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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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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0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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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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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59. 가을 졸업시험(12)

DUMMY

* * *


“내일이다. 드디어!”


‘시험 전날인데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라도 훈련을 쉬지 않을까?’


헛된 기대였다. 마지막 날까지 클로틸다의 집요함은 아현 일행을 괴롭혔다. 그래도 끝은 오기 마련이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알찬 훈련을 마치고 지쳐 쓰러진 파티원을 보며 클로틸다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 생각보다 더 잘해. 이대로면 내일 시험 문제 없어.”


“시험 주제에 따라 달라질 세부 계획은 없는 건가요?”


“좋은 질문 뚜따. 대답은 없어. 과거 시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세운 계획. 최저점을 받아도 나는 추가점으로 상위권 확정. 완벽해.”


‘하긴··· 우리 네 명 200점에, 선배가 학부 2학기 때 받은 50점까지 기본 250점으로 시작하니 걱정할 게 없겠지.’


시험 취지에 어긋난 듯 보이지만, 클로틸다 입장에선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었다.


“들어가서 쉬어. 내일 건강히 나와.”


클로틸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간단명료한 용건과 지시까지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반면 젤뚜르다 파티는 혹시 모를 부상을 우려해 훈련을 하지 않았다. 분위기도 클로틸다 파티와 달리 화기애애했다.


“지금까지 잘 따라줘서 정말 고마워. 내일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연습한 대로 하면 다 잘 될 거야.”


“선배가 잘 지도해주신 덕분이죠.”


칼리가 호기롭게 대답했다.


“어쩜 말도 이렇게 예쁘게 하는지 몰라.”


젤뚜르다의 환한 웃음에 칼리는 얼굴을 붉혔다. 칼리의 헛된 희망을 눈치 채고 있던 얀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딱히 더 할 말은 없는 것 같아. 오늘 푹 쉬고 내일 잘 해보자. 괜히 욕심 부린다고 훈련하다 다치지 말고 오늘 다들 일찍 자. 알았지?”


“나 결심했다.”


젤뚜르다와 헤어져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칼리는 다짐한 듯 말했다. 그러나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는 샤이르, 루리아와 달리 얀느는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하지마.”


“응? 뭘? 나 아직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그러니까! 그게 뭐가 됐든 하지 말라고.”


“네가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잘 들어봐. 시험 끝나면······.”


“선배한테 고백한다고?”


“뭐?”


샤이르와 루리아가 놀라 소리쳤다. 두 사람보다 훨씬 더 놀란 칼리는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선배는 너한테 아무 감정 없어. 괜히 상처 받지 말고 포기해.”


“어··· 어버버··· 어버버버······.”


목이 막힌 듯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감정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아냐고? 야, 모르는 게 이상하지. 너야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제대로 못 보겠지만, 주변에서 보면 다 보여. 선배는 널 남자로 보지도 않을 걸?”


“네가 물어봤어? 네가 선배한테 직접 듣기라도 했냐고!”


드디어 목이 트여 소리쳤다.


“그걸 꼭 물어봐야 아냐? 너 말곤 다 알아. 정 못 믿겠으면 샤이르하고 루리아한테 물어봐라.”


칼리는 당황한 빛이 역력한 눈으로 샤이르와 루리아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나 눈이 마주친 샤이르와 루리아는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그 행동이 대답을 대신했다.


“우, 웃기지마. 너희가 뭘 알아! 어머니가 그랬어! 용기 있는 남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고백 할 거야! 고백 할 거라고!”


칼리는 친구들의 측은한 시선을 무시하고 어둠 속으로 달렸다. 얀느는 멀어져 가는 칼리의 뒷모습을 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우리는 도대체 왜 이러냐··· 멀쩡한 놈이 어떻게 하나도 없지? 왜 다들 안 되는 짝사랑만 좇냐고.”


샤이르와 루리아는 얀느의 한숨을 모른척하며 딴청을 피웠다.


* * *


졸업시험은 카델의 가장 큰 행사였다. 시험기간엔 학교 전체가 시험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험이 치러지는 기간에는 모든 수업이 중단됐다. 채점과 관리 감독을 위해 거의 모든 교수가 동원되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전공 3학년은 시험 참관이 가능했다. 직접 던전 안에 들어가 진행상황을 볼 수는 없지만, 시험장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년 후 겪을 일이었기에 시험 당사자만큼이나 분주했다.


