 대답도 없었다. 그런데도 사만다는 혼자 신이 나 열심히 떠들어댔다.


사만다의 안내를 받으며 루리아가 별장으로 들어가자 집사 다니르가 슬그머니 수오마에게 다가왔다.


“어떤 것 같아?”


“뭘 말씀하시는 거죠?”


“루리아 아가씨 말이야. 오는 동안 알아보라고 했잖아.”


“뭐라고 해야 할지··· 정말 14살 맞아요?”


다니르는 아르리안 가의 대저택으로 마차를 보낼 때 수오마에게 단단히 일렀다.


“돌아오는 동안 루리아 아가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게.”


“네? 알아보라뇨? 매년 다녀가신다면서요? 아가씨가 어렸을 때부터 보셨던 것 아니에요?”


“그래. 자그마치 1년이야. 아가씨가 이 별장에 다녀가신 게 벌써 1년이나 됐다고. 13살에서 14살이 됐단 말이야.”


“근데요?”


“이 말의 의미를 모르겠어? 14살이면 이제 소녀가 아니라 성인이잖나? 자네는 궁금하지도 않나? 입맛은 그대로신지, 마법훈련은 잘 받고 계신지, 요즘 관심 가지시는 건 어떤 건지 궁금하지 않아?”


‘뭐야? 이 영감 또 왜 오바야?’


“돌아오는 동안 마차 안에 종일 같이 있을 것 아닌가? 나이도 비슷하니 자네완 대화가 되지 않겠나? 그러니 꼭 알아오게. 알았지?”


수오마는 루리아를 향한 다니르의 관심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아르리안 가의 장녀라 해도 기껏 14살 된 소녀였다. 왕립 마법학교 방학을 맞아 고작 한 달 정도 머무는 게 전부였다. 다른 가족이 올 때처럼 하던 대로 하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대저택에 도착해 루리아를 보는 순간 다니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인형인가? 아냐. 천사야. 하늘에서 이제 막 내려온 천사.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지?’


아우라가 느껴질 정도의 아름다움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완벽한 외모만큼이나 매력적인 무표정과 차가운 눈빛은 몽환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목소리는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울까? 천사의 노랫소리 같겠지? 꺄아~ 기대 돼. 얼른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루 종일 천사 같은 외모의 루리아와 같은 공간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까 인사드렸죠. 수오마라고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나이는 16살이에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하시면 돼요.”


끄덕


“왕립 마법학교에 다니신다고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던데 정말 대단하세요.”


끄덕


“학교생활은 어떠세요? 루리아 아가씨는 너무 예뻐서 친구들도 많죠? 학교 수업은 재미있어요? 저도 마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형편이 어려워서 마법학교를 가진 못했어요. 별장에 계시는 동안 저한테도 마법을 가르쳐 주시겠어요?”


대답이 없었다.


“요즘 새롭게 좋아지신 게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음악이나 게임 같은 것 말이에요. 원하시는 게 있으면, 돌아가는 대로 제가 바로 준비해 둘게요. 음식은요? 다니르 집사가 다 기억하고 있지만, 드시고 싶으신 게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아, 몇 개월 전에 주방장이 바뀌어서 음식 맛이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어요.”


“······.”


“······.”


마차가 대저택을 출발하고 두 시간 동안 열심히 물었지만, 대답은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이 무표정한 아가씨는 말 하는 법을 모르는지 전혀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와··· 어떻게 14시간 동안 오면서 한 마디를 안 할 수 있죠? 아니. 정말 이 한 마디밖에 못 들었어요. 아니.”


“흠··· 자네도 실패군. 역시 대상이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군.”


“네?”


“그래도 자네는 제법 괜찮은 편이네. 한 마디는 들었지 않나. 지금까지 아가씨 모시러 갔던 시녀 중에 한 마디라도 들은 건 자네밖에 없어”


“엥? 근데 왜 저한테 그런 걸 알아보라고 하신 거예요?”


“혹시 달라지셨나 싶었지. 그리고 이곳에서 아르리안 가문을 모시는 게 우리 임무니 최선을 다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그리고··· 누가 알겠나? 자네가 우연찮게 루리아 아가씨가 연모하는 사람이라도 알아낼지. 하하하.”


“호호호. 저도 그런 대화 나눴으면 했는데 아쉽네요. 근데 왜 갑자기 연모하는 사람 얘긴 하세요?”


“하하하. 그야 물론··· 죽여 버리려고 그러지. 하하하.”


“오호호. 그런 거라면 저도 도울게요. 호호호.”


다니르의 호탕한 웃음 속에 가볍게 뱉은 한 마디는 진심이었다. 물론 수오마의 협조 약속도 진심이었다.


* * *


“아가씨! 루리아 아가씨!”


루리아는 바쁜 걸음을 멈췄다. 수오마는 헐레벌떡 뛰어와 힘겹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갑자기 어딜 가시는 거예요? 아침식사 하셔야죠.”


“산책.”


“안 돼요. 지금 식사 준비 다 됐단 말이에요. 바로 돌아가셔야 돼요.”


“다녀올게.”


루리아의 화법은 단순했다. 최소한의 간단명료한 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그 외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간단한 제스처조차 없을 때도 많았다.


“알겠어요. 그럼 최대한 일찍 돌아오셔야 돼요. 그리고 너무 멀리 가시면 안 돼요. 아셨죠? 네?”


루리아는 아무런 대답 없이 몸을 돌려 오솔길을 따라 숲으로 훌쩍 사라졌다.


“에구구, 내 팔자야. 가실 거면 나라도 데려가시지 꼭 저렇게 혼자 다니시네.”


수오마는 루리아가 사라진 숲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고생하셔야겠네요. 아시겠지만, 절대 들키시면 안 돼요.”


“네. 걱정 마십시오.”


대답은 수오마의 머리 위 나뭇가지 사이에서 들렸다. 대답과 함께 나뭇가지가 살짝 흔들리며 검은 형체 두 개가 빠른 속도로 루리아가 향한 숲으로 사라졌다.


“아, 맞다!”


한동안 루리아가 걸어간 오솔길을 보고 있던 수오마는 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다 말고 손뼉을 치며 걸음을 멈췄다.


“언덕 산 너머에 있는 별장에 가시면 안 되는데··· 그 말씀 드리는 걸 또 깜박했네. 에잇, 몰라. 따라간 아가씨들이 알아서 하시겠지. 빨리 가서 아침이나 먹어야겠다.”


* * *


이름 모를 산새들이 지저귀고 다양한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밤새 맺힌 이슬이 잔바람에 흔들려 떨어지고, 푸른 잎들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작게 흔들렸다. 고즈넉한 숲 속에 인공적인 소리는 루리아의 발소리밖에 없었다.


평안하고 평안했다. 쉬지 않고 떠드는 사만다도, 늘 주변을 떠나지 않는 수오마도, 어디선가 흐뭇한 표정으로 항상 바라보고 있는 다니르도 없었다.


그래서 숲이 좋았다.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 없이 조용히 쉴 수 있는 유일한 이 공간이 좋았다.


“저대로 둬도 괜찮을까?”


루리아가 어렴풋이 보일 정도로 잎이 우거진 나뭇가지 속에 숨은 사라가 모라에게 물었다.


“안 괜찮으면? 네가 내려가서 돌아가자고 할 거야?”


사라와 모라는 루리아를 지키는 경호원이었다. 별장 안에 있을 때를 제외하곤 항상 숨어서 루리아의 안전을 지키는 임무였다.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 곱고 여린 피부가 벌레에 물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파서 그렇지.”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좀 더 집중해서 지켜봐. 보기에만 저러지 발이 보통 빠른 게 아니야.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사라진다니까.”


“그건 지금 네가 나한테 할 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사라는 낮잠이라도 자려는지 나뭇가지에 편안히 기대 눈을 감고 있는 모라를 흘겨봤다.


“너, 언니를 그렇게 흘겨보는 거 아니다.”


“언니? 하,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네. 고작 2분 빨리 태어난 걸로 유세야? 걸음마는 내가 너보다 사흘이나 빨랐거든?”


“그래. 그래. 너 잘났다. 그러니까 잘 보라고. 저 숲만 지나면 그 저택이야. 행여 그쪽으로 넘어가시면 큰일이잖아. 우리가 막을 수도 없고.”


“걱정 말라니까. 내가 이렇게 잘 보고··· 어?”


사라의 놀란 목소리에 모라는 콧방귀를 꼈다.


“관둬. 너 연기 어설프다니까. 그런다고 내가 놀랄 줄··· 뭐야? 어디 가셨어?”


사라를 비웃으며 곁눈질로 나뭇잎 너머를 슬쩍 본 모라도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조금 전까지 멍하니 서있던 루리아가 보이지 않았다.


“젠장! 너 오른쪽, 나 왼쪽.”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 * *


조금 전부터 오솔길이 사라지고 대신 울창한 가시덩굴이 앞을 가로막았다. 이쪽저쪽 살펴봐도 가시덩굴을 넘어갈 수 있을만한 길은 보이지 않았다.


부스럭.


가시덩굴이 흔들리며 뭔가 움직이는 육중한 소리가 들렸다. 루리아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당장이라도 마법을 쓸 수 있게 정신을 집중하며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부스럭부스럭


소리는 점점 크게 들리고 가시덩굴의 흔들림도 커졌다. 침을 꿀꺽 삼키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공격에 대비했다.


“응?”


싱겁게도 가시덩굴을 빠져나온 건 사슴이었다. 크고 둥근 눈으로 루리아를 한동안 바라보던 사슴은 별 관심 없다는 듯 울창한 숲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휴우.”


어깨가 뭉칠 정도로 잔뜩 긴장했던 루리아는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훔치고 별장으로 돌아가려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조금 전 사슴이 빠져나온 자리에 제법 넓은 통로가 있었다. 아마도 짐승들이 덩굴을 오고가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통로 같았다.


고민이 찾아왔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가시덩굴 너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냐, 안전이냐. 고민은 길지 않았다. 루리아는 몸을 숙이고 성큼 통로로 들어갔다.