그러나 학부생은 달랐다. 수업도 없고 시험 참관도 불가능했다. 게다가 교수들도 없었다. 눈치 볼 필요 없이 놀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기회였다.


“들었어? 무술 학부 남자 애들하고 우리 학부 여자애들하고 소풍 간다고 하던데?”


“소풍?”


‘뭐지? 이 지나치게 건전하고 윤리적인 일탈은?’


아현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응. 서쪽 숲 안쪽에 계곡 있거든. 교수님들 숙소 있는 쪽이라서 평소엔 못 가는 곳인데 오늘 밖에 기회가 없다는 거야. 아··· 나도 가고 싶었는데······.”


‘숲? 계곡? 교수님들이 없는 틈에? 그것도 남녀가 섞여서? 그건 소풍이 아니잖아. 이 발라당 까진 것들이 미쳤나······.’


“뭐 하러 가는데?”


성리학에 입각한 유교적 윤리 도덕적 관념에 의거하여, 타미의 대답여하에 따라 여차하면 고자질을 해서라도 발라당 까진 철딱서니 없는 중생들의 비행을 막을 생각이었다.


“뭘 하긴? 계곡에 물놀이 하러 가지. 여름도 거의 끝나서 가을 시험 때 아니면 가서 놀지도 못하잖아.”


“아······.”


교수들이 없는 틈을 타 숲속 깊은 계곡에 다 큰 소년 소녀가 가서 할 수 있는 게 물놀이··· 당연한 상황과 대답에 허탈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에 선택한 일탈의 수준이 너무 소박했다.


‘아니면 내가 썩은 건가··· 가만 보면 여기 애들은 너무 순진하단 말이야. 보고 접하는 매체가 적어서 그런가······.’


* * *


“너희들의 시험 주제를 발표하겠다.”


각각 해당 던전 입구에 대기하던 클로틸다 파티와 젤뚜르다 파티의 시선이 담당교수에 쏠렸다.


“던전 공략 목표는··· 아이템 획득이다!”


각기 다른 던전 입구에서 똑같은 시험 주제를 받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은 조금 달랐다. 애초에 어떤 목표든 상관없던 클로틸다 파티는 덤덤한 반면, 젤뚜르다 파티의 표정은 환하게 밝아졌다.


‘됐어! 그 거지발싸개 같은 계집따위랑 비교도 되지 않는 점수로 공략할 수 있어. 빌어먹을 년. 어떤 임무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네년이 썩은 곰팡이처럼 구석에서 숨어 있을 때 난 당당히 공략을 끝낼 테다. 썩어문드러진 년아.’


환희에 가득 찼던 젤뚜르다의 표정이 사악하게 일그러진 건 본인만 모르고 있었다.


클로틸다도 속으로 젤뚜르다의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 보다 좋은 점수 받겠다고 열의를 불태우겠지? 미친년··· 혼자 열 내고 날뛰어 봐라. 내가 눈 하나 깜빡이나. 너 같은 년은 안중에도 없어. 나는 내 점수만 챙기면 돼.’


그러나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만약 속도전에 적합한 임무가 주어졌다면··· 젤뚜르다의 실력이라면 어쩌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던전을 공략할지도 모른다.


“시간제한 끝날 때까지 버티기만 했다며? 고작 추가 점수만 모아서 시험 통과하는 저질 전략이나 짜는 한심한 년. 그게 너하고 나의 차이야. 버러지 같은 년아.”


의기양양한 표정과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젤뚜르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냐. 그럴 리 없어. 그따위 년이 날 내려다 볼 일 따위 없어.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자. 난 내 식대로 하는 거야. 내 식대로.’


끊임없는 자기암시로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클로틸다의 귀에 믿기지 않는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던전 내에 보관된 아이템을 획득해 던전을 탈출하는 게 목적이다. 단! 공략에 필요한 최소 충족 조건이 있다. 첫째! 일반 몬스터, 즉! 일반 목각허수아비는 무조건 30기 이상 처치해야 한다.”


“네?”


클로틸다의 비명이 파티원과 교수의 귀를 찔렀다.


“못 들었나? 일반 몬스터 30기 이상을 꼭 처치해야 한다.”