* * *


다시 합류한 사라와 모라의 낯빛은 어두웠다. 서로의 표정을 확인한 쌍둥이 자매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넘어가신 건가?”


“너하고 내가 못 찾았으면 그것밖에 없지 않겠어? 젠장, 도대체 그 가시덩굴은 어떻게 지나신 거야?”


“어떻게 하지? 별장에 알려야 하나?”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면? 너하고 내 목숨으로 해결될 게 아니잖아.”


“그럼 우리도 넘어가야겠지? 아아~ 하필 왜 그쪽으로 가신 거냐고!”


“한탄은 나중에 하자. 일단 우리도 넘어가서 아가씨를 찾아야지.”


“알았어. 너무 떨어져서 움직이지 마. 그쪽 경호원들도 보통 내기가 아니니까.”


“너나 잘 하세요.”


쌍둥이 자매는 빠르게 가시덩굴을 뛰어넘었다.


* * *


산짐승이 다녔을 거라 예상되는 가시덩굴 통로는 생각보다 넓고 길었다. 쪼그려 앉아 가시에 긁히지 않게 조심하며 천천히 통과했다.


통로를 빠져나와 마주한 세상은 가시덩굴 너머와 완전히 딴판이었다. 반대쪽 숲에선 보이지 않던,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침엽수림과 넓게 펼쳐진 잘 정돈된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이런 곳이 있었나?’


별장을 중심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대부분이 아르리안 가의 영토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상태를 보면 지금도 관리가 되고 있는 듯 보였다.


‘별장 주변에 사유지라······.’


사유지라면 돌아가는 게 맞았다. 그러나 합리적인 판단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루리아는 잘 정돈된 초원을 천천히 가로질렀다.


로메노스 왕국에서 아르리안 가의 위세는 압도적이었다. 왕가를 제외하곤 견줄만한 가문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그런 아르리안 가의 별장과 멀지 않은 거리에 경계를 두고 버젓이 관리되고 있는 땅의 정체가 궁금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관리가 된다는 것은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인근에 이렇다 할 크기의 마을이 없다. 그렇다면 멀지 않은 어딘가에 관리인 혹은 인부가 거주하는 공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루리아의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건물을 발견한 것은 아니고, 시끌벅적한 낯선 목소리가 언덕 너머에서 들려왔다.


“이랴! 더 빨리! 더 빨리 달려라! 이랴!”


어린 남자의 목소리였다. 말을 모는 것 같았지만 말발굽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말이었다면, 목소리가 들린 직후 모습이 보였을 텐데 좀처럼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지면 그 쓸모없는 발모가지를 잘라버린다? 그러니까 더 속도를 내 봐.”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가깝게 들렸다. 말인지 나귀인지 모를 것을 타고 나타날 의문의 소년을 기대하며 걸음을 멈췄다.


이윽고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또래의 소년이 지평선 너머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소년이 타고 있는 것은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상당한 체구를 가진 남자가 소년을 등에 태우고 엎드려 뛰어오고 있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할 수 있어!”


소년은 짧은 말채를 휘두르며 독촉했다. 소년을 등에 태운 사내의 땀으로 범벅된 얼굴은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빠르게 다가왔다.


“벌써 좇아왔잖아! 빨리! 빨리!”


소년은 고삐대신 머리카락을 쥐고 있던 손을 사정없이 흔들고, 말채로 엉덩이며 머리며 사정없이 휘둘러 때렸다. 결국 소년을 태운 사내는 앞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덩달아 앞으로 넘어질 뻔한 소년은 공중제비를 돌며 아슬아슬하게 착지했다.


거의 동시에 말을 탄 사내가 도착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말에서 뛰어내린 사내는 황급히 소년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응. 난 괜찮아. 그런데 저 건 어쩌지?”


소년은 방금 전까지 자신을 태우고 뛰다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사내를 가리켰다.


“감히 도련님을 위험에 빠트릴 뻔 했으니 응당한 벌을 받아야지요.”


스릉.


사내는 검을 뽑아들고 살기등등한 얼굴로 바닥에 쓰러진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살기어린 눈은 바닥에 쓰러진 사내의 목을 정확히 노려보고 있었다.


“덴, 그만 둬.”


소년의 나지막한 명령에 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칼을 내렸다.


“나 하나도 안 다쳤어. 조금 놀라긴 했는데 괜찮아. 그러니까 그건 용서해 줘야지.”


소년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근데 말이야··· 내기에 져버렸네? 내가 놀란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너 때문에 또 내기에 졌다고. 응? 어떡할래?”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바닥에 쓰러진 사내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힘겹게 대답했다. 바닥에 처박힌 얼굴은 땀과 침, 눈물로 범벅된 것도 모자라 두려움까지 진하게 묻어있었다.


“응. 알아. 죄송하겠지. 죄송한 건 죄송한 거고, 잘못 한 건 잘못한 거잖아? 덴.”


“네!”


“저 자식 앞발 두 개 다 잘라.”


“알겠습니다.”


덴은 들고 있던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한 번만··· 한 번만 용서를··· 으악!”


덴은 가차 없이 피투성이가 되어 꿈쩍도 하지 못하는 사내의 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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