“만약 30기 못 채우면 어떻게 되죠?”


“최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낙제다.”


쿠웅!


거대한 절망이 클로틸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파티원의 귀에 선명히 들렸다.


“둘째, 아이템은 무조건 한 번은 소지해야 한다. 만약 한 번도 손에 쥐지 못하게 될 경우, 최소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 하에 낙제 처리다.”


쿠웅!


우르르


또 하나의 절망이 떨어졌다. 클로틸다의 계획이 완전히 무너지는 소리는 덤이었다.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통보에 클로틸다의 멘탈은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그··· 그런 조항은 지금까지 없었던 걸로 아는데요?”


난처한 건 파티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의 전략 훈련은 전부 버티기에 치중되어 있었다. 이대로면 공략에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맞다. 지금까지 이런 조항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시험용 던전의 특징을 악용한 사례가 늘어 어쩔 수 없이 이런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던전과 파티 활용을 평가하려는 본질을 무시하고, 최저점을 목표로 안일한 전략을 세우는 일부 몰지각한 행태를 없애기 위함이다.”


담당 교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비수가 되어 클로틸다의 가슴을 찔렀다. 그렇지 않아도 전략이 무너진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마당에 악용, 본질 무시, 안일한 전략, 몰지각한 행태 같은 말은 너무 날카로웠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것 없다. 기본에만 충실하면 충분히 공략 가능한 던전이다. 설마 마법학과 최고 우등생이 그런 뻔뻔한 전략을 들고 나오진 않았겠지?”


‘알고 있었네.’


‘확실히 알았군. 일부러 저격하고 있어.’


담당 교수의 사악한 미소를 본 순간 클로틸다의 전략을 눈치 채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한 시간 후에 시작할 테니 마무리 준비할 수 있도록.”


담당 교수가 사라진 뒤에도 클로틸다는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발등이 불이 떨어진 건 젤뚜르다 파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클로틸다와 달리 젤뚜르다의 표정은 밝았다.


‘아하하. 깨소금이다. 미친년. 똥만 찬 대가리 굴리더니 쌤통이다.’


아마도 이런 식의 전제 조건은 다른 주제의 시험에도 적용됐을 게 분명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절망에 빠진 클로틸다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


“괜찮을까요?”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활짝 핀 젤뚜르다의 표정과 달리 루리아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왜? 크게 달라진 건 없지 않아?”


칼리는 루리아의 걱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템을 한 번이라도 소지해야 한다는 조건은 달리 말하면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하는 건 낙제의 조건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파티 특성상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그렇다고 첫째 조항이 최악의 상황으로 생각했던 던전 내 모든 몬스터 처치도 아니었다.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어 보였다.


“시험은 어디까지나 전공생 기준이야. 일반 몬스터라고 해도 우리에겐 버거운 상대일 수 있어. 그래서 선배가 속도전을 계획했던 거잖아.”


“우리 실력으로 일반 몬스터를 직접 상대하기 어려울 거란 얘기야?”


칼리는 고개를 끄덕이는 루리아에게서 젤뚜르다에게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진짜예요?”


“응. 루리아 말이 맞아. 우리에게 썩 좋은 상황은 아냐.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 지금까지 열심히 훈련한 자신을 믿어야지. 걱정마.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말과 달리 젤뚜르다의 속은 그리 편하지 못했다.


* * *


쿵!


외부로 통하는 대기실의 석문이 닫히는 소리가 던전을 울렸다. 벽과 천장에선 먼지가 툭툭 떨어졌다. 젤뚜르다는 어깨에 떨어진 먼지를 털며 파티원을 바라봤다.


“바뀐 조항은 신경 쓰지 말자. 평소에 연습한 대로 하되 속도만 줄이는 거야. 알았지?”


“네!”


비장한 각오로 고개를 끄덕이는 다른 파티원과 달리 칼리만 던전이 떠나가라 대답했다. 친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머쓱하게 뒷머릴 긁적이는 칼리는 뒤로하고 젤뚜르다가 먼저 앞장서 대기실을 나섰다.


습한 바람이 슬그머니 불어오는 어둔 던전 복도에 조심스러운 발자국 소리가 은은하게 울렸다. 당장이라도 어둠 속에서 목각허수아비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에 누구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또각또각


어둠 속에서 규칙적으로 바닥을 딛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앞서 걷던 젤뚜르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주먹 쥔 손을 들어보였다. 멈추라는 신호였다.


얀느와 칼리는 언제라도 젤뚜르다의 지시에 따를 수 있도록 손에 쥔 검에 힘을 주었다. 루리아도 젤뚜르다를 비롯해 얀느와 칼리를 보조할 수 있도록 마나를 집중했다. 루리아 보호가 최우선인 샤이르도 마찬가지로 집중했다.


또각또각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이윽고 횃불이 비치는 영역으로 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기의 목각허수아비였다.


“너희는 나서지 말고 잘 지켜봐. 얼마나 빠른지, 공격 방식은 어떤지, 어딜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지 잘 관찰 해.”


젤뚜르다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목각허수아비를 향해 몸을 날렸다. 젤뚜르다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목각허수아비도 걸음을 멈추고 나무 검을 곧추들고 자세를 잡았다.


퍼억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젤뚜르다의 검 끝이 목각허수아비의 몸통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검집에서 검을 빼지 않은 채로 가한 공격이었다. 공격을 받은 목각허수아비는 뒤로 멀찍이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동료(?)의 안위에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은 또 한 기의 목각허수아비가 젤뚜르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그러나 젤뚜르다는 그 모든 공격을 여유롭게 피해냈다.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하단으로, 다시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반복인가?”


샤이르의 혼잣말은 정확했다. 목각허수아비의 공격은 생긴 것과 달리 제법 빨랐지만 공격 방식은 단순했다.


“공격을 받아도 똑같을까?”


루리아의 의문에 답을 하듯 젤뚜르다의 검집이 목각허수아비의 어깨를 공격했다. 공격에 자세가 무너진 목각허수아비의 검이 젤뚜르다의 턱을 정확히 노리고 들어왔다. 갑작스런 변칙 공격이었으나 이번에 여유롭게 피해냈다.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선 다른 공격이 나오는 건가?”


“저것도 일정한 규칙이 있는지 모르지.”


얀느와 칼리의 분석도 젤뚜르다는 다시 재확인 시켰다. 비슷한 공격으로 목각허수아비의 자세를 몇 번이고 무너뜨렸다. 검과 검을 부딪치기도 하고, 멀찍이 뒤로 물러서거나 아주 가까이 붙기도 했다.


분석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던 젤뚜르다가 마침내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일렁이는 횃불에 비친 검날이 어둠 속에서 얇은 줄기를 만들었다.


스릉


눈으로나마 겨우 좇을 수 있는 속도였다. 순식간에 뻗은 검날에 목각허수아비는 두 동강이 나 바닥에 쓰러졌다. 검을 다시 검집에 꽂은 젤뚜르다가 파티원을 돌아봤다.


“어땠어?”


“멋져요. 완전 멋있어요.”


얀느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박수까지 치며 젤뚜르다를 찬양하는 칼리의 얼굴을 밀어버렸다.


“공격 자체는 단조로워서 파악하는데 그리 어렵진 않았어요. 속도도 저희가 감당할 수준인 것 같고요. 문제는 저희 공격이 얼마나 먹히느냐 인데··· 직접 공격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저희 수준으론 한 마리 처치하는 데도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잘 봤어. 공격력 보다 맷집이 더 위협적이야. 방금 공격할 때 손에 느낌이 묵직했어. 한 방에 처치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아. 가급적 동시 공격으로······.”


“수가 많으면요?”


모두의 시선이 루리아에게 쏠렸다.


“지금은 한 개체씩 상대했지만, 만약 수가 많을 때도 공격 방식이 똑같을까요? 여러 방향에서 다수의 적이 몰리면 어떡하죠?”


“예쁜이는 역시 똑똑하네. 맞아. 나도 그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어. 그런데 사실··· 답이 없어.”


획기적인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비관적인 대답이 돌아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저 정도 성능의 개체에게 둘러싸이면, 아무리 전공생으로 이뤄진 파티라도 위험해.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다수를 상대하지 않는 게 답이야. 가급적 소수를 상대하는 쪽으로 가야지. 뒤로 물러서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던전이라는 특성상 언제 어디서 적이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경계에 최대한 신경 써서 위기에 처하지 않는 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었다. 당초 전략과는 완전히 반대가 돼버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